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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진용의 확언
작가 : 가론초
작품등록일 : 2017.6.7

사라진 용. 수많은 모험담들. 그 전설이 되고 싶은 한 소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 소원을 담은 성인식 - 2
작성일 : 17-06-16 23:48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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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르딘 일동과 케일럽은 공주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허리를 깊게 숙였다. 공주님, 평안한 아침을 기원합니다. 짧은 인사가 끝나자 리샤피아는 케일럽에게 손짓했다.

 

 “늦었네, 케일럽.”

 

 대답을 올리기 전에, 케일럽은 리샤피아의 발끝부터 시선을 올려 찬찬히 살폈다. 리샤피아는 정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종아리를 덮는 긴 부츠에, 흰 바짓단이 깔끔하게 들어갔다. 허리에 투명한 치마가 하늘하게 감겨 발목까지 덮고 그 위로 긴 조끼가 꼬리깃처럼 늘어진다. 날개에 방해되지 않게 등이 아닌 양 어깨를 덮은 두 망토는 각각 반대쪽 어깨에 고정되어 목 앞뒤로 엇갈렸다. 악세사리도 과하지 않았고, 푸른색 곱슬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정돈했다.

 

 하지만 케일럽은 예쁘게 묶이다 만 부츠 끈과, 살짝 삐뚤어진 허리띠와, 망토에 자잘하게 잡힌 주름과, 귀 뒤로 살짝 빠진 머리카락을 발견했고 몸단장 시중을 들었을 시녀는 뒤에서 억울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케일럽이 안 오니 그냥 적당히 정리하고 가자며 몸단장이 제대로 끝나기 전에 나온 게 분명했다.

 

 “슬슬 움직여야지, 케일럽.”

 

 리샤피아가 다시 부르자 그제야 그는 시선을 거뒀다. 복도 한 가운데서 옷 정리를 해드릴 수도 없고,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늦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케일럽이 아르딘 일동들에게 간단하게 목례를 하고 공주의 행렬 쪽으로 오자 리샤피아가 아르딘들을 시선으로 가리키며 누구냐고 입술만 움직여 물었다.

 

 “이 분들이 공주님의 비서가 되고 싶은 의향을 언뜻 보여 잠시 요긴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아르딘의 일행들이 어처구니 없어했다. 그들은 명확하게 공주의 보좌나 직속이 되고 싶다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케일럽은 난데없이 그들을 취직 희망자로 만들었다. 묘하게 삐걱거리는 분위기에 리샤피아도 그의 말이 다 사실은 아니란 걸 금방 알아챘다. 알아챘고, 웃으며 케일럽에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였다.

 

 “그래서 그걸 대꾸해주다가 늦었다고? 케일러비가? 내 몸단장에 잔소리 할 기회까지 놓쳐가면서? 케일러비가? 세상에 러비가 드디어 철들었네.”

 

 반복되는 케일러비란 호칭에 케일럽이 미간을 구겼다가 얼른 풀었다.

 

 “...아르딘은 교육원에서도 인정하는 인재입니다, 공주님.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더 놀려볼까 고민하던 리샤피아가 아직 떠나지 못한 일동들을 바라봤다. 옷차림을 보면 누가 교육원 학생인지 알기 쉽다. 지금 자신이 머무는 비취람궁에선 사용인을 늘릴 계획이 전혀 없지만, 케일럽이 인재라 소개한데에 관심이 닿았다.

 

 “아르딘이라. 케일럽은 바다의 말과 거인어는 물론이고, 우리 고대 국어나 방언에도 능하지. 덕분에 통역사나 번역가를 따로 찾을 일 없이 요긴하게 잘 쓰고 있는데, 그대는 어떤 이점을 가지고 있지?”

 

 질문은 리샤피아가 했는데, 아르딘은 케일럽을 먼저 쳐다봤다. 어느 의도인지 점치고 싶었겠지만 케일럽은 뒤에서 보니 어째 머리핀도 좀 삐딱하게 꽂혔다 싶어 시녀와 눈빛 교환을 하고 있었다. 잠시 주저하던 아르딘은 먼저 목례를 하고 차분히 답했다.

