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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전우치
작가 : 권오단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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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는 중종 때의 인물로 도술에 능하고 시를 잘 지었는데 반역을 꾀한다 하여 1530년경 잡혀 죽었다고도 하고 〈조야집요 朝野輯要〉.〈대동야승 大東野乘〉.〈어우야담 於于野談〉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는 실재 인물인 전우치를 소재로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과 풍부한 사료, 재기 넘치는 한문시의 묘미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전우치 1 - 처사 전유선 - 4
작성일 : 16-04-11 10:36     조회 : 548     추천 : 0     분량 : 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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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방 패거리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방물이라는 사나이가 실권이에게 다가와 목례를 하였다.

 “고맙습니다. 장사님이 아니었다면 큰 봉변을 당할 뻔했습니다.”

 “아녀요. 그런데 몸은 괜찮아유?”

 방물은 팔을 휘저으며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고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부러지거나 어긋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골병이 든 것 같지는 않으니 염려마시오. 그런데 은인의 이름을 물어도 실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실권이라 해유. 댁은 이름이 어찌되남유?”

 “나는 방물이라 하는데 한양 반촌에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장사를 나왔더니 뜻하지 않은 시비가 붙어서 큰 낭패를 볼 뻔 했습니다.”

 “송방 행수의 아들 가운데 왈짜로 소문난 팔난봉이가 있다 하더니 그 놈인 모양이네유.”

 “어딜 가나 세를 믿고 날뛰는 놈들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지요.”

 “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실권이는 뒤늦게 약을 생각하곤 방물의 손에 들린 약첩을 바라보았다.

 “엉?”

 약첩의 한지가 뚫어져서 조제한 약들이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이걸 어쩌면 좋데.”

 방물이 손에 든 빈 약첩을 무안하게 바라보았다.

 “약이……저 때문에 낭패를 보셨네요.”

 “큰일났구먼유. 우리 마님 드릴 약인데 못쓰게 되었구먼유.”

 실권이가 만상을 찌푸렸다. 다시 약을 지을만한 비용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제가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예?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그, 그건 아니구요.”

 “하하하. 걱정마십시오.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실권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방물은 실권이와 함께 약방으로 돌아가 새 약을 지어주었다.

 약방을 나서니 벌써 해가 기울고 있었다.

 “내가 너무 지체한 것 같구먼유. 저는 이만 가 보겠어유.”

 “잠깐만 기다리시오.”

 방물이 등짐에서 하얀 은반지 하나를 꺼내 실권이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뭐예유?”

 “받으시오. 내 마음이오.”

 “나는 무얼 바라고 도운 것이 아녀유. 그리고 이런 패물은 나와 맞지 않어유. 괜히 치도곤 당하기 십상이니 그냥 집어넣으셔유. 받을 수 없어유.”

 방물이 낙담을 하며 말했다.

 “정히 그렇다면 한 가지 부탁이 있소. 들어줄 수 있겠소?”

 “뭐유? 사례를 하려 한다면 받지 않겠어유.”

 방물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이것 참. 개성까지 와서 큰 빚을 지고 가는구먼. 나는 빚지고는 못 사는 사람인데…….”

 “괜찮다니까 그러네유.”

 실권이가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면 다음에 한양에 오게 되면 반촌에 꼭 들러주시오. 반촌에 가서 내 이름을 대면 다 가르쳐줄 거요.”

 “내가 한양에 갈 일이 있겠어유?”

 “사람 사는 일이 마음대로 되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중에라도 빚을 갚고 싶으니 한양 오거든 반촌을 찾아오시구려.”

 “한양가게 되면 그럭하쥬.”

 방물은 아쉬움을 안고 실권이와 헤어져 시장의 인파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뱃속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났다. 점심을 먹지 않고 시간을 지체한 덕에 뱃속이 허전하였다.

 “요기나 후딱 하고 가자.”

 실권이는 가까운 주막안으로 들어가 장국 한그릇을 시켜 먹었다.시장하던 참이라 국밥 한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우고 나니 살것만 같았다. 셈을 치르려고 주모에게 다가가는데 툇마루 위에 앉아있던 선비가 주모를 불렀다.

