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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소년, 요괴
작가 : 드쿠
작품등록일 : 2017.6.17

눈을 의심해본다.

하지만, 그건 결코 환상이 아니었다.

창가에서 불어온 바람과 함께,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치, 그 장소에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아침의 교실에서 그것을 목격했다. 주인이 없을 36번째 자리에 처음보는 소녀가 앉아있는 것을. 그건 전학생도, 다른 반 학생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투명인간을 목격한 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

 
소년, 투명인간 -004-
작성일 : 17-06-17 16:13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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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자국에는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었다. 연하고 진하고, 뚜렷하고 옅고, 일정하고 일정하지 않고 같은, 간단한 기준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보통의 경우를 생각하자면, 연한 쪽보다는 진한 쪽이 최근의 것에 가까울 거다. 그야, 시간이 지나면 얼룩이나 페인트나 옅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분류의 일에도 포함되는 개념인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쪽에서 생각할 수 있는 상식에서 생각하는 거다. 진주가 말했듯이, 이번에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내가 주역인 일이니까.

 

 내 상식대로 해결하면 되는 일인 것이다.

 아마도, 지만.

 

 뭐, 그런 고로.

 

 발자국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계단에 도달했다. 진한 색의 발자국이 계단을 따라 위를 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소녀, 36명째 학생은 위로 올라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런 발자국이 수십 개. 물론, 수일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왔으니, 발자국이 많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선명한 것이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보면 위층과 아래층을 왕복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생각해보자면 그렇다.

 

 입학식이 3월 3일이었고, 36번째 책상에 대한 소란이 있던 것이 10일이 지난 3월 13일의 일이다. 입학식 때에는 그 소녀가 반에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가정하는 것이다. 존재가 지워진 거니까, 처음 시작이 언제였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야, 아무도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는 거니까.

 

 존재가 지워졌다.

 세상에서 없는 것처럼 되었다.

 그리고, 그걸 자기 자신만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3월 3일을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자. 3월은 31일이니까, 3월 3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29일이다. 이어서 오는 4월은 30일이니 59일. 그리고 오늘. 최소 59일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오늘까지…….

 

 “오늘은, 5월 21일인가…….”

 

 휴대폰의 디지털시계를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6시 30분이라고 적힌 사각형 모양의 시계 옆에, 5월 21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59일째에서 21일이 추가된 시간은, 그러니까…….

 

 80일. 시간으로 따지자면 1938시간 30분. 분으로 따지면 116310분. 초로 따지면……. 아니, 그만두기로 하자. 이 이상 숫자놀이를 해 봤자,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린다. 80일이라는 단어만으로 충분히 와 닿는다. 그녀가 존재 없이 살아왔을 시간, 모두에게서 잊혀졌어야 할 시간이, 온몸의 신경을 마구 긁었다.

 

 얼마나 괴로웠을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저 정도면 버뮤다 삼각지대에 갔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시간이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섬이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처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만이 혼자인 거다.

 

 혼자인 거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었다.

 

 “…….”

 

 분명, 죽을 만큼 괴로웠을 거다. 아니, 죽고 싶어도 죽을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남에겐 사사로운 일상이, 그녀에게는 말 그대로의 생지옥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생지옥이라던가 무간지옥이라던가 하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괴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런 고통.

 

 발자국을 계속 따라가자 어느덧 옥상에 도달했다. 정확히는, 옥상으로 통하는 문 앞에 도달해 있었다. 진한 색의 발자국이 이 앞에서 끊긴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이 안쪽에 그녀가 있는 것 같았다.

 

 문은 열려있었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이, 활짝 열려있었다. 문 너머로는 어두워진 하늘과 펜스 같은 것이 보이고 있었다.

 

 부적을 벽에서 떼어내며, 나는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러고는, 문 바로 옆쪽 벽에 부적을 붙여 주위를 환하게 만들었다. 푸른 기운이 옥상에서 폭발하듯 뻗어나갔고 이윽고 학교 전체가 푸른 기운에 덮였다. 아무래도, 굳이 부적을 붙였다가 때었다가 할 필요 없이 옥상 같은 곳에 붙여뒀으면 되는 모양이다.

