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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3. 13일의 사신 (1)
작성일 : 17-06-21 00:00     조회 : 427     추천 : 1     분량 : 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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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가온은 입을 삐죽였다. 가야금을 뜯는 내내 그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옆에서 승후가 표정을 풀으라며 버둥거렸지만 가온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승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일주일이나? 난 일주일 밖에 안 지났다는 사실에 더 열이 오른다.”

 

  가온은 작게 중얼거리며 분노가 가득한 손길로 가야금을 뜯었다. 무시무시한 원한이 담긴 소리가 가야금에서 울려나왔다. 평상시라면 청량한 소리가 퍼져야 하거늘 오늘따라 을씨년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오자 주변의 귀들이 얼굴을 내밀고 가온의 가야금 연주를 감상하러 왔다. 가온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원한이 담긴 가야금 연주를 했다.

 

  “한이 서린 연주네요.”

 

  연주가 끝이 나자 고운 주름살이 살짝 잡힌 교수가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감상을 내놓았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연주였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라고 말했다. 승후는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가온이 기분이 지금 어떤 줄 알고 훌륭한 연주였다는 말을 한다는 말인가.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왁자지껄 밖으로 나왔다. 가온은 조용히 가야금을 챙겼다.

 

  “말을 해야 알지.”

 

  “너는 옆에서 말리지 않고 뭘 했어? 나를 기절시켰다고! 뿅망치를 맞고 기절하다니 나도 요새 기가 허해졌나봐.”

 

  가온은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았다. 혹부리 노래방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자기 부하를 그렇게 기절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그냥 가온이 가서 널브러진 사람들 틈에 가만히 누웠어도 되는 일이었다. 나중에 왜 그랬냐며 몽룡에게 따졌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게 재밌잖아’였다. 가온은 다시금 이를 박박 갈았다.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팀장놈!

 

  “오늘도 일 안할 거야?”

 

  “책상에 사직서를 초강력접착제로 덕지덕지 붙여놨으니 이쯤이면 수리했겠지. 난 평범하게 살 거야.”

 

  이미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온은 투덜거리며 말했다.

 

  “난 이제 네 파트너도 아니니까 너도 그만 돌아가.”

 

  가온은 단단히 화가 난 듯 했다. 평상시엔 팀장의 장난을 잘도 받아 넘기면서 이번에는 제법 길게 가는 듯 했다. 승후는 가온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가온이 가라고 한다고 해서 그와 떨어질 수는 없었다. 다른 암행어사들은 혼자 다닌다고 하지만 긴급지원팀 ‘유(酉)팀’은 모두 짝을 이루어 다녔다. 승후는 가온의 파트너는 자기뿐이라며 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암행어사로써의 파트너가 아니라면 그냥 수호령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나는 수호령 필요 없는데...”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가온은 더 이상 승후에게 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가야금을 매고 강의실을 나섰다. 시간표상으로 오늘 수업은 모두 끝났다. 강의실을 나서자 여학생들이 가온을 힐끔힐끔 바라 보았다. 국악과에서 가야금을 전공하는 남학생들이 워낙 적은 데다 가온의 날카로워 보이면서도 유순한 얼굴선과 꽤나 잘생긴 이목구비가 마음에 들었는지 여학생들은 가온이 지나갈 때마다 옆에서 수군거렸다. 가온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귀들의 소리도 들리는 그의 세계는 보통 사람들의 몇 배는 시끄러웠다. 그는 이어폰을 낄까 하다가 자신을 계속해서 따라오는 승후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이어폰을 다시금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죄송합니다.”

 

  큼지막한 가야금을 들고 다니다보면 아무리 조심을 하고 또 해도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가 와서 가온에게 들이받았다. 누구지? 가온은 살짝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긴 밤색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를 문지르며 가온을 올려다보던 여학생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으세요?”

 

  가온은 약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얼른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왠지 밖에 있으면 갑자기 몽룡이 나타나 접착제로 꼭꼭 붙여놨던 사직서들을 들고 찾아와 절대로 받아주지 않을 거라며 또다시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것만 같았다.

 

  “가온이?”

 

  여학생은 가온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부딪혀서 빨갛게 물들은 이마처럼 그녀의 양볼도 붉게 물들었다. 뭐가 그리도 기쁜 것인지 상기된 얼굴로 여학생은 가온의 옷자락을 잡았다.

 

  “가온. 유가온 맞지? 이게 얼마만이야! 그 동안 어떻게 한 번도 연락을 안 할 수가 있어? 너 진짜 너무한거 아니야?”

 

  “저...”

 

  가온은 여학생을 찬찬히 살폈다. 윤기 나는 밤색머리 귀염성 있게 말린 속눈썹, 동그란 눈, 얇고 가는 입술, 제 턱까지 오는 키.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학생의 말에 잠깐 머리가 욱씬 거렸다.

