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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8
작성일 : 17-06-20 14:28     조회 : 300     추천 : 5     분량 : 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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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는 거실 바닥으로 이우를 눕히고 주방으로 뛰었다.

 물병을 꺼내와 이우의 입에 물을 흘려 넣었다. 입안에 고인 물이 입 밖으로 흘렀다. 욕실로 뛰어가 수건을 적셔 다시 거실로 뛰었다.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눈동자의 흐름을 살폈다. 안면 경련이 간헐적으로 지속되고 있었다. 수호는 풀어헤쳐져 있는 소맷부리를 걷어붙였다.

 주사 자국과 멍. 네 군데. 필로폰으로 추측되었다.

 치미는 분을 누르며 양쪽 팔과 손을 꼼꼼히 살피고 닦아냈다. 목덜미를 감아쥐어 뛰는 맥박을 확인하고는 목 끝까지 채워진 단추 하나를 풀었다.

 목덜미를 살펴보던 시선이 가슴으로 향했다. 답답한 듯 가쁘게 오르내리는 가슴호흡의 리듬을 잠시 보다가 셔츠 단추를 더 풀었다.

 단추를 차례로 풀던 손 위로 이우의 손이 툭 얹혔다. 수호는 퍼뜩 이우를 쳐다보았다. 흐릿하게 풀어진 눈이 수호를 멍하게 응시했다.

 “이우야! 정신 좀 들어?”

 이우의 고개가 갑자기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중풍이라도 온 듯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수호는 입술을 꽉 물었다. 덩달아 떨리는 제 고개에 힘을 주며 이우의 얼굴을 잡아 붙들었다. 풀린 눈과 시선을 맞추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우야. 형이야 형.”

 이우는 느릿하게 눈을 끔뻑였다. 수호를 쳐다보던 풀린 눈가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정신 들어? 집에 왔어.”

 눈꺼풀을 부릅뜬 이우가 수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아니라니까.”

 말이 어눌하게 흘렀다.

 “나 아니라고.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

 수호는 뜨거운 뺨을 쥐고 있던 손을 내리며 풀린 눈동자를 살폈다.

 “내가 그런 게.”

 웅얼거리던 말을 멈춘 이우가 마른침을 억지로 삼켰다. 수호는 이우의 입안으로 물을 흘려 넣었다. 물을 조금 삼키는가 싶던 이우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뱉어 버렸다.

 “이우야, 물 좀 먹어야 돼.”

 수호는 젖은 입 주변을 닦아내며 시선을 맞췄다.

 “형 좀 봐봐. 탈수증 와. 물 좀 먹어야 돼. 응?”

 “아니라고!”

 날카로운 고함이 터졌다.

 “나 아니라고.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눈물이 와락 터졌다. 이우는 꽉 쥔 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왜 내 말을, 못 믿어!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I’m not! not, a liar. never. believe me, please….”

 이우의 고함이 작아지며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흐느낌에 흔들리는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끅끅 막힌 울음이 이어졌다.

 멍하게 얼이 빠져 있던 수호의 몸도 덩달아 떨렸다. 다 아물지 않은 가슴 총상 때문일지 심장이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뻐근하게 울렸다.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야…….”

 흐느낌 섞인 소곤거림을 끝으로 조용해졌다. 입을 벌린 채 이우는 끔뻑끔뻑 멍한 눈물만 쏟았다.

 잠시 지켜보던 수호는 손바닥을 펼쳐 이우의 눈물을 쓸어내렸다.

 “알아, 아닌 거 알아 이우야.”

 이우는 흐느껴지는 숨을 들이 내쉬며 수호에게 시선을 모았다.

 “너 아닌 거 알아. 형도 알아, 응?”

 조용해졌다.

 멍하게 흐느끼던 이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는가 싶더니 웃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수호는 가만히 숨을 죽였다.

 웃음소리가 커졌다. 이우는 떨리는 몸을 웅크려 배를 쥐고 깔깔 웃어댔다.

 웃으며 흐느끼느라 웅크린 몸이 맥없이 바들거렸다.

 “알긴, 뭘 알아.”

 숨이 넘어가도록 웃던 이우가 중얼거렸다.

 수호는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약을 얼마나 놓았기에 이 지경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걸까, 문득 이를 악다물었다. 하이드를 죽이지 않고 그냥 돌아온 저 자신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알긴 뭘, 뭘 알아?”

