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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과청
작가 : Mila
작품등록일 : 2017.6.20

때는 조선시대.
명망 있는 선비의 딸로 태어난 '초림'.
그리고 가문에서 버려진 도령 '희수'
양극에 서있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인연의 끈으로 인해 마침내 만나게 된다.

 
02. 설레임
작성일 : 17-06-20 02:12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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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넓은 들판 중앙에는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늘을 덮어버릴 듯

 사방으로 가지를 뻗친

 나무 아래로

 아이들이 모여 앉는다.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자신들의 도시락 보자기를

 풀기 시작했다.

 

 히죽 히죽.

 

 아이들 중에서 유독

 빛깔 고운 옷을 입은

 이율은 입이 귀에 걸린 것 마냥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쿡쿡쿡.

 

 식사하는 친구들과 달리

 그는 혼자 숨죽여 웃는다.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런 그의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아이들 모두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연 노란빛 사규삼을 단정하게 입은 채

 이율과 마주 앉아 있는 희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에도 이율의 행동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던 그이다.

 

 그런데 최근 이율의 행동은

 더욱 눈에 띄게 이상했다.

 

 저 정도면 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말이다.

 

 지금까지 그가 지켜본

 이율의 모습은 이러했다.

 

 한창 훈장님께

 꾸지람을 받는 도중

 뜬금없이 혼자 히죽거리며

 좋아하기도 하고,

 반대로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침울해져서

 집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혼자 흥분해서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떨어져 버리기도 했다.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역시. 이상한 애야..."

 

 희수는 자신의 주먹밥을

 한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차림새만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오물오물.

 

 그러다 문득

 이율과 눈이 마주쳐 버린다.

 

 앗차!

 

 다람쥐처럼 입안 가득

 음식을 넣은 채

 그가 빤히 희수를 보았다.

 

 꿀꺽.

 

 예상치 못한 상황에

 희수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이율은 입안에 있던 것들을

 목구멍 속으로 넘기더니

 씨익 웃는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뭐?"

 

 희수는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이

 이해되지 않았다.

 

 "후후훗. 그래.

 내가 이해해줄게.

 아무리 동무라도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야.

 그리 숨어 볼 필요 없어.

 마음껏 보도록 해.

 내 허락해줄게. 에헴."

 

 이율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목을 길게 뽑았다.

 득이 양양한 그의 모습을 보며

 희수는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역시 쟨 이상한 애야.

 희수는 조심히

 도시락 보자기를 챙겨

 그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기로 했다.

 

 그런 친구의 모습도

 알아채지 못한 채

 이율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호진을 돌아봤다.

 

 "호진아. 네 생각에도

 그 낭자가 날 좋아하는거 같지?"

 

 "어? 낭자?"

 

 밥 먹는데 열중하고 있던

 호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이율에게 되물었다.

 

 "그때 그 고양이 낭자!

 날 존경하고

 대단한 선비라고 했잖아!"

 

 "그런 말은 안한거 같은데..."

 

 기억 속에 없는 친구의 주장에

 호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냐! 했어.

 그리고 그 말은

 날 좋아한다는 의미야!"

 

 "아. 어..어.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 맞지?!"

 

 "음..으응."

 

 이해는 되지 않지만

 앵알거리는 이율의 물음에

 호진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럼 가자!"

 

 “?!!”

 

 느닷없이 이율이

 호진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호진의

 손에 있던 주먹밥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먹고 있던 주먹밥의

 처참한 마지막을 본 호진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율을 쳐다본다.

 

 "어디를 가?"

 

 "낭자네 집!"

 

 "거기를 왜 가는 건데?"

 

 "사내가 돼서

 여자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는 법이지!

 분명 내가 오길 기다릴 거야!

 서두르자!"

 

 "아니.. 어디 사는지는 알아?"

 

 "알아! 석이한테 말해 놨어!

 이제 가자!"

 

 "아아 잠깐!

 나 아직 밥 다 못 먹었..."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가자! 호진아!"

 

 잔뜩 흥분한 이율은

 호진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의 두 눈에는 뜨거운 불길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아...내 점심.."

 호진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오늘의 점심을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

 

 잔잔히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시원스레 닦아주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희수는 소매를 젖혀

 이마에 땀을 닦아 내었다.

 

 점심을 먹고 한참을

 동무들과 신나게 뛰어노니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주변에 아이들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숨을 고르며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율이랑 호진이는

 어디 간 거야?"

 

 어린아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장한 체격의 진영이

 물었다.

 

 그는 나무에 기대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글쎄. 아까 이율이

 호진이 끌고 가는 것만

 봤는데?"

 

 "....음. 불길해"

 

 희수의 대답에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진영이만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은 듯

 주변 아이들 또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

 

 하늘 중앙에 떠 있던 해가

 조금씩 몸을 기울일 때쯤.

