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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다섯번째 금요일 : 내게 필요한 말
작성일 : 17-06-16 01:17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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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관을 빠져 나오는 길, 비교적 사람이 몰리지 않은 비상계단 안 쪽에 동윤과 나란히 섰다. 내가 뭐라고 말도 꺼내기 전 동윤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야, 너 저 새끼랑 뭐냐?

 "뭐?"

 "아, 진짜 내가 다 참아주려고 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여친 있는 새끼 뒤꽁무니 졸졸 쫓아다니기나 하고 자존심도 없어?"

 지금 얘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머리가 새하얘졌다. 나는 사과를 받으려 했었다. 정중하게,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대응이었다. 동윤은 정말 화가 난 얼굴이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주위엔 썰물처럼 사람이 빠져나가 고요했다.

 "나야 말로 다 참았어. 너가 과에 소문 내고 다녀서 얼마나 엿 같았는데. 나 그런 식으로 주목 받는 거 진짜 싫어해. 그런데 너가 거의 사귄다는 식으로 입방정 떨고 다녔잖아."

 "마음에 들었으면 진작에 싫다고 말을 하던가.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만날 때 마다 나보고 실실 웃으면서 흘린 건 너 아니었냐?"

 마음 같아서는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 상대에게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진짜 장난은 이 쪽에서 먼저 걸었는데 어그러지니 내게 화를 내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노려보자 동윤은 어이없어 하더니 문을 열고 돌아가려고 했다. 개자식아, 나 말 안 끝났어.

 "야,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원래 사람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하는게 예의라는 거야. 너가 얼굴이 못생기고 성격이 거지같아도 참고 웃으면서 만나는게 예의라고. 하, 그리고 웃긴다. 너가 나한테 물어본 게 뭔데? 뭐하냐, 밥먹냐, 잘 잤냐 이런 말 밖에 더 했어? 거기다 대고 내가 어떻게 싫다 그래. 그러는 너야말로 그렇게 당당하면 바로 사귀자 하지 그랬어. 그러면 귀에 대고 싫다고 소리를 질렀을텐데!!"

 

 울고 싶지 않았는데, 소리를 지르고 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그동안 원치 않는 애정을 받으며 괴로웠고, 싫었고, 그만하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게 날 좋아해주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동윤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뭐라고 말을 내뱉으려는데 먼저 선수를 쳤다.

 "이 말이 듣고 싶었던 거지? 나한테 연락하지 마, 새끼야."

 눈물이 줄줄 흐르는 채로 동윤을 노려보며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동윤을 밀치고 비상계단의 문을 여는데 건이가 와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문 앞에서 기다린 모양이었다. 눈물로 얼룩덜룩해진 내 얼굴을 보고 건이의 눈이 커지더니 곧바로 동윤을 노려보았다. 순하고 착하기만 한 줄 알았던 건이가 그런 표정을 하자 나도 조금 놀랐지만

  곧바로 건이에게 말했다.

 "아냐, 건이야. 나 괜찮아. 나 할 말 다 했어, 가자."

 건이가 잠시 입술을 깨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했다.

 "야, 너는 애 갖고 장난 치니까 재밌냐? 여자 두 명 끼고 다녀서 재밌겠다?"

 그러나 동윤은 끝까지 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걱정이 되어 건이를 봤는데 오히려 건이는 동윤을 방금처럼 노려보기 보다는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나를 살며시 옆으로 밀고 동윤에게 다가갔다.

 "안영이한테 사과했어?"

 "뭐?"

 "안영이한테 사과했냐고."

 "내가 쟤한테 왜 미안하다고 해야 돼?"

 건이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윤의 바로 앞에 섰다. 동윤은 건이를 올려다보는 것이 기분 나빠도 끝까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적당히 해. 질척거리지 말고."

 건이의 싸늘한 시선에 동윤이 얼굴을 돌려 버렸다. 화가 나 씩씩거리는 얼굴은 그대로 였지만 여기서 더 한다면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건이는 동윤이 사과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지만 나는 건이의 팔을 잡았다.

 "사과도 듣기 싫어. 얼른 가자, 건아. 상대할 가치도 없어."

 단단한 벽처럼 동윤의 앞에 서 있었던 건이는 내가 팔을 잡자 평소의 건이처럼 돌아와 나의 말에 응했다. 문이 닫히고 동윤의 씩씩거리는 얼굴도 사라졌다. 다시 보지 말자, 개자식.

  

 건이와 함께 그 숨막히는 좁은 계단을 빠져나왔다. 건이는 아무 말 없이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영화관 로비로 나왔다. 밖에는 수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현이를 보자 더욱 눈물이 나왔다. 오늘 하루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는 미안함과 친구들 사이에 있다는 안도감에 참았던 감정들이 더 북받쳐 왔다. 두 사람은 나를 의자에 앉혔다. 수현은 바로 옆에 앉아 내 어깨를 꼭 감싸주었다. 건이는 휴지를 가져 온다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수현이 나를 달래며 말을 걸었다.

