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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기타
조선무장(朝鮮武將)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3.23

퓨전 역사무협물에 가깝습니다.

 
제1권 서장 그날
작성일 : 16-03-23 16:33     조회 : 854     추천 : 2     분량 : 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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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朝鮮) 태조 7년(1398년)

 명(明) 건문제 즉위년

 

 송현방

 취월당

 

 ‘너무 늦었다.’

 삼봉 정도전은 찻잔을 집어 드는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방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방금 전인데 저택은 벌써 방원과 그의 수하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사방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멀리서 듣기만 해도 가슴을 떨게 하는 비명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정말 늦은 것이다.

 그는 정자 너머로 보이는 새벽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초연한 눈빛이다.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소싯적 꿈꾸었던 모든 것을 이룬 그였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

 그 아쉬움이 자신의 손끝을 떨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원을 몰아내고 중원을 장악한 명태조 홍무제 주원장이라는 버거운 거인과의 첨예한 마찰도 불사하며 추진했던 대업(大業).

 ‘요동 정벌....고토(古土)의 회복이 눈앞에 있었거늘.....’

 찻잔을 내려놓은 정도전은 옷을 추스르며 일어나 동남방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다.

 일배...또 일배....

 ‘전하, 이제 신(臣)의 운이 다해 더 이상 전하를 뫼실 수 없을 듯하니 죄만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어찌 신하된 도리라 말할 수 있으리이까. 하지만 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없사오니 해량하여 주시옵소서. 신은 뜻을 꺾고 구차한 삶을 영위하기를 원치 않나이다. 부디....부디....옥체보중하시어 뜻을 이루시기를.....’

 정자의 바닥에 이마를 댄 정도전의 눈가로 소리없이 눈물이 흘렀다. 피의 바다로 표현되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그 험난한 과정에서도 흘린 적이 없었던 눈물이었다.

 ‘전하.........!’

 격정으로 들끓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정도전은 눈물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의 숙원인 요동정벌과 고토회복은 또한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꿈이 아니던가.

 비록 세(勢)가 여의치 않아 사대(事大)를 국시로 조선을 세웠으나 고토를 회복하고자 하는 꿈을 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 이성계와 그였다.

 하지만 지금 대문밖에 있는 이방원은 요동정벌을 반대하는 자들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인물.

 이성계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 아래 현재의 조정을 장악한 그가 제거되고 방원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안타까움에 정도전은 목이 메어 왔다.

 이방원은 걸출한 인물이었다. 정도전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원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컸고, 그에 반해 꿈은 너무 작았다.

 왕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 잡혀 조선의 미래를 포기한 인물. 방원의 꿈은 조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더구나 방원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피의 투쟁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 하고 있었다. 역사가 말해주듯 이렇듯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내부의 반란을 우려해 외부로 눈을 돌릴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성계는 달랐다.

 원과 왜구에 의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은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에 혈안이 되었던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운 후에도 요동정벌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였다.

 그러나 그의 아들인 이방원의 능력은 국내를 관리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외부로의 진출은 벅찼다.

 이성계와 이방원의 그릇은 그렇게 차이가 컸다.

 정도전은 무릎을 꿇은 채 허리를 폈다.

 ‘아아.....거친 바람과도 같은 인생이었다....’

 정도전은 자신과 이성계가 함께 꿈꾸었던 대업이 한바탕 일장춘몽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

 

 繰存省察兩加功(조존성찰양가공)

 내 몸을 바로잡고 세상을 살피는데 공력을 다했고

 不負聖賢黃卷中(부부성현황권중)

 책 속에 담긴 성현의 말씀을 저버린 적이 없었노라

 三十年來勤苦業(삼십년래근고업)

 삼십 년 긴 세월의 고난 속에 쌓아온 업적이

 松亭一醉竟成空(송정일취경성공)

 송현방 정자 한 잔 술에 헛되이 사라졌네.

 

 시를 읊는 그의 음성은 담담하다. 그러나 그 시에 흐르는 피를 토할 것 같은 처절함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의 두 눈이 차분해졌다.

 어느새 눈물도 그쳐 있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남아로 태어나 나를 알아주는 주군을 만났고, 꿈꾸었던 것들을 이루며 후회 없이 살았다. 그로 족하지 않겠는가....’

 고즈넉하던 그의 얼굴에 문득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녀석이 있었다면 방원도 저리 쉽게 움직이지는 못했을 텐데......아니, 이미 대세가 기울었으니 그 녀석이 있었다 해도 어려웠을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여 떠나지 않겠다던 녀석을 억지로 보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오히려 다행이로구나......’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나와 같은 꿈을 꾸던 녀석.....나는 대륙에서 네 지닌 바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미안하구나, 오늘이 지나면 넌 도망자가 될 것이다. 평소에도 널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방원이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터.....대륙을 질타하는 무장(武將)을 꿈꾸던 너를 도망자로 만든 것이 마지막 가는 내 마음의 유일한 짐이로다.....’

 정도전의 생각은 여기까지였다.

 정원에 깔린 돌을 밟으며 그를 향해 힘차게 걸어오는 냉혹한 눈매의 장년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방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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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권 서장 그날 2016 / 3 / 23 855 2 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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