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소년, 요괴
작가 : 드쿠
작품등록일 : 2017.6.17

눈을 의심해본다.

하지만, 그건 결코 환상이 아니었다.

창가에서 불어온 바람과 함께,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치, 그 장소에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아침의 교실에서 그것을 목격했다. 주인이 없을 36번째 자리에 처음보는 소녀가 앉아있는 것을. 그건 전학생도, 다른 반 학생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투명인간을 목격한 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

 
소년, 투명인간 -001-
작성일 : 17-06-17 16:11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526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투명인간?”

 

 그렇게 말한 건 진주였다. 진주는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똑바로 주시했다.

 

 “너 말이지, 설마 투명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던가. 그런 이상한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너한테 투명인간에 대해서 알려주면 100퍼센트의 확률로 목욕탕에 달려갈 테니까. 방법 같은 건 절대로 못 말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뭔가, 나를 머릿속에 야한 생각만 가득 찬 녀석으로 오해하고 있는 진주는 둘째치고. 투명인간이 될 방법이 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역시 세상은 대단하구나. 아니, 생각해보면 무지막지하게 위험한 게 아닌가? 투명인간이라니. 세계의 균형을 도미노처럼 쓰러트릴 정도의 녀석이잖아…….

 

 왠지, 내가 투명인간이 되어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가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지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진주는 내 말을 듣고는 안심했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게 아니면 대체 뭔데? 이 세상에서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던가? 그런 거라면,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알려줄 수도 있어.”

 “네 머릿속의 나는 대체 어떤 놈이냐…….”

 “야한 만화를 보고 거기에 나온 환약이라던가 성별이 바뀌는 총 같은 걸 실제로 만들어버릴 녀석이지.”

 “어째서 그런 부류인 건데! 그보다, 그런 생각을 할 정도면 일상생활은 불가능할 정도잖아!”

 “넌 이미 불가능한 케이스 아니었냐?”

 “어째서냐고요…….”

 

 내 반응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진주는 “뭐, 좋아. 일단 왜 투명인간에 대해서 궁금한지 말을 좀 해줄 수 있을까? 나도 흥미가 좀 생겼어.”라고 말했다.

 

 이진주.

 

 나와 같은 동아리에 소속된 부원이다. 정확히는 동아리의 부장으로, 나는 그녀가 창설한 동아리의 차장이다. 뭐, 부원이라고 말해도 총 부원 수 7명 중에서 나와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유령 부원인 명목상의 동아리지만 말이다.

 

 진주는 남을 놀리길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애다. 말괄량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겉모습은 실로 훌륭한 모범생이다. 염색이나 파마 따위를 하지 않은 갈색의 긴 생머리와 단정한 교복 차림. 선생님들 앞에서는 공부를 잘하고 예절이 뛰어난 아이, 같은 느낌을 연출하는 모습이다. 실제로도 선생님들 사이에서 평이 좋은 편이며,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도 동경의 대상 같은 느낌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야, 시험에서는 항상 1등급이고 모의고사에서도 국영수는 100점. 탐구 과목은 50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녀석이니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어느 학교에나 꼭 있을 법한 능력 좋은 개념인 같은 모습이다. 이렇게 말하면, 앞서 말한 말괄량이의 특성은 잘못된 게 아닌가 싶겠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녀의 말괄량이 속성은 내게 한정되어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표리가 있다고 친다면, 우등생의 표(表)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 말괄량이의 리(裏)는 나한테만 적용되는 사항이다.

 

 짓궂다고 해야 하나. 그게 아니라면, 나를 싫어한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거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같은 학교였고,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모두 같은 반이었다. 2학년이 되어서는 과가 갈려서 자연스레 떨어지게 되었다. 진주는 이과, 나는 문과다. 하지만, 동아리는 결국 같았기에 이런 식으로 매일 만나고 있다. 점심시간에도 왠지 나와 같이 밥을 먹는 게 일상이었고, 집 방향이 같은 이유로 하교도 매일 같이 했다.

