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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은혜로운 열애사
작가 : 우연리
작품등록일 : 2017.6.2

"귀신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죠?"

은혜가 물었다.

"춤 추는 건 본 적 있습니다."

차트를 넘기던 무열이 대답했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려다 그냥 벗어 버렸다. 은혜만 있는데 뭐 어떠랴 싶었다.

"어땠는데요?"

"굳이 말로 해야 압니까?"

은혜와 무열이 조소를 머금었다. 삐딱한 그들의 입술은 동시에 답을 뱉었다.

"최악이죠."



귀신이 들리는 여자 주은혜와 귀신이 보이는 남자 최무열의, 미스터리로맨스릴러 은혜로운 열애사.

 
보이는 것도 전부가 아니다 (1)
작성일 : 17-06-20 21:5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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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읏차!"

 

  이 책은 이 쪽에, 저 책은 저 쪽에. 목장갑을 낀 은혜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책을 옮길 때마다 통유리로 비치는 햇살에 먼지가 반짝거렸다.

 

  "휴, 허리야……."

 

  책더미를 끌어 안고 이리저리 돌아 다니는 통에 허리의 뼈가 남아나질 않았다. 그래도 은혜의 입꼬리는 기분 좋게 올라간 상태였다.

 

  은혜는 책을 좋아한다. 물론 읽는 것 말고 그냥 책 자체를.

 

  쿰쿰한 종이 냄새와 검은 활자들의 나열. 그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자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불면증에 가까운 은혜를 잠에 빠지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녀’가 좋아했다. 그래서 은혜도 좋아한다.

 

  은혜는 책으로 가득 채운 책장을 무한한 애정을 담아 바라봤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한참동안 멍하니 책 냄새를 음미하던 은혜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모르는 번호로부터의 수신이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알바 구하신다고 해서 전화 드렸는데요.’

 

  "아아, 네! 안녕하세요."

 

  ‘저, 언제쯤 찾아뵈면 될까요?’

 

  "아무 때나, 편한 날에 오시면 돼요."

 

  ‘그럼 지금 당장 가도 괜찮을까요? 마침 주변에 있는 참이라.’

 

  목소리에서 싹싹함이 느껴지는 남학생이었다. 지금 온다고? 시간 감각을 잃은 은혜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오후 1시 무렵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새벽부터 새로 들여 온 책들을 정리하느라 지금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조금 허기진 것 같긴 하지만 딱히 밥 생각은 없었다. 원래도 딱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네, 지금 오셔도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조금 있다 뵐게요.’

 

  "네."

 

  전화를 끊은 은혜가 서둘러 먼지떨이를 꺼내 들었다. 아무리 알바 지원자라도 고용하기 전까지는 엄연히 손님인데, 지저분한 첫인상은 심어 주고 싶지 않았다.

 

  먼지를 털어 낸 뒤에는 빗자루로 주변을 대충 쓸었다. 책을 감싸던 비닐과 노끈까지 싹 다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니 나름 깔끔했다

 

  좋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목장갑을 낀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 와중, 유리 문에 달린 종이 딸랑대며 울렸다.

 

  앳된 얼굴의 남자가 가게로 들어섰다. 탈색한 머리에 피부까지 하얘, 마치 색소가 결핍된 사람처럼 보였다. 남자는 은혜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방금 전화드린 사람인데요."

 

  "아, 어서 와요."

 

  "처음 뵙겠습니다."

 

  인물 좋고, 예의 바르고, 싹싹하고. 은혜는 고개 숙인 남자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점수를 체크했다. 괜찮은데?

 

  "몇 살이에요?"

 

  "21살 입니다."

 

  "우와, 애기."

 

  "에이, 애기치곤 너무 크죠."

 

  은혜의 혼잣말에도 넉살 좋게 대꾸한다. 이런, 생각해보니 계속 세워뒀네. 잠시 웃던 은혜가 얼른 자리를 권유했다.

 

  "일단 앉아요. 커피라도 타 줄게요."

 

  "감사합니다. 도와 드릴까요?"

 

  "괜찮아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친근하게 굴 줄 알고. 마주하는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남학생이었다. 끝났네. 결정, 땅땅땅. 더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요?"

 

  "오늘 당장부터 가능하죠."

 

  하여튼 넉살. 어린 친구가 밝기도 하다. 은혜가 하하 웃으며 커피포트를 데웠다. 얌전히 지켜보던 남자는 작은 탁자에서 커피를 끓이던 은혜에게 물었다.

 

  "그건 손님들 마시라고 준비해 두는 건가요?"

 

  "그렇죠. 뭐, 오다가다 나도 좀 마시려고."

 

  보통 서점에서 커피까지 끓여 두나? 남자는 원두커피가 담긴 포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가게 자체가 특이했다.

 

  우선 서점치고 앉을 곳이 많았다. 작은 소파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널찍한 계단 곳곳에 방석까지 깔아 두었다. 또 책장 사이사이에 작은 탁자를 넣고 그 위에다 커피나 사탕 등을 배치해 놓았고.

 

  한 마디로 여기서 커피나 마시고 책 좀 읽다 가란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것이다. 책을 판매해야 하는 서점과는 거리가 먼 인테리어였다.

 

  은혜는 지금 남자가 가졌을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 채었다.

 

  "왜요, 장사 안 될 것 같아서?"

 

  "어……, 솔직히, 네."

 

  눈을 또르르 굴리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남자의 솔직함에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좋았다. 크게 웃음을 터트린 은혜가 말했다.

 

  "요즘 책 장사 자체가 잘 되긴 힘들죠. 그래도 걱정 말아요. 알바비는 안 떼먹을 테니까."

