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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여섯번째 금요일 : 두근두근
작성일 : 17-06-18 02:50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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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엄마였다.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내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나를 어르며 달래주는 사람. 그것 외에도 엄마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다. 유독 싸움이 잦고 불화가 많았던 집안에서 유일하게 내가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무렵부터 엄마도 다시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엄마의 부재가 가져왔던 공허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엄마를 사랑하고 그리워해도 언제나 엄마가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어린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의 감정은 얼마나 강렬한지, 그 이후로 나는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에게 간섭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같은 맥락에서 생겨났다. 중학교 때 우연히 같은 학원에 다니던 남자애에게 조금 설레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행복하기 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남자애가 학원을 끊을 때까지, 눈 한번 마주치거나 말도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들 때면 나는 도망쳤다. 나는 항상 좋아하는 감정을 요리조리 피해서 숨어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건이에게 느낀 감정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눈을 마주치거나 장난을 쳐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계속 가슴이 쿵쿵 뛰었다. 우산을 쓰고 오는 내내 건이의 말에 제대로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아니야,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거니까 너무 의식하지 말자. 건이를 먼저 교실로 들여 보내고 홀로 화장실 거울 앞에서 최면을 걸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교실로 들어가 건이 옆에 앉았다. 수업이 시작하기 몇 분 전이라 평소 같으면 건이 옆에서 머물렀을 동기들이 각자 자리에 흩어져 있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수현이가 너 많이 아프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아?"

 "응, 어제부터 좀 나아졌어. 주말부터 엊그제까지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열도 엄청 나고, 토하고. 원래 잘 안 아프거든..."

 건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픈 동안 학교도 못 나오고 동기들과 좋아하는 농구도 못하고 맛있는 것도 못 먹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어쩐지 볼이 홀쭉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날 우는 나를 달래고 집까지 데려다 주느라 피곤해서 그런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건아. 그 날 고마웠어…나 때문에 주말에 아팠던 것 같아서 미안하다."

 "아냐!! 너 때문에 그런 거 진짜 아니야. 주말에 뭘 잘못 먹었던 것 같아. 그래, 맞다! 회를 먹었는데 그게 좀 잘못된 거 같아."

 건이는 화들짝 놀라 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회부터 시작해 뭘 잘못 먹은 것 같다, 원래 알러지가 있었던 거 같다 등등 병의 원인을 교수님이 들어올 때까지 줄줄이 읊었다.

 

 수업을 듣는 내내 건이가 신경 쓰였다. 하필 바로 옆에 앉아서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중간중간 물을 마시고 필기를 하고 교수님을 보고 하는 행동들도 조심스러워졌다. 나 혼자 긴장해서 식은땀이 났다. 이런 내 사정도 모르고 건이는 수업의 거진 절반을 졸았다. 교수님에게 들킬까봐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아예 책상에 고개를 박아버린 건이를 흔들어 깨워야 했다. 일어나서도 비몽사몽했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마지막 수업 시작까지는 시간이 좀 비어서 지난 주말의 보답으로 커피라도 사줄 겸 건이와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건이와 단둘이 있는 것이 이렇게 어색하고 민망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는 것이 괜히 신경쓰였다. 주변에서 우리 둘을 커플로 보진 않을까, 하는 괜한 생각이 들 때면 건이의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건이는 이런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원래 눈치가 없는 편이기도 했지만 따끈한 차를 마셔도 계속 기침을 하며 골골대는 것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아프면 그냥 먼저 집에 가는 게 낫지 않아?"

 "아냐, 괜찮아."

 "다음 수업 필기는 내가 해도 되는데. 나, 너 목소리도 흉내낼 수 있어. 대출해줄게."

 그 말을 듣자 건이가 웃었다. 지난 번 건이의 중후한 목소리를 흉내내 보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이다. 그러나 건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 주 내내 쉬어서 수현이를 못 봤거든. 얼굴도 좀 보고 집에도 같이 가게."

 건이가 빙그레 내가 좋아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이 찌르르 울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건이 때문에 긴장한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건이한테는 항상 수현이가 있었다. 지금은 연인이 아니어도 건이가 수현이에게 하는 행동은 친구라기보다는 연인에 가까웠다. 나도 그걸 알고 있었는데, 잠깐 까먹었던 것 같다.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런 내 마음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나는 억지로 말을 꺼냈다.

