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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퍼스트 라이트
작가 : 빛나라
작품등록일 : 2017.6.18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 것 같다.
그의 외도 현장을 덮치기 위해, 나는 남장을 하고 가면무도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드디어 현장을 덮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라?
상대가 이상하다?

-어쩌다 남편놈 때문에 엮인 인간 같지 않은 인간.
이 나라의 왕제 대공.
무시무시한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제기랄. 그냥 바람피는 남편 놔둘걸.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남자의 곁에서 성장해가는 여인.
남주: 복잡미묘한 캐릭터의 대공. 완벽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먼치킨.
여주: 숨겨진 능력녀. 타의적 과부.
#성장물#사이다#달달물#판타지#악마#타락한천사

 
2화. 수상한 남편(2)
작성일 : 17-06-22 19:30     조회 : 393     추천 : 0     분량 : 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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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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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하우스 이후로의 남편의 행적을 좇는 것은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현장은 티파니가 될테니까.

 그보다는 어서 오늘 밤에 있을 파티 준비를 하는 것이 더 급했다.

 물론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유모 실비아뿐이지만.

 유일하게 온전히 내 편이라 믿을 수 있는 실비아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그 사람에게 여자가 있는 것 같아.”

 “뭐라구요?!”

 실비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러다가 누가 들을라 자신의 입을 스스로 막고는 목소리 톤을 낮춰 물었다.

 “여자를 만나는 장면을 직접 보신 건가요?”

 “볼 예정이야.”

 “그게 무슨 말인가요? 본 것도 아니시면서. 예정은 또 뭐구요?”

 난 낮에 커피하우스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실비아에게 얘기했다.

 그녀는 이야기 중간 중간 몹시 흥분했지만 이내 차분한 얼굴이 되어 단호하게 말했다.

 

 “거긴 가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아가씨.”

 “왜? 가서 확인을 해야지.”

 “확인하면요?”

 “확인해서 잘잘못을 따져야지.”

 “아가씨......”

 

 문답이 끝나자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따지고 난 뒤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까지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자작님과 사이만 더 멀어질 수도 있어요. 지금은 그래도 부인으로서의 품위를 지켜드리고 있고 또 존중해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면, 더구나 미행하고 감시받았다 생각하시면 어떻게 변하실지.”

 “잘못은 그 사람이 했는데 내가 그런 뒤 사정까지 생각해야해?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하고, 시정하고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가씨. 인생은 책대로 되지 않아요. 더구나 부부관계는 더더욱이요. 이 나라는 아직 남자들의 나라라고요.”

 

 그랬다.

 이 나라 아마다스 제국은 철저하게 남성 위주의 사회였다.

 남편의 외도를 증명할 경우, 법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하며 이혼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여자는 없다!

 만약 정말로 그를 법정에 세우고, 헤어지기를 원한다면 철저히, 또 신중하게 준비해야 할 문제이지 이렇게 무작정 현장을 덮치겠다고 찾아가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실비아가 염려하는 바를 이해한 내가 차분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이혼하려는 것은 아니야.”

 “후우. 다행이네요. 이 나라에서 이혼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요. 미망인과는 완전 다르다구요. 처음엔 바람 핀 남자를 비난하는 눈초리도 있겠지만 결국 투기나 하고 이해심 부족한 여자로 낙인 찍혀서 재혼은커녕 평생 손가락질받으며 살 가능성이 크다고요. 주인님이 아가씨를 다시 받아주실 리도 없구요.”

 

 여기서 주인님이란 나의 아버지 토마스 웨스트린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

 내 아버지 웨스트린 남작님께서는 절대로 남편의 재산을 등지고 이혼을 동의할 리 없었다.

 성공적으로 위자료를 받아낸다 하더라도 내가 후계자를 낳아서 그 재산을 몽땅 물려받도록 하는 것보다 절대로 많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어째야 한다는 거야? 모른 척 넘어가야 한다는 거야? 그렇다고 우리 부부관계가 호전될 것 같진 않은데 말야.”

 “이혼하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냥 덮고 넘어가시는 것이......”

 “유모!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리야?

