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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워스트셀러 - 외설작가 아가씨
작가 : 미르지기
작품등록일 : 2017.6.20

사릴 카리즈 공작 영애, 제국에 단 두 개 뿐인 위세 높은 공작가의 외동딸.

그런 그녀에겐 남들과 다른 비밀이 하나 있다. 그녀가 작가라는 것이었다.

사릴 카리즈는 야한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얼굴이 홧홧해질 정도로 달아오르는 문장과 전개. 그게 그녀의 자랑이자 특기였다.

 
3. 해명해보시죠......네?
작성일 : 17-06-21 13:27     조회 : 296     추천 : 2     분량 : 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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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사릴의 시녀, 앤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사릴은 방을 서성이다 재빨리 문을 열어주었다. 앤은 무언가 일탈을 벗어난 기분에 한껏 상기된 듯, 얼굴이 발개져 있었다. 사릴은 그런 그녀를 비웃으려 했으나 일단 용무가 더 급했다.

 

 “그래, 그래! 뭔가 알아낸 것 있어?”

 

 그러나 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숨을 고르고 뜸을 들였다. 사릴은 기다리다가 답답해서 앤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왜?”

 “아가씨.”

 

 앤의 목소리가 진중해졌다. 그래봤자 사릴보다 어린 소녀다. 목소리를 아무리 깔고 분위기를 잡아봐도 귀엽다, 이외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들었다. 사릴은 저도 모르게 앤의 볼을 꾹 잡아당겼다.

 

 “안테아 님을 갑자기 미행하라 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왜 물어?”

 

 찔리는 게 있어, 사릴은 제법 큰 소리를 냈다. 앤은 약간 움찔하더니 말을 흐렸다.

 

 “아니, 안테아 님을 미행하라 한 건 이해하겠는데......”

 “이해하겠는데?”

 “약점을 찾아오라니요.”

 

 앤의 표정은 무언가 못 볼 것을 본 것이었다.

 

 “왜, 왜. 뭐가 문제니?”

 “아닙니다.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아니, 안테아를 밀착 감시하면서 그 얼굴에 빠진 표정인가. 사릴은 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음, 볼에 홍조를 띄고 있고. 내 명령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군. 그건 곧 안테아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뭐, 그 인간이 잘생기긴 했지. 사릴은 안테아를 떠올려보았다. 얼핏 보기엔 어느 잘 나가는 귀족 집안의 자제 같이 생겼다. 상처 하나 없는 얼굴이나 단정한 갈색 머리, 무인치고 새하얀 피부.

 

 그러나 사릴은 가끔 변하는 그의 눈빛을 보았었다. 그건 분명 사람을 많이 죽여 본, 죽고 죽이는 곳을 누벼온 사람이 가질 법한 눈동자였다.

 

 두고 보자, 안테아. 사람 잘못 봤어. 내가 반드시 그 입을 다물게 한다. 사릴은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주로 그녀에게 열심히 비는 안테아의 모습이었다.

 

 사릴은 그 모습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그게 무서워 보였는지 앤이 눈에 띄게 몸을 빼는 게 보였다.

 

 “아가씨, 그런데 제가 본 것 같아요.”

 “뭘?”

 

 앤은 말했다.

 

 “안테아 님의 약점.”

 

 사릴은 반색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을 듣고 조금 주저했다.

 

 “따돌림?”

 

 무슨 애들도 아니고. 기사씩이나 되는 자들이 한 사람을 따돌린다고? 사릴은 예상치도 못한 ‘약점’에 놀랐다.

 

 “네. 틀림없어요. 제법 뚜렷하게 들었는걸요.”

 “내가 직접 보기 전까진 믿지 못하겠는데.”

 

 앤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사릴은 앤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환상을 가지진 않았다. 앤은 좋은 시녀였고 친구였지만 누군가를 살피는 일은 처음이었다.

 

 “가자!”

 

 사릴은 앤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해 봐야겠어. 앤은 얼떨떨하게 그녀에게 끌려나왔다. 그게 잘못된 판단이라는 걸 깨닫는 데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

 

 미쳤지. 안테아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좌우를 확인했지만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방안에도 아무도 없을까? 그러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테아는 심호흡을 했다. 마치 철없을 적 부모 몰래 나쁜 짓을 하는 느낌이었다. 또는 처음 야한 것에 눈을 뜨는 소년 같은 모습이라고 봐도 좋다.

 

 자괴감이 앞섰다. 죽는 순간도 아닌데, 죽기 전에야 잠깐 스친다는 주마등이 스치는 느낌이었다. 기사로서의 명예, 그 전에 무인, 용병으로 갖추어 왔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궁금해.’

 

 안테아는 침을 삼켰다. 용병 시절엔 책이란 것을 접할 수가 없었다. 기사가 된 이후에 교양이라는 이름의, 학대 같은 독서를 당했지만 역시 친숙해지지 않았다. 그마저도 전술서나 역사같은 종류였다. 소설이라는 것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뭐라고 할까. 솔직히 선입견을 싹 지우고 사릴의 글만을 평가한다면 그녀는 재능이 있었다. 단번에 끌어당기는 분위기와 툭툭 치고 나가는 대화, 야릇하게 이어지면서도 결코 천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묘사.

