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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삼도천에 피는 꽃
작가 : 최은
작품등록일 : 2017.6.15

왕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녀이기도 했던 단화.
그녀의 생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삼도천에 피어오른다.

 
#2
작성일 : 17-06-21 00:12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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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물음을 들은 점원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지금 단화 아씨라고…….”

 “아니, 아니! 아닙니다. 진짜,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확신을 얻고자 다시 되물었지만, 점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휘휘 저었다.

 너무나도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에, 호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의심이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어찌 다들 말을 그토록 아끼는가. 이 마을에는 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언급조차 꺼리는가.

 호원은 속으로 연결고리를 하나하나씩 짚어갔다.

 그리고 점원이 도착했다며 문을 열 때, 호원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짐은 이곳에 두겠습니다. 혹시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신지요?”

 “없습니다.”

 그 후, 돌아가 보라고 손짓하던 호원은 아차하며 점원을 다시 세웠다.

 점원은 호원에게 다 들리는 지도 모르고, ‘아이고 큰일 났네.’라 중얼거리며 간신히 호원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나와 동행하던 이가 주막에 오면, 곧 나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 전해주시겠소?”

 “아…… 알겠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동공을 세차게 흔들던 점원은 호원의 말을 들은 후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황급히 추스르고 벗어나는 뒷모습에, 호원은 헛웃음을 흘렸다.

 “참으로 이상하구나.”

 그리고 호원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상하다 생각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호원은 빨리 마을로 다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방으로 들어가 짐을 묶은 끈을 풀었다.

 끈이 자꾸 풀어지기에 조금 꼼꼼하게 묶었더니 다시 풀어낼 때가 힘들었다.

 호원의 미간이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그는 자신의 지금 상태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지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먼지나 흙 따위가 옷에 앉아 있는 것이 언뜻 보였다.

 ‘내가 긴 여행을 하고 있긴 하나보구나. 이리 옷이 더러워졌는지도 모르고.’

 호원은 밝은 푸른색의 겉옷을 벗고는 약간 어두운 색감이 도는 것으로 갈아입었다.

 짐 속에서 머리띠가 보였지만, 굳이 지금 이곳에서 할 필요는 있겠는가 싶어 짐 속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 대신 허리끈을 하려하는 와중,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시나요?”

 “무슨 일이오?”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물을 떠왔는데 드시겠습니까?”

 “손님에게는 곧 가겠다 전해주고, 물은 문을 열어 방에 넣어주시오.”

 여자아이는 알겠다고 말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물을 방에 놓기 위해 방 안쪽을 바라본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짙은 흑발이 곧게 정리되어 날개 뼈에 닿을 듯 말듯하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짙지만 날카롭게 정리된 눈썹과 길고 부드럽게 휘어져 있는 속눈썹이 지근거리에 있어 아주 잘 보였다.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눈을 지나면 쭉 뻗은 콧대와 성정을 그대로 알 수 있는 꽉 다물린 입술.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면 한 눈에도 귀한 신분임을 예견하게 하는 재질의 천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길지만 선이 굵은 호원의 우아한 옆태는, 여자아이에게 있어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단단하게 느껴지는 체격이 소녀의 얼굴이 붉어지게 만들었다.

 “핫.”

 여자아이는 호원이 허리끈을 매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 저 혼자 화들짝 놀라하며 급히 물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소리치듯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호원은 소녀의 행동을 보지 못했기에,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를 듣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나, 이미 바깥에서는 소녀가 달음박질을 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대체 이 마을은 뭐가 숨겨져 있기에 이러는 거지?’

 호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으나, 그의 의심이 짙어지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허리띠를 다 맨 호원은 방 문 근처에 놓인 물그릇을 들어 마셨다.

 한 번에 깨끗이 마시고는 입가에 묻은 물을 닦는데, 짐들과 함께 있으나 홀로 존재감을 빛내는 검이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검집에서 검을 뽑아낸 그는 차갑게 빛나는 검의 날을 바라보았다.

 처용이 친히 검술을 하사한 화랑.

 그리고 그런 처용이 만들어 준 검.