 

  “뭐야, 너무 놀라서 그래? 왜 말이 없어? 오랜만에 보는 이 누님의 모습에 많이 놀란 거야?”

 

  “...누구세요?”

 

  여학생은 가온의 말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동그란 눈이 커지자 꼭 놀란 토끼 같았다. 가온은 가야금 케이스를 바로 매며 몸을 돌렸다. 머리에서 위험 신호가 울렸다. 이 여학생과 얽히면 뭔가 좋지 않다는 신호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가온은 승후를 보았다. 승후는 어딘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제가 유가온은 맞지만 댁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요.”

 

  가온이 발걸음을 옮기자 여학생은 무슨 말이냐는 듯이 그를 졸졸 따라왔다.

 

  “너 맞잖아. 신라중학교 3학년 4반 유가온.”

 

  가온은 그 자리에 멈췄다. 어떻게 아는 거지? 가온은 뒤를 돌았다. 여학생을 다시 봤다. 역시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아니고 귀인가? 다시 살폈지만 여학생은 사람이었다. 귀가 아니었다. 그 때, 다시 가온의 머릿속에서 위험신호가 울렸다.

 

  “아닌데요. 저는 신라중학교 출신이 아니에요.”

 

  몇 초 정도의 정적이 흐른 후 가온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걸었다.

 

  “승후야!”

 

  이번에는 승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온은 속으로 놀랐으나 걸음을 옮겼다. 승후는 여학생의 부름에 멈칫하는 듯 했으나 이내 가온을 따랐다. 여학생은 뒤에서 가만히 둘을 쳐다보았다. 가온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뭔가 위험했다. 저 여학생은 좋지 않았다. 그렇게 묵묵히 걷다보니 여학생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강의가 있던 모양이었다.

 

  “...아는 애야?”

 

  가온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니. 모르는 애야.”

 

  “너를 부르던데? 너를 보고 말한 거 아니야?”

 

  “나는 귀잖아. 걔가 나를 어떻게 보겠어.”

 

  승후가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사람을 부른 것이라며 그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가온은 그런 승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뭔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잠깐 돌아본 여학생의 두 눈은 또렷하게 승후를 향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를 똑바로 향해 있었다. 누구지?

 

  “내가 신라중학교 나온 건 어떻게 안 거지?”

 

  가온이 머리를 짚었다.

 

  “내가 아는 애 같은 데... 기억이 안 나.”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없는 거 아냐?”

 

  무슨 소리냐는 듯 가온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승후를 쳐다보았다.

 

  “가끔 있었잖아. 너는 모르는데 너를 안다는 듯이 다가왔던 애들. 나중에 보면 결국 다들 너를 모르는 사람들이었잖아.”

 

  승후의 말에 가온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가온은 알지도 못하는 데 가온을 안다면서 다가온 애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가온이 자신은 아니라고 하자 납득하고 돌아섰다. 사람을 착각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내일은 공강이지?”

 

  승후가 말을 돌렸다.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집에만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왜?”

 

  “팀장이 찾아올 것 같아. 밖에서 마주치면 골치 아프니까 집에서 해결을 해야지.”

 

  팀장은 의지에 따라 사람들에게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했다. 가온을 찾아올 때면 그는 늘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했다. 그래서 밖에서 몽룡을 상대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몽룡을 감당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집이었다. 가온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몽룡이 자신을 기절시켰던 일은 핑계였다. 물론 괘씸했지만 저승의 암행어사는 귀한데다가 귀안을 갖고 있으며 어사의 힘을 지닌 가온이 암행어사를 정말로 그만 둔다면 저승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알 수 없었다. 가온은 기지개를 켰다. 중간고사도 지났으니 이만 돌아갈까...

 

 

 

 *

  멍청한 유가온!

  가온은 자신의 두 다리를 향해 욕지기를 내뱉었다. 집에 가만히 있었어도 되었는데, 몽룡이 찾아와서 귀찮게 굴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는 자신의 발로 ‘치킨 런’에 돌아왔다. 치킨 런의 문을 열자마자 반긴 것은 방자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서류를 처리하는 빠른 손놀림은 여전했다. 방자는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온을 보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류를 처리할 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그가 그렇게 일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가온으로써도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만큼 놀랄 일이라는 거겠지.

  방자는 가온이 건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받아들고는 시원하게 들이켰다. 일에 쪄들은 직장인의 동반자가 커피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방자는 가온이 종종 사들고 오는 커피를 좋아했다.

 

  “유가온 멍청이.”

 

  가온은 이번에는 소리 내서 말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이 한심하다는 것을 마음껏 어필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승후는 그 옆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자, 제군들! 조금만 더 힘내자구! 앞으로 70개만 더 염색하면 돼!”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가온과 승후의 앞에서 서류 한 뭉치를 들고 왔다갔다하며 염색이 된 휴지와 염색을 해야 할 휴지를 정리하며 몽룡이 기운차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가온은 다시금 외쳤다.

 

  “으아,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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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제너 17-06-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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