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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스템
작가 : system
작품등록일 : 2017.6.21

어느미래. 부족한 자원과 많은 인구로 어려움을 겪던 인류는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성이 높은 삶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전산망의 지시와 관리에 따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인간에게 감정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었고 언어마저도 불필요한 것으로 잊혀집니다.
하지만 시스템 역시 완전한 존재는 아니어서 일부 선택된 인간으로부터 간혹 발생하는 에러를 수정받아야 하며,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인간은 시스템에 의해 선택된 유전자의 조합을 통해 태어나 기계어를 배우고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이 선택한 인간중에 사회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제멋대로인 인간이 나타나고 이 인간은 현재 사회질서에 의심을 품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왜 시스템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없어져버린 감정과 사고를 가진 자신을 만들어 냈는지 고민합니다.

 
연습
작성일 : 17-06-21 02:25     조회 : 517     추천 : 4     분량 : 2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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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동물제어기는 바다에 떠다니며 인간과 해양동물의 경계를 나누어 서로의 생활영역이 충돌하지 않게 조정한다. 인간이 해양동물의 영역에 침범하는 일은 없으므로 주로 해양동물이 고유 영역을 벗어날 때 음파를 쏘아 그들의 머리를 돌리게 한다. 해양동물제어기의 수가 몇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GPS정보에 따라 일정한 구역을 돌며 해양동물을 감시하고 제어한다.

  나는 지금 그것을 타고 돌고래 무리를 쫓고 있다. 근사한 보트를 타고 바다 위를 달렸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엔 나 말고는 보트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본 사람조차 없을 것이다. 인간이 기계어를 배우고 인간의 언어를 잃어버린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니 보트란 단어가 없어진 것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하물며 취미생활로 바다에서 보트를 탄다고 하면, 사람들은 도통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 취미생활에 관심을 가질 사람 역시 없겠지만.

  해양동물제어기가 돌고래 무리의 후미를 잡았을 때 나는 풀쩍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사실나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으로부터 말이다. 그런 나에게 돌고래는 훌륭한 수영 선생이 되었다. 허리를 부드럽게 튕기며 움직여 추진력을 얻고, 중간 중간 호흡을 하며 수영하는 방식은 인간인 내가 따라 하기에 꽤나 적합한 것이었다. 특히 물 깊은 곳에서 수면까지 오르내리는 그들의 수영 습관은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기에 더 없이 좋았다. 그렇게 틈 날 때마다 이곳에 와서 관찰하고 연습하다가 이제는 나의 수영선생인 돌고래들을 쫓아 물살을 헤치고 있었다.

  힘껏 발을 차는데 정신이 팔려서였을까? 눈앞에 있어야 할 돌고래 무리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멀리 헤엄쳐 갔나? 그렇게까지 빠른 녀석들은 아닌데?’

 난 의아하고 한편 아쉬운 마음에 물살을 저었던 팔과 다리를 잠시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순간 묵직한 덩치의 돌고래들이 내 주변으로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투른 수영실력으로 드디어 나를 가르쳐 온 돌고래들을 따라 잡은 것이다. 난 다시 힘껏 발을 차기 시작했다. 내가 마치 돌고래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것 마냥 내 눈 앞으로 떠올랐다 다시 물 속 깊이 숨어들어가는 돌고래들을 넋을 놓고 보다가, 다시 뒤처질세라 부지런히 손과 발을 놀려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이 녀석들, 매끄러운 피부를 가졌구나’

  물 밖의 세상은 잊은 듯 돌고래와 섞여 헤엄치던 나는 매끈한 돌고래의 피부를 향해 손을 뻗다 이내 멈추었다. 아마도 보통의 인간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위험에 대한 공포가 내게 무언가의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내 눈을 가득 채우던 돌고래의 매끈한 피부대신 길쭉하게 갈라진 부리 사이로 자잘하지만 날카로워 보이는 이빨이 내 시선에 각인 되듯이 박혀 들어왔다. 시간은 멈추었고 내 몸은 돌처럼 차가워졌다.

  “뭐가 무서워? 내가 너를 죽일 것 같아서?”

  물 속으로 사라져 가는 줄로만 알았던 돌고래 무리 중 한 마리가 나를 돌아보며 웃고 있었다. 길게 갈라진 주둥이 사이로 자잘한 이빨들을 보이며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이 무서우면, 네가 먼저 나를 죽이면 되지 않아? 그게 어려운가?’

  차갑게 굳어 있던 내 몸은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었지만, 난 그렇다고 생각했다. 쉬운 결론인데, 내가 단지 수영을 배우지 못해서 못했던 것처럼 생각해보지 못한 결론이었다.

  ‘죽여도 되는구나’

  난 몸이 풀리듯 물 밖으로 솟구쳐 나와 해양동물제어기에 올라 타고는 한쪽 철제 프레임을 뜯어냈다. 내가 타고 있는 어설픈 보트처럼 보잘것없는 부러진 작대기를 들고 나는 다시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해서, 나를 보고 기분 나쁘게 웃어서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아무도 내게 무언가를 죽이면 안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내게 무언가를 죽여도 된다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수영을 할 때처럼 작대기를 든 팔을 힘껏 내지르자 돌고래의 매끄러운 뱃가죽이 찢어지며 검은 피가 물컹물컹 쏟아져 나왔다. 죽음이다. 팔을 내지를 때마다 물에 엉겨 쏟아져 내리는 핏덩어리 속에 다시 두번, 세번 죽음과 죽임을 보며 배웠다.

  ‘이렇게, 무언가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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