 이 검에는 상서롭고 신비한 영물인 해태가 새겨져 있었다.

 이지적이고 해악을 물리치는 해태를 그린 처용은,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 예견한 것 같았다.

 검은 제 빛을 내기위해 수천 번, 수만 번 두드려졌다.

 완성된 후에도 상하지 않게 수시로 닦았다.

 화랑의 정신적 동반자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화랑이 존재함을 증명하고, 왜 존재하는 지 의미를 부여하는 검이었다.

 호원의 손에 쥐어진 검은 의미가 컸다.

 호원은 화랑신검을 바라보며 낮게 읊조렸다.

 “공주 또한 어서 찾아야 할 것인데…….”

 조용히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은, 지금껏 공주를 찾아왔던 화랑으로써의 호원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점원과 같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자 평상 한 곳에 축 처져있는 관리가 보였다.

 일이 있다하여 잠깐 보낸 것인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돌아와 있었다.

 호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일이 있다한 것은 다 보고 온 것이냐?”

 관리는 냉큼 일어나 호원을 반기며 말했다.

 “아, 예. 일이 빨리 해결되어 빨리 돌아왔습니다. 채비는 다 되셨습니까?”

 “그래, 다 준비 되었다. 헌데, 자네는 따로 짐이 없지?”

 호원은 관리의 덩치가 제법 큼을 새삼 느꼈다.

 하여 자신이 들고 있던 짐을 관리에게 미루었다.

 “이것 좀 들어주게.”

 “어…… 예? 아니, 잠깐…….”

 “어차피 자네는 짐도 없지 않은가. 좀 들게.”

 관리가 어버버하고 있는 사이, 호원은 먼저 주막을 나섰다.

 관리는 엉겁결에 짐을 받아들고 호원을 따라 왔는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온갖 구시렁거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듣다 못한 호원이 말했다.

 “쉬, 나도 들고 있는데 그만 좀 말하지.”

 “짐의 양을 보시고서 그 말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관리는 호원과 비교해서 월등히 많은 짐을 들고 있었다.

  억울하지만 상대가 그였기에 더 이상 그 말은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호원은 어깨가 아프다는 둥, 이러다 살이 빠지겠다는 둥. 은근한 관리의 불평불만을 뒤에 깔아두고선 마을을 쭉 둘러보았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호원은 목적이 있어, 보통 이들보다는 좀 더 세심히 마을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묘한 위화감 하나를 느꼈다.

 여러 마을을 다니면서도 익히 보았고, 일반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통념으로도 각 마을에서는 ‘처용부’를 쉬이 찾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 마을에는 단 하나의 처용부도 보이지 않았다.

 “자네 혹시 이 마을에서 처용부를 본 적이 있는가?”

 연신 마을을 둘러보던 관리가 호원의 물음에 자연스레 답하다 멈칫했다.

 “처용부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어디든…….”

 관리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나 역시 하나도 보지 못했다. 마을에서 없는 집을 찾는 게 더 어려울 터인데, 어찌 이곳에서는 있는 집을 더 찾기가 어려운 것일까.”

 나라에 역신이 돌아다닌다하여 집에 붙여놓는 것이 요즘 들어서 더 많아진 추세인데,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니.

 의문은 더해가지만 오히려 해답에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용부가 없는 이유를 알아내면 이 마을에 대해서도 조금 알 수 있지 않을까,

 호원은 그 생각을 하며 관리에게 물었다.

 “좀 전의 나무 밑에 있던 사람들, 기억하는가?”

 “예, 물론입지요.”

 “그 나무는 마을 들어오는 길에 있었지?”

 “그렇습니다. 혹시 그들에게 물어볼 생각이십니까? 대답을 꺼려하는 듯 하던데…….”

 관리의 망설임이 묻어난 대답에, 호원은 그것을 무시하고 거침없이 발걸음을 뻗었다.

 “그래도 주막을 알려준 사람이 있지 않았나. 그리고 그곳에서는 다들 술을 마시고 있었지. 아마 지금쯤이면 태도들이 꽤나 달라졌을 것이야.”

 “과연, 그리고 사람이란 것이 술이 들어가면 입도 자꾸 제멋대로 놀기 마련이니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 보다는 쉽겠습니다.”

