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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은혜로운 열애사
작가 : 우연리
작품등록일 : 2017.6.2

"귀신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죠?"

은혜가 물었다.

"춤 추는 건 본 적 있습니다."

차트를 넘기던 무열이 대답했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려다 그냥 벗어 버렸다. 은혜만 있는데 뭐 어떠랴 싶었다.

"어땠는데요?"

"굳이 말로 해야 압니까?"

은혜와 무열이 조소를 머금었다. 삐딱한 그들의 입술은 동시에 답을 뱉었다.

"최악이죠."



귀신이 들리는 여자 주은혜와 귀신이 보이는 남자 최무열의, 미스터리로맨스릴러 은혜로운 열애사.

 
들리는 게 전부는 아니다 (4)
작성일 : 17-06-16 01:50     조회 : 244     추천 : 1     분량 : 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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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체 뭡니까. 이상한 장난이나 치러 온 거라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장난 아니에요."

 

  장난 같은 게 아니에요. 지금 당신 어머니가 울고 있어요. 나만 들을 수 있어요. 자격도 없는 나만이.

 

  "어머니께서 걱정이 많으세요. 가시는 길 아들 끼니를 걱정할 만큼."

 

  "……뭐라구요?"

 

  영우가 황망하게 물었다. 순한 그의 얼굴이 야차처럼 굳어져 갔다. 이러다 한 대 맞겠다. 하지만 은혜는 멈출 수 없었다. 아줌마의 울음이 멈추지 않으니까.

 

  "이거 가져가서 드세요.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주는 반찬이니까 아껴서……."

 

  "하……!"

 

  영우의 안면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 화나겠지. 바로 며칠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들먹였다. 마음 추스를 틈도 없이 일터로 돌아온 남자에겐 너무 가혹한 처사일 것이다.

 

  "이런, 미친……."

 

  맞는다.

 

  은혜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실핏줄이 터진 영우의 눈알과 한껏 들어 올린 손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우당탕!

 

  적막한 휴게실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요란한 소음 후에 찾아오는 고통은 없었다. 은혜는 꾹 감았던 눈을 살짝 떠보았다.

 

  "뭐 해, 민영우."

 

  "……."

 

  "아……."

 

  휴게실 바닥을 붉게 물들인 김치가 가장 먼저 은혜의 망막에 인식되었다. 시선을 조금 올리니 험악한 표정의 영우와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얹은 남자가 서있었다.

 

  은혜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냉미남 의사. 무열이었다.

 

  "뭐하냐고."

 

  "……선배님."

 

  "그래."

 

  영우의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렸다. 원래 이러는 녀석이 아닌데. 항상 순하고 밝은 후배의 신경질적인 움직임에 무열은 조금 놀라는 중이었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김치 국물이 그들의 발 치까지 퍼져 왔다. 새빨간 국물이 꼭 피 같았다. 끔찍하다. 영우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무열은 영우의 어깨 위에 올린 손을 몇 번 툭툭 쳐주었다. 바로 얼마 전 교통사고로 모친상을 당한 녀석이다. 연상되는 바가 없지 않아 있을 거다.

 

  그러니까 마음잡을 겸 좀 쉬라고 말을 했는데. 내과 레지던트라 오래 쉴 수 없는 처지였지만 영우가 부탁 한다면 무열이 도와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우는 기어코 상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복귀했다. 부러 잡생각을 떨치려는 듯, 초췌한 얼굴로 일에만 몰두하는 영우를 차마 말릴 수는 없었다.

 

  대신 무열은 그를 자주 들여다보고는 했다. 지금도 내과에 영우를 찾으러 갔다가 휴게실로 호출 됐다는 말에 들러본 참이었다.

 

  "무슨 일이야."

 

  "……."

 

  씩씩, 급한 숨을 내쉬던 영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제 입에 담기도 싫다는 표현이었다. 무열은 표적을 바꾸었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본 여자다. 무열이 맞은편에 망연히 서있는 은혜에게 다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김치가……."

