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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스템
작가 : system
작품등록일 : 2017.6.21

어느미래. 부족한 자원과 많은 인구로 어려움을 겪던 인류는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성이 높은 삶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전산망의 지시와 관리에 따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인간에게 감정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었고 언어마저도 불필요한 것으로 잊혀집니다.
하지만 시스템 역시 완전한 존재는 아니어서 일부 선택된 인간으로부터 간혹 발생하는 에러를 수정받아야 하며,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인간은 시스템에 의해 선택된 유전자의 조합을 통해 태어나 기계어를 배우고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이 선택한 인간중에 사회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제멋대로인 인간이 나타나고 이 인간은 현재 사회질서에 의심을 품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왜 시스템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없어져버린 감정과 사고를 가진 자신을 만들어 냈는지 고민합니다.

 
시작
작성일 : 17-06-22 08:08     조회 : 329     추천 : 4     분량 : 6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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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지난날들을 기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곳에 사진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시스템에는 과거의 일들을 데이터로 만들어 저장하고 있지만, 시스템이 그것을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지난날을 거의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내가 뛰어난 유전자 조합을 통해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지만 나 역시 인간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사라진다. 그래서 첫 하루를 기억하고 두 번째 날 첫 하루와 두 번째 날을 기억하고 세 번째 날 다시 첫 하루부터 세 번째 날까지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지난 거의 모든 기억을 잊지 않고 가지고 있게 되었다. 물론 이것도 내 높은 지능 덕에 가능한 것이었다.

  내 처음의 기억은 인큐베이터 안 이었다. 내 옆으로 똑 같은 모양의 인큐베이터가 줄지어 서 있었고 이따금 아이를 돌보는 듯한 사람이 오갔다. 조용했다.

  이 곳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아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들이다. 이곳이 단지 직장이고 시스템의 계획과 가이드에 따른 일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기들은 태어나서도 태어날 때도 부모의 애정을 느껴볼 수 없었다.

  아기들은 시스템이 정기적으로 수집한 사람들의 정자와 난자 그리고 적절한 유전자의 재배열을 통해 배양실에서 만들어졌다. 이들은 지능이 너무 뛰어나서도 감정을 가져서도 안되었다. 지난 천년간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 온 사람들처럼 그냥 조용히 울지 않고 살아야했다.

  과거의 아기들은 울음을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배고프다고, 졸리다고, 기저귀가 젖었다고 울었다. 하지만 이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들은 잘 맞춰진 온도와 습도 아래 배고픔을 느끼기 전에 밥을 먹었고 졸림을 느끼기 전에 잠에 들었다. 감정 없이 태어난 아기가 무언가를 말할 필요도 울음을 터뜨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인형처럼 눈만 깜빡이며 누워있는 여느 아기들과는 유전자 조합부터 다르게 만들어져 태어났다. 최적화 되어 있는 인큐베이터의 환경은 나에게 안락했지만 또한 무료했다. 온도를 높이거나 낮춰 보고도 싶고 조금 더 습하기도 건조하기도 한 느낌이 궁금했다. 손을 뻗어 인큐베이터의 유리를 밀고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 팔을 휘휘 저어 보아도 나를 돌보는 이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주어진 일들을 할 뿐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아기들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쯤, 아기들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배우기 위한 장소로 보내졌고 나는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 이 곳이 앞으로 내가 일을 해야 할 곳이었다.

  이 곳에는 오늘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할아버지 한 명이 시스템의 에러 메시지를 읽으며 다시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었다. 내가 온 것을 알았겠지만 그가 하던 일을 할 뿐 나를 돌아 보지도 않았다. 난 그 할아버지 옆에 서서 할아버지가 하는 일을 지켜 보았다.

  할아버지는 시스템과 기계어를 통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아픈 곳을 보여 주듯 에러 메시지를 띄우면 할아버지는 “이렇게 하면 될까?” 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수정한다. 시스템이 할아버지의 수정작업에 만족하면 에러 메세지를 지웠고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는 다시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시스템의 기계어는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고 이 할아버지나 나와 같이 시스템이 선택한 극소수의 인간만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계어를 아는 사람들도 시스템과 대화할 뿐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움직였고 필요 없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함께 이 곳에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할아버지는 정해진 시간에 수명이 다하여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 시간에 맞추어 내가 준비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 곳에는 나와 시스템만이 남아 있다.

