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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색 왕과 검은색 기사
작가 : TiAmo
작품등록일 : 2016.7.28

도망쳐나온 스노우와 그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저 왕관을 봐 아름다운 붉은색이지?"

 
1.나린(4)
작성일 : 16-08-01 14:41     조회 : 436     추천 : 2     분량 : 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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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가마르 병사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브루스가 잠시 노려보고 있었지만 가마르 병사들은 아무 말도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브루스도 억지로 말을 하게 할 생각까지는 없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보지."

 

  "뭔데?"

 

  "만일 나와 스노우가 그곳에 가서 그 용병대의 일원으로 받아달라고 하면 받아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지."

 

  나린은 잠시 턱을 괴고 고민했다.

 

  "아까 전에 꼬맹이가 화살 쏘는걸 보면 일단 가능은 할 것 같네."

 

  "꼬맹이는 스노우를 말하는 거야?"

 

  나린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스노우는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에 다다랐지만 지금은 그럴 부분에서 따질 문제가 아닐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당신도 꼬맹이 정도 수준은 되지? 그렇다면 아마 둘다 가능할거야."

 

  "좋아, 그렇다면 우리 목적지도 정해졌군."

 

  "형 용병단에 들어갈 생각이야?"

 

  스노우가 말했다. 스노우는 브루스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브루스는 사냥꾼 답지 않게 무엇인가를 죽이는 것에 굉장히 민감했다. 사냥을 나서서 동물을 죽이고 난 후에도 동물의 명복을 빌어주는 특이한 사냥꾼이었다.

 

  "이 집을 떠나면 갈만한 곳이 없잖아. 우리를 받아줄 곳이 있다는데 그곳으로 가야지 뭐. 다른 곳에 집을 살 정도로 돈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용병일을 하게 되면 사람을 몇 명이나 죽여야 할지 셀 수도 없을텐데."

 

  "그런 건 됐어."

 

  스노우는 순간 보았다. 브루스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형 혹시 나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브루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브루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두 사람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할 말을 알고 있다. 브루스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미소를 지어보인 후 밖으로 나갔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날테니까 다들 준비해 놔. 빨리 떠나는 편이 안전하겠지."

 

  브루스가 나간 뒤에도 스노우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스노우는 제자리에 서서 요동치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너도 너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모양이지? 그렇다면 늑대에 들어오는 게 도움이 될거야. 늑대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거든. 난 네가 분명히 잘 적응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린은 나지막히 그렇게 말하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스노우는 그 뒤로도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 * *

 

  브루스는 바깥에 나가서 주변을 멍하니 둘러보고 있었다. 브루스에게 있어 이곳 스노는 인생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으며 이곳에서 뛰어놀았으며 이곳에서 꿈을 꾸었으며 이곳에서 모든 것을 잃기도 했고 이곳에서 모든 것을 얻기도 했다.

 

  이제는 그 장소를 떠야나 했다.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고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받아들여야만 하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나린을 구하기로 제일 먼저 마음 먹은 것도 브루스였고 끝까지 나린의 편을 들어준 것도 브루스였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누구에게든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브루스는 알고 있었고 이제는 자신이 그 말대로 행동할 차례였다.

 

  브루스는 그 동안 선택에 대한 책임같은 것은 잊고 살아왔었다. 사람의 방문이 많지 않은 이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마치 왕처럼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왕의 역할은 그만두고 다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늑대는 좋은 곳이야. 내가 장담하지."

 

  브루스를 뒤따라 나온 나린이 어느새 브루스의 옆에 서서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산거야?"

 

  "그래 29년 동안 이곳에서 살았지. 이제 헤어질 때가 됐지만. 생각해보면 조금 더 일찍 헤어졌어야 했을지도 몰라."

 

  "조금 더 일찍?"

 

  "그래, 나를 위해서도 스노우를 위해서도."

 

  브루스는 갑자기 무언가를 결심한 듯 했다. 브루스는 재빨리 어딘가로 달려갔다. 집 옆에 있는 창고였다. 브루스는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창고 안에는 기다란 상자들과 칼이나 방패 등의 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상자와 무기에 먼지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브루스는 상자들을 하나씩 열어보며 무엇인가를 찾았다.

 

  "뭘 찾는거야?"

 

  "아버지가 쓰시던 창, 그 날에는 없었던."

 

  "아버지?"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 멧돼지를 사냥하시다가. 나도 그 현장에 있었지만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라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만 봐야했지."

 

  "미안."

 

  "미안해 할 거 없어. 그게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게 그 당시 나의 위치였으니까 그게 전부야."

 

  그것이 전부였다. 적어도 브루스에게는 그러했다. 아버지의 죽음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받아들였다. 그것이 현실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창은 찾아서 어디에 쓰려고?"

 

  "현실에 도전하기 위해서."

 

  나린은 브루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현실에 도전하겠다니.

