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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나브로 의뢰소의 보관함
작가 : 연화옥
작품등록일 : 2017.6.14

초능력자들이 99.99%를 차지하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그는 무능력자이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시나브로`라는 단체를 만나는데.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는 시나브로는 국가를 위협할 수준의 초능력자들이 모여있다는 소문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엑? 누가 그런 소문을 퍼트립니까?!" 소문은 믿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병약한 환자에 아빠 바라기의 소녀, 정신 나갈 정도로 자유로운 아이같은 어른과 자신이 3천 살 먹은 할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중2병 초등학생, 놀라울 정도로 무기력한 남자와 통칭 `얼음 기사`인 남자. 이 모두가 모인, 초능력자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무능력자와 그가 만난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별 볼 일 없는 단체의 이야기

 
1장 시나브로 입사 (1)
작성일 : 17-06-17 12:24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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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잔뜩 내려앉은 푸르죽죽한 날씨가 그날을 연상케 하였다. 사람들이 복잡하게 뒤섞인 인파 속,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찾느라 열심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찾기는커녕 그 인파에 휩쓸려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손을 뻗고 그 손을 휘저어 대는 것이 무의미 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그 손을 잡아주길 바랐다. 인파 속을 빠져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숨이 가빠 오는 것을 느꼈다. 오른팔은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고, 흐르고 있는 피가 그의 긴 소매를 적시고 있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붉은 것들은 꽃 한 송이가 지는 듯했다. 그의 팔에서부터 흐르고 있는 피를 본 사람들은 한 명, 두 명 할 것 없이 그와 멀리 떨어지기 위해, 자신이 가던 길의 방향을 틀었다.

 

 

 분명 얼음과 비슷한 초능력이라고 생각했건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한 가지 초능력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껏 두 번 정도밖에 보지 못했던 사례. 비틀비틀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위험천만하게 느껴졌다.

 

 

 

 ‘젠장, 저 여자 뭐야?’

 

 

 

 지금 느낌을 뭐라고 정리하면 좋을까?

 

 

 얼음과도 같은 차가운 날붙이에 스친 팔에서는 이상한 것이 일렁였다. 얼음 같으면서도 얼음이 아닌 초능력, 이것이 무엇인지 감도 잡을 수 없었지만,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웠다. 말로 형용하기 힘든 것을 굳이 비유해보자면, 모세혈관이고 폐이고, 장이고 뭐고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한 번 비켜 맞은 것이 이 수준이니, 정통으로 맞았다면 최소 3도 화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다친 오른쪽 팔의 상처를 통해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와 중에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더 놀라울 수준이었다.

 

 

 스친 것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선사하는 빙결 계열의 초능력은 처음이었다. 이런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유명해졌을 터, 하지만 그의 기억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이런 초능력자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 없었다. 불타는 얼음? 그런 것인가? 이 정도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은 그가 현장 취재를 나갔을 때 이후로 처음 받는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도 있었고, 애초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 익숙할 리가 없잖나.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옮겼다.

 

 

 

 “게 섯 거라!!”

 

 

 

 경쾌하고 짜랑짜랑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도심에 울려 퍼졌다. 잔뜩 찌푸려진 그의 미간 위로 흐르는 작은 물방울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작디작은 물방울이 커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비가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정신이 반쯤 날아간 것 같은 몽롱한 상태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은 매우 몸이 아픈 사람이 억지로 걸어나가는 것 같았다. 앞으로 몇 걸음만 가면 쓰러질 법한 표정을 하는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조금은 쉬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었더라면, 이러고 있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며, 이런 일을 당해야 할까? 그는 자신의 눈을 껌벅이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찬찬히 생각했다. 딱히 잘못한 것이라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그가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된 이유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에? 이게 뭐야? 시나브로 의뢰소로부터? 무슨 엿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시나브로 의뢰소라니…….”

 

 

 

 그가 편지를 받은 그 날도 언제나 늘 그랬다는 듯의 풍경이었다. 바닥에 쌓여있는 책들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는 힘들었고, 탈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린 테라스 창가의 너머로 보이는 것은 참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이었다. 수십 마리의 참새들이 자신의 날개를 펴더니,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여느 때보다 많은 숫자의 참새들이 날아오르는 것이, 필시 이곳에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 앞에 흩뿌려져 있는 모이들이 참새들을 모이게 만든 것이었다. 그런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느라 정신이 팔린 한 남자는 의자에 앉아서 팔다리를 쭉 뻗고 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낡은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표정을 하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표정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소요, 내가 동물들 싫어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정말이지, 체트 씨는 여러모로 정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체트 씨는 동물들을 싫어하지만, 동물들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도시 한복판에서 자신들이 먹을 모이를 찾습니까? 가끔은 이런 부드러운 것도 좋지 않습니까?”

