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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3화. 불변의 법칙, 팍팍한 삶
작성일 : 17-06-23 10:14     조회 : 356     추천 : 1     분량 : 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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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서 사람들에게 불러주는 일을 해요. 여기서는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답니다.”

 “말하자면 시조에 가락을 붙이는 거군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니 참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그런가요? 근데 갈수록 쉽지가 않네요.”

 

 신후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전과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작곡도 작곡이지만 작사의 어려움을 새삼 실감하는 중이었다. 학창시절을 줄곧 영국에서 보낸 터라 섬세한 우리말을 찾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옥봉씨.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요?”

 “글쎄요.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당분간은 신영 누나랑 지내세요. 무턱대고 경찰서에 가더라도 해결될 문제가 아닌 거 같네요.”

 “두 분께 너무 송구해서요.”

 “옥봉씨 잘못은 아니잖아요.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시간을 거슬러 온 그녀를 누구에게 탓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미궁일 뿐이었다.

 

 “신영 누나가 한시로 박사논문 쓰는 중이니까 옥봉씨 도움이 필요할지 몰라요.”

 “그러한지요? 어떤 식으로든 두 분께 도움이 된다면 마음이 편할 듯하옵니다.”

 

 사촌인 신영은 큰아버지의 거센 반대에 굴복해 시를 쓰겠다는 어릴 적 꿈을 포기했다. 그 대신 시를 연구하는 길을 택했다. 자신에게는 창작의 재능이 없다며 시 연구로 끝장을 보겠다는 말도 했었다. 옥봉은 그런 그녀에게 떨어진 보물 상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신후씨는 노랫말이 술술 잘 떠오르십니까?”

 “아니요. 힘들 때가 많아요.”

 “경험이 가장 큰 영감인 듯싶습니다.”

 “그러게요.”

 

 신후는 간접 경험을 위해 소설이나 에세이를 집어들곤 하지만 한글 읽기가 익숙치 않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 작사가에게 맡기라는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신후가 욕심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서 데뷔하기 전 아빠의 반대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국에서 모범적인 학창시절을 보내던 신후에 대해 누구보다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를 비롯해 아빠를 포함한 삼형제가 모두 학자 집안인지라 형 신조와 신후 또한 학자의 길을 걷기를 기대하셨다.

 

 “재능이 많으신가 봅니다.”

 “제가요?”

 “멀리 외국에서 공부도 하신다던데 노래 만드는 일도 하신다니 말입니다.”

 “재능에 비해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중학교 때부터 밴드활동에 열심인 그를 보며 아빠는 늘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셨다.

 

 곡 작업에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신후는 자신의 삶에서 음악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곤 했다. ‘좋아하는 것’일까 ‘잘 하는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아빠에게만큼은 믿음을 주고 싶었다. 이것이 음악 작업을 완벽히 해내고자 하는 이유이다.

 

 ***

 

 “허난설헌을 연구한다고 하셨습니까?”

 

 종일 학교 연구실에 틀어박혀 지내다 자정 무렵 귀가한 신영은 옥봉의 물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 옥봉씨도 잘 알던 친구라구요?”

 “맞습니다. 항상 부러워하던 친구였답니다.”

 “왜요?”

 “조선은 여자에게 관대하지 않은 시대잖아요. 초희네는 사대부 집안이면서도 딸에게 차별 없이 배움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집안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사상도 그대로 물려받았고요. 초희의 재능을 여자라고 외면하지 않고 부모와 형제들이 모두 독려해 주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네. 문헌에 나온 얘기들이 사실이군요.”

 

 옥봉은 어린 시절부터 초희의 재능을 부러워하며 자신을 더 채찍질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서녀의 신분이기는 하나 왕가의 후예로서 늘 자부심을 갖고자 노력해왔다. 옥봉의 시를 칭찬해주고 다른 문인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애쓰셨던 아버님께도 항상 고마움을 느꼈다.

 

 “옥봉씨. 이런 거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말씀하시지요.”

 “문헌에는 옥봉씨의 마지막 행적이 명확히 나와있지 않아요. 임진왜란 때 순절했다는 얘기도 있고 일본군에 끌려가 죽었다고도 해요. 어떤 연구에는 뚝섬 근처 한강변에서 말년까지 고생하며 살았다고도 하고 정처 없이 중국을 떠돌았다는 설도 있어요.”

 “미래에 와있으니 제 말년에 대한 얘기도 듣게 되네요.”