 관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 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발걸음을 함께했다.

 호원은 무슨 일로 의욕이 넘쳐 보인다 싶어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는 연신 입을 다시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호원은 잠깐이나마 기대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곧이어 나무 밑에 들어선 호원은 평상위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아까 전 자신이 보았을 때보다 얼굴이 더 발개지고 목소리도 높아져 있었다.

 말실수가 나올 것을 기대해도 될 것 같았다.

 호원은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디, 술은 맛있습니까?”

 기분 좋은 표정의 주민이 뒤돌아보며 답했다.

 “아무렴, 맛있고 말고……. 음, 아까 전 귀객이 아니오? 또 왜 왔소?”

 생각 외로 그들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호원을 경계했다.

 호원은 천천히, 그리고 조금은 친근하게 굴며 물었다.

 “몇 가지 물을 게 있어 그러는데, 이번 것도 답해주지 않으시렵니까?”

 “그건 듣고 결정할 일이지.”

 “감사합니다. 물을 건 다름이 아니라, 이 마을에는 다른 마을과 달리 처용부가 존재치 않던데, 혹시 그 이유를 좀 알려주실 수 있는가 해서 그럽니다.”

 사근사근 굴며 호원이 물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 뿐이었다.

 입은 벌어졌지만,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없고 대신 술이 입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말실수를 기대했건만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궁금한 것을 안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니, 호원은 다른 것도 물어보았다.

 “그것이 어려우면 되었고, 혹시 단화 아씨라는 분이 어떤 분인지는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점원의 말실수에서 얻은 말인데, 아주 정곡을 찌른 듯하였다.

 마을 사람들의 안색이 한순간 잿빛처럼 어두워졌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호원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단화 아씨가 실마리의 중심임을 확신했다.

 하나, 확신을 하면 무엇 할까.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본인들이 술이 들어가 말실수할 것이 예상이 되는 지, 마을 사람들은 아예 입을 열지도 않았다.

 몇 번을 다시 물어보아도 묵묵부답이었다.

 호원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민 끝에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말이든 편한 상대면 조금 더 술술 나오기 마련.

 그저 묻는 것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들과 친해져,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알아내어야만 했다.

 호원은 평상의 남은 자리에 걸터앉았다.

 “제가 오늘 마을에 왔습니다.”

 “그렇지.”

 “그것도 강을 타고 왔지요. 오는 길의 강변에 깔린 모래가 마치 금과도 같았습니다.”

 “그렇지,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지.”

 그저 마을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도, 마을 사람들은 안색을 바꿔 쉬이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호원은 이들이 참으로 까다로운 이들이며, 동시에 마을에 애정이 가득한 사람임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까다로움과 애정이 만나서 본인이 이리 고생하고 있음도 깨달았다.

 “후, 그리고 강 중간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칼로 베어낸 듯 절벽이 아름답게 있었지요. 그리고 조금 길게 자란 풀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새들이 노래를 하니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허허, 그렇지. 참으로 그림 같지 않던가?”

 “말이 필요 없을 정도였지요.”

 그러던 중 호원은 문득 함께 왔던 관리가 무엇을 하고 있나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어이없는 광경에 질끈 눈을 감았다.

 “어휴, 너무 맛있네요.”

 “여기 음식들이 다 맛있다니까. 자네도 처음 왔나?”

 “아니요. 몇 번 와보긴 했는데 이리 오래 머무른 적은 처음입니다.”

 관리는 먹거리만 실컷 탐하고 있을 뿐이었다.

 호원은 관리에 대한 신경은 끄고, 다시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마을 외곽을 돌았는데…….”

 천천히 호원은 그들의 다물린 입을 열기 위해 다가가고 있었다.

 호원이 하나하나 마을의 아름다운 광경들을 되새기며 입에 담자,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이들은 경계심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마을 사람들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고, 호원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들으려 애썼다.

 마치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호원과 마을 사람들은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깊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여기, 먹을 거 들고 왔어요.”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바구니를 내밀고 있는 소녀는, 나무 밑 평상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을 한순간에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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