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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소년, 요괴
작가 : 드쿠
작품등록일 : 2017.6.17

눈을 의심해본다.

하지만, 그건 결코 환상이 아니었다.

창가에서 불어온 바람과 함께,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치, 그 장소에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아침의 교실에서 그것을 목격했다. 주인이 없을 36번째 자리에 처음보는 소녀가 앉아있는 것을. 그건 전학생도, 다른 반 학생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투명인간을 목격한 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

 
소년, 투명인간 -003-
작성일 : 17-06-17 16:12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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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에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아직은 겨울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어둑어둑했다. 뭐, 이맘때의 봄이라면 당연한 이야기니 어쩔 수 없다. 태양이 어쩌고 달이 어쩌고 지구가 어쩌고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겨울이니까 그런 거다.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는 게 자연스러우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니까. 그런 겨울의 영향을 받는 봄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뭐, 그런 고로.

 

 교실은 이상할 정도로 어질러져 있었다. 거의 아침과 같은 풍경이다. 창문은 열려있고 커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36번째의 책상은 그대로. 청결 그 자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혼자서만. 혼자서만 깨끗한 채였다.

 

 의자가 따돌림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기분이었다.

 

 교실의 안으로 들어서며,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진주였다.

 

 “정말이지, 혼돈 그 자체를 재현한 것 같은 모습이야. 청소 시간에 다들 뭘 했는데 이렇게까지 교실이 지저분한 거야? 청소 구역 같은 건 정하고 있는 거겠지?”

 “야, 우리 반을 너무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이렇게 보여도 오늘도 바닥이 반들반들 거릴 정도로 열심히 청소를 했단 말이야.”

 “네가 말하니까 더 신뢰가 안 가는데. 어차피, 청소라던가 제대로 안 하는 편이잖아?”

 “누, 누가 청소를 안 한데!”

 “마지막으로 청소를 한 날짜는?”

 “…….”

 

 5년 전의 중학교 입학식 때였던 것 같다.

 

 아니, 반 청소라던가 하는 건 결국 규정에 얽매이는 거라고 해야 하나. 나는 그런 규정이 싫다고 해야 하나. 아니, 결국에는 땡땡이치는 게 좋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나는 순도 0%의 고등학생이니까.

 

 머릿속이 변명 같은 것으로 뒤섞인 건 둘째치고, 진주는 그렇게 말했다.

 

 “뭐, 청소를 했다는 걸 믿는다고 치자. 그러면, 대체 누가 교실을 이렇게까지 어지럽힌 걸까? 교실 문도 열려있고.”

 

 정확히 말하자면, 앞문은 잠긴 채였고 뒷문만 열려있는 상태였다. 뒷문은 자물쇠가 아니라 잠금 쇠를 걸어두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안쪽에서는 쉽게 열 수 있었다. 아마 그렇다는 건,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서 열었다는 거겠지.

 

 안쪽에서.

 

 “36명째의 학생이 아닐까 싶은데…….”

 “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 네가 쓸데없이 내 호기심을 자극하니까 이런 한밤중에 남아서 교실의 모습을 둘러보고 있는 셈이니까. 일단, 여기서는 그 36명째 학생이 교실을 어지럽힌 범인이라는 가정 하에 움직일까…….”

 

 진주는 그렇게 말하며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응? 뭐야?”

 “부적, 받아왔잖아. 모르는 척하는 거야?”

 “보여준 적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야? 너 설마, 초능력자라던가 남의 생각을 읽는 게 가능한 녀석인 거냐……?”

 

 아니,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입학식. 2학년이 되어 그런 이름의 행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야 했을 나의 일상은, 그 지점을 중심으로 크게 뒤바뀌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어땠을까? 뭐, 들은 적이 없으니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크게 바뀐 게 없는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지만.

 

 내 말에 진주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더니 그대로 교복 주머니의 부적을 가져갔다. 아무래도, 교무실을 나온 순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애당초, 숨길 의도는 없었다. 부적을 넣고, 교실로 올라오기까지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조금 의문이다. 어째서, 그는 그런 말을 행동을 한 걸까?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진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네가 주역인가……. 나는 보조역? 그 선생님, 나를 얕보고 말이지……. 아, 정말! 짜증 나 죽겠네……. 자!”

 “으, 으응?”

 

 뺏겼던 부적이 다시 돌아왔다.

 

 진주는 질렸다는 듯이 표정을 뭉갰다. 강후 형의 의도를 읽은 거겠지만, 그런 건 나에게 있어서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생각이다. 그야, 보이지 않는 게 보이게 되는 부적이라던가, 무고경주라던가 하는 것들은 내게 있어서 상식이 아니다. 이 나이의 청소년이 가지고 있을 상식이라면, 게임 아이템의 시세라던가, 좋아하는 걸 그룹이 사는 집의 주소라던가! 그런 것들이잖아!

 

 아니,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아니, 아무래도 좋은 건가?

 

 진주가 교실의 벽면, 정확히는 조명과 에어컨 스위치 사이의 자리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마치, 붙이라는 듯이 손짓했다.

 

 붙인다.