 

 이런 엄친아 같은 녀석이 왜 나하고 이렇게까지 가깝게 지내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진주가 싫지 않았다. 밀어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야, 요즘 같은 시대에 여자인 친구를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능력이 좋으니까 말이다. 옆에 두어서 나쁘지 않은 친구라는 거다.

 

 특히, 이번 입학식 때는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 내가 학교를 자퇴하려고 했다던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서 목숨이 위험했다던가 하는. 그런 사건들이. 그 사건들에서,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나는 이 세상에 없었겠지.

 

 거기에 대한 답례. 아니, 답례는 아니고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노예 계약이라고 해야 하나. 입학식 때의 일을 빌미로, 나는 그녀와 함께 방과 후까지 남아 학교 축제에 제출할 프린트의 제작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야, 유령 부원만 5명인 동아리라고 해도, 담당 선생님까지 갖춰진 제대로 된 동아리다. 학교에서 매년 준비하는 축제에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으면 생활기록부에도 들어가지 못할 테니, 이런 식으로라도 준비를 해야 하는 거다.

 

 뭐, 그런 고로.

 

 나는 진주에게 그렇게 답했다.

 

 “그게 말이지, 오늘 아침에 말이야.”

 “뭔가 아줌마들이 수다 떠는 것처럼 말하네.”

 “……윽. 그, 그렇다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인데.”

 “안돼. 들어줄 마음 없어. 돌아가.”

 “네가 무슨 판사님이라도 되는 줄 아냐!”

 

 일본식 만담을 나누듯 대화가 오고 갔다.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건 기분이 나빴다. 아니, 당연한 거잖아? 자기가 말해보라고 해놓고서, 이렇게 무시하는 건 좀 아니지.

 

 물론, 나는 그걸 입 밖으로 뱉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이 나갔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투명인간 같은 걸 봤어.”

 “갑자기 투명인간 이야기를 하더니, 머릿속이 투명해진 걸까?”

 “아니, 장난이 아니고. 정말이야. 우리 반에 있는 36번째 책상, 너도 알고 있지?”

 “그야 알고 있지. 학년 초에 엄청 소란스러웠으니까. 존재하지 않을 36명째 학생이 대체 누구냐고 말이지.”

 

 정확한 시기는 입학식 때의 사건이 종료된 직후. 그러니까, 3월 11일부터였다. 언젠가부터 교실 가장 뒷구석에 주인 없는 책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생활 중,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런 신호도 없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눈치채지 못했다. 여분의 자리가 있다는 사실이라던가, 36번째 자리던가, 뭐, 그런 것들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36번째 자리는 교실에 합류해 있었으니까. 의심을 할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서 오는 위화감을 눈치챈 것은 3월 13일의 4교시였다. 문학의 이론 수업 도중, 너무나도 우연하게, 36번째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간단한 계기였다. 출석을 부르는 도중, 선생님이 그 자리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서 10일이나 지난 다음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게 상당히 부자연스럽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이건 사실이다.

 

 진주는 어딘가 수상쩍다는 듯이,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보통, 여분의 책상이 있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정상 아니야? 거기에 대고 의미 부여를 한다던가, 36명째 학생을 찾는다던가 하는 이상한 짓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어?”

 “음, 그건 말이지…….”

 

 사실, 나 또한 잘 모른다. 진주의 말이 틀리지 않았으니, 더 그렇다. 여분의 책상 따위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었다. 36명째 학생이라던가, 수수께끼의 책상이라던가 하는 이상한 이야기가 나올 이유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 그렇게 말했었다. 누구였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분명히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었다.

 

 “반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봤다. 그렇게 말한 녀석이 있었거든.”

 “그건 또 이상한 소리네.”