 

  은혜를 따라 웃는 남자에게 커피 잔을 건네었다. 잔을 받는 남자의 하얀 손에 푸른 핏줄이 선명했다. 피부가 정말 투명하구나. 은혜는 감탄했다.

 

  역시 어린 피부는 이길 수가 없는가 보다, 하며 물러서는데 가까이서 바라본 남자의 눈동자는 연한 갈색을 띄고 있었다. 아무래도 남자는 타고 나기를 색소가 연한 모양이었다.

 

  "사장님이 되게 인자하신 분인가 봐요."

 

  "……어?"

 

  남자의 연한 색소를 신기하게 관찰하던 은혜가 뒤늦게 되물었다. 맹한 은혜의 반응에 남자는 웃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어디 계세요, 누나?"

 

  "네?"

 

  "아, 누나라고 해도 되죠?"

 

  "되긴 되는데……."

 

  "근데 누나는 몇 살이에요? 나랑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애기라고 하길래 깜짝 놀랐어요."

 

  "저요? 28살……."

 

  "와, 대박! 진짜 그렇게 안 보여요, 누나."

 

  "어어, 고마워요……?"

 

  은혜는 남자의 수다에 정신없이 휘말리다 겨우 중심을 잡았다. 아니, 잠깐만. 이 아이가 크나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누나도 알바생이에요? 아니면, 매니저같은 건가?"

 

  "사장이요."

 

  "아, 그렇구…….“

 

  갈색 눈동자가 왼쪽으로 또르르, 오른쪽으로 또르르. 조용한 서점 안에서는 남자의 눈동자 굴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참 상황을 판단하던 남자가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니, 아니.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 확실히 은혜가 서점을 가진 사장치고 어린 나이기도 하고. 여자 나이 어리게 봐준다는데 솔직히 싫을 리도 없고. 은혜는 연신 사과를 거듭하는 남자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됐어요. 그냥 편하게 해요. 사장이라고 꼬장 부릴 생각은 없어요."

 

  "으아아, 진짜 사장님이에요?"

 

  "그렇게 됐네요."

 

  멘붕에 빠진 남자를 뒤로 한 채 은혜는 서류 한 장을 가져 왔다. 그리고 굴러다니던 볼펜으로 남자의 손을 쿡쿡 찔렀다.

 

  "자, 여기 사인."

 

  "네?"

 

  "일 안 할 거에요?"

 

  "……."

 

  "왜. 내가 사장이라 싫어요?'

 

  "아, 아뇨!"

 

  은혜가 웃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아직까지도 어리둥절한 남자는 홀린 듯 볼펜을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아직 안 물어 봤네."

 

  "아, 구원입니다! 성이 구 씨고, 이름이 원이요. 특이하죠? 편하게 원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그래요. 원이 학생. 이름 예쁜데?"

 

  "그냥 원아, 라고 부르세요. 말도 편하게 놓으시고."

 

  "그래. 알았어."

 

  슬그머니 은혜의 눈치를 보던 원이 말했다.

 

  "그리고……, 저도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어쭈?"

 

  "아님 싸장 누나라고 불러 드릴까요?"

 

  그는 언제 당황했냐는 식으로 뻔뻔하게 굴었다. 어린 게 싹싹한 줄로만 알았더니 뻔뻔하기도 하다. 능글맞은 원의 얼굴에 헛웃음이 삐져나왔다.

 

  "너 별로 일 안 하고 싶구나?"

 

  "무슨 그런 말씀을. 이렇게 젊고 예쁜 싸장님이 계신데 어찌 일을 안 하고 싶겠습니까."

 

  "참 나."

 

  원은 정도를 아는 어린이였다. 연상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애교와 건방짐을 오가는 뺀질이 기질이 있었다. 어이가 없어 몇 번 웃던 은혜가 장난스럽게 원의 팔을 쳤다.

 

  "계속 장난 치면 자를 줄 알아라."

 

  "아까는 사장이라고 꼬장 부릴 생각 없다고 했으면서."

 

  "을 주제에 까분다. 이제 내가 갑이야."

 

  "와, 요즘 시대에 민감한 말씀 하시네."

 

  은혜는 어느새 원의 사인이 적힌 서류를 흔들어 보였다. 방금 처음 만났는데도 즐겁고 유쾌했다. 앞으로 오래 볼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근데 우리 싸장 누님의 성함은 어찌 되시나요?"

 

  원이 과도하게 굽신거리며 물었다. 깔깔 웃던 은혜가 대답했다.

 

  "주은혜라고 해."

 

  "어유, 이름마저도 고우십니다."

 

  "아, 진짜. 너 무슨 호빠에서 알바하다 왔니?"

 

  "만약 일했으면 무조건 제가 넘버원이죠."

 

  "됐다, 말을 말자."

 

  손사래를 친 은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리다고 얕볼 수가 없다. 앞으로도 도저히 원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각, 무단결석은 당연히 안 되는 거고. 화요일 빼고 일주일에 여섯 번 출근. 오전 10시부터 오픈이고 오후 9시에 클로징인데, 네가 일 할 시간대는 차차 정해 보자. 점심 저녁은 걱정 말고."

 

  "알겠습니다!"

 

  원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은혜는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원이 두 손으로 덥썩 맞잡았다.

 

  그들이 악수를 나누던 그 때, 은혜의 핸드폰이 반짝 빛나는 듯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핸드폰 케이스에 꽂아 놓은 매꽃 선녀의 부적이 홀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연 하나가 엮이는 순간이었다. 아마 매꽃 선녀가 본다면 소금을 뿌렸을 인연이었지만. 하여튼, 경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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