 아이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것은

 그늘 아래 뻗어있는

 희수와 진영뿐이었다.

 

 둘은 말없이

 나른한 봄 하늘을

 즐기고 있었다.

 

 작은 새소리와

 풀잎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 속이었다.

 

 잠시 후 진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 이제 가야겠다."

 

 그가 몸에 붙은 풀잎들을

 양손으로 털어내며 말했다.

 

 "아.. 진짜?"

 

 그를 따라 일어난 희수가

 아쉬운 듯 물었다.

 

 "응. 오늘 아버지 일

 돕기로 해서

 나도 가봐야 해.

 너도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

 

 ".. 그래야지 뭐."

 

 다소 힘 빠진 목소리로

 그가 대답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짐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때 그들의 뒤쪽에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들아! 우리왔어!"

 

 잔뜩 흥분한 이율과 호진이었다.

 이율에 품 안에는

 하얀 솜뭉치 같은

 무언가가 안겨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왠지 모를

 불안한 기운이 맴돌았다.

 

 "야아옹~"

 

 "어디 갔다온거야?"

 

 "이히히히~

 중요한 일 하러 갔다왔어."

 

 눈을 반달로 접으며

 이율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품안에 안고있던 고양이를

 살포시 땅에 놓아주었다.

 

 목에 붉은색 끈을 묶은

 하얀 고양이었다.

 

 "이 고양이는 뭐야?"

 

 자신의 발밑으로 다가와

 몸을 부비대는 고양이를

 내려보며 희수가 물었다.

 

 "낭자네 고양이.

 이제 곧 낭자도 여기 올 거야!"

 

 이율만큼이나

 잔뜩 신이 오른

 호진이 대답했다.

 

 "낭자?"

 

 "그때 그 고양이 낭자!"

 

 고개를 갸웃하는 그를 향해

 율과 호진이 입을 모아 말한다.

 

 "아..."

 

 그제야 희수는 그녀의 존재를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

 "근데 그 낭자가

 어떻게 여기를 와?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야?"

 

 "아니. 따로 약조는 안 했어.

 못 만났거든. 그래서 우리가

 고양이 데려왔어.

 저번처럼 고양이 찾으러

 여기 올 거야."

 

 기대된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이율이 말했다.

 

 "..걔가 어떻게 알고

 여기로 고양이 찾으러 와?"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희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저번에도 찾으러 왔는데?!"

 

 "....하!"

 ​

 이율은 진심으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희수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상황을 떠나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저 머리로

 공부를 한다는 거지?'

 

 "에이 둘 다 싸우지 말어.

 기다리면 올 거야."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호진이 태평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희수는 자신만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오후 내내 뛰어놀았던 것보다

 더 지치고 피곤해진다.

 

 "...희수 말대로 그 낭자는

 고양이 찾으러 이곳에 못 와.

 그러니 율아.

 네가 다시 돌려줘야 해."

 

 상황을 지켜보던 진영이

 보다 못해 중재하기 시작했다.

 

 "뭐?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데려온 건데!"

 

 "맞아! 그 담 넘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데!"

 

 이율과 호진은 자신들이

 얼마나 힘들게

 고양이를 데려왔는지에 대해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내려보는

 진영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리고 고양이만

 그냥 두고 오면..

 낭자랑 만날 명분이 없단 말이야."

 

 이율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음.. 그럼 길에서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해.

 그래서 네가

 찾아주러 왔다고 하면

 되잖아. 그럼 낭자도

 널 만날 줄 거야."

 

 실망해 있는 친구를 향해

 진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그 말에 땅으로 꺼져버릴 듯

 고개를 떨구고 있던 이율은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그의 두 눈에는

 다시 생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역시 진영이야!

 희수랑은 생각하는 게 달라!"

 

 "가자! 친구!"

 

 "그래! 가자!."

 

 이율과 호진은

 진영를 향해

 존경의 눈빛을 날리며

 다시 의기투합을 한다.

 

 "아. 그리고 잠깐.

 희수도 데려가."

 

 의욕 넘치는 두 친구를 향해

 진영이 서둘러 덧붙였다.

 

 "뭐? 내가 왜

 쟤네랑 가야 해?"

 

 정작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은

 진영의 결정에

 희수가 동그래진 눈으로 되물었다.

 

 "쟤네만 보내기는 불안하고

 난 일 있어서 먼저 가야 하니깐

 네가 같이 갔다 와.

 너 오늘 한가하잖아."

 

 덤덤하게 말하는

 진영을 향해

 희수는 진심으로

 저들과 엮이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단칼에

 거절하려 했지만..

 

 "정희수 빨리 와!

 해지면 안 된단 말이야!"