 

 “전 언어가 전문이 아닌지라 학문이나 경제 쪽으로 더, 뛰어납니다. 언젠가는 공주님께도 저 같은 인재가 필요할 날이 오겠죠. 케일럽이 경제를 배운다 한들 저보다 뛰어날 순 없을 겁니다. 제가 외국어를 더 노력한다 한들 케일럽을 뛰어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죠.”

 

 리샤피아의 눈에 이채가 서리다가 흘러갔다. 뒤에 아르딘의 호위마냥 서 있는 자들도 살펴보다가, 흥미를 잃었단 몸짓으로 망토 자락을 가볍게 털고 걸음을 옮겼다.

 

 “내가 보좌를 하나 더 들일 일이 생긴다면 두고 보지.”

 

 그 말만 남긴 채 인사를 더 받지 않고 그들을 지나쳐 간다. 공주 일동이 대전으로 향하는 회랑으로 들어가자 아르딘들은 그 뒤로 목례를 하다가 자기들끼리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케일럽은 와중에 리샤피아의 뒤에서 주변 시선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살짝살짝 망토를 펴 주름을 없애준 후에야 속 시원하게 허릴 폈다.

 

 “의외였습니다, 공주님. 아르딘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자기 전공에 자신감이 넘치잖아. 저런 녀석들은 자존심이 높은 만큼 잘못 된 지식을 뱉어 추락할 짓은 덜 할 테니까.”

 

 첫째 공주이자 유일한 공주이지만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았고 위로 왕자가 몇이나 있는데다 날개도 평범한 자 앞에서 진지하게 능력을 자랑했다. 리샤피아는 그런 자신 있는 사람들을 반겼다.

 

 “당장은 쓸데가 없지만 후엔 모르지. 어디다 잘 적어둬.”

 

 “...기억하는 건 접니까?”

 

 “그래. 그리고 내일 심심하면 경제 수업에 들어와.”

 

 “심지어 저도 경제를 배워야합니까?”

 

 “스승이 널 궁금해 해. 기회니까 듣고 싶으면 들으란 소리다.”

 

 케일럽은 공주의 보좌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교육원에 입학했다. 리샤피아의 일정을 조율하고 비취람궁 재정을 관리하는 와중에도 본인의 공부 욕심 또한 줄이지 않고 열심이라 학자들 사이에선 교류해서 나쁠 거 없는 청년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행이군요. 이번 스승님은 마음에 드셨나봅니다. 그래도 외국어는 좀 더 시간을 들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됐어. 내가 아무리 배워도 널 통역으로 쓰는 게 예의에 더 맞겠지.”

 

 “외국 사절과 마주하게 되면 그 나라 언어를 쓸 줄 안다는 게 어필이 됩니다.”

 

 “그건 지금 우리 나라의 정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이잖아. 윗사람은 나라를 강대하게 만들 궁리를 해서 남이 우리나라 언어를 쓰게 만들면 돼.”

 

 “강한 우리나라에 머리를 숙이러 온 나라의 사절을 그 나라 언어로 환대를 해준다면, 존중해준단 느낌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에겐 손해될 일이 없고, 원한을 줄이고 좋은 이미지를 보이면 전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뒤따르는 시종들이 슬슬 조마조마해하며 주변을 살폈다. 대전으로 가는 회랑엔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관료들과 참관인들이 모이고 있다. 아직 어린 공주가 정치와 외교에 대해 언급하기엔 장소가 적절치 않다.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알려드릴 요량으로 시종들은 촉각을 내세웠고, 정작 리샤피아는 태평했다. 멀리서 눈 마주치고 목례하는 자들에게 가볍게 웃으며 답례하기도 했다.

 

 “사교언어 만이라면야. 대신 천문 수업을 빼.”

 

 “제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공주님, 천문 수업은,”

 

 “호신술이나 마법 수업은 못 줄여. 정치나 외교는 어렵게 모셔온 분들이니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배워야 하잖아? 별을 보는 건 네펠란이 뛰어나니까 됐어. 내가 직접 별을 볼 일은 많지도 않잖아.”