 

 안테아는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대답은 없었다. 안테아는 잠시 망설이고 또 멈춰 섰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명예를 따지기엔 너무 늦었다. 만약 안에 사릴이 있다면 그것도 낭패이고, 없다면 역시 민망한 일일 것이다.

 

 안테아는 방을 살펴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은 향기가 은은하게 배여 있었다. 그 소설을 볼 때는 몰랐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어지는 일이었으니, 주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안테아는 천상 여자는 여자구나, 하는 감상을 하고 있었다.

 

 사릴의 책상에는 책 두어권이 놓여 있었다. 저번에 그 노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책상으로 다가섰다.

 

 그 때였다. 안테아는 순간적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다. 대낮의 햇빛에 반사될 것이 있나 살폈다. 그러나 빛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인위적인 것이었다. 안테아는 빛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건 책이었다.

 

 마법인가. 안테아는 한 걸음 멀어졌다. 반사적인, 무의식적인 행위. 안테아가 유별난 것이 아니었다. 무인이라면 응당 경계해야 하는 게 마법이라는 존재였다. 물리 법칙을 무시한 파괴력. 그 위력을 몸소 겪어 본 안테아였다.

 

 그러나 별다른 일은 없었다. 책은 계속 빛을 내기만 할 뿐이었다. 망설이던 그는 손을 뻗어 책을 집어 들었다.

 

 “뭐하세요?”

 

 책이 말을 한 거야? 안테아는 놀랐다. 그리고 곧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그 목소리는 누군가와 너무 흡사하다는 것. 둘째, 그 목소리는 책에서가 아닌, 등 뒤에서 들려온다는 것.

 

 안테아는 몸을 돌렸다. 끼기긱, 하고 경직된 근육이 움직이는 소리가 날 것 같았다. 그만큼 긴장했다.

 

 묘한 표정을 지은 채, 사릴 카리즈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흠, 뭐라고 할까. 이상한 취미시네요?”

 

 대답하지 못했다. 안테아는 웃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입꼬리를 잡아 올렸다. 사릴의 표정은 한결 더 싸늘해졌다. 역효과다.

 

 “안테아 경.”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다가왔다.

 

 “해명해보시죠.”

 

 당했던 그대로, 그녀는 갚아주고 있었다.

 

 --

 

 당황했다. 그 다음엔 웃었다. 그리고 화가 난 척 했다. 사릴은 득의양양해졌다. 이렇게 운 좋게 얻어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앤과 함께 방을 나선 사릴은 순간 생각났다. 오늘은 ‘그 날’이었다. 안테아에 대한 생각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앤이 의아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아가씨, 왜 그러세요?”

 “아아, 아니야.”

 “어디 안 좋으세요?”

 

 큰일이다. 사릴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앤의 팔을 붙들었다.

 

 “앤, 나 중요한 날이라는 걸 깜박했어.”

 

 앤은 고개를 기우뚱하다, 잠시 생각하다 이윽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앤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응?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잘 처리하고 오세요.”

 

 뭐지, 이건. 사릴은 순간 앤이 뭔가를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앤의 착각이었다. 사릴은 자신의 방에서 뭔가를 꺼내 쥐어준 앤을 보며 그녀가 왜 얼굴을 붉혔는지 알 수 있었다.

 

 앤은 사릴이,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씩 걸리는 마법의 날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였다. 사릴의 얼굴도 더불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앤은 손을 살랑 흔들며, 눈을 찡긋해보였다. 나름대로 신경써준다고 하는 모양새라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일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사릴은 급하게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인기척을 느꼈다.

 

 “아가씨.”

 

 사릴은 웃음을 삭히고 표정을 굳혔다. 안테아는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며칠 전의 그 차가운 기사님과는 영 딴판이었다.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이 남자는 왜 또 내 방에 들어온 거지?

 

 애초에 사생활을 무척이나 신경 쓰는 그녀였다. 그녀의 방은 일종의 성역으로,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건 어머니와 그녀의 시녀, 앤 정도밖에 없었다.

 

 공작조차 한 달에 한 번 방문할까 말까 하는 곳이 사릴의 방이다. 그런데 이 남자, 그 동안 대화 한 마디 못 나누어 본 기사가 며칠 새 두 번이나 들어온 거였다. 그것도 무단침입으로.

 

 “아니, 변명하려면 말하지 마시고.”

 “아니, 아닙니다.”

 “그래요? 또 아버님께서 날 찾으셨나요?”

 

 그런 게 아니란 것은 사릴도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안테아는 눈에 띄게 안색이 바뀌었다.

 

 “......아닙니다.”

 

 안테아는 힘겹게 입을 떼었다.

 

 “그럼요?”

 “그, 소설.”

 

 사릴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으로 치고 나오는 거야, 기사님? 설마 협박하려고?

 

 “협박해도 소용없어요. 그것과 숙녀의 방, 그것도 ‘내’ 방에 무단 침입한 죄는 별개니까요.”

 “그게 아닙니다.”

 

 안테아의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 사릴이 뭐라고 하기 전, 그는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 소설, 현재 쓰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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