 

  얼이 빠진 은혜 역시 무열이 바라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녀는 무열이 휴게실로 들어서는 동시에 영우가 과격하게 던져 버린 김치 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퍼뜩 얼굴을 든 은혜가 부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것을 찾듯 시선이 허공을 어지러이 헤매었다.

 

  "아줌마, 아줌마!“

 

  "하, 그냥 미친 여자예요."

 

  "……."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소리치는 은혜는 실로 미친 여자처럼 보이기 족했다. 그러나 무열의 눈에는 달랐다.

 

  설마.

 

  아까부터 저 여자를 따라 다니던 중년의 여성이 영우를 보며 울고 있었다. 설마, 하는 의심이 더 깊어지는 순간, 그녀가 은혜를 향해 무언가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아니, 경비라도 불러야겠어요."

 

  "잠깐만."

 

  무열은 일단 휴게실을 박차려는 영우를 막아섰다. 그와 동시에 울상을 지은 은혜가 정확히 말을 하는 중년 여성 쪽으로 돌아서는 게 보였다.

 

  귀신이 입을 옴죽거릴 때마다 은혜의 표정이 바뀌고 있었다.

 

  마치,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설마. 설마.

 

  '강아지 소리가 들려서…….'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은혜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저 우연이라 넘겼었던 말을.

 

  하지만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무열은 아직도 그를 따라다니는 강아지를 내려다보았다. 하루 종일 방방 뛰다 지쳐 혀를 내빼물고 얌전히 바닥에 앉아 있었다.

 

  ……한 번 확인해 볼까.

 

  그는 슬며시 강아지에게 발짓을 해보았다. 그러자 놀자는 뜻으로 받아 들였는지, 잠자코 앉아 있던 강아지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둥이를 벌렸다. 짖는 것일 테다.

 

  그리고 은혜는 강아지가 짖을 때마다 시선을 옮겼다. 분명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의심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들린다.

 

  저 여자는 듣고 있다.

 

  "선배님?"

 

  "……넌 일단 나가있어."

 

  "예?"

 

  "경비는 부르지 말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황한 영우가 무열을 말렸지만 결국엔 순순히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대학 시절부터 무열은 언제나 거역할 수 없는 선배였다.

 

  영우는 마지막으로 은혜를 노려보고서 휴게실 문을 나섰다. 기분 나쁜 미친 여자.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영우가 떠난 휴게실에는 무열과 은혜, 그리고 죽은 두 영혼만이 남았다.

 

  무열은 말을 가다듬었다. 원체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을 강요받으며 컸기에 겉으로 표는 나지 않지만 사실 그는 지금 꽤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뭐라고 서두를 꺼내야 하나. 아마 여자도 많이 놀랄 테다. 그래, 처음은 정중하게. 신중한 고민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시끄러워, 이 개새끼야!

 

  "……."

 

  "……."

 

  "……."

 

  “아, 그, 그 쪽이 아니라…….”

 

  잠시 외출 나간 은혜의 정신이 급하게 돌아왔다.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바닥에 흩뿌려진 김치를 본 순간부터 퓨즈가 확하고 나가버린 것 같았다.

 

  「나는 괜찮아, 아가씨.」

 

  오열하던 춘자가 외려 은혜를 달래주었다. 괜찮아, 내가 그냥 전해만 달라고 고집 부린 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은혜는 괜찮지 않았다.

 

  마지막이었다. 낡은 냉장고 안의 김치는 이게 마지막이란 말이다. 상을 치르고 본가에 내려오지도 못한 아들을 위해 챙긴 마지막 김치인데.

 

  몇 번이고 은혜를 위로해주는 그 다정한 음성 사이로 난입한 개소리는 정녕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어디서 나는지도 모르는 채, 소리를 향해 왁 질러버린 후 내려앉는 정적. 그제야 은혜는 영우가 떠나고 무열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와중에도 출처를 알 수 없는 개소리가 자꾸 휴게실을 웅웅 울렸다. 다시 욱한 은혜가 상욕을 내뱉기 전에 이전에는 무열이 먼저 말을 가로챘다.

 

  "조용히 시키겠습니다."

 

  "……네?"

