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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6 보통이 아닌 연하 (3)
작성일 : 17-06-22 23:47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7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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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보통이 아닌 연하 (3)

 

 

  길었던 추위가 끝나고, 어느 덧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추운, 일교차가 큰 날씨였지만 한낮에는 제법 따사로웠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밝아졌다. 두꺼운 외투, 목도리, 장갑 등으로 온몸을 칭칭 감고 어깨를 한껏 움츠리던 사람들은 이제 당당하게 등을 펴고 아침 햇살을 맞았다. 계절이 바뀌어 가는 중이라 그런지, 도시에는 밝은 얼굴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 그와는 반대로 세상 모든 근심을 다 가진 얼굴로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하…… 아, 진짜, 들어가야 해, 말아야 해?”

  과거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였던 햄릿이 있었다면, 지금 여기에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인 소임이 있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도 카페로 와요. 기다릴게요.’

  고민을 하던 소임의 머리 속에, 지난 밤 진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제 준과 유희를 피할 이유가 없어진 소임은 매일 아침, 굳이 카페에 들렀다가 사무실로 들어가야 할 이유 역시 없어졌지만 오늘 아침 역시 어김없이 카페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건 다, 진기의 말 때문이었다.

  “뭐, 어때. 내가 원래 가던 카페 간다는 데, 왜, 누가 뭐래?”

  누가 뭐라 한 사람은 없었지만, 소임은 마치 눈앞에 그런 사람이 있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다가도 고개를 저었다.

  “어색할텐데. 그것보다 만나서 뭐라고 말하냐고.”

  소임은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헝클었다.

  “으아아아악! 몰라! 못해! 난 못해!”

  소임은 미친 듯 그렇게 외치더니 회사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인 진기는 카페 안에서, 혼자서 자아분열을 겪고 있는 소임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이었다. 아, 진기라고 한다면 카페 알바생이었다. 카페 알바생의 이름이 진기라는 것을 소임이 알게 된 사건이 좀 다이나믹한데, 이야기 하자면 이랬다. 지난 밤이었다.

 

 

 *

 

 

  소임은 자칫하면 바로 튈 요량으로 발걸음에 음소거를 장착하여 사무실 밖의 동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문 밖을 나왔다. 이런 야심한 야근 시간에, 자신을 찾아왔다는 알바생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어디서 튀어 나온지 모르게 가까이 다가온 알바생이 소임의 어깨를 톡톡 쳤다.

  “여기예요.”

  “앗, 깜짝이야!”

  “쉿.”

  자기가 놀래 켜 놓고서는 조용히 하라니. 소임은 소스라치게 놀라다가 알바생의 손짓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놀란 것에 대한 분함으로 알바생을 잠시 잠깐 노려봤다가, 자신이 지금 노려볼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금새 깨닫고는 선한 눈빛으로 바꾸었다. 알바생은 순식간에 다양하게 변하는 소임의 표정을 보며 또 다시, 그 특유의 눈웃음을 지었다.

  “아…… 아침엔 미안했어요.”

  “뭐가요?”

  “다요. 전부 다.”

  “그러니까, 전부, 어떤 거요?”

  “아, 그러니까, 그게. 그……”

  “말해 봐요. 뭐가, 미안해요?”

  꼬치꼬치 캐묻는 알바생을 보면서 소임은 잠깐, 이 사람이 지금 장난을 치는 건가 싶었다. 미안하다고 했으면, 미안한 거지, 뭐가 미안한 건지 처음부터 다 열거하라는 뜻인가. 그렇게 질문을 던져대는 알바생의 눈빛을 찬찬히 살펴보던 소임은 깨달을 수 있었다. 알바생은 그렇게 하라고 진지하게 소임에게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어쩔 수가 없었다. 잘못을 한 건 소임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일단. 제 지인이 무례하게 행동한 거 미안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니까, 잊어주세요.”

  “뭐, 그럴 수 있죠. 그건 용서 할게요. 그리고요?”