 수호는 웅크린 어깨를 잡아 바로 돌렸다. 눈을 맞추며 달래듯 말했다.

 “형은 다 알아. 너 잘못 없는 거 알아.”

 끅끅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이우는 벌겋게 젖은 눈으로 수호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어차피.”

 말을 멈춘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연달아 삼켜졌다. 수호가 물병 주둥이를 입가에 붙인 순간 이우가 팔을 휘둘러 쳐냈다.

 바닥에 쏟아지는 물을 잠시 보던 수호는 이우의 고개를 받쳐 일으켰다.

 “일어나 봐. 침대로 가자.”

 “놔! 비, 켜. 비켜!”

 힘없는 두 손이 수호의 가슴을 정신없이 밀쳐냈다. 수호는 물러나 앉으며 굳은 한숨을 내쉬었다.

 앉혀진 이우의 몸이 술에 취한 듯 앞뒤로 휘어졌다.

 “어차피, 똑같아. 다 똑같아.”

 이우는 초점 없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알긴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알면 나 좋아해? 모르니까, 어차피. 어차피.”

 말랐던 눈가가 다시 젖어들었다. 이우는 흔들리는 고개를 수그리며 흐느꼈다.

 “어차피, 싫어할 거면서. 형도. 도망칠 거면서.”

 수호는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목구멍이 막히는 기분에 말을 못 했다.

 엎드려 끅끅 흐느끼는 이우를 잠시 보고 있다가 가까이 다가앉았다. 사방으로 흔들리는 고개를 잡아 세워 품에 안았다.

 수호의 가슴에 파묻힌 얼굴이 뜨거웠다. 막힌 호흡이 힘겹게 내쉬어졌다.

 “형이 너 두고 도망을 쳐? 너 못 보면 형 죽어.”

 수호의 눈가가 문득 뜨거워졌다. 저도 모르게 뱉어진 말에 웃음이 났다. 뜨거운 정수리에 입술을 붙이고 낮은 목소리를 이었다.

 “진짜야. 형 이제 너 없으면, 너 못 만나면 죽을 거 같아. 형이 너 진짜 좋아하나 보다, 이우야.”

 버거운 숨을 내쉬던 이우가 고개를 들었다. 수호는 새빨갛게 부은 눈을 마주 보며 빙글 웃었다.

 불쑥 뻗어진 두 팔이 수호의 목에 감겼다. 움찔 밀린 수호의 두 팔이 저절로 뒷바닥을 짚어 몸을 받쳤다.

 수호의 목덜미에 매달린 이우는 가쁜 숨을 내쉬며 가만히 노려보았다. 향취 섞인 숨결이 코앞으로 바짝 붙었다. 수호의 목울대가 저절로 꿀꺽 마른침을 넘겼다.

 “이우야, 일어나 볼까?”

 입술이 부딪혀 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입술이 밀착되며 파고들었다. 수호는 갑자기 급해진 심박을 애써 누르며 천천히 호흡했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혀를 받아 물며 느리게 입술을 움직였다.

 뒤로 짚은 두 팔이 떨렸다. 짙은 향기에 달뜬 정신이 둥실 떠올라 꿈처럼 아득해졌다. 이우의 향기, 왜 이렇게 정신을 흩트리는 걸까. 이러다가 정말 이성을 놓아버리지 않을까.

 두려움 섞인 흥분감이 수호의 몸을 빠르게 덥혔다.

 수호는 퍼뜩 눈을 떴다.

 얼이 빠졌다.

 어느새 누워있는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우의 정수리가 턱밑으로 붙어있었다. 쌔근거리며 뱉어지는 더운 호흡이 가슴을 간질이고 있었다.

 수호는 멍한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바짝 세웠다. 훌렁 드러난 제 가슴팍을 보자 눈동자가 튀어나올 지경으로 눈이 커졌다.

 이우의 불덩이같이 뜨거운 얼굴이 제 맨가슴에 붙어있는 광경을 멍청하니 쳐다보았다.

 한동안 얼이 빠진 채 눈만 껌뻑거리던 수호는 이우를 조심조심 옆으로 밀어내며 일어나 앉았다.

 제 가슴팍부터 내려다보았다. 앞섶 단추들이 다 뜯어져 풀어헤쳐진 셔츠를 멍하게 살폈다.

 텅 빈 정신으로 수호는 이우를 돌아보았다.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무슨, 조화일까. 필로폰 투약자와 키스만 해도 덩달아 취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미치기라도 한 걸까.