 "수현이도 수업 끝났겠다. 한 번 전화해봐."

 "아, 그러게. 여기로 오라고 그럴까?"

 건이가 핸드폰을 꺼내 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맞은편에서 그런 건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비참했다.

 

 수현은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아쉽다는 소리를 뱉었다. 건이에게 느끼는 이 감정도 어떤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수현에게 느끼는 감정도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확한 명칭을 알기 전에 이 모든 감정들을 다시 꾹꾹 눌러 담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복잡했는데 다행히 건이가 수업에 가기 전까지 조금만 눈을 붙이겠다며 카페 소파에 몸을 기댔다.

 

 혼자 마음도 식힐 겸 핸드폰을 하다 시간을 보니 이제 슬슬 가봐야할 시간이었다. 건이는 불편하지도 않은지 깊게 잠이 들어 있었다. 카페 창문 밖 비는 촉촉하게 내리고, 카페에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이 순간, 이 장소에 나와 건이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건이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덩치 크고 잘 웃는 동기 남자애였는데 지금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잠깐만, 조금만 이대로 있자.

 

 딸랑, 하는 종소리가 나며 누군가 들어왔다. 건이도 그 소리에 놀랐는지 눈을 떴다. 건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도 정신이 들었다. 수업 가자, 하니 건이도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건아? 안영이도 있네!"

 고개를 돌려보니 같은 과 동기들 몇 명이 서 있었다. 나와 건이와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어서 인사를 하고 지나치려 하는데 자기들끼리 그거 물어보자, 하더니 여자애 한 명이 핸드폰을 건이에게 들이 밀었다.

 "건아, 너 지금 페북에서 난리났어! 누가 대나무숲에 너 얘기 올렸다니까!"

 

 [신문방송학과 김건 학우, 여자친구 있나요?

 교양 같이 듣고 있는데 너무 잘생겼어요ㅠㅠ

 고백하기엔 용기가 없어서 여기 올려요.]

 

 "건이 너, 여자친구 없는 거 여기 댓글로 알려줄까?"

 동기들은 한껏 기대한 표정으로 건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건이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아니, 라고 대답했다.

 

 동기들은 계속해서 왜 그러느냐 물어봤지만 건이는 그저 됐다고만 말한 후 나와 함께 자리를 떴다. 계속 웃는 얼굴이긴 했지만 단호한 태도였다. 동기들도 평소와는 다른 건이의 단호함에 당황해서 인지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동기들의 탄식을 뒤로 하고 수업을 들으러 향했다. 건이가 우산을 팡 펴며 얼른 우산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건아, 너는 여자친구 안 만들고 싶어?"

 "응?"

 "아니, 아까 대나무숲도 그렇고. 다른 애들은 대나무숲에 그런 글 올라오면 엄청 설레하잖아, 좋아하고. 그런데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아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건이에게 물었다. 오늘 느낀 감정과는 별개로, 정말 궁금했다. 항상 연애 이야기로 설레하는 동기들과는 다르게 건이는, 그리고 수현은 그런 연애사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 나도 남의 연애 이야기에 관심 없어 하는 것은 비슷했지만 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음…지난 번에 말했지. 요새 바빠서 힘들다고. 새내기가 뭐 할 게 많나 싶겠지만, 나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할 시간이 없어. 내가 누군가랑 지금 사귄다면...아마 그 사람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는 건이의 옆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다른 누군가의 어두운 감정들을 한꺼번에 엿본 기분이었다. 괜히 물어봤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건이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요동을 쳤다. 내가 우산을 건네 받고 건이는 멈춰서 전화를 받았다.

 "응. 괜찮긴 한데…지금? 그래, 알았어. 갈게."

 통화는 금방 끝났다. 아까 건이의 얼굴에 스쳤던 감정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안영아, 나 아무래도 집에 가야겠다. 몸이 안 좋아서…"

 "수현이랑?"

 나도 모르게 물었다. 건이는 살짝 놀라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얼른 가. 내가 대출해줄게."

 건이도 나를 따라 웃더니, 내가 잡을 새도 없이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뒤늦게 우산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는 차마 부를 수가 없었다. 멀어져 가는 건이의 뒷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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