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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전우치
작가 : 권오단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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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는 중종 때의 인물로 도술에 능하고 시를 잘 지었는데 반역을 꾀한다 하여 1530년경 잡혀 죽었다고도 하고 〈조야집요 朝野輯要〉.〈대동야승 大東野乘〉.〈어우야담 於于野談〉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는 실재 인물인 전우치를 소재로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과 풍부한 사료, 재기 넘치는 한문시의 묘미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전우치 1 - 처사 전유선 - 5
작성일 : 16-04-11 10:37     조회 : 643     추천 : 0     분량 : 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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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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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를 끝내고 전유선와 이회는 사랑방에 마주하였다. 툇마루에 양쪽에 붙은 문을 활짝 열고 그곳에 대나무로 만든 발을 쳐서 시원한 밤공기가 선선히 불어오고 뜨락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져 싱그러운 청량감을 더해 주었다.

 화로에 찻물을 앉히던 전 처사는 자개로 만든 찻상위에 놓인 하얀 찻잔에 차를 따러 놓았다.

 “경상도 예안에서 이곳까지는 근 천릿길인데 먼 길 오셨습니다.”

 “차 맛이 기가 막히네요.”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던 이회는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 놓았다.

 “이것은 오복이 전해달라는 서찰입니다. 제가 찾아온 사연은 편지를 보시면 자연히 아실 겁니다.”

 전유선이 편지를 꺼내 읽는 동안 이회는 눈을 더 작게 찌푸려 바깥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편지를 다 읽은 전유선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무얼 그리 보십니까?”

 이회가 전유선에게 얼굴을 돌려 신기한 듯 얘기했다.

 “지금 마당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아이가 아까 나와 같이 온 노복이 아닙니까?”

 “예. 실권이가 맞습니다.”

 “마당에서 돌절구를 얹은 지게를 지고 무엇을 하는 겁니까?”

 “발이 말보다 앞서는 연습을 하고 있지요.”

 이회는 전유선의 말에 껄껄 웃었다.

 “허허허. 제가 좀 전에 발이 말보다 앞선다는 말로 그놈을 놀렸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전공에게 말을 하였나 봅니다.”

 전유선이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이회는 다시금 마당에 있는 실권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면서 보니 눈에 총기가 넘치고 걸음걸음에 힘이 넘치는 것이 범상치 않아 보이더군요.”

 “장차 나라의 동량(棟梁)으로 쓸 만한 좋은 재목이지요.”

 이회는 이윽고 고개를 돌려 전유선를 바라보았다.

 “제가 오복이와 동접친구로 가까이 지내면서 전공의 이야기를 간간히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뵙고 싶던 차라 불원천리하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오복이와 동접이라면 점필재(佔畢齋-김종직의 호) 선생님께 수학하셨습니까?”

 “예. 위인이 어리석어서 관로에 오르지 않고 이렇게 산림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그때였다. 갑자기 바깥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은은한 메아리처럼 울려왔다.

 “유선이. 그동안 잘 있었는가?”

 이회가 발을 열어젖혀 마당을 살펴보니 마당에는 돌절구 얹은 실권이 하나 밖에 찾을 수가 없다.

 “이상한 일이네요. 이게 어디서 들리는 소립니까?”

 “손님이 오시는 모양입니다.”

 전유선이 마당에 있는 실권이에게 말했다.

 “실권아. 대문 밖에 나가면 잠시 후에 스님 한분이 오실 것이다. 지금 나가서 모시고 들어오너라.”

 “예.”

 실권이가 지개를 벗어놓곤 부리나케 안중문을 나갔다.

 잠시 후 이회는 안중문으로 걸어 들어오는 한 노승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몰골이 초라한 노승은 실권이보다도 작은 체구였는데,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그는 지팡이 하나에 기대어 걸어오고 있었는데, 걸음걸이가 매우 날쌔어 절름발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처사. 나 들어가오.”

 스님은 훌쩍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풀썩 앉아 한쪽 다리를 몇 번 두드리며 말했다.

 “에구. 에구. 이제 나도 갈 때가 다 된 것 같아.”

 전유선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스님?”

 “요즘엔 까닭 없이 몸이 나른 한 것이 예전 같지 않네그려. 죽을 때가 가까워온 모양이야.”

 스님은 눈앞에 이회가 없는 것처럼 거리낌이 없었다.

 “증상이 어떤데 그러십니까?”

 “기경팔맥(奇經八脈)으로 진기가 마구 소용돌이쳐서 온몸이 개미에 물린 듯 따갑고 가렵네.”

 “그럴 리가요?”