 이우를 멍하게 쳐다보던 수호는 뜨거운 얼굴을 문지르며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이우를 침대로 눕히고 수호는 머리맡으로 앉았다. 당황해서인지 흥분해서인지 진정이 안 되는 심박을 누르며 이우의 상태를 살폈다. 눈꺼풀을 조심스럽게 뒤집어 안구 흐름을 확인했다.

 목덜미 맥박과 손목의 맥을 확인한 뒤에 얼굴로 다시 시선을 올렸다. 입술이 갈라질 듯 하얗게 메말라 있었다.

 수호는 주방으로 뛰었다. 차가운 생수 한 병을 단숨에 들이마시고는 한 병을 다시 꺼내 들고 침실로 돌아갔다.

 찬물로 이우의 입술을 축이고 몸을 훑어보았다. 풀다 만 셔츠단추를 마저 풀었다. 어깨가 꺾이지 않도록 신경 쓰며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벗겨 든 셔츠를 무심코 살핀 수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깨 안쪽으로 각 잡힌 패드가 붙어있었다.

 반소매 티셔츠만 입은 몸에 시선이 갔다. 둘러진 가슴근육패드의 양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가 막혀 웃던 수호의 시선이 앙상하게 마른 어깨에 세워졌다. 웃다 말고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깨 꼴을 보아하니, 어깨뽕 할 만하다 싶었다. 이 여린 몸으로 어쩌자고 그런 흉악한 장소를 찾아갔던 걸까. 뒤에서 보면 여자로 오인할만한 좁은 어깨에, 힘쓰기는 글러먹은 앙상한 몸통에, 허리 꼴을 보아하니 힘은커녕 장가도 못 가게 생겼고.

 왜소한 몸을 저도 모르게 훑어 내리던 수호의 시선이 아랫도리에 세워졌다. 두둑한 중심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퍼뜩 시선을 돌렸다. 뜨거워진 얼굴로 방을 괜히 휘휘 둘러보다가 이우에게 먹이고 남은 물을 제 입에 들이부었다.

 티셔츠의 반소매 아래로 드러난 가느다란 팔을 다시 살폈다. 굵기가 중학생만 밖에 안 되는 양쪽 팔을 꼼꼼히 확인하고 가슴팍까지 이불을 덮어 올렸다.

 핏기 없이 질려있는 얼굴을 뜯어보다가 수호는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입을 맞추던 중에 자신이 언제 드러누웠는지, 셔츠가 언제 뜯어진 건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설마 이우와 뭔 일이라도 있을까 봐 기절해버린 걸까? 너무 좋아서? 설마.

 이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수호는 뭔가에 홀린 기분에 고개를 세차게 털어 내저었다.

 

 핑크색 잠옷을 찾아 들고 수호는 서둘러 드레스룸을 빠져나왔다. 욕실 복도를 지나 침대가 막 보이는 위치에 서서 잠옷을 입었다. 이우가 혹시 깰까 싶어 샤워도 급하게 해치우고 나온 참이었다.

 권총과 무전기가 있는 바지를 들고 침실로 들어섰다.

 침대 아래로 바지를 숨기던 중 전화벨 소리가 터졌다. 괜히 움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고양이는 어때?-

 수호는 침대로 걸터앉았다. 이우의 입가에 귀를 붙여 숨소리를 확인하며 소곤거렸다.

 “계속 자긴 하는데 다친 데는 없는 거 같애. 필로폰 같은데.”

 -그렇겠지, 주사겠지 뭐.-

 “뭐 좀 나왔어? 정보팀 찔러봤어?”

 -맞은편 건물도 약방이었대. 새끼들 완전 백화점인지 뭔지. 필로폰에 떨에, 도리도리에, 물뽕에. 하여간 약이란 약은 다 나왔단다.-

 “도리도리? 그건 또 뭐야.”

 -아담 인마. 엑스터시.-

 “아담? 엑스터시가 아담이야? 아담과 하와 그 아담?”

 -그렇다니까.-

 수호는 얼떨결에 이우를 돌아보았다. 이내 수호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어졌다.

 -많이 맞았어?-

 “양은 모르겠고, 자국은 네 군데.”

 -뽕 몇 방이야 깨면 괜찮으니까.-

 “응.”

 -내일 우리 오전 영업인데, 몇 시에 나타나실래?-

 수호는 대답을 늦췄다. 곧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이따 봐서, 이우 깨는 것만 보고, 들어가야겠지?”