 

  "현실에 도전하겠다니 그게 무슨."

 

  "내가 현실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청산해야 하거든."

 

  "설마 지금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

 

  브루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브루스는 마침내 한 상자에서 아버지가 쓰던 낡은 창을 발견해냈다. 사람의 팔 길이 정도의 단창이었다. 나무는 비쩍 말라있었고 창날이 많이 닳아서 뭉툭해져 있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쓰시던 창이야. 끝이 많이 닳아서 나중에 새걸 사야겠다고 말씀하시고는 화살로만 사냥을 하셨지."

 

  "그 창으로는 멧돼지를 잡을 수 없을거야."

 

  "창날만 조금 다듬으면 충분히 쓸만한 녀석이야."

 

  "분명히 네가 죽고말거야."

 

  브루스는 피식 웃었다. 죽는다는 말을 듣자 웃음이 났다. 브루스는 지금껏 태어나서 수많은 생명을 죽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 옆에 서 있는 여자는 분명 죽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껏 그렇게 많이 죽여온 사람이 죽는 것 피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죽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한 선택이니까 그 정도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해. 그리고 죽이지 못하면 나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삶을 살거야. 그런 삶에는 큰 미련이 없어."

 

  "녀석을 죽이러 가는 건 나도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그 창으로는 무리야."

 

  브루스는 창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창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없었다. 그것은 이번에 브루스가 마침표를 찍으려고 하는 이야기는 브루스만의 것이 아닌 브루스와 보루스 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창으로 해야만 해. 그러니까 스노우를 잘 부탁해. 내일 내가 갑자기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면 분명 난리를 치겠지만."

 

  "당신이 가지 않으면 길 안내는 누가 하고?"

 

  "길은 한 길이니까 방향만 알려주면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거야. 길이 조금 위험한 게 흠이지만 스노우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혹시나 중간에 사고가 날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거야?"

 

  "아니, 충분히 하고 있어. 네가 알리가 없지.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이곳에서 함께 생활했어. 우리는 서로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야. 하지만 헤어지지 않는 가족은 없어. 우리는 서로의 목적을 위해서 잠시 헤어지는 것 뿐이야.

 

  만일 스노우가 누군가의 손에 죽는다면 그 사람을 찾아서 죽여버릴 거고 스노우가 어딘가에서 사고로 인해 죽는다면 그 지역을 지도에서 없애버릴 거야. 그리고 스노우가 살아있다면 찾아가서 웃어줄거다."

 

  나린은 더 이상 브루스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말에서 충분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의 이야기 만큼이나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기도 했지만 그 알맹이의 본질이 크게 달랐다.

 

  브루스가 스노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들은 것 뿐인데 스노우가 브루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둘은 나린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는 사이였던 것이다.

 

  "알았어. 꼬맹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잘 데리고 갈테니까. 지켜보니까 데리고 다니는 재미가 있을 것 같더라고."

 

  "그렇다면 다행이군. 스노우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거야 강한 녀석이니까. 생각보다 착한 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그 누구보다도 강해."

 

  "살고자 하는 의지라.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닐거야. 그 녀석의 살고자 하는 의지는. 조심해야 할지도 몰라."

 

  "동료를 배신하기라도 한단 말이야?"

 

  "모르지. 배신하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 게다가 스노우는 아직 너를 동료로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거든."

 

  "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어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진 않겠지. 그 정도는 생각하는 아이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스노우를 낮게 평가해서 너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있는게 아니야. 오히려 스노우를 높게 평가하는 거지. 녀석은 이미 가장 큰 죄책감을 떠안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죄책감은 아무렇지 않은 것일 수 있어."

 

  "녀석이?"

 

  "그래. 아직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선 내 생각은 그래."

 

  나린은 브루스의 엇갈리는 언행에 혼란스러웠다. 분명 조금 전에 스노우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던 그가 지금은 스노우의 험담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나린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하기 위해서 애썼다. 스노우에 대해 그렇게 각별한 마음을 가졌으면서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해주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해하지는 않아도 외워두기는 하자고 생각했다.

 

  "조언 고마워. 부디 일이 잘 됐으면 좋겠네."

 

  나린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진심이 담긴 말을 들어보는 것 같군."

 

  나린은 웃어보였을 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나린과 브루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스노우는 이미 떠날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방금 전의 침울했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는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나린은 잠시 스노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으나, 브루스가 평소와 다름없이 스노우를 대하는 것을 보고 평소와 같이 행동했다.

 

  날이 저물고 다음 날 아침해가 밝기까지는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나린이 이곳에 온지 겨우 이틀이 지났지만 수많은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수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린은 자신이 겪을 수많은 일이 그렇게 커다란 일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happydream 16-08-02 19:56
 
좋군요~ ^^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청운 16-08-04 02:43
 
담 편으로 쓩 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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