 

  탁탁. 무열이 바닥에 발을 두어 번 구르자 주변을 뛰어 다니던 강아지가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무열을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똘망똘망하다.

 

  “쉿.”

 

  그는 긴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과하게 해맑아서 그렇지 머리는 제법 영리한 녀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열의 사인을 알아 본 강아지가 재깍 주둥이를 딱 다물었다. 무열을 의아하게 보던 은혜가 깜짝 놀라 그의 발 치를 살폈다.

 

  분명 저기서 짖는 소리가 들리다 멈추었다. 그것도 무열이 발을 구르고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자마자.

 

  그래서 강아지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난 거지? 아니, 저 남자는 또 뭐야?

 

  조심스레 무열을 살피는 은혜의 눈초리가 진중해졌다. 경계 가득한 그녀의 시선에 무열은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

 

  정중하게 접근하려 해봤자 개새끼 소리만 들었다. 물론 그에게 한 소리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굳이 매너를 챙길 의욕이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혹시 영우 어머님 되십니까?"

 

  "에, 저요? 그렇게 나이 많아 보여요?"

 

  "……아니, 옆에 분 말입니다."

 

  "옆에 누구……."

 

  아무도 없는데. 말을 흐리던 은혜가 숨을 멈췄다. 눈을 끔벅였다. 또 끔벅였다.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맞나 보군요."

 

  "어……."

 

  "안녕하십니까. 영우 선배입니다."

 

  "……."

 

  무열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은혜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이지만 분명 아줌마의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저 총각 나한테 인사한 거야? 맞지? 그치, 아가씨?」

 

  "아, 아마도요……?"

 

  「웬일이야. 세상에.」

 

  그러게요.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일까요. 헛! 혹시!

 

  "무당이세요?"

 

  "……이게 무당 옷으로 보입니까."

 

  "……아니죠."

 

  가운을 펄럭이는 무열의 반응에 조금 깨갱했다. 은혜는 머쓱한 얼굴로 한 발 물러섰다.

 

  아주 잠깐 남자가 매꽃 선녀와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이런 경우는 이때까지 매꽃 선녀밖에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매꽃 선녀로 말 할 것 같으면 별로 유명하진 않지만 숨어있는 무당 계의 고수쯤 되시겠다. 실력이 있으니 치졸하게 광고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신조였다.

 

  확실히 사기꾼과 같은 선무당들과는 급이 달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은혜가 수소문 끝에 찾아가자마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아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구나. 네 위에서 조잘대는 고 남자는 뭐, 애인이냐?’

 

  일주일을 은혜에게 붙어 난리치는 남자의 목소리에 토하기 일보 직전이던 때였다. 은혜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찾아간 무당은, 진짜였다.

 

  그러니까 그런 매꽃 선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을 거는 건 처음이란 말이다. 은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세상에, 세상에. 내가 아주 죽고 나서 별 일을 다 보는구먼.」

 

  당황스런 은혜와 달리 춘자는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대더니 수다스런 입은 제 기능을 바로 회복하고 말았다. 반쯤 얼이 빠진 은혜가 흘려듣기를 다행이었다.

 

  "지금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네, 네?"

 

  "영우 어머님 말씀 말입니다."

 

  "그야……."

 

  뻔히 알면서 뭘 묻지. 겨우 넋을 잡은 은혜가 의문을 내뱉었다.

 

  "안……, 들리세요?"

 

  비밀 이야기를 하듯 소리를 낮춘 그녀의 음성에는 숫제 비장감마저 띠었다. 은혜와 달리 무열의 대답은 쿨하기 짝이 없었다.

 

  "보이기만 합니다."

 

  "헐."

 

  알 수 없는 반응에 무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은혜는 그런 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단지 놀라기에 바빴다.

 

  "반푼이……."

 

  나랑 똑같은 반푼이. 헤 벌어진 은혜의 입술에서 매꽃 선녀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툭 튀어 나왔다. 더욱 깊어지는 무열의 미간과 오해 속에서, 은혜는 한참동안 복잡한 정신의 숲을 헤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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