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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삼도천에 피는 꽃
작가 : 최은
작품등록일 : 2017.6.15

왕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녀이기도 했던 단화.
그녀의 생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삼도천에 피어오른다.

 
#3
작성일 : 17-06-23 10:3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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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람들은 나무 아래에서 술을 즐겨 볼이 익을 대로 익어 있었다.

 하지만 소녀가 나타나자 그런 얼굴들이 순식간에 식기에 이르렀다.

 오히려 안색에서 파리한 감이 돌 정도가 되었다.

 주막에서 점원이 실수하였을 때보다 지금의 얼굴들이 더 창백한 것 같았다.

 몇몇은 시선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몇몇은 호원과 소녀를 번갈아보며 눈치를 살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연한 척을 했지만 본심을 숨기지는 못했다.

 ‘호오…….’

 호원은 사람들의 흔들리는 동공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흥겨웠던 자리는 급격히 식어갔다.

 처용부와 단화 아씨에 대해 물어보던, 그 분위기와 쏙 닮았다.

 잠시 그 침묵에 편승하던 호원에게는, 하나의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들이 그토록 말을 아끼던 단화 아씨가 저 소녀인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호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소녀에게로 돌렸다.

 눈을 감고 있는 소녀는 속눈썹이 길어 그늘을 만들 정도였다.

 시선을 조금 더 내리면 오똑하게 솟아오른 코가 보였다.

 코 끝은 살짝 올라가 있어, 그 모양이 무척이나 우아했다.

 그리고 그런 코의 아래, 싱긋 웃는 듯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있는 게 마치 그것이 본래의 표정인 양 하였다.

 둥글게 휜 입술은 새하얀 피부와는 대조적으로 붉었다.

 얼굴은 매일 조심히 한다 하여도 타고나지 않고서야 저리 그을림 하나 없을 수가 없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얼굴은 달콤한 복숭아가 생각나게 만들었다.

 부드러운 결이 밖에도 나서지 않는 귀족들보다 좋았다.

 옷은 평민들이 입는 옷이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귀히 자란 태가 났다.

 매끄러운 목덜미 뒤로는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묶은 것이 눈에 언뜻 보였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었다.

 호원은 그 모습들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소녀가 입을 연 후에서야 정신을 차렸다.

 “외지인이신가요?”

 소녀의 물음에 호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소녀는 쭉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찌 자신이 여기 있는 줄 알았고, 어찌 외지인인 줄 알았는지.

 호원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어찌 아셨습니까?”

 그 물음에 소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저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싱긋 웃는 모습에, 호원은 소녀에게서 무언가를 보았다.

 낯설지 않은, 익숙한 느낌.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어디서 보았을까.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서 이런 느낌이 들 정도라면, 분명 종종 보았던 얼굴을 닮았음이 틀림없다.

 엉킨 매듭을 풀 듯 천천히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매일 만나던 사람들부터 왕실의 사람들까지.

 “…….”

 호원은 소녀가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지켜봤다.

 말을 하는 모습, 그리고 즐거운 것에 웃는 모습.

 그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 눈을 크게 떴다.

 호원은 마침내 깨달았다.

 ‘공주.’

 그 소녀가 단화 아씨이며, 그 단화 아씨는 다른 공주들의 얼굴을 몹시도 빼닮았다는 것을.

 호원은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손에 묻었다.

 그가 그리도 찾던 이가 바로 앞에,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호원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묵하며 기다렸다.

 찾던 사람이라고 해서 무작정 그녀를 붙잡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그는 관리에게 움직일 준비를 하라 말하고는 단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단화는 마을 사람들과 간단한 안부를 나누었다.

 마을사람들은 호원이 단화를 본 것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단화에게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만은 애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

 단화는 저에 살갑게 구는 마을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간단히 인사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바구니를 전해주는 것만이 할 일이었는지, 바구니가 무사히 전해지자 지체 없이 돌아가려했다.

 호원은 그런 단화를 놓칠 수 없어 뒤를 따랐다.

 그는 최대한 단화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움직였다.

 그녀를 따라가는 길은 조용했다.

 가끔씩 미물들의 대화소리가 들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렸다.

 “저…… 호원랑께서는…….”

 “쉬.”

 관리가 오히려 소곤소곤 말을 걸어 그를 방해하곤 했다. 호원은 인상을 쓰며 그런 관리를 제지했다.