 

 부적의 뒷면은 평범한 종이처럼 매끈했지만, 벽과 만나는 순간접착제라도 바른 듯이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고는 잠시 후, 교실 안쪽에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부적의 효과인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게 된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 직후 푸른 기운이 교실 전체를 감싸자,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

 

 “……!”

 

 다른 것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어질러진 책상이나 교실의 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하나 바뀐 것이 있었다.

 

 36번째 책상.

 

 그 위와 안.

 

 아무것도 없었을 36번째 책상에 검은색 가죽 재질의 가방과, 갈기갈기 찢어진 문학 교과서. 책상 안에는 마찬가지로 갈기갈기 찢어진 교과서들이 엉망진창으로 구겨져 있었다. 그 외에 필통이라던가 부러진 연필. 완전히 먼지투성이가 된 분홍색 슬리퍼 같은 것도 들어 있었다. 감상을 말하자면 쓰레기장을 책상 안에 구현한 듯한 모습이다.

 

 “이건 심한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쓰레기나 다름없어진 문학 교과서를 들어 올렸다. 안에는 수업의 필기, 시험 범위, 그리고 반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이미 확실해졌다.

 지금까지 길고 길었던 36명째의 학생 찾기 운동은 막을 내렸다.

 

 “36명째 학생은 실제로 있었구나.”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진주였다. 그녀는 주인이 떠난 36번째의 책상을 어루만지며, 쓸쓸한 목소리로 그렇게 덧붙였다.

 

 “아무래도 자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수업도 제대로 듣고 있었던 거 같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한 게 전부 적혀있어. 이게 진짜라면, 이 녀석의 정신 상태에 큰 문제가 없을지가 가장 걱정이야.”

 

 무고경주.

 

 그런 것에 관여 되었다고 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정신적으로 괴롭기도 하고, 신체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그런 평범한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절대로 보이지 않으며, 자신과 관련된 것이 아닌 물체에게 물리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상태라면. 과연 어땠을까? 자신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만져대도, 열심히 해도, 아무런 행동으로도 돌아오지 않는 상태라면…….

 

 그건 비참하다.

 투명인간이라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건, 공기나 다름없는 거잖아……!

 

 “……나, 말이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으니까, 그대로 입 다물어.”

 

 내가 하려는 말이 뭔지 다 안다는 듯, 진주는 그렇게 말했다. 눈앞의 사태를 보고, 진주도 뭔가를 느끼고 있는 걸까. 손을 떨고 있었다.

 

 왠지, 부모님의 원수를 눈앞에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도, 부모님을 죽이는 장면을 본 것 같은. 그런 느낌.

 

 정적이 흘렀고, 이를 깨운 것은 진주였다.

 

 “아쉽네. 이번에는 내가 주역이 아니라서 말이지. 이제부터는 네가 찾아야 해. 나는 선생님이 있는 곳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부르러 와.”

 “주역……?”

 “정말이지 눈치 없네……. 이 일은 네가 해결해라. 그런 뜻이야. 선생님이 왜 내가 아닌 너한테 부적을 줬겠어?”

 “부적을……?”

 “하……. 그러니까, 선생님은 너한테 기대를 하고 있다는 거야. 입학식 때의 사건을 무사히 끝낸 네가,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를 바라는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너한테 부적을 맡길 이유가 없지.안 그래?”

 

 진주는 그렇게 말하며, 뒷문을 향해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나는 눈치챘다.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야, 이진주!”

 “부적의 효과는 벽에서 때어나면 끝나. 부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계속 붙여보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자리의 주인을 만날 수 있겠지.”

 

 진주가 사라지고, 한동안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전부 해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무책임하다던가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그야, 나와 진주가 시작한 일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둘이서 해결해야 하는 일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버려질 줄이야. 아니, 버려졌다기보다는, 혼자 남겨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여기에 남겨진 셈이다.

 

 나 혼자.

 

 아니, 어딘가에 있을 36명째 학생과 같이.

 여기에 있다.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옮겨 벽에 붙은 부적을 떼어냈다. 착 달라붙었다는 느낌의 표면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간단하게 때어졌다. 신발이나 필통, 색연필 용기에 붙어 있는 벨크로 테이프-일명 찍찍이-가 생각나는 감촉이었다.

 

 교실에 감돌던 푸른 기운이 사라지자, 아까 보였던 물건들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준다는 건, 과연, 이런 효과였던 건가.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문제다. 아침에 봤던 그 소녀가, 36명째 학생이라는 것은 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누구고. 어쩌다 무고경주 같은 괴현상에 휘말린 것인지. 그리고, 지금 그녀는 어디에 있는지.

 

 모든 것이 수수께끼인 상황이다.

 그녀를 찾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손에 들려 있는 부적 하나뿐.

 

 “별 수 없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복도로 나와 창문에 부적을 붙였다. 착, 하는 소리와 함께 붙은 부적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이내 복도 전체를 밝게 비췄다. 심야에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복도는,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마치, 가스레인지의 불꽃을 영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푸른 기운이 퍼진 복도.

 

 거기에 서 있는 건 나 혼자였다. 하지만, 나 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물질이 하나 있었다.

 

 발자국. 정확히 인간의 발자국 형태를 한 얼룩이 복도의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것도, 보이지 않는 것…….

 

 “……이걸 따라갈 수밖에 없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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