 -째 그냥.-

 “응?

 -내일 야근 조도 아니고, 둘러댈게.-

 수호는 괜히 말문이 막히는 기분에 대꾸를 못했다.

 -근데.-

 잠시 멈춰진 기웅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고양이 좀 걱정이다.-

 “응?”

 -그 새끼들이 고양이를 왜 잡아갔을까?-

 “응?”

 -너랑 고양이 노출인가? 관계 알고 그러는 건가?-

 수호는 문득 멍해졌다. 관계.

 -고양이가 거길 우연히 잡혀갔다? 확률적으로 그게 말이 돼? 경로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

 기웅이 목소리를 낮췄다.

 -너, 어쩌면 노출된 걸 수도 있어.-

 수호는 입술을 깨물며 이우의 얼굴에 시선을 세웠다. 노출. 관계 노출?

 “아니, 아니 내가, 나랑 이우가 무슨, 관계라고. 남자들끼리 무슨.”

 엉성한 대꾸에 기웅이 코웃음을 흘렸다.

 -니네 둘 부부 수준으로 붙어 다니고 있거든? 분위기 야릇하게 풍기면서?-

 수호는 딱히 할 말이 없어 입술만 잘근거렸다.

 -혹시 그런 거면 고양이 걱정이다. 재작년에 여름 내내 우리 뺑이 치게 했던 약쟁이 조직 기억나지? 오늘 잡아들인 하이드 새끼도 그 라인인가 보더라. 정보팀 들어가 봐야 알긴 하겠는데, 지난번 장기 터는 놈들도 그렇고 다 연결된 새끼들 같애. 그 새끼들 깔린 숫자가 한둘이 아닐 텐데 노출된 거면 좀 심각하지.-

 수호는 기웅이 하는 말의 뒷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고양이 걱정이다. 그 말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근데 뭐, 확실한 것도 아니고. 일단 보자고.-

 수호는 막힌 한숨을 흘리고 말을 이었다.

 “보고, 올려야겠지? 올릴 거지? 거기 이우 있던 거.”

 -우리 쫄랑이 하는 거 봐서. 일단 들어가서 상황 좀 보고, 특별한 거 있음 연락할게.-

 “응.”

 -연락 없으면 그냥 내일까지 땡 쳐. 무전 꺼놓고.-

 수호는 기웅에게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뽕쟁이 고양이 끌어안고 잠이나 실컷 주무셔라.-

 “형!”

 -어.-

 “고맙다고.”

 잠깐 조용하던 기웅이 대꾸했다.

 -애 약 빨았다고 잡아먹진 말고.-

 “에이그, 진…”

 전화가 끊어졌다. 수호는 핸드폰을 내려두고 이우에게 시선을 올렸다. 일정한 숨을 내쉬는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기웅과의 통화를 되짚었다.

 관계 노출. 범죄를 가리키는 이우의 퀴즈. 이우를 범죄 소굴로 보내려는 의도일까. 목적은, 인질용 납치일까.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가슴호흡에 시선을 두고 있던 수호는 고개를 숙였다. 목덜미에 가만히 입술을 붙였다. 입술 위에서 뛰는 맥박을 통해 살아있는 이우를 느꼈다.

 

 *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에 이우는 눈을 떴다. 마른 목구멍을 움직여 억지로 침을 삼키자 바짝 마른 목구멍이 더 바짝 말랐다.

 손이 저절로 이마를 짚었다. 골이 이미 깨진 듯 극심하게 머리가 울렸다.

 미간을 찌푸린 채 두통을 누르던 이우는 퍼뜩 눈을 떴다. 옆에 누워있는 수호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이불 끝을 슬쩍 들고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놀라서 수호를 다시 돌아보았다. 수호가 눈가에 팔뚝을 두르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잠옷 소매에 그려진 키티와 괜한 눈싸움을 하던 이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끊어진 기억들이 스쳤다. 뭐라고 소리를 쳤다. 울었다. 울다가, 입을 맞추고.

 이우의 얼굴이 점점 찌푸려졌다. 꼼짝없이 누워만 있던 수호가 떠올랐다.

 설마 시간을 썼던 걸까, 단추를 풀던 손놀림이 자꾸 흐트러졌었다. 셔츠를 뜯어버렸던가. 수호의 목덜미, 가슴.

 “아.”