 “주모. 말 좀 물읍시다. 개성에 전유선이라는 처사가 산다는데 어디가면 만날 수 있을까? 의술이 용하다 하던데…….”

 “저는 잘 몰라요. 의술이 용하다면 약방에 가서 알아보시던가요.”

 “어? 그런가? 그러고 보니 주모 말이 옳군. 진작 약방으로 가서 소수문 해 볼걸 그랬어. 개성이 초행이라서…….”

 실권이가 바라보니 헤어진 옷을 입고 반쯤 떨어진 갓을 쓴 선비였다. 선비는 개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얼굴을 소매로 닦더니 미투리가 달린 괴나리봇짐을 매고 어슬렁거리며 주막 삽작문을 나섰다.

 실권이가 주모에게 셈을 하곤 선비를 뒤를 따랐다.

 “이보세유.”

 선비가 고개를 돌렸다. 키는 작고 눈은 반쯤 감겼는데 팔자 눈썹이 길게 늘어졌다.

 “나를 불렀소?”

 “예. 나리께서 우리 주인어른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가유?”

 “전처사가 자네 주인인가?”

 “예.”

 선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이구, 용케도 전처사의 노복을 만났구먼. 그럼 어서 안내하거라.”

 선비는 용건도 말하지 않고 바로 말을 낮추었다.

 “예. 가시지요.”

 실권이는 군소리 않고 선비를 안내하였다.

 개성 시내를 벗어나니 보이는 것은 넓게 펼쳐진 들판이다. 푸른 것은 벼요, 흰 점은 사람이니 논에 뿌리를 내리고 파랗게 자라는 벼들 사이로 허리를 숙여 피를 뽑는 손을 바지런히 놀리는 농부들의 모습이 한가롭게 보였다.

 그러나 실권이는 그리 한가하지 못하였다. 잰 걸음으로 앞서가던 실권이는 뒤 따라오는 선비 때문에 애간장이 탔다.

 “빨리 좀 오세유.”

 “아! 간다. 간다.”

 뒤따라오는 이 선비의 걸음걸음을 볼 짝이면 뒤 못보다 치질 걸린 사람마냥 어기적어기적, 느리기가 늙은 자라와 쌍벽을 이룰 정도다.

 이 선비의 모양은 또 어떠한가. 초라한 괴나리봇짐에 짚신 한 짝이 굴비처럼 매달려 걸을 때마다 박자를 맞춰 흔들거렸고, 도포는 여기저기 떨어져 기운 것이 바둑판같아 천상 거지 중의 상거지 꼴이니, 거지같은 복색 속에 양반이 숨었고 양반의 체신 속에 거지꼴이 드러난다.

 잠시 걷던 선비는 이내 걸음을 멈추더니 길가에 늘어진 버드나무를 바라보았다.

 “어, 버느나무 좋구나.”

 축 처진 눈매에 단춧구멍 같은 눈으로 길가에 늘어진 버드나무를 살펴보다가, 다시금 실권이의 뒤를 따라왔다.

 “내가 미쳤지. 아는 체는 왜 해가지고…….”

 실권이는 마음속에서 천불이 일어 애꿎은 이마를 두드리다가 선비를 떼어놓을 심산으로 널찍이 앞서 걸었다.

 “야, 이놈아. 그렇게 멀찍이 가지 말고 이리 오너라.”

 선비는 실권이에게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내가 똥을 밟았지. 제대로 물똥을 밟았어. 오늘 운수 완전히 똥 됐구먼.”

 실권이는 마지못해 왔던 길을 거슬러 오며 투덜댔다.

 “빨리 좀 따라오셔유.”

 “야, 이놈아. 내가 어떻게 너를 따라갈 수 있느냐? 내가 느린 황소라면 너는 비호다. 황소가 비호를 쫓아갈 수 있겠느냐?”

 실권이가 코웃음을 쳤다.

