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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비린토스 - 계약의 여기사
작가 : 라마레뜨
작품등록일 : 2017.6.7

평생 충성을 바쳤던 황제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아리안.
다시 살게 된 인생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녀 앞에 서열 5위의 마왕이 나타난다.

“나와 계약해서 네 인생을 되돌려준 남자를 찾지 않을래?”

[회귀물 / 여기사물 / 먼치킨 여주 / 은퇴희망물 / 해피엔딩]

※ 초반에 조금 어두워 보이지만 그다지 어두운 글은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이메일. ramaletteu@gmail.com

 
은빛 머리카락의 황제 (2)
작성일 : 17-06-14 18:25     조회 : 294     추천 : 2     분량 : 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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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리안은 에르하르트와 만나기 전부터 그에 대한 소문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소문들은 대부분 에르하르트의 외모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클레비안 후작의 영애가 한눈에 반해 석 달 열흘 동안 그를 쫓아다녔다는 둥, 비슈타인 백작가의 영애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는 둥, 에르하르트의 궁으로 도착하는 영애들의 편지가 하루에 수천 통에 이른다는 둥, 영애들이 그에게 보낸 선물로 탑을 쌓으면 10층 높이가 되고도 남을 거라는 둥...

 

 정말로 얼토당토 안 되는 소문들을 들을 때마다 아리안은 하여간 이놈의 귀족들은 참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에르하르트를 만난 순간 아리안은 이런 생각을 모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만난 에르하르트는 그 소문들이 모두 진짜라고 여겨질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다시 만난 에르하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응접실 문을 열기 직전까지 아리안의 두 손은 그에 대한 공포심으로 떨려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리안의 홍차색 눈동자에 그의 모습이 담기는 것과 동시에 그 무시무시한 공포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조각상처럼 반듯한 이마와 날카로운 콧날, 루비처럼 영롱한 붉은 입술, 달빛의 한 조각을 베어온 듯 반짝이는 은빛 머리카락까지, 그는 최고의 장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빚어놓은 예술품처럼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황가의 직계 자손만이 가지고 태어난다는 오팔색 눈동자는 햇살이 닿을 때마다 찬란하게 반짝이며 그의 외모를 더욱 신비롭게 해주고 있었다.

 

 이런 에르하르트의 외모 덕분에 아리안은 그의 기사가 된 이후, 모든 귀족 영애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아야만 했다. 간혹 파티에 참석할 때마다 쏟아지던 질시어린 시선들이 떠올라 아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때 아리안의 귓가에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왜 웃는 거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바라보는 에르하르트의 모습에 아리안은 적잖이 당황했다.

 아리안은 지금도 에르하르트와의 첫 만남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레비아탄을 만난 이후 아리안은 마음속으로 에르하르트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에르하르트의 반응은 아리안의 기억 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리안은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에르하르트와 지낸 시간은 무려 10년이 넘었다. 그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리안이 알고 있는 에르하르트는 자존심이 무척 센 사람이었다. 특히 이 당시 그는 황궁에서 입지가 매우 불안했던 터라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가 아리안의 웃는 모습에 불편한 모습을 보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자존심에 목숨을 건 다른 황족들과 달리 그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애초에 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여자인 아리안을 자신의 기사로 받아들일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리안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닙니다. 그저 소문이란 게 영 틀린 것만은 아니구나, 란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소문? 어떤 소문을 말하는 거지?”

 “그야 물론 에르하르트 전하에 대한 소문이지요. 실은 전하에 대한 소문을 들을 때마다 너무 과장이 심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뵙고 보니 소문보다 훨씬 더 잘생기셨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자 에르하르트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리베이드 경 그대가 그런 소문에 관심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군.”

 

 

 에르하르트의 그 말에 아리안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회귀하기 전 그녀가 에르하르트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아리안을 리베이드 경이라고 불러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리베이드 양으로 부르곤 했었다. 자신을 여자가 아닌 기사로 대해준 첫 번째 사람, 그것이 바로 에르하르트였던 것이었다.

 

 ...물론 이제 와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런 소문뿐 아니라 전 여러 가지 소문에 관심이 많습니다. 소문이란 여러 가지 것을 알려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안이 한숨을 내쉬듯 대꾸하자 에르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군. 하지만 난 그대의 의견에 반대하겠네.”