  “그리고…… 그 쪽이 일하는 곳인데, 그것도 시급 만 오천원이나 받는. 소란스럽게 굴어서 미안해요.”

  “주변에 사람들이 시끄러웠다고, 항의하긴 하더라고요.”

  “진짜요? 아…… 진짜 미안해요. 사장님한테 혼났어요?”

  “사장님이 좀 쿨하셔서. 별말 없었어요. 괜찮아요. 그리고요?”

  “그리고? 음. 아! 제가 급하게 출근을 해야 했어 가지고, 상황을 설명하거나 사과하거나 하지 못하고 그냥 도망치듯 나와 버린거요. 그거 진짜 미안해요. 지각하면 김부장한테 개 털리거든요, 진짜.”

  김부장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소 과격하게 반응하는 소임이었다. 김부장이 싫어하는 백만가지의 일들이 있는데, 특히 지각에 관해서는 더 그랬다. 사람이라면 응당 지각 몇 번을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김부장은 지각이라고는 한 번도 하질 않았다. 그런 김부장이 사원들이 지각이라도 하게 되면 아침부터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리기 일쑤였다.

  소임 역시 일을 시작한 이래 몇 번의 지각을 했었는데, 그때마다 아침부터 먼지 털리듯 털리고, 그 여파로 오전과 오후 내내 업무에서 실수를 하고, 그래서 더 털리고, 결국에는 만신창이가 되어 껍데기를 이고 퇴근을 하고는 했었다.

  끔찍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인상을 쓰고 있던 소임과는 달리 알바생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그런 소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더니 흠흠, 목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그냥 가버린 건 정말 서운했어요. 혼자 남겨지고 좀 벙쪄 있었죠.”

  알바생은 방금 전 웃음은 온데간데없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진짜, 진짜, 미안해요……”

  따라서 소임 역시 울상을 지은채로 고개를 조아리며 대역죄를 사죄했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이렇게라도 해명하니까 용서해 줄게요. 그리고요?”

  “네? 그리고가, 또 있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알바생은 씨익, 웃었다. 소임은 뭐가 남아 있었던지 고민에 빠지다가 불현 듯 생각이 났는지 화들짝 놀랐다.

  ‘그것도 따지려는 거야?’

  알바생 역시 마지막으로 소임이 말해야 할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혹은 그 마지막 이유 때문에 이곳까지 소임을 찾아왔다는 듯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소임을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자, 이제 빨리 말해보시죠, 라는 표정이랄까.

  “그…… 아, 그, 음. 아, 그래요! 미안해요! 거짓말해서 미안해요.”

  “무슨 거짓말이요?”

  “알잖아요.”

  “모르겠는데요.”

  “다 알고 있는 표정인데……”

  “모르겠어요, 저는.”

  그렇게 말한 알바생은 눈썹 한 쪽을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정말 모르겠다는 태연한 척을 했지만 소임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말해야만 했다. 앞서 말했다 시피, 잘못은 소임이 했으니까.

  “그쪽이 내 새로운 애인이라고 말한 거짓말이요. 그래서 제 지인이 당신을 오해하게 만든 거, 미안해요.”

  “거짓말이었어요?”

  “네?”

  “나는 요즘 유행하는 고백 방법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뜬금없는 포인트에 타인에게 자랑하듯이 말하는.”

  “예에에?”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알바생이 그렇게 말하니 소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야?’

  당황스러웠던 소임은 화를 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미안해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아니, 뭐, 이름도 모르는데 무슨 고백이예요?”

  “그런 것쯤이야 차차 알아 가면 되죠.”

  소임은 진심인지 장난인지 파악하려고 알바생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전혀 읽혀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소임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머뭇머뭇거리며 한 참을 있자 알바생은 먼저 말을 꺼냈다.

  “제가 직원 수를 잘 몰라서 일단 스무 잔만 가져왔어요. 종류는 그냥 여러 가지로요. 소임씨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연하게.”