 “제 걸음이 게 걸음이라면, 나리 걸음은 자라 걸음이네유. 선비님 걸음으로는 아마 삼경이 지나서야 집에 도착할 겁니다요.”

 “예끼, 이놈아. 자라가 무어냐? 그럼 걸음을 재촉하면 될 것이 아니냐. 어서 빨리 가자꾸나.”

 선비는 그제야 걸음을 재촉할 모양이다. 실권이는 다시 다리에 힘을 주어 걸음을 재촉한다. 얼마나 갔을까 등 뒤에서 선비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야, 이놈아. 그리 빨리 가면 어떻게 하느냐? 내가 말했잖아. 넌 비호라구. 늙은 자라가 비호를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느냐? 이리 오너라, 같이 가자꾸나.”

 “같이 가기 싫다면요?”

 “이놈아. 너 내 말 좀 들어보거라. 공자가 말하길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하였다. 네 주인의 친구가 멀리에서 찾아왔는데 종놈이 구박했다면 네 주인이 좋아하겠느냐?”

 “나리께서 주인어른의 친구분 되시는감유?”

 “이놈아. 보면 모르겠느냐?”

 “저는 나리를 처음 보는구먼유.”

 “어허. 이놈 봐라. 잔말 말고 네 주인 얼굴에 먹칠할 생각이라면 나를 박대하거라. 내가 전처사가 몹쓸 사람이라고 천하에 소문을 퍼트릴 테니 말이다.”

 “어이구. 못 말리겠구먼. 알아 모시겠습니다요.”

 두 사람은 땅거미가 깔리는 저녁 무렵에야 청하동에 다다랐다. 새벽같이 어둑한 청하동에 밥 짓는 연기가 초가 위로 너울너울 피어오르자 안개가 깔린 것처럼 아늑하여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전처사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서산을 물들였던 노을도 사라지고 어둠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어둑어둑한 하늘엔 초롱같은 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선비는 대문 밖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주절거렸다.

 “어이구. 멀기도 하다. 이런 곳에 사는 줄도 모르고 개성에서 찾았으니 각주구검 하는 어리석은 이가 바로 나였구나.”

 “아! 참! 다 왔으니께 수다 좀 그만 떠세유. 말하시는 것처럼 걸어오셨으면 벌써 도착하였을 거구먼유.”

 “허허허! 너는 내가 발과 말이 따로 논다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네놈이야말로 발과 말이 따로 노는 놈이로다. 나는 발보다 말이 앞서지만 네놈은 말보다 발이 앞서니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 둘 다 똑같아서 네가 나를 탓할 것이 못 되고 내가 너를 탓할 것도 못되느니…… 그렇지 않느냐? 허허허.”

 실권이는 그의 말이 그럴듯하다 생각되어 그를 따라 피식 웃었다.

 “참말 말은 청산유수구먼유. 알겠으니께 잠시만 기다리셔유. 발이 앞서는 놈이 주인어르신께 말이 앞서는 양반님 오셨다구 전하구 올 테니 말여유.”

 실권이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전유선과 함께 대문 밖으로 나왔다.

 전유선이 선비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실권이에게 말은 들었습니다. 제가 전유선입니다. 손님은 어디사시는 누구십니까?”

 선비가 초라한 몰골이지만 의관을 바로 하여 목례를 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저는 경상도 예안 사는 이회(李悔)이라 합니다. 권오복이와 동접 친구 사이인데 보름 전에 그 친구의 부탁으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부탁이라면?”

 “의술이 용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제 친구 하나가 모친상을 무리하게 치르다가 풍을 맞았습니다. 오복이가 보다 못해 저에게 부탁을 하기에 이렇게 전처사님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집이 이곳에 있는 줄 모르고 개성을 찾아 헤매다가 오늘 하루 개성에서 유(留)하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이 집 노복을 만나 쉽게 찾아오게 되어 소문으로만 듣던 전처사를 뵙게 되니 기쁘기가 한량없소이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누추한 저희 집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들어가십시다. 아직 저녁도 못 드셨을 텐데 들어가셔서 이야기하시지요.”

 전유선이 이회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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