 

 

 

 이제야 타는 듯한 더위를 품은 여름이 차차 다가오기 시작했는지, 땅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열기가 올라왔다. 조용하게 들려오는 오르골 소리와 향긋한 차, 달콤한 양과자들이 있는 다과회를 즐기고 있는 소요는 체트의 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아침부터 운치 있는 테라스에서 즐기는 다과회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왔다. 테라스에 걸려있는 하나의 차갑고 아름다운 그림에는 오밀조밀 모인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받은 편지를 소요에게 꺼내 보였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편지에 있는 글을 보고 비웃어 달라는 의도였건만, 소요의 반응은 무미건조했다.

 

 

 

 [ 안녕하십니까? 우선 자기소개부터 하자면, 저는 `아라타` 라고 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많이 당황하셨을 겁니다. 저희가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당신을 시나브로의 일원으로 채용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시나브로를 만나게 돼서 많이 당황하셨을 것입니다. 저희 시나브로는 의뢰를 받고 그 의뢰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하는 데, 저희의 힘뿐만 아닌 귀하의 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편지를 보내니, 저희 시나브로와 함께 하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

 

 

 

 편지를 쓴 사람의 의도가 간결하게 드러났다.

 

 

 편지를 본 소요는 체트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싱그럽게 피어오르는 꽃과 같은 미소, 남자까지 반하게 만드는 미소가 그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것 같았다. 소요가 여자였으면, 지금쯤 고백을 하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소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단연코 아무도 거절하지 못한다. 아니, 물론 있을 수도 있겠다만, 현재 이 자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미소가 예쁘다는 것은 알아서는, 자신의 미소를 무기로 이용하다니, 아무도 소요를 이길 수 없다.

 

 

 

 ―젠장, 비겁해.

 

 

 

 라며 치사하다는 표정을 지어 봐도, 어차피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 알겠어. 그렇게 이 사람들이 보고 싶으면, 내가 너를 위해서라도 이곳에 들어 가주면 되는 거잖아, 아니야?”

 

 

 

 그는 자신에게 온 편지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외출복이라고 해 봐 자, 결국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무예복일 뿐, 아까 전까지 입은 수수한 무예복과 다른 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옷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그 옷이 그를 위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겠는 것들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시나브로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소요의 반응이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굵으며, 소요의 알 수 없는 반응이 신경 쓰였다.

 

 

 

 “아, 사람 많은 곳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말이지…….”

 

 

 

 그가 말끝을 흐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고향이자, 그가 사는 곳, 외국의 문화에 삼켜져 전통은 사라지고 없는 엘피우스 제국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문화의 섬, 나프타는 섬. 섬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섬인지라 고층 건물 따위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도심에는 3층짜리 고층 건물들이 들쑥날쑥하게 우뚝 솟은 것들이 나열된 것이, 보기만 해도 목을 콱 막는 것 같았다. 나프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엘피우스 제국의 전통 가옥과는 괴상한 모양새를 하고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도배된 건물들이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세련되고 깔끔해 보이지만, 역시 끝까지 이질감이 들었다. 양옥이라는 것을 처음 봐서 그런 것일까?

 

 

 그는 한 건물의 앞을 서성거리며 건물의 위를 올려다보았다. 3층짜리의 고층 가옥, 파란색으로 페인트칠해진 건물 외벽과 하얀색의 손잡이, 크고 작은 창문들이 불규칙적으로 늘어놓고 있는 것이 비대칭적인 느낌을 주었다. 보아하니 낡지도 않았고, 새로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이런 고층 가옥을 보면 필시 엄청난 양의 돈이 들었을 것이다.

 

 

 

 투툭

 

 

 

 비가 흘러내리는 것이, 그의 얼굴을 적시기 시작했다. 하늘에 생긴 작은 선들은 수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며, 떨어져 내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감기에 걸리겠지. 그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는 손잡이를 잡았다. 이전까지 잡아 왔던 나무문의 손잡이를 잡을 때와는 다른 느낌,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래, 차가운 얼음을 만지는 듯한 시원함과 매끈함이 손끝에서 그의 뇌에까지 도달했다.

 

 

 건물의 안은 호화로웠다. 넓게 펼쳐진 로비와 바닥에 깔린 레드 카펫, 고급스러운 장식품들과 천장을 수놓는 샹들리에, 공예가들 사이에서 다루기 힘들다는 평을 받는 유리를 다듬은 물건들도 보였고, 귀해 보이는 항아리에, 금박으로 쌓인 용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이런 것들을 다 어디서 구했을까? 건물도, 물건도, 전부 희귀한 것투성이였다. 그는 조금이라도 건물을 더 둘러볼 생각으로 건물의 안을 돌아다녔다. 하나의 철 기둥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 안에서 보니, 만들어진 재질만 다를 뿐 사람들이 먹고 자는 숙박소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에, 여기에는 이런 게 있고……. 하? 이 사람 어디선가 봤던? 누구지? 아닌가?”

 

 

 

 그가 자신의 눈살을 찌푸리며 사진을 바라봤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을 한 남자가 그의 앞에 있었다. 어디서였지? 기억이 나지 않다만, 그는 자신의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번 사진을 바라보았다.