 “사실 아직 뭔가 직접적으로 보신 것도 아니시지 않습니까. 단순히 유흥을 즐기시는 수준일 수도 있고, 사업에 관련된 비즈니스 파티일 수도 있잖아요.”

 “유모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내 촉은 틀림없어.”

 “기어이 오늘 밤. 그 요상한 파티장에 가시려는 거군요. 혼자서는 위험해요. 절대로 안 됩니다.”

 “잊었나 본데. 난 귀족가 영식으로 초대받은 거야. 밤에 나다니면 위험한 숙녀가 아니라.”

 “아가씨!”

 “걱정 마. 당장 뭘 어쩌려고 그러는게 아니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려는 거지.”

 “무슨 경우요?”

 “몰라 물어? 이렇게 계속 넋놓고 있다가 후계가 생기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 그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고 첩이라도 들일지 알 수 없잖아. 아니면 밖에서 낳아 오던지. 오히려 후계자를 생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이혼 당할 수도 있고. 그 모든 예상 가능한 상황에 대비책을 마련해두자는 거지.”

 “흐음. 그건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그런 억울한 상황이 온다면 내가 오늘 준비한 증거물이 틀림없이 결정적인 도움이 될 거야. 그때는 아버지도 함께 싸워주시겠지.”

 

 대화를 하다 보니 남편은 어느새 싸워야 할 적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더라’라고 일컬어지는 소문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실질적인 증거는 법정에서 효력이 아주 다를 것이다.

 시각적인 효과는 배심원단에게 더욱 신뢰감을 주겠지.

 커피하우스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작은 사이즈의 사진기를 구매했다.

 신문 기자들이 쓰는 것보다 휴대가 간편한 소형이면서도 촬영 시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판매자가 열을 올려 판매하던 물건이었다.

 그만큼 값도 비싸게 치렀지만, 오늘 밤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솜씨 좋은 실비아가 금세 검정색 가죽으로 얼굴의 반을 가리는 가면을 뚝딱 재봉질하여 만들어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점까지 점검해서 깜짝 놀라게 했다.

 “아가씨. 신분보호를 하는 파티니까 몸수색도 하지 않을까요? 무기나 사진기 같은 것을 소지한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서요.”

 “오오, 유모 완전 똑똑한데. 아마 그럴 거야. 이걸 어떻게 숨겨 들어가지?”

 “담배 케이스 안에 숨겨가면 딱일 것 같아요.”

 

 실비아가 준비한 담배 케이스에 내가 사 온 사진기가 맞춤인 양 딱 들어갔다.

 “호오~. 근데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거야? 아깐 가면 안 된다고 그렇게 펄쩍 뛰더니!”

 실비아가 씨익 웃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부비적 꺼내 들었다.

 맙소사.

 또 다른 가면이었다.

 “저도 함께 갈 겁니다.”

 “미쳤어? 유모 몸이 남자로 변장 가능할 것 같애?”

 

 나의 유모로 말하자면 40대 아줌마의 표본이다.

 펑퍼짐한 엉덩이와 풍만한 가슴, 통통한 손가락. 딱 봐도 절대로 40대의 남자로 보이지는 않는단 뜻이다.

 

 “제가 이 손으로 못해본 것이 없답니다. 초대장에 분명히 동반1인 입장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어요, 귀족들이 당연히 수행할 하인을 한 명은 동반하겠지요. 그리고 이건 저의 의무와 책임이기도 해요. 아가씨를 안전하게 보필하는 것.”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그 비장한 설명에 난 설득을 포기했다.

 사실 혼자 가기 조금 무섭기도 했고.

 “그나저나 이거 참. 흥분되네요.”

 실비아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왜 이래 유모. 우린 파티에 참석하러 가는 게 아니야. 이 성의 주인. 내 남편의 이중적이고도 구린 모습을 캐러 가는 탐정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물론이죠. 근데 아가씨. 생각해보세요. 이런 파티 언제 참석하신 적 있으세요? 소문엔 수많은 귀족 가의 젊은이들이 가면을 쓰고 즐긴다고 하던데. 이 아줌마가 언제 그런 별천지를 구경하겠어요.”

 

 그래. 아줌마만 그렇겠어.

