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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실망
작성일 : 17-06-24 01:18     조회 : 316     추천 : 1     분량 : 4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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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로토와 A.F 22W는 멈출 수 있었다. 그들이 멈춘 곳은 ‘두목’의 방이라기엔 너무도 평범했다. 단순히 평범한 정도가 아니라 겉보기에 엄청 허름해서 자칫 창고로 보일 정도였다.

  “아, 그래서 뱅글뱅글 도셨구나. 저는 음, 헤매시나 했어요.”

  “……사실 조금 헤맸는데 그걸 눈치 채다니, 대단한걸요? 어제 방이 바뀌었는데 위치를 너무 대충 봤어요. 하지만 저는 천재니까 헤매면서도 길을 다 외웠죠. 그리고 두목 방은 조직원들만 알 수 있는 특유의 표시가 있어서 헤매더라도 이렇게!! 찾아낼 수가 있답니다. 흐흐, 내게 두 번의 헤맴이란 없다!”

  “…….”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작은 미미 씨 보는 것 같다구요. 미미 씨……. 백지장처럼 맑고 순수한 무명 씨에게 안 좋은 걸 옮겼네요.”

  “제 표정이 어떤 진 잘 모르겠지만……. 표시라면 혹시,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 것 말인가요?”

  “……오. 이번 건 정말 특급으로 놀라운데요? 어떻게 알았습니까?”

  로토의 얼굴 위로 장난기 넘치던 느낌은 사라지고 다른 느낌이 덧씌워졌다. 진지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무서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A.F 22W는 경계심이 들었다. 말실수를 한 건가? 그녀는 조심스레 로토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이도 기분이 상한 건 아닌 듯 했다. 그보단 흥미로워하고 있다는 쪽이 더 가까웠다.

  “오는 동안 대부분의 문 옆에 그……. 뭐죠, 어, 글자가 새겨진…….”

  “문패.”

  “문패. 네, 문패요. 그런 게 있었는데 여기만 없어서요.”

  “흠 단순한 사실이지만, 관찰력이 부족하면 눈치 챌 수 없죠. 훌륭한데요, 무명 씨? 이거, 제 ‘직감’이 이번에도 맞을 것 같습니다. 무명 씨는 아마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예요. 아니, 조직보다는 보스쿤 씨에게 필요한? 음……그런 직감이 드네요.”

  “저, 정말요?”

  “그럼요. 저는 제 직감을 걸고선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보스쿤 씨에 대한 충성심 정도는 걸 수 있겠지만. 어때요, 무명 씨. 우리 조직에 들어올래요?”

  “진짜,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저는…….”

  방문이 벌컥 열렸다. 문 안쪽에서 키 크고 덩치 좋은 사내가 튀어나와 인상을 썼다. 그는 로토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날렸다. 기세가 어마어마했던 지라 A.F 22W는 말도 못 잇고 소처럼 눈만 뎅그렇게 떴다.

  “……시끄러. 언제까지 복도에서 떠들 참이야? 왔으면 빨리 데리고 들어올 것이지, 복도에서 다과회를 열고 지랄이신가.”

  “에이, 형. 애도 있는데 말 좀 곱게 써. 안 그래도 얘 미미 씨 표정 옮았단 말이야. 형의 그 곱지 못한 언어 선택도 배우길 바라?”

  “닥치고 얌전히 들어와. 그리고 호칭 똑바로 해.”

  “넵! 알겠습니다, 두목. 근데 우리가 온 타이밍이 별로였나봐? 새똥이라도 맞은 표정이네. 기분 겁나 안 좋아 보여.”

  눈앞의 사내가 보스쿤이란 말에 A.F 22W는 얼떨떨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 복면으로 인해 눈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생긴 사내였나 싶어 낯설었다. 제대로 보게 된 보스쿤은 짙은 금발에 어딘지 맹호 같은 인상이었다. 잘생겼으면서 아름답고, 고귀한 느낌이 드는 한 마리의 맹호. 로토가 미청년이라면 보스쿤은 미남 그 자체였다.

  보스쿤이 몸을 틀어 길을 내주자 로토가 냉큼 휠체어를 밀고 방 안에 들어갔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더 깐죽거렸다간 머리통이 발밑에 떨어진단 게 어떤 건지 맛봤을 테니까. 보스쿤은 주먹을 휘두르지 않은 자신의 인내심에 감탄하며 문을 세게 닫았다. 그 충격으로 안 그래도 허름하던 문짝에 자잘한 금이 가고 말았다. 보스쿤의 기분이 더더욱 가라앉았다. 조직의 규칙상 주기적으로 방을 바꾸지만 이렇게 마음이 안 드는 위치는 처음이었다.

  “로토. 아무래도 방 다시 바꿔야겠다.”

  “뭐? 왜! 귀찮아, 싫어! 우리 개발부도 덩달아 위치 바꿔야 하잖아. 지금 위치 엄청 마음에 든다고. 짐도 다 제자리 찾아 정리해놨고, 싫어. 무조건 싫어. 정보부도 마찬가지일걸? 아무리 두목이라지만 독재는 적당히 해달라고.”

  로토는 A.F 22W의 휠체어를 책상 앞 가까이 대어 놓았다. 보스쿤의 것으로 추정되는 만년필이며 머그잔 같은 것들이 A.F 22W의 눈에 띄었다. 방 구조는 살짝 특이했다. 책상을 창가 쪽에 놓는 게 보통이라면, 보스쿤의 방은 책상과 창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벽면은 장신구 하나 없이 온통 책장으로 가득 덮여있었다.