 

 "서둘러 가야 해!"

 ​

 "!!!!!!!!!잠깐! 잠깐!"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두 친구에 의해

 양손이 붙잡힌다.

 

 "!!!!기다려!

 내 짐은 갖고 가야 해...!!'

 

 이율과 호진에 의해

 끌려가는 희수를 바라보며

 진영은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는 듯

 손짓으로 배웅한다.

 

 

 ****

 

 "왜 가만히 있는 거야?

 할 말 있다며."

 

 "아..아냐.. 네가 좀 불러줘.

 아니 내가 할 수는 있는데.."

 

 커다란 대문 앞에 선

 이율과 희수는 벌써 몇 분째

 옥신각신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의욕 넘치던 소년은 어디 갔는지

 한없이 소심한 소년이 된 이율이

 문 앞에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답답한 그의 모습에

 희수는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하... 답답해.

 도대체 왜 갑자기 소심해진거야?"

 

 "아 아니야! 낭자가 나오면

 잘 말 할 수 있어."

 

 "... 이번 한 번만이다?"

 

 "응! 다음부터는

 내가 다 할 수 있어!"

 

 이율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희수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문 앞 돌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끼이익.

 

 "어?"

 

 "어머나?"

 

 그의 눈앞에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옅은 회색빛의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대략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종이었다.

 

 그녀는 노르스름한 얼굴에

 커다란 매부리코를 가진

 결코 미녀라 하기

 어려운 여자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작은 두 눈이

 그를 예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압도되어

 희수는 저도 모르게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저. 고양이

 돌려주러 왔는데.."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양이요?"

 

 쩌렁쩌렁한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왠지 자신이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사고를 친 건 분명 이율과 호진인데..

 

 "혹시 흰색 고양이입니까?"

 

 그가 주저하는 사이 그녀가 물었다.

 

 "어? 어. 저기"

 

 그는 손가락으로

 이율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이내 장승과도 같았던

 그녀의 굳은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난 할 만큼 했어. 이제 네가 해."

 이율과 호진의 곁으로

 돌아온 희수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용기를 내어

 그 무서운 여종에게

 주인이 나와야

 고양이를 돌려줄 것이라고

 말하고 온 참이었다.

 

 그의 말에 여종은

 다시 집안으로 들아갔고,

 이제 낭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

 

 "응! 이제 내가 할게!"

 

 아직 낭자를 만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볼이 발그스레해진

 이율이 힘차게 대답했다.

 지나치게 큰 대답 소리를 보아

 여간 긴장한 게 아니었다.

 

 잠시 후

 굳게 닫혀 있던 대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의

 연분홍빛 치마를 움켜잡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작은 두 뺨은 상기되어 있었다.

 눈가 또한 촉촉이 젖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호냥아!"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어디 갔었어. 한참을 찾았잖아!"

 

 자연스레 이율에게서

 호냥이를 넘겨받은 초림은

 자신의 품에 안긴 호냥이의 코를

 나무라듯 콕콕 눌렀다

 .

 "다시는 마음대로 나가면

 안돼?! 알았지!"

 

 이내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은인인

 소년들을 바라보았다.

 

 "어? 도련님들은..?!"

 

 익숙한 얼굴에 그녀는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봄날 꽃이 만개하듯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들이 또

 호냥이를 찾아주신 겁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그녀의 모습에 이율은

 온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

 차마 뭐라 대답도 못하고

 그는 고개를 땅으로 떨구고 만다.

 

 "야. 뭐라 말을 해.

 만나고 싶어서 온 거잖아"

 

 보다 못한 희수가

 이율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

 

 "그러니깐 네가 왜

 부끄러워하는 거냐고?!"

 

 홍당무처럼 귀까지 시뻘게진

 이율을 보며

 희수는 답답하다는 듯

 짜증을 내었다.

 

 하지만 땅을 향해

 고개를 박고 있는 이율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초림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매번 신세만 지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리 도움을 주신 것에

 정말 고맙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양반가의 규수였다.

 

 "저.. 저.."

 

 “?!”

 

 마침내 굳게 닫혀있던

 이율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실 오르라기 같은

 얇디얇은 목소리만이

 흘러나왔다.

 

 "저.. 저..내가

 저.. 그게 저.."

 

 "네?"

 

 그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 듯

 초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저..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율은 이미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

 하염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희수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그때.

 그동안 한쪽 구석에서

 계속 풀 열매만 따먹고 있었던

 호진이 초림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누구보다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니깐 이율이 널 좋아한대!"

 

 "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그녀는 양쪽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리고.

 

 푸슈우.

 

 "이제 됐지?"

 

 상큼하게 뒤돌아 묻는

 호진의 앞에는

 소녀보다도

 더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이율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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