 성인식을 치르자마자 이 블리디아 가문에 시집오느라 나 또한 젊은 나이에 제대로 된 파티에 참석해보지 못했다.

 결혼 후에 귀족 부인들과 어울릴 사교모임에 나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성격상 티 테이블에서 의미 없는 지루한 얘기들에 하하 호호 가식적으로 떠들어댈 자신도 없었다.

 재산이 많고, 계급이 낮은 귀족은 이용해먹기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딱 한 번 참석했던 사교모임에서 다른 부인들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경험한 뒤로는 더는 그런 모임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사실, 남편의 외도 상대도 궁금하지만, 그 핫한 가면무도회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자작부인이라는 유부녀 타이틀을 가지고 있더라도 난 이제 겨우 19살이었다.

 충분히 즐기고 싶은 나이.

 남편의 지극한 사랑이 곁을 함께 했다면 절대로 관심 두지 않았을 분야지만, 결혼 후 6개월.

 충분히 외롭고 따분한 일상이었다.

 

 묘한 기대감이 몸을 감싸며 떨렸다.

 이미 서로의 체온을 나누지도 않는 부부 사이에 새삼, 그에게 정부가 있다고 한들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괘씸할 뿐이지.

 

 “또 소문에 의하면, 불성실한 남편을 둔 많은 젊은 부인들이 가면무도회를 즐긴다고 들었어요.”

 “대체 그런 소문은 어디서 듣는 건데? 이 나라 아마다스제국의 귀족부인들을 싸잡아 험담하지 마.”

 

 이상하게 뉘앙스가 ‘아가씨도 즐기세요.’ 처럼 들려서 따끔하고 충고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불쾌하게 들리셨을 수도 있겠네요.”

 

 물론 실비아가 하는 말이 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마다스 제국이 보수적인 만큼 뒤로는 더 일탈을 즐기는 수위가 과감해지는 것이다.

 가면을 쓴 채 서로가 누군지 덮어놓고 밤새도록 노는 것이 유행이 된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남편이 그 지경으로 논다고 나가지 덩달아 그럴 수는 없다.

 난 그런 저속한 족속이 아니니까.

 

 새삼 성공률이 높은 배란일에 내가 했던 노력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클린턴의 얼굴이 떠올라 부아가 치밀었다.

 다시 내가 오늘 밤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여자에게 열심히 그것을 썼다면 잘라버려도 시원찮을 분노감을 떠올리자 머릿속이 차갑게 식으며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긴장과 떨림이 뒤섞인 표정으로 가면을 연신 써보는 실비아를 바라봤다.

 세상 누구보다 내 편이긴 하지만, 흥분을 잘하는 성격인 실비아가 심히 걱정된다.

 나는 남편의 외도 현장을 볼 마음의 준비가 되었지만, 나의 유모는 그렇지 않아 보였으니까.

 아니다. 나도 실제로 목격하게 된다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적어도 그 자리에 앉아서 엉엉 운다든가, 꼴사납게 소리 지르며 추태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 증거만 확보하면 조용히 나오는 거야.

 내가 거기 있었다는 것조차 절대로 모르게.

 그다음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그렇게 남편의 외도 현장의 증거를 잡으려는 어린 자작부인과 모시는 주인보다 더 흥분한 뚱뚱한 유모가 젊은 귀족 영식과 하인으로 위장하여 반짝이는 ‘티파니’ 간판 밑에 마차를 세웠다.

 출입구를 통제하는 덩치 큰 남자 둘 중 더 날카롭게 생긴 이가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초대장을 보여주십시오.”

 

 살짝 떨리는 마음을 감춘 채, 품속에서 마담 티파니에게서 받은 검은색 초대장을 내밀었다.

 내 얼굴과 뒤에 선 실비아를 번갈아 관찰하던 그가 고갯짓을 하자, 나머지 한 남자가 간단하게 옷 위로 몸수색을 했다.

 자켓 주머니에서 잡히는 것을 꺼내 들었다. 실비아가 준비해준 담배 케이스.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잠시 앞뒤로 케이스를 살피던 그는 별 의심없이 케이스를 돌려줬다.

 몸수색을 끝낸 남자가 날카로운 인상의 다른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드디어 ‘티파니’의 출입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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