  알바생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소임씨, 라고. 그리고는 뒤 쪽에 쌓여 있는 커피들을 가리켰다. 알바생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겨를이 없었던 소임은 그제서야 커피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화들짝 놀라면서 저 많은 걸 어떻게 혼자 가져왔냐고 물으니, 같이 일하는 사람이 도와줬다고 했다. 아무리 시급이 쎄다고는 하지만 저 많은 걸 왜 다 주냐고 물으니,

  “애인 줄 거라고 하니까 사장님이 공짜로 다 주시던데요?”

  “예에에?”

  라고 말해 소임을 다시 한 번 당황하게 했다.

  “갈게요. 남은 야근,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진짜.”

  그렇게 인사를 마친 후 돌아가던 알바생이 다시 뒤돌아 소임을 불렀다.

  “제 이름은 주진기예요. 이제 이름은 알게 된 거죠?”

  “아, 그래요. 진기씨. 알겠지만 제 이름은 차소임이예요.”

  “그럼 내일 아침에도 카페로 와요. 기다릴게요.”

  그렇게 진기는 떠났다.

 

 

 *

 

 

  “여기!”

  그 짧은 부름에 준은 친구들이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펍.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임준 얼굴 보기 요즘 왜 이렇게 힘들어?”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나 들어갔는데, 일이 너무 많아. 여유가 없다, 진짜.”

  “너만 일하냐? 징징대지 말고 일단 마셔. 여기, 생맥 한 잔 주세요!”

  동운은 준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대뜸 생맥주 한 잔을 시켜 버렸다. 500cc 잔에 시원하게 넘치게 따라진 맥주를 보면서 동운은 짠을 외쳤고, 준은 그런 동운을 흘기면서 맥주잔을 테이블에 놓고 급하게 가려는 알바생을 불러 세워 다급하게 콜라 한 캔을 시켰다. 그 모습을 보며 동운은 키득키득 거렸다.

  “얘는 어쩜 이렇게 레파토리가 맨날 똑같아?”

  맞은편에 앉아 있던 건우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하고는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이, 이 술을 마셔가지고 생긴 일만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눈 앞의 맥주잔을 깨부수고 싶어.”

  “오, 임준 말 거친데? 인생에 술이라고는 없는 임준이 어디서 술을 먹고 진상을 부렸길래?”

  잠잠하고 고상하게 맥주를 홀짝이던 건우가 이제야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는 듯 호기심에 쌓여 말을 걸었다. 반면에 동운의 반응은 가벼웠다.

  “외로운 솔로남께서, 어디서 소주 한 잔 얻어 마시고 술김에 아무 여자한테나 들이댔나 보지.”

  “잘 아네. 그 자리에 있었어?”

  “뭐? 진짜?”

  동운은 장난치듯 지나가는 말로 뱉은 말이었는데, 준이 그걸 덥썩 물어버리자 당황스러웠다. 그런 짓은 예전 임준이나 하는 짓인데, 지금 임준이 왠일로 그런 실수를 했냐는 듯한 눈빛으로 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건우가 질문했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그 여자는 또 누구고.”

  “회식에서 있던 일. 그 여자는 우리 부서 신입사원. 덧붙이자면 대학교 후배래.”

  동운과 건우는 그 우리 부서 신입사원이라는, 유희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는 듯 의아해했다.

  그러니까 유희는, 얼마 전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그리고 그런 쌩 신입 유희는 입사 일주일만에 사무실에서 가장 사랑받는 막내가 되어 있었다.

  예쁘장한 외모에, 자연스럽게 화장을 하며 언제나 화사한 옷차림으로 출근을 했다. 두꺼운 옷으로 감추고 있어도 드러나는 유희의 몸매가 끝내준다는 것을 알아차린 남자 사원들은 흑심을 품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유희에게서는 은은한 향수의 향이 풍겼다. 하지만 유희가 입사 한 후 사무실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말하는 칭찬은 비단 유희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제나 명랑하게 인사하며, 싹싹하게 치근대고,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경력이 있는 사람처럼 깔끔하게 일도 열심히, 그리고 아주 잘 했다. 하나를 말해주면 열을 배웠고, 간혹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잘못을 바로 뉘우치고 재빠르게 시정하는 것도 사람들은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핫 이슈 메이커 유희가 처음부터 딱, 점찍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게 준이었다.