 

 괜한 고생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옥상에 보인 것은 수많은 발자국과 의자였다. 확실히, 부적을 붙이기 전에는 발자국도, 의자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의자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그녀는 여기서 야경이라던가, 그런 걸 봤던 모양이다. 마음의 위안으로 삼은 걸까? 뭐, 내 또래의 소녀라면 별을 보거나 하면서 슬픈 마음을 달래는 것쯤은 당연한 것이겠지.

 

 같은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철컥, 하는 소리가 문득.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고는 천천히,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또각, 또각, 귀를 찔렀다.

 

 그리고 들려온 것은, 청아한 여자의 목소리.

 

 “저기, 너 있잖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온몸이 돌처럼 딱딱했다. 목소리를 듣고, 몸이 굳어버린 것이었다. 무척이나 차갑고, 냉정한 그 목소리에.

 

 소녀였다.

 

 검은색 단발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안경을 끼고 있는 소녀였다. 교복이 잘 어울리는 가녀린 몸매였고 다리에는 스타킹처럼 보이는 걸 신고 있었다. 겉모습은 무척이나 수수한 소녀였지만, 목소리를 듣고 보니 수수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차갑다는 느낌이었다. 피부는 아세톤 물감을 칠한 듯한 하얀색이었다. 살구색과 하얀색이 뒤섞여, 노이즈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36명째 소녀.

 36번째 자리의 주인.

 

 그녀였다.

 

 문 앞에 서 있던 그녀는 내게로 점점 다가왔다.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고개를 떨군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귀신을 보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렇게 느끼고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당연히 보이지! 너를 구해주러 온 거니까. 아니, 방법은 아직 잘 모르지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뭔가를 선언하듯, 그렇게 말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그녀를 구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나를 구해줘……? 그러면…….”

 

 휘청휘청 거리며 걷던 그녀가 바로 내 앞까지 다가왔다. 그러고는, 멈추고는, 고개를 천천히 들며, 그렇게 속삭였다.

 

 “……나를 위해, 죽어줘.”

 

 푹. 하는 소리였다. 간단한 소리였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바로 알 수 없었다. 단지,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천천히 떨군다.

 

 거기에, 배와 가슴을 가르는 정 중앙 부분에, 긴 플라스틱 막대가 박혀 있었다. 그 끝은 달빛에 젖어, 조금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칼.

 단도.

 

 그렇게 불리는 것이, 소녀의 손으로부터 뻗어 나와 내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아파, 아프다, 괴롭다, 쑤신다, 따갑다, 죽을 것 같다, 왜지?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아니, 어째서? 칼? 나를 위해 죽어줘? 무슨 소리야? 그보다, 이거, 찔린 거 아니야? 어라, 어째서, 나는……?

 

 “으, 으윽…….”

 

 비명은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저 아팠다. 머릿속은 공황상태에 빠져서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몸에서 힘이 빠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그 자리에 서서 버티려고 하는 듯, 다리에 알 수 없는 힘이 샘솟았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그저,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고자, 발버둥 치려는 듯, 떨리고 있었다.

 

 소녀는, 무표정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 눈동자에는, 확신이라는 것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두 번째 움직임이 있던 것은 그 직후였다.

 

 칼이 떨렸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관통해 있던 내 몸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게 소녀의 손에 머무를 일은 없었다. 다시, 재빠른 속도로, 내 배를 관통했다. 푸슉, 이나 푹, 같은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살이 떨리며, 칼이 눈앞에서 수십 번의 왕복 운동을 반복했다. 아픈 감각이 더해져 왔고, 다리에 있었던 힘도, 어느새 빠져나가 있었다.

 

 내장이 터져 나온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교복이 피로 젖어 들기 시작했다. 찢어진 교복 사이로 심장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째, 서……?”

 

 자연스럽게, 나는 주저앉았다.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피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괴로움, 이었다. 이유 모를 괴로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소녀는 내게 다가와 귀에 대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네가 36명째야.”

 

 그러고는, 천천히 내게서 떨어져, 물러났다. 그러고는, 죽을 때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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