  A.F 22W가 방 구경에 정신이 팔린 사이 로토는 의자를 하나 끌어와 자리를 잡았다. 휠체어와 책상의 중간쯤에서 살짝 비껴나가는 위치였다. 보스쿤이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책상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행동부는 찬성할 텐데.”

  “거긴 두목이 담당하는 곳이잖아. 당연한 거 아냐, 이 양반아?”

  “……처음 봤을 때와 상당히 다르군. 이 아이가 정말 그 움꽃 종족인가? 흰 색 머리카락이나 노란색 눈이……똑같은 거 같긴 한데.”

  “말 돌리기는……. 어, 얘가 걔야. 회복력이 상상 이상이더라. 이러니까 그놈들이 잡아다 실험한 거고. 그 회복력을 연구하면 불로, 혹은 불사, 아니면 불로불사 둘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 실험 중에 죽은 움꽃 종족은……. 아, 이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래, 입 잘 다물었어. 분명 쪼글쪼글하고 비쩍 말라있었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회복하는 게 가능하다고? 실험해보겠다고 난리칠만하군.”

  “동감이긴 하지만, 당사자 앞에선 말을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실언이었다. 인정하지.”

  “알면 됐어.”

  로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보스쿤의 어깨를 툭툭 쳤다. 지금껏 참고 있던 보스쿤의 인내심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보스쿤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른손을 들었다. 로토는 위험을 느끼고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보스쿤이 더 빨랐다. 그는 중지를 튕겨 로토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정말 딱! 소리가 기똥차게도 났다. 동시에 로토의 비명이 터졌다. 그의 이마가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다. 보스쿤은 후련하단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A.F 22W는 잡념에 푹 빠져 있었다. 로토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것도 그녀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조직에 들어오겠냐는 로토의 말이 아직까지 맴돌아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이봐.”

  보스쿤이 A.F 22W를 불렀다. 그녀는 잡념에서 빠져나오며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보스쿤과 로토는 어느새 두툼한 종이뭉치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A.F 22W는 주위를 살피며 아무 생각 없이 로토와 눈이 마주쳤다가 깜짝 놀랐다. 그의 이마 한가운데가 방금 전과 다르게 확연히 부어있었다. 좀 의아했지만 그냥 현재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유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그새 넘어져서 어디 박았나보다 싶을 뿐이었다.

  “나를 보고 싶어 했다던데 왜지?”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부탁……도 있어요.”

  “생각보다 당돌하군. 아니지……. 그때 나를 붙잡은 걸 보면 생각대로 당돌하다고 할 수 있겠군. 안타깝지만 살려준 걸로 내 할 일은 이미 다했어. 그 대가로 넌 지금부터 증언을 하면 되는 거야. 네가 부탁할 수 있는 건 없어.”

  일이 마냥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정도로 단호하게 거절당할 줄 몰랐기에 A.F 22W는 말문이 막혔다. 부끄러워서 어디 숨고 싶어졌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토가 끼어들었다.

  “에이, 형! 너무 딱딱하다. 죽다 살아난 애한테 조금만 자비를 베풀어주면 안 돼? 무슨 부탁인지 일단 들어보고 괜찮다 싶음 들어줄 수도 있는 거잖아.”

  A.F 22W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그녀는 로토에 대한 인상을 ‘이상한 사람’에서 ‘친절한 사람’으로 바꿨다. 앞으로 미미 앞에서 로토 편을 조금 들어줘야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로토, 다른 사람 앞에서 호칭 똑바로 해. 한 번만 더 걸리면 둘이 있을 때도 아예 금지시킬 테니까. 그리고 들어보는 것도 안 돼.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다는 전제 자체가 안 되는 거야. 그렇게 하나씩 양보하다 털리는 거라고.”

  “아, 쫌. 내 직감이 말하고 있단 말이야. 얘가 우리 조직에 필요한 애가 될 거라는 직감이! 정확히는 거기 계신 잘난 보스쿤 씨한테! 그러니까 부탁 같은 것도 그냥 들어주면 안 돼?”

  “……나한테?”

  보스쿤은 비웃음을 띤 채 A.F 22W와 로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렇게 작고 마른 애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표정이었다. 로토는 굴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직감의 천재잖아, 언제나처럼 믿어봐. 이러다 쟤가 증언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떡해?”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듣던 A.F 22W는 움찔했다. 자신도 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녀는 보스쿤에게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었으니까. 증언하는 것만이 보은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로토의 말을 들은 보스쿤이 A.F 22W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정말 증언 안 할 거냐고 묻는 듯 했다. A.F 22W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옆에서 로토가 동의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차마 동의할 수 없는 문제였다. A.F 22W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보스쿤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다시 로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물론 넌 직감의 천재…였었지. 다른 별명이나 생각해놔. 네 능력은 이제 쓰레기야. 네 말대로 난 너무 잘나서 저런 꼬마한테 도움 받을 일 따윈 없거든.”

  로토의 얼굴이야말로 새똥 맞은 표정이 되어 잔뜩 일그러졌다.

  “……말 존나 심하다.”

  “높여서 말해.”

  “말씀이 존나 심하시네요.”

  “네게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일 뿐이야.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겨내시길, 소용없어진 쓰레기 씨.”

  “…….”

  보스쿤의 승리였다. A.F 22W는 시무룩해졌지만 열심히 싸워준 로토에게 고갯짓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로토는 용케 알아듣고 찡긋 윙크를 해보였다.

  “이름이 일단 무명이라고? 하고 싶은 말 정돈 하게 해줄 테니 얘기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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