 전유선이 심각한 얼굴로 스님의 맥을 잡았다.

 “아무렇지도 않으신데 또 거짓말을 하셨군요.”

 “하하하. 그래서 내 이름이 공갈이잖아. 공갈.”

 공갈스님이 목을 젖혀 호탕하게 웃었다.

 “스님 두 참. 기경팔맥으로 진기가 소용돌이친다면 미치게 되지요. 십중팔구 죽지 않으면 미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 병을 고치지 못한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만 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나 좀 가르쳐 줘.”

 “뜬금없이 기광을 고치는 법을 가르쳐 달라하시니 가르쳐는 드리겠습니다만 이유는 알아야 하겠습니다.”

 “자네도 잘 알거야. 사주쟁이 김판수라고 말이야.”

 “김판수라면 김숙중(金叔重) 어르신 말씀입니까?”

 “그래. 자네가 잘 알고 있구먼. 얼마 전에 한양에서 숙중이를 만났는데 자네 이야기를 했더니 다짜고짜 기광병을 고치는 법을 물어보라하더군. 곧 써먹을 데가 있을 거라 뭐라나. 그 사람이 맹인이지만 눈밝은 사람보다 세상일을 잘 아는 사람 아닌가. 해서 집에 가는 길에 물어보러 온 거네. 고칠 수 있다면 자네가 나에게 그림으로 그려서 잘 설명해주게나.”

 “알겠습니다.”

 전유선은 인체가 그려진 붉은 천을 꺼내어 혈자리에 침을 찌르며 노스님에게 설명해 주었다.

 “자리가 너무 많으니 헷갈리는군 그래. 아예 그 자리를 침으로 찔러놓게나.”

 전유선은 붉은 천에 수십 개의 침을 찌르며 스님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자그마치 30여 개의 침이 인체 그림에 꽂히고서야 전유선의 설명이 끝이 났다.

 “고맙네. 숙중이가 써 먹을 날이 있을 거라 그랬으니 언젠가 써 먹을 날이 오겠지.”

 공갈 스님은 침이 꽂힌 붉은 천을 둘둘 말아 품속에 넣고는 몸을 일으켰다.

 “스님. 벌써 가시려 하십니까?”

 “응. 볼일 봤으면 가야지. 손님도 봤는데……”

 공갈 스님은 가려다 말고 멀뚱히 앉아 있는 이회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눈썹이 좌우로 긴 것을 보니 역마살이 있소. 멀리 멀리 돌아가시오 그럼 장수하실 게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스님.”

 “관상이 그렇다는 거요.”

 “하관이 빠졌고 눈 밑이 창백한 것을 보니 쓸쓸하고 외로운 상이요. 이마에 관운(官運)이 없으니 공부를 해야 소용이 없을 것이오, 코가 가늘고 콧망울이 약하니 재물운도 없겠소. 다만 위안이 있다면 눈썹이 팔자로 길게 뻗어서 장수하겠소.”

 “관운이 없고 재물운도 없는데 장수하면 그게 흉상이 아니고 뭡니까?”

 “관운이 있고 재물운이 좋아도 단명하면 그게 흉상인게요.”

 “주려서 오래 사느니 배불러 일찍 죽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배부르게 일찍 죽는다고 마음 먹은데로 되나? 관운과 재물운이 없는 것이 오히려 낫소. 복날 개처럼 찢겨 죽는 것 보담 백배 낫지. 암.”

 “그럼. 도대체 제가 무슨 일을 하면 좋겠습니까?”

 “온전히 수명을 마치시려면 덕을 쌓는 일을 하시게. 그게 무엇인지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시던가.”

 공갈스님은 전유선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처사. 이번에 가면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잘 있게. 그동안 자네에게 신세진 것은 후일에 반드시 갚음세.”

 스님이 쓸쓸한 얼굴로 손을 몇 번 흔든 후에 지팡이를 짚고 마당을 가로 질러 중문 밖으로 사라졌다.

 이회는 노승이 사라진 어둠 속을 바라보다가 전유선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저 노스님은 뉘신가요?”

 “공갈스님이라 하는데 본명은 모르겠습니다. 송악산(松嶽山) 취적봉(吹籍峰) 천수암(天壽庵)에 홀로 사시는데 수양을 오래하셨지요. 젊을 적에는 김시습과 홍유손 같은 당대이인들과 어울려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청담파의 한 사람인가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청담파는 세조가 단종을 폐한 후 시국을 원망하던 선비들이 중국 진(晋)의 죽림칠현(竹林七賢)을 모방하여 동대문 밖 죽림에 모여 고담준론(高談錢論)으로 소일하던 모임을 일러 붙인 이름이다.