 탄식이 흐르자 수호의 얼굴을 덮고 있던 팔이 불쑥 내려졌다. 이우는 펄쩍 놀라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썼다.

 수호는 숨겨진 얼굴을 멀뚱하게 쳐다보았다. 곧 웃음이 터졌다.

 “왜 그러고 있어?”

 이우는 꼼짝도 안 했다.

 문득 웃음기를 지운 수호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왜 이우야. 어디 안 좋아?”

 “목말라서요.”

 이불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웅얼거려졌다.

 수호의 입에서 웃음 섞인 한숨이 흘렀다. 이우가 깨어났다. 숨은 꼴을 보니 돌아온 게 확실하다.

 수호는 웃음을 참으며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원형 테이블 위의 물병을 집어 들며 향로에 시선을 세웠다. 백단향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여 꽂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물. 마셔.”

 팔 한쪽이 이불 밖으로 뻗어 나왔다. 수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기가 막힌 건지 다행스러운 건지.

 “이불 속에서 물을 어떻게 먹어. 나와 빨리.”

 조용했다. 이불에 숨겨진 얼굴을 내려다보던 수호는 쓸데없이 달뜨는 기분에 물병을 열어 먼저 목을 축였다.

 “아직 시원하다. 빨리 먹어, 물.”

 이우는 이불 밑으로 눈만 슬며시 뺐다. 퉁퉁 부은 눈을 본 수호는 속이 무거워졌다. 잠시 시선을 맞추다가 미소를 물며 말했다.

 “붕어 눈 됐다. 얼른 물 마셔.”

 “가운 좀, 주세요. 저 추운데.”

 웅얼거려진 말에 수호는 킁 웃음을 흘렸다.

 “한여름에 춥긴 뭐가 춥냐? 티셔츠 안에 갑옷까지 입으신 분이. 기왕 입을 거 헐크로 입지 그랬냐?”

 이우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심장이 달랑달랑 떨렸다. 네크라인 안을 슬쩍 들여다보고는 수호의 눈치를 살폈다.

 “어제 저, 뭐 이상한 거 없었죠?”

 웅얼거리는 말에 수호는 기가 막혀 웃었다.

 “뭐어? 이상한 게 없어?”

 수호는 협탁 위로 물병을 올렸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있는 손목을 잡아당기며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형 속 썩였으니까 생일 선물 미리 내놔.”

 “아 머리 머리! 저 머리, 깨져요.”

 바짝 수그리며 숨는 얼굴을 따라 들어간 수호가 뺨을 붙들어 세웠다. 발그레한 두 뺨의 뜨거운 열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이우는 숨을 낮춘 채 수호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두근거리던 심장 리듬이 둥둥 빨라져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시선을 맞추던 수호가 소곤거리듯 말했다.

 “열 있다.”

 이우는 슬며시 시선을 내리며 웅얼거렸다.

 “어제는,”

 “형이 도망칠 거라고? 알고 나면?"

 이우는 가만히 숨을 죽였다. 자신이 뱉었던 말들이 뭐였는지 그제야 기억났다.

 "형 도망 안 가. 못 가. 너한테 형 붙잡혔잖아.”

 이우는 괜스레 찡해지는 콧등으로 웃었다. 덩달아 웃어 보인 수호가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물 마셔. 가운 가져올게.”

 수호가 드레스룸으로 사라지자 이우는 골을 쥐고 일어나 앉았다. 네크라인을 슬쩍 들어 속옷 상태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팩 내쉬었다. 엉금엉금 협탁 쪽으로 기어가 물병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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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1 (완결) 2017 / 7 / 4 298 3 8147   
34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0 2017 / 7 / 3 294 3 7334   
33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9 2017 / 7 / 1 292 3 7110   
32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8 2017 / 6 / 30 294 3 6328   
31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7 2017 / 6 / 29 277 3 6536   
30 { 더 포저 시즌Ⅲ} 그들의 포커스 ... 6 2017 / 6 / 28 291 3 6688   
29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5 2017 / 6 / 26 332 3 4873   
28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4 2017 / 6 / 25 281 4 5613   
27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3 2017 / 6 / 24 282 4 5819   
26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2 (2) 2017 / 6 / 23 340 5 5239   
2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 (2) 2017 / 6 / 22 409 5 5234   
24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9(완결) (2) 2017 / 6 / 21 325 5 6978   
23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8 (1) 2017 / 6 / 20 301 5 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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