 “제가 궁금한 건 옥봉씨의 행적이 묘연한 게 지금 여기 와있는 것과 상관이 있나 하는 거예요. 정말 그럴까요?”

 

 옥봉은 이곳으로 오기 전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둑섬 근처의 허름한 민가에서 여느 날처럼 시를 쓰고 있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던 오후, 몸종 정순이 꽃구경을 나가자며 조르고 있던 차였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린 나이부터 옥봉씨의 삶이 평탄치 않았더라구요. 열일곱에 결혼해서 곧바로 청상과부가 됐고 사랑하는 이의 첩이 되자마자 버림받고......”

 

 옥봉의 눈망울에 물기가 차올랐다. 신영의 위로 아닌 위로가 그간 참고 참았던 서러움을 불러내었다. 뚝, 뚝. 옥봉의 새하얀 손등 위로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똑같은가 봐요. 하루하루 견뎌야 하는 팍팍한 삶.”

 

 신영은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지도교수의 눈치를 살피느라 숨죽였던 하루를 떠올렸다. 어릴 적 꿈대로 시를 쓰는 삶을 택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옥봉씨. 나 좀 도와줄래요?”

 

 옥봉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신영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녀의 말년에 관한 일화 중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었다. 옥봉이 자신의 시를 적은 종이를 온몸에 겹겹이 감고 중국의 해안까지 떠내려갔다는 이야기. 끔찍하면서도 너무나 처절해 차마 옥봉에게 전할 수 없었다.

 

 “이 한시들 번역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지도교수님 논문이라 허투루 하면 안 되거든요.”

 

 옥봉은 금세 눈물을 감추고 신영이 건넨 시구에 빠져들었다. 문헌에서 본대로 그녀는 당차고 재능 있는 시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

 

 “신후야, 가사가 진솔한 맛은 있는데 야마(가사의 매력도)가 없어. 다시 한번 써보자.”

 

 첫 번째 앨범부터 신후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정우에게서 신후는 늘 많은 것을 배워왔다. 작곡이나 프로듀싱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신후에게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며 재능을 끌어내준 고마운 동료이자 형이었다.

 

 “싸비(곡의 후렴구) 부분에 절절한 느낌이 없어. 여기서 곡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좀더 해볼게요, 형.”

 “힘들면 작사가한테 맡기면 될 텐데. 그건 진짜 싫다는 거지?”

 

 신후가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는 이해한다는 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누가 에단리더러 유순하다고 하냐? 이렇게 고집 센 것도 모르고.”

 “음악 만들 때 빼고는 나 엄청 유순한 사람이거든?”

 

 신후는 작업 노트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멜로디를 만든 건 작년 가을 학기였다. 신후는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퀸스칼리지 뒤편을 가로지르는 캠강 인근을 거닐곤 했다. 강바닥을 밀어 배를 타는 펀팅 일행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수학의 다리 위에서 오래도록 껴안고 있는 연인을 바라보기도 했다.

 

 『내 이름 불러봤자 아무 소용없어. 네 목소린 더 이상 들리지 않아. 난 저 길고 외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어. 안녕은 너무 좋은 말이야. 그러니 그냥 난......』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에서 부분 인용함)

 

 첫사랑이던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신후는 한동안 마음 둘 곳이 없었다. 한국에서의 활동 때문에 연달아 휴학하고 난 후라 학업에 매진해야 했지만 마음의 방황은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기타를 들고 강가로 달려가곤 했다. 가사는 온통 그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디 브릿지(마지막 싸비 전 환기 구간)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벌스(싸비와 디 브릿지 제외 부분) 부분은 좀더 디테일하게 가면 좋겠어.”

 

 정우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신후도 잘 알고 있었다. 멜로디를 떠올리던 순간 신후의 마음은 온통 그녀만을 향해 있었기에 가사로 꺼내놓기가 더욱 조심스러웠다.

 

 『옥봉씨랑 뚝섬 근처에 와있어. 옥봉씨가 한번 와보고 싶대서. 집에 잠깐 들러도 되지?』

 

 신영의 메시지를 보고 신후는 헐레벌떡 짐을 챙겼다.

 

 “벌써 가? 이거 마무리 안 해?”

 

 정우가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신후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귀에 가져다대며 전화하겠다는 손짓을 했다.

 

 집으로 들어서니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옥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장난감을 대하듯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의 눈빛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순수하고 예뻐 보여 신후 자신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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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25 10:33
 
오타 하나 있네요. 청산과부 : 청상과부. 옥의 티라서 지적요. 계속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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