 김시습․남효온(南孝溫)ㆍ홍유손(洪裕孫)ㆍ이정은(李貞恩)ㆍ이충(李擺)ㆍ우선언(禹善言)ㆍ조자지(趙自知)ㆍ한경기(韓景務) 등 쟁쟁한 선비들이 수양의 왕위찬탈과 노산군의 죽음을 비관하며 세상과 등을 돌렸으니, 공갈스님 역시 이름을 버리고 산속으로 몸을 숨긴 유현의 하나 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김숙중이라면 장안에 용하다는 맹인 점쟁이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학서가 귀신 뺨 치고 숙중이 도깨비 볼기를 때린다는 풍문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김학서는 세종적의 사주쟁이인데 점을 용하게 봐서 임금께서 불러 점을 보시고 상으로 집을 내리셨지요.”

 “그게 명경수(明鏡數)라는 것이지요?”

 “예. 잘 아시는군요. 김학서가 제자 하나가 있었는데 토산(兎山) 우봉(牛峰) 사는 장득운(張得雲)이었지요. 정축년(1457)에 세조대왕이 명경수가 탐이 나서 장득운의 집을 수색하여 안효례의 편에 부치게 하였는데, 장득운이 정본은 빼돌리고 헛으로 된 음양서를 보내어 임금을 속였던 적이 있지요. 임금이 뒤늦게 알았지만 귀신같이 앞일을 내다보는 사람을 잡을 수가 있어야지요 장득운이 세상을 피해 다니면서 제자를 두었는데 그가 바로 김숙중입니다. 명경수라는 것이 맹인들에게 전하는 술법 같은데 앞일과 뒷일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다더군요.”

 “앞일과 뒷일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본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군요. 옛날 중국에는 주역(周易)으로 점을 쳤다 하는데 그럼 그것과 같은 것입니까?”

 “주역은 시초점(蓍草占)을 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와는 많이 다르다 합니다. 주역이 대단하다 하지만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데는 명경수를 따라갈 만한 것은 없다고 하는군요. 고려 적에는 나라에서 명과(命課)를 뽑을 때에 대부분 맹인으로 기용하였는데 바로 그런 이유였지요.”

 “듣자니 국초에 복진(卜眞)이라는 맹인이 둔갑술(遁甲術)를 부려 궁궐에 들어와 주상을 만났다가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복진이 맹인이라면 그 역시 명경수를 배웠을 터인데 둔갑술 같은 요술을 부리는 것을 보면 명경수라는 책에 요술을 부리는 방법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글쎄요. 옛날 황건적의 수괴인 장각이 호풍환우하는 요술을 부렸다고 들었습니다. 장량이 황석공을 만나 술법을 배웠다 하는데 축지법이라면 모를까? 사람이 도술을 배운다고 짐승으로 변할 수가 있을까요?”

 “그것은 모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이 많으니까요.”

 “그것은 그렇지요.”

 한동안 명경수와 도술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되다가 이회가 다시금 말꼬리를 돌렸다.

 “공갈 스님 말이 제가 온전히 수명을 다 하려면 덕을 쌓으라 하는데 무엇을 하면 덕을 쌓을 수 있을까요? 관운이 없다하니 선정으로 덕을 쌓을 수는 없을 것이요, 재물운도 없으니 사람들에게 베풀 수도 없을 것이요, 도대체 무엇으로 덕을 쌓는단 말입니까?”

 전유선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벽장을 열고 안에서 비단으로 싼 물건을 꺼내어 조심스레 풀었다.

 비단 안에는 동의본초경(東醫本草經) 한 권과 원시침경(元施針經) 두 권이 들어 있었다.

 “이게 무슨 책입니까?”

 “이 동의본초경과 원시침경은 예로부터 이 땅에서 전해 내려오는 의술 책으로 조선의술의 정수입니다. 관운도 없고 재물운도 없지만 글은 배우셨으니 이 책으로 덕을 쌓으십시오. 덕을 쌓는데 사람을 살리는 것처럼 큰 일은 세상에 없지요.”

 “이런 귀한 책을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의술이란 많이 홀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이 백성들에게 이롭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가져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이회가 책을 소중하게 갈무리하였다.

 “참. 그런데 전처사께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불원천리하고 청도로 가실 겁니까?”

 “오복이 부탁하는데 아니 갈 수 있나요?”

 “풍병은 낫기가 쉽지 않다던데…….”

 “낫기 쉬운 병도 있고 어려운 병도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경상도에 갈 일이 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전유선은 고개를 돌려 어둠이 내린 남쪽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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