 "걔가 뭐라고 했어, 안영아?"

 "…나보고 자기한테 흘리고 다녔대. 왜 진작에 싫다고 말 안했냐고 화냈어."

 "하,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너무 화가 나서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나. 그런데 기분이 더러워. 내가 웃고 다닌 게 잘못인거야? 나는 그냥…"

 울음이 나와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고 엉엉 울었다. 수현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안쓰럽게 나를 바라 보았다. 그 때, 크고 따뜻한 손이 내 손을 감쌌다. 아까 그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느꼈던 손길과는 전혀 달랐다. 따뜻한 온기와 강한 위로가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건이의 얼굴이 보였다. 덩치도 큰 애가 불편하게 무릎을 굽혀 나와 눈을 맞추고 말했다.

 "안영아, 이거 너 잘못 절대 아니야. 너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까 너가 물었지. 난 그 때도 알았어, 너가 최선을 다하고 싶어했던거. 할 수 있는 한 상처받지 않게 만들려고 했던 거. 너는 할 만큼 했어. 진심이야."

 그렇게 말하는 건이의 표정이 더 애절해 보였다. 눈빛만으로도, 전해지는 온기만으로도 건이의 위로가 느껴졌다.

 "그러니까, 울지마."

 건이에게는 참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들어야 하는 말을 정확하게 말하는 능력. 그 위로가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수현에게 안기고 건이에게 손을 잡힌 채 그대로 조금 더 울었다. 눈이 빨개진 채로 건이가 건내 준 음료수를 마시며 울음을 천천히 그쳤다. 내가 울음을 그치자 건이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보니까, 이제 뭐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이렇게 나의 첫 데이트 아닌 데이트는 막을 내렸다.

 건이는 기어코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에 와서는, 더 이상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정신도 몸도 너덜너덜해져 집에서 숨만 쉬며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에 학교에서 건이를 보면 어쩐지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주말이 다 지나고 금요일이 다 되어가도록 건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수현과는 한 번 점심을 먹었는데 건이가 몸이 안 좋아서 자체휴강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혹시 동윤이 과에서 다시 나쁜 소문을 내거나 해코지를 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러나 다행히 동윤은 과에서 쥐 죽은 듯이 지냈다. 사람들은 금새 다른 소문에 관심을 돌렸다. 나는 수현에게 그 날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수현은 친구라면 당연하지, 하고 미소를 지었다. 수현과 헤어지고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동윤을 봤다. 눈이 마주쳐 나는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다. 동윤이 고개를 먼저 돌리고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건이 덕분에 나는 괜찮아졌는데, 건이가 아픈 것이 혹시 나 때문인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러나 금요일이면 금방 만날텐데 아픈 사람을 귀찮게 할까봐 차마 연락을 하지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금요일 9시 수업은 건이가

  아닌 교수님의 자체 휴강. 다음 수업에 맞춰 느지막히 학교를 향했다.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어느 순간부터 비가 조금씩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개강날을 생각나게 하는 소나기였다. 그 때와 다른 점이라면 날씨가 훨씬 따뜻해졌고 이제 낯선 곳과 사람에 대한 긴장감은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참 많은 것이 달라진 기분이었다. 아, 하나 더. 내게 우산이 없다는 점도 달라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학교까지는 10분 정도 걸어야 했다. 함께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제각기 우산을 쓰거나 겉옷을 들고 뛰었다. 차양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엔 수업에 늦을 것 같았다. 건이는 몸도 아픈데 우산은 잘 챙겨 왔으려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도 늦기 전에 뛰어야겠다. 운동화 끈을 다시 매고 뛸 준비를 했다.

 "안영아!"

 덩치만큼이나 어찌나 소리가 우렁찬지 먼저 뛰어가던 학생들이 너나 할 것없이 뒤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민트색 우산을 쓴 건이가 내가 좋아하게 된, 눈이 반달처럼 사라지는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 미소를 보니 쉽게 인사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그저 놀라 가만히 서 있자 건이가 종종 뛰어 왔다.

 "내가 우산 갖고 왔지! 타이밍 딱 맞췄네."

 나는 멍하니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우산 아래서 건이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전에 없이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나를 또 어디서 이렇게 빨리 찾았는지. 가자, 등 뒤에 살짝 와 닿은 손이 따뜻했다.

 

 내가 필요할 때, 내가 원할 때 나타나 가장 정확한 말을 해주는 너.

 한 번 터져버린 마음은 이제 멈추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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