 

 그렇지 않냐고 리샤피아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옆에 서 있던 네펠란을 톡톡 쳤다. 네펠란은 시종들과 마찬가지로 예민하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뒤늦게 경례를 했다.

 

 “맡겨 주십시오, 리샤피아 마마.”

 

 “긴장 했네, 네펠란. 정신이 다른 데로 가 있네?”

 

 “저야 2층에서 한가롭게 구경하겠지만, 네펠란은 공주님과 함께 입장해야 하니 그렇겠죠.”

 

 한가롭게 놀리려드는 공주와 보좌관을 보고 호위와 보좌를 맡고 있는 네펠란이 억울한 얼굴을 했다. 공식석상에서 직위가 있는 자들은 보좌 혹은 배우자의 에스코트를 받아 입장을 하는 게 원칙이었다. 본래 리샤피아의 에스코트는 공주의 궁을 관리하는 케일럽이 해야 할 일이고 호위보좌인 자신은 둘의 뒤를 따르는 게 맞았다. 하지만 케일럽은 날 수 없으니 시종들과 함께 2층 참관석으로 올라가야했다. 대신 대전 문에서부터 공주의 자리까지 네펠란이 에스코트를 해야 한다.

 

 파티 같은데서야 음악도 있고 소란스러우니 부담이 덜 했지만, 조회를 위한 대전은 조용할 게 분명하고, 오늘은 새해를 맞이하고 처음으로 열리는 조회라 지켜보고 있는 대관신료들도 많을 게 분명했다.

 

 네펠란은 차라리 대련장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이제 와서 못한다곤 안 하겠지, 네펠란? 이걸 위해 예절 교육도 힘들게 받았잖아?”

 

 삐걱거리며 올라오는 네펠란의 손을 가볍게 맞잡고, 그들끼리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 하면 일주일동안은 새벽에 얌전히 궁 안에 있을게.”

 

 새벽에, 어디 안 가고 얌전히 궁 안에 계시는 리샤피아 마마. 공주님을 모시고 몰래 새벽이슬 훔치러 다닐 일 없는 일주일. 그걸 상상하자 네펠란의 눈이 조용히 빛났다. 깊게 심호흡을 하며 결의에 찼다.

 

 국왕폐하 앞으로 에스코트하는 예절을 되새기고 있는 네펠란과 함께 대전 앞 병사에게 다가가 입장 선언을 기다린다. 리샤피아를 알아본 국왕의 친위대가 곧 문이 열리니 조금만 대기해달라 요청을 해왔다.

 

 잠시 틈이 난 사이, 케일럽이 리샤피아에게 낮게 소곤거렸다.

 

 “공주님. 공주님의 희망은, 엉뚱한 자들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명심하셔야합니다. 조회에서 결정나고 나면, 무를 수가 없습니다.”

 

 그 소리에 네펠란이 에스코트를 위해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슬슬 풀었다. 걱정 가득한 두 보좌들을 보고도 리샤피아는 태평했다.

 

 “그러니 더 좋다고 한 건 너잖아? 그들의 희망이 될 수 있으니, 방해하지 않을 거라고.”

 

 관료들의 입장이 끝나고, 왕실의 핏줄과 손님만이 출입이 가능한 중앙 문이 무겁게 열렸다. 네 장의 날개가 펼쳐지고,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네펠란의 인도를 받아 공주는 날아올랐다.

 

 “다른 일이나 걱정해, 케일럽. 조회가 끝나면 넌 어머님께 불려갈게 뻔해.”

 

 “리샤피아 온 글레나벨리 마마 입장하십니다!”

 

 중앙 문 안으로 넓은 홀이 보이고, 그 앞엔 옥좌가 있었다. 묵직한 홀을 든 국왕폐하와 눈을 마주치자 리샤피아는 당당하게 입술을 올려 웃으며 네펠란과 함께 대전 안으로 천천히 날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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