 

 

 

 쿵

 

 

 

 이상한 굉음이 났다. 시나브로 사무소 근처를 걸어 다니던 수많은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같은 자세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시커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건물이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그들의 눈에는 갑작스럽게 들린 폭발음에 대한 당황함과 걱정, 그리고 공포감이 그려져 있었다. 입안의 이물질을 토해내는 듯한 기침 소리가 아비규환으로 비명을 질러대는 행인들의 귀에 들어왔다.

 

 

 소리만 들으면 감기에 심하게 걸린 사람의 기침 소리였다.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행인들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연기 속에서 검은 형체가 일렁이더니, 그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오른쪽 팔에 엄청난 양의 혈흔을 가지고 서둘러 빠져나온 그는 건물 밖으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주저앉았다.

 

 

 그의 표정은 거의 죽다 살아난 사람의 표정이었고, 그는 자신의 불그스름한 두 눈동자를 여기저기로 굴리더니, 그 눈동자가 움직임을 멈춘 곳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이었다. 검은 연기 속에서 계속 빛나는 파란 색의 눈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서로의 눈은 동료나 친구들에게 뜨는 따듯한 눈빛이 아니었다. 적대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듯한 눈에서 마치 레이저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크윽, 갑자기 이게 무슨…….”

 

 

 

 그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이었다.

 

 

 

 촤악.

 

 

 

 그의 팔을 스쳐 지나가는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파가 가득한 쪽으로 뛰어갔다.

 

 

 일명 시나브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 의뢰소의 형태를 한 있는 단체. 한 명 한 명이 국가의 위협이 되는 존재. 하지만 이제까지 법을 어긴 적이 없다는 소문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자신을 공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사이에 뒤섞이면 아무리 시나브로라고 해도 누구 한 명 해치는 것도 힘들 것이다. 이렇게 숫자가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여기까지가 그의 생각과 그의 행동 패턴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젠장, 뭐야, 저 여자?!’

 

 

 

 “게 섯 거라!!”

 

 

 

 경쾌하고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그의 바로 뒤에서 외치는 소리 같았다. 이런대로라면,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죽을 것 같은데, 그것은 너무 억울했다.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질긴 가죽이고 동물의 살결이고, 총탄이고 뭐고 전부 다 벨 것처럼 날카롭게 갈려져 있는 은색 빛의 칼날. 그 정중앙에는 엘피우스 제국의 언어로는 읽을 수 없는 고대의 언어가 적혀져 있었다. 그 필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글자에서 빛이 나는 환상적인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칼자루의 단순하고, 순박한 무늬마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칼. 여자의 인생에서도 처음으로 보는 아름다운 칼이었다.

 

 

 그는 자신의 칼을 잡고는 자세를 취했다. 한두 번 잡아본 솜씨가 아닌 자세에 여자의 당황한 기색이 다 드러났다.

 

 

 

 텅

 

 

 

 다시 차가운 날붙이 같은 것이 날아와 이번에는 그의 칼과 부딪혔다. 둔탁하고, 무거웠다. 분명 버티고 서있었건만, 뒤로 밀려난 거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딱딱하고, 차가운 냉기, 둔탁함, 무거움, 마지막으로 닿은 곳이 일렁이는 이상함. 아무리 봐도 평범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빡.

 

 

 

 또다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검은 머리카락에 조금 까무잡잡한 피부, 칼을 들고 있는 크고 긴 손까지, 묘하게 매력 있는 남자였다. 삐딱하게 기울인 머리와 머리카락을 넘기며 드러나는 목선이 선명하고 날카로웠다.

 

 

 따듯하면서도 시원해지는 무엇인가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피 때문에 살갗에 눌어붙은 머리카락을 떼느라 손에 피를 잔뜩 묻힌 그는 색다른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붉은 선혈이 그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 붉은 선혈에 비친 그의 눈은 살기, 그런 감정들이 흘러나오는 눈이었다.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아, 아프네, 뭐 싸우는 거니까 어쩔 수 없겠지. 여자가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역시 느껴지는 것은 그건가? 이 일의, 아니 내가 이런 일을 겪게 만든 모든 일의 원흉, 소요를 죽이고 모든 것을 끝내면 좋겠어.’

 

 

 

 여자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그의 안중에는 소요를 죽일 132가지의 방법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어느새 공원에까지 도착했을까?

 

 

 공원의 시계 종이 12시를 가리키며 울리는 것이, 마치 시합 시작이라며 종을 울려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공원의 시계 종은 앞으로 이런 미래가 있을 것이라 예언하고서는, 계속 틀린 시간을 가리켜왔던 것인가? 진짜로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던 것인가?

 

 

 여자는 이런 종소리에 힘이라도 입었는지, 자신만만,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드리우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검고, 큰 형체를 한 것이, 금방이라도 그의 머리의 위로 낙하할 것 같았다.

 

 

 “아, 잠시만, 나 무능력자인뎁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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