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빛무리에 도착하자 루카스가 가장 처음 느낀 것은 그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였다.
오랜만에 떠올린 과거로 인해 얼어붙음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줄 정도로 따스한 온기와 코끝으로 밀려드는 살랑대는 상쾌하면서 맑은 향기.
그 향기에 불쾌하고 언짢았던 감정들이 사라지면서 기분 좋은 포근함이 그의 전신을 감쌌다.
‘아, 향기 좋다.’
마침내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은 듯 편안한 마음으로 루카스는 실로 오래간만에 악몽 없는 단잠에 빠져들었다.
“일레인님. 일레인님.”
귓가에서 속살거리는 귀여운 음성이 일레인의 무의식을 파고들어 그녀를 깨웠다.
“으........음.”
“일레인 님!”
일레인이 입가에 와 닿는 그립고 익숙한 기운을 느끼며 살며시 입술을 벌리자 맑고 정순한 물의 기운을 담은 방울들이 입가에 고였다.
요정인 그녀가 만들어 낸 기운은 신력과는 다른 자연력에 가까운 기운이었지만 물의 여신인 그녀는 자연스럽게 물의 요정인 니아의 자연력을 받아들이면서 의식을 찾았다.
“일레인님. 걱정했어요.”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그녀의 얼굴께로 날아든 니아는 그녀의 뺨에 살포시 손을 올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속삭였다.
일반적이라면 일개 요정인 그녀가 신인 일레인을 걱정한다는 것 자체 말이 되지 않지만, 이곳은 천계가 아닌 인간계였다. 힘을 사용하기에는 봉인 구를 차고 있는 신보다 인간계에 널려있는 자연의 기운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그녀가 더 유리한 입장이었다.
니아는 자신이 얼마나 기억을 잃고 있었는지, 일레인이 언제 의식을 잃었는지 알지 못하나 그녀가 깨어나고 사흘 동안 의식이 없는 일레인과 루카스의 입으로 정순한 기운이 담긴 물방울을 밀어 넣고 그들의 몸을 전화시키고 주변을 경계했다.
일레인이 가진 물의 기운이 넘실대는 것으로 보아 오늘 중으로는 깨어나시겠거니 희망을 품으며 평소대로 그녀를 부르며 입가에 물의 기운을 밀어 넣었더니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이다.
“난 괜찮아. 그나저나 얼마나 지난 거지?”
“제가 의식을 차린 후부터 사흘이 흘렀습니다.”
“그래? 근데 전혀 불쾌하지가 않네.”
“제가 매일 두 분의 몸을 정화해 드렸습니다. 수시로 정화수도 입가에 넣어 드렸고요.”
“그랬구나. 고마워.”
일레인화 환한 미소와 감사 인사에 니아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몸을 베베 꼬았다.
‘여신님께 칭찬받았다. 헤헤헤.’
그런 니아를 바라보던 일레인은 재가 왜 저럴까 생각하다 루카스를 떠올리고는 두리번거리며 그의 모습을 찾았다.
“남자는 어디 있지?”
“아래에요.”
“응?”
재가 무슨 장난을 치나 싶은 마음으로 시선을 내렸던 일레인은 그녀의 밑을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쏟아지는 비명을 막기 위해 입을 막았다.
“꺄 압!”
그제야 몸이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는지 짐작이 되었다. 인간의 몸이 된 상태로 그의 상체 위해 엎드려 의식을 잃고 있었음을 증명하듯 시선을 내린 일레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그의 배 근육이었다.
비록 부끄러운 마음에 비명이 나오려 해 입을 막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 찢어진 온 사이로 보이는 매끄럽고 단단해 보이는 피부에 고정되어 있었다.
‘만져보고 싶다.’
선명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그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일레인은 만져보고 싶은 생각에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다.
‘안 돼. 어떻게 의식이 없는 사람을 보면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그건 나쁜 거야. 이상한 생각이야. 변태 같아! 뭐가 변태고 뭐가 나쁘다는 거야? 넌 저 찢어진 옷이 안 보이니? 상처가 났던 곳이잖아. 당연히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더 치료해야 할 곳은 없는지 옷을 벗기고 찬.찬.히. 확인해 봐야지!’
일레인의 안에서 순진한 일레인과 엉큼한 일레인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 결국 엉큼한 일레인이 승리의 만세를 외쳤다.
‘그래, 결심했어.’
입을 가리고 있던 일레인이 루카스의 얼굴부터 여기저기 상처가 났던 부분들을 살펴보며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래. 이건 치료의 일환이야. 내가 엉큼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치료가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야. 꼭 필요한 일이라고!’
일레인의 손이 밑으로 내려갈수록 일레인의 얼굴이 조금씩 붉어졌다. 그런 일레인의 모습을 니아가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일레인님이 왜 저렇게 손을 떨고 계시지? 아직 기력 회복이 덜 되셔서 그런 건가?’
엉뚱한 오해인지도 모르고 니아가 걱정스런 얼굴로 제 여신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일레인이 이윽고 떨리는 손으로 루카스의 상의를 잡고 위로 밀어내려 할 때였다.
‘드디어!’
“지금 뭐 하는 거지?”
일레인이 긴장감으로 고여 있던 침을 꿀꺽 삼키려 할 무렵 크고 단단한 손에 그녀의 손목이 잡히고 낮게 울리는 꿀 같은 목소리가 일레인의 귀에 꽂혔다.
일레인은 지금의 상황에 당황해하며 눈을 껌뻑거렸다.
“……. 네?”
“이 손. 뭐하고 있는 중이냐고.”
루카스가 그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에 살짝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그가 깊은 상처들을 입고 안식처를 찾아 산속을 헤매다가 이 허름한 집을 발견하고 들어오자마자 의식을 잃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폐가 인준 알고 들어온 곳이 사실은 인가였는지 오랜만에 단잠을 자고 있던 그는
속삭이는 부드럽고 맑은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히더니 이윽고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에 의식을 찾았다. 언제 일어나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얼굴을 살며시 스쳐 지나가자 루카는 조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며 움직이고 싶어 꿈틀대려는 몸을 긴장시켰다.
부드러운 손길이 조심스럽게 그의 콧대와 턱선, 목과 어깨, 팔에 살포시 닿았다 떨어졌다. 그녀의 손길에 왠지 모르게 루카스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정신 차려라. 여자에 환장한 놈도 아니고 보아하니 이 여자가 널 치료해 준 것 같은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 싹수없는 놈이 될 순 없어!’
여인의 손길이 그가 상처 입었던 곳들에 닿았다 사라지는 것이 그를 치료해 준 것이 그녀임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은 그녀의 손길이 가장 큰 상처가 있던 복부를 향해 내려가면서 점점 더 흔들렸다.
그녀가 그의 옷자락을 들기 위해 옷을 바지춤에서 빼내 잡아 올리면서 얇은 리넨 셔츠 위로 그녀의 손길이 복근에 닿자 그 부드러운 촉감에 저도 모르게 하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