  “핫, 서, 선배, 임준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정확한 발음과 상냥하고 싱그러운 미소로 인사를 하던 유희는 준을 처음 보았을 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런데 호칭이 조금 달랐다. 선배님?

  “선배님?”

  “아, 저 서주대…… 그, 동아리……”

  “아, 후배님이시구나. 반가워요.”

  준은 예의 친절하게 유희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유희는 준이 내민 손을 보며 말을 끝까지 잇지도 못하고 몸을 부르르르 떨면서 그 손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몰라 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유희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의아해 했는데, 며칠이 지난 후부터는 유희의 색다른 매력이 사람들의 새로운 즐거움 거리가 되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모양새를 보니, 이유희가 임준을 대학시절부터 짝사랑 했다, 이런 결론이었다. 신입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하거나 어설픈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 유희는 준 앞에서만 서면 사춘기 소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전혀 기억이 안나.”

  “네가 어쩐 일로?”

  그랬다. 준은 유희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대학교 시절에도 언제나처럼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준이었고, 특유의 사교성으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지냈는데, 특히 학과가 아닌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유희는 완전히 낯설었다.

  “그러니까. 나도 그게 신기해. 말을 하다 보면 학교 묘사라던가, 그때의 일화라던가 등등 분명히 우리 학교, 동아리 학생이 맞거든. 근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어. 그 정도 존재감이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더 없을텐데.”

  그러니까 준의 입장에서는 더 억울할 따름이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대학시절 후배와 어쩌다 엮이게 되어, 소임이 그런 오해와 착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론,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실수를 하긴 했지만.

  해명을 하자면 그건 온전히 준의 실수, 준의 잘못이었다. 평생의 실수라고는 잘하지 않는 준이 그런 실수를 한 데에는 어느 정도 소임의 책임도 있었다. 평화로운 어느 날, 소임에게 불현 듯 이별을 통보받은 준은 소임보다도 더, 제정신이 아닌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준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은 단순히 준의 성격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더 아무렇지 않은 척, 전혀 괜찮은 척을 해야 한다고, 어린 시절부터 몸소 터득해온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었으니까.

  어찌되었든, 준의 인생에 오점이 남을 만한 크나큰 실수를 한 후, 유희에게도 다른 직원들한테도 연신 사과를 하며 그 때의 일을 잊어 달라 호소했었다. 비록 그세 가 버린 건지 소임은 그 자리에 없었지만, 도희가 그 모든 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애를 할 때에도 도희와 소임은 준의 이야기를 자주 했었으니까. 아마, 예상하기로는 헤어지고 난 후 더 준의 이야기를 많이 한 것도 같고.

  “그럼 그 소임이 동기가 소임이한테 그 말을 전하지 않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둘이 죽고 못 사는 입사 동기거든. 오늘 입고 온 속옷 색깔까지 공유하는 사이인데.”

  “근데 소임이가 그런 오해를 왜 해?”

  “그러니까. 나도 그걸 모르겠어서 미치겠다니까.”

  “근데 소임이도 너무 하다. 3년이나 사겼는데 임준 순애보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니냐. 우리도 다 아는 걸.”

  “소임이 욕 하지마. 소임이 잘못 아니야.”

  준이 그래도 소임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두둔하고 나서자 동운과 건우는 야유를 보내며 이 자식 또 시작이다, 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동운과 건우를 흘겨보던 준은 불쑥, 잊고 있던 것이 떠오른 듯 눈빛을 바꾸었다. 그리고 말도 바꾸었다.

  “하나 잘못이 있긴 하지. 어디서 허여멀겋게 생긴 남자랑 연애를 시작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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