 “그렇기는 해. 근데, 이게 36명째 학생이라는 가설이 나오는데 일조했었던 것 같은 느낌이야.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거 때문에 일이 커졌다고 해야 하나…….”

 “좀 더 설명해봐.”

 

 그러니까, 반에서 ‘36명째 학생’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누군가의 말 때문이었다. 분명, 학급 회의에서 36번째 책상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이었다. 처음에는 버리자고 하던가, 창고에 보관하자 같은 무난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었다.

 

 ‘책상의 주인을 본 적이 있다.’

 

 바보 같은 소리지만, 36번째 책상의 존재를 수상하게 여기던 우리들은 아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아니,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오싹한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맞겠지.

 아마도, 지만.

 

 그 녀석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렇게 말했다. 검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애가 이 자리의 주인이다. 라고.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주장이었지만, 그 녀석의 말에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선생님도, 반장도, 부반장도, 반 친구들도 모두. 그의 말을 듣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아, 자리에 주인이 있구나? 그럼 굳이 치워야 할 이유가 없어졌네.’

 

 출석부에도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믿으며, 학급 회의는 허무하게 끝났다. 잘 생각해보면, 그날의 일이 얼마나 우둔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지만, 아무도 그 점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은 것이다.

 

 이걸 요약하듯이 나는,

 

 “어떤 녀석이 자리에 주인이 있다고 했고, 모두가 그 말을 믿었어. 학급 회의는 끝났고, 36번째 자리는 남겨졌지. 주인이 누군지는 그 녀석 말고는 아무도 못 봤지만.”

 “……수상한 이야기네.”

 “그렇지?”

 “자리에 주인이 있다고 한 녀석도 수상하지만, 그걸 믿고 넘어간 너희 반 사람들도 수상해.”

 “…….”

 

 아니, 뭐.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다시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말을 그대로 믿은 거니까. 사이비 종교의 말을 믿고, 매일 아침 집 앞마당에 탄산음료를 뿌리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하지만, 꼭 속아넘어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귀찮으니 수긍해줄게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고로.

 

 “그래서, 나한테 그 투명인간을 봤다고 하는 게 36번째 자리와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그러는 거야?”

 “아, 그게 말이지. 오늘 아침에 교실을 들어가면서 보고 말았어. 그 36명째의 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말이지.”

 “흠…….”

 

 검은 머리의 소녀.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마치 온실 속의 화초 같은 느낌을 연출하는 그 소녀. 이름은 모르지만, 분명히 한국인이었고 우리 교실의 36번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마치 투명해지듯, 반투명해지듯, 색감이 옅어지듯, 사라졌다.

 

 “그래서, 그 사람이 투명인간인 것 같다고?”

 “응. 맞아.”

 “바보 같은 이야기네. 하지만, 꽤 흥미로워. 조사해볼 가치가 있겠는걸.”

 

 진주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에 가려고? 설마…….”

 “뻔하지. 최강후 선생님께 갈 거야.”

 “윽, 진짜로……?”

 

 그 괴짜 선생을 만나러 간다니, 나는 절대로 사양하고 싶다. 아니, 죽어도 싫다. 아니, 차라리 죽여줘…….

 

 “너도 따라와.”

 “난 사양하고 싶은데…….”

 “잔말 말고 따라와.”

 

 진주는 그렇게 말하며 뒷문을 통해 교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나도 그녀를 따라 교실을 나섰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소년, 투명인간 -006- 2017 / 6 / 18 296 0 6824   
6 소년, 투명인간 -005- 2017 / 6 / 17 300 0 6738   
5 소년, 투명인간 -004- 2017 / 6 / 17 286 0 4144   
4 소년, 투명인간 -003- 2017 / 6 / 17 301 0 4933   
3 소년, 투명인간 -002- 2017 / 6 / 17 284 0 6272   
2 소년, 투명인간 -001- 2017 / 6 / 17 291 0 5260   
1 소년, 투명인간 -000- 2017 / 6 / 17 487 0 194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