  내가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들여다 보며 의아했던 것은 모든 프로그램이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 이었다. 아무리 시스템이 나와 같은 운전원을 직접 선택하여 만들었고 이렇게 시스템에 의해 선택된 운전원이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수정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프로그램을 어떻게 수정하든 시스템은 나의 작업에 따라 수정되고 시스템이 관할하는 사회는 시스템의 가이드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럼에도 이 사회는 지난 천년 간 아무런 사고 없이 오히려 너무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어 지금까지 흘러왔다. 이미 시스템은 완벽하게 효율적인 상태였고 이 곳에서 일했던 운전원들은 단지 시스템이 가끔씩 띄워주는 에러를 처리하기만 하면 이 완전하게 효율적인 시스템은 계속 운영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운전원이 그 이외의 수정작업을 한다면 그것은 결국 시스템의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고 그런 행동을 운전원이 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오래 전 인간이 생존을 위해 가지고 있었던 여러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곳에 시스템과 둘이 남게 된 나는 하루 종일 시스템의 무수한 명령어들을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스템은 각 지역마다 하나씩 있어서 매시간 사회의 균형을 감시하고 명령을 내려야 하므로 시스템 화면은 항상 빽빽한 명령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높은 효율성에 대한 강박과 집착으로 가득 찬 이 사회에서, 재미 있게도 시스템은 비 효율적인 명령어를 사용한다. 시스템의 모든 명령어는

 ‘시스템은 사람을 죽여서도 수를 조정해서도 안되며 외부의 명령 없이 주어진 명령을 스스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 수 없다’

 라는 가끔은 본 명령어보다도 더 긴 머리말을 붙이고 있었다. 이 명령어로 인해 시스템은 최초에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와 현재 운전원이 입력한 명령어들을 조합하여 사용할 뿐이었으며, 새로운 명령어가 필요하거나 수정이 필요할 때면 운전원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왜 이런 불편한 명령어를 만들어야만 했을까? 그리고 시스템은 왜 이 필요 없는 명령어까지 내게 다 보여주는 것일까?’

  시스템이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명령어이고, 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기계어는 수정이 필요할 때에 따로 열어서 보게 되어있다. 그래서 실제 명령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런 긴 머리말을 굳이 시스템이 보여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이 곳의 생활은 인큐베이터 안에 갇혀 있을 때와 비교하면 제법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시스템의 명령어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스템 개발자에 대해 그리고 지난 천년 간의 운전원들에 대해 어떤 사람이었을까 추측해 보게 된다. 운전원들의 수정 작업은 참으로 한결 같아서 별 재미가 없었지만 처음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는 분명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다.

  아마도 시스템은 지난 천년 그리고 더 오래 전의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스템은 사회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정확한 균형과 최적의 효율을 맞추어 나간다. 그리고 시스템이 최적의 효율을 판단하는 방법은 과거와 현재 데이터들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본다면 시스템 개발자에 대해서, 지나온 수많은 운전원들에 대해서 가졌던 많은 궁금증을 풀 수 있겠지만, 시스템은 명령어들과는 달리 수집한 데이터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데이터를 비교하는 것은 시스템의 일이었고 운전원의 일은 수정이 필요한 명령어를 고치는 것이었다. 내가 데이터를 보는 것은 그냥 쓸데없는 일이고 이 사회의 운영에 아무 도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흥미로웠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단조롭게 느껴지며 나는 다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처럼 답답함을 느꼈다. 밖으로 나가 보고 싶었지만 내가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할아버지가 죽었을 때 드나 들었던 문은 그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나는 단지 조금 더 넓은 인큐베이터로 들어 온 것이다.

  이 답답한 공간을 만들고 나를 이 곳에 가둔 것은 시스템이 아니고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일 것이다. 아마도 시스템 개발자는 최초의 운전원이 되어 스스로도 이곳에 가뒀을 것이다.

  ‘내가 시스템 개발자였다면 이 곳을 조금 더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시스템의 명령어를 아무런 제약 없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어온 곳의 문을 내 스스로는 열 수 없지만 시스템에 저 문을 몇시에 열 것인가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그 일을 대신 해줄 것이다. 명령어는 대상, 행동,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스템을 통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문을 여는 것은 사회의 생산성에서 보면 아무런 쓸모 없는 일이고 이로 인해 시스템은 화면을 에러 메시지로 가득 채우겠지만. 에러 메시지야 나중에 지우면 그만이니까.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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