 “제 의견에 반대하신다고요?”

 “그래. 아무래도 리베이드 경 그대는 내가 들었던 소문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말이지.”

 

 

 에르하르트의 이 대답에 아리안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야말로 아리안이 바라고 있던 반응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점이 다른가요?”

 

 

 그러자 에르하르트가 꿈결처럼 달콤한 얼굴로 작게 미소를 지었다.

 

 

 “글쎄, 소문만 들으면 키가 한 3미터에 눈이 세 개쯤 달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지.”

 

 

 이 기가 막힌 대답에 아리안은 어이가 없는 눈으로 에르하르트를 바라보았다. 그가 예전 기억과 다른 대답을 하길 바란 것은 사실이었지만 설마하니 이런 기도 안차는 대답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응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안이 뒤를 돌아보자 매리앤이 따뜻한 홍차를 들고 응접실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럼 나머지 이야기는 자리에 앉아서 할까요, 전하?”

 

 

 그렇게 자리에 앉은 후 아리안은 매리앤이 놓고 간 홍차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생각지 못한 에르하르트의 반응 때문에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녀는 3년 안에 레비아탄의 계약자를 맞춰야만 했다. 계약자에 대해 그녀가 알고 있는 사실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그가 레비아탄과 계약하기 위해 5만 명 분량의 마나를 사용했다는 것. 이것이 가능한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

 

 첫 번째는 바로 지금 그녀의 눈앞에 앉아있는 에르하르트 황제였다. 그는 에스테 공작가를 멸망시키기 위해 공작가의 일족과 사병 5만 명을 살해했다. 이 모든 사람들의 마나를 고스란히 바쳤다면 충분히 레비아탄을 소환할 수 있을 터였다.

 

 두 번째는 바로 그녀의 전남편이었던 레그네트 에스테 공작이었다. 그는 카스티야 제국이 건국한 이래 최고의 천재로 불렸던 마법사였다. 그런 레그네트라면 당연히 레비아탄을 불러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레비아탄의 계약자인지 아리안은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가진 다른 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그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계약자의 도움으로 과거로 돌아온 그녀가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면 계약자인 그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방금 전 에르하르트의 색다른 반응에 그녀가 당황했듯이 레비아탄의 계약자 역시 과거와 다른 반응에 당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가 예전과 전혀 다른 여성스러운 차림으로 에르하르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에르하르트의 반응이 아리안이 생각한 것과는 영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안은 매리앤이 가져다준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매리앤이 가져다 준 홍차는 인간적으로 맛이 없어도 너무 없었던 것이었다. 맛있는 디저트라도 있다면 억지로라도 마실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맛있는 디저트는 값이 비싸도 너무 비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리안이 디저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들보다 더욱 기사다운 그녀가 여자들이나 좋아하는 달콤한 케이크를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아리안은 달콤한 디저트를 무척 좋아했다. 물론 아리안은 귀부인들이 좋아하는 격식 있고 우아한 티타임은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칼날을 던져대는 귀부인들의 티타임은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향긋한 홍차와 함께 하는 달콤한 티타임은 정말로 좋아했다. 달콤한 황금빛 크레이프를 생크림과 함께 한 겹 한 겹 공들여 쌓아올린 폭신폭신한 크레이프 케이크, 한입 깨물면 바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달콤하고 쫀득한 속살이 드러나는 화려한 색깔의 마카롱, 수저로 떠먹는 것과 동시에 입 안 가득 가을의 향기가 퍼져나가는 보드라운 몽블랑까지, 에스테 공작 가에서 매일같이 즐기던 디저트를 아리안은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게다가 에스테 공작가의 파티쉐는 카스티야 제국에서 가장 솜씨가 좋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 파티쉐가 만든 디저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물론 이러한 사실을 입 밖으로 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아리안이 디저트를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제 다시는 그 사랑스러운 디저트들을 먹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리안의 입에서는 절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들자 그녀의 눈에 눈살을 찌푸린 채 홍차를 마시고 있는 에르하르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 에르하르트를 보며 아리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여유롭게 디저트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그와 전투를 벌여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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