 조용히 하라며 검지를 입에 가져다대자, 관리는 입을 꾹 다물고 천천히 호원을 따라갔다.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지?’

 돌아가는 곳은 집인 것이 분명한데, 가는 길은 마을에서 흔히 볼법한 길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마을 쪽으로 걷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뒤의 관리가 불안한지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호원은 그것을 제지하고, 그녀를 계속해 따라갔다.

 단화는 사람의 손길이 별로 닿지 않은 숲길을 걷고 있었다.

 그저 단화가 걷는 쪽으로만 사람 손이 좀 타고, 그 외에는 식물들만이 울창하게 자라있었다.

 숲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만 다니는 곳 같았다.

 다닌다고 해봤자 기껏해야 한 가족 정도였고, 그것은 아마도 단화의 가족일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무들은 크게 자라 푸른 잎사귀들이 누군가를 홀리려는 것처럼 생기를 흘리고 있었지만 호원의 손끝에는 닿지 않았다.

 저 높이 있는 것이 사람들을 그저 미물로 만드는 것 같았다.

 햇볕은 분명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빽빽한 산림에서는 그저 듬성듬성 주변을 밝히는 등불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숲에는 식물만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이따금씩 고라니 같은 것이 단화 일행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했다.

 더군다나 그것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여 멀리 달아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다 다가오기까지 했다.

 이 숲에 사는 것들은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단화를 반가이 맞아주는 동식물들의 생경한 모습에, 호원은 따라가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단화는, 마치 이 숲에게 사랑받는 이로 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숲의 주인으로 보아도 될 것 같았다.

 나무들의 잎사귀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빛은 단화를 비추어, 바람에 흔들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해주었다.

 단화는 몇 번이나 자신에게 다가온 동물들에게 인사를 하고, 숲의 중반에 들어섰을 때 즈음 멈추어 섰다.

 그리고 휙 몸을 돌려 호원과 관리를 향해 섰다.

 “대체 왜 저를 따라오시는 겁니까?”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하는 단화의 모습에 호원은 크게 움찔했다.

 오른발을 잘못 디뎌 조금 균형이 흔들렸던 그는 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옷 매무새를 한 번 정리했다.

 “흠흠.”

 호원은 손으로 입을 가리곤 헛기침을 몇 번했다.

 놓칠 수가 없어 일단 따라오기는 했는데, 이유를 물으니 당황스러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급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 감정이 그대로 녹아나 있었다.

 “아니, 그것이…… 다름이 아니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호원에 단화는 조용히 기다리기만 했다.

 관리가 대신 말하려고 했지만, 그가 말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까 호원은 손을 저었다.

 이내 호원이 눈을 질끈 감고 이어 말했다.

 “혹시 혼자 집으로 돌아가시는 데 위험하지는 않으실까 하여…….”

 호원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도 실수를 한 것 같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답을 하긴 했는데 아직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흙바닥에서 나무 위까지.

 시선은 오르락내리락을 몇 번 반복했다.

 “후…….”

 호원은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나서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다시금 단화의 얼굴을 보게 된 호원은 그녀의 얼굴 위로 공주들의 웃는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그녀는 참으로 닮았다. 호원은 말없이 감탄했다.

 한편 호원이 어떤 생각에 빠져있는지 모르는 단화는, 다시 변명을 시작하는 호원을 훑어봤다.

 눈꺼풀은 닫혀있었지만, 그녀에게는 희미하게 그들이 비쳐 보였다.

 ‘위험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둘 다 위험하거나 꺼려지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관리에게는 하얗고 순수한 색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 때 묻지 않았고, 쉬이 묻지도 않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화는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정체가 뭐지?’

 단화의 관심을 크게 끌어낸 것은 호원의 것이었다.

 호원에게는 푸른 광채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몇 년이나 사람들을 눈꺼풀 아래에서 바라보았지만, 호원처럼 빛을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호원이 외지인임을 쉬이 알아봤던 것이었다.

 저 영혼을 담아내는 그릇은 어떤 이일까…….

 우선 범상치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여튼,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주절거리던 호원의 변명이 마침내 끝이 났다.

 그런 어떻게든 해보려는 호원의 정성이 통했을까.

 단화는 그 변명에 무어라 대꾸하지 않고 뒤로 돌았다. 그러고는 이어서 천천히, 다시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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