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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색 왕과 검은색 기사
작가 : TiAmo
작품등록일 : 2016.7.28

도망쳐나온 스노우와 그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저 왕관을 봐 아름다운 붉은색이지?"

 
1.나린(1)
작성일 : 16-07-29 14:55     조회 : 439     추천 : 2     분량 : 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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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푸른 하늘이 보였다. 눈보라가 치지 않는 화창한 높은 하늘이 있다.

 

  "추우냐?"

 

  아버지의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브루스는 그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다잡고 일어났다.

 

  "아니요, 이 밑이 조금 미끄러웠어요."

 

  "몇 번이고 말하지만 사냥 할 때는 집중하는게 중요하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사냥꾼과 사냥감이 결정되는거야."

 

  브루스의 아버지 보루스는 브루스에게 대꾸할 기회를 주지 않고 돌아섰다. 이것이 보루스의 방식이었고 브루스도 충분히 그 방식을 이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냥꾼으로서의 브루스는 아제 갓 태어난 아이와 같았다. 겸험많은 사냥꾼인 아버지의 충고는 충분히 새겨들을만 했다. 게다가 브루스는 들떠있었다. 조금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브루스는 아주 어릴 때부터 활쏘는 법과 동물을 손질하는 법을 아버지에게 배웠지만 직접 사냥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브루스가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할때마다 보루스가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오늘은 어째서인지 먼저 같이 사냥을 나가자고 해준 것이었다.

 

  "이것 좀 봐라."

 

  브루스는 아버지가 가리킨 것을 보았다. 들짐승의 발자국이 있었다. 상당히 무게가 있는 녀석인지 땅 깊숙히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멧돼지 발자국 같은데요?"

 

  "잘 아는구나 집안에만 있었으면서."

 

  "집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읽었거든요."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보루스는 발자국을 따라 걸어갔다. 브루스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헐레벌떡 아버지의 뒤를 뒤따라갔다.

 

  "아버지가 옛날에 읽으시던 책들 아니었어요? 글자를 가르쳐 주신 것도 책을 읽으라고 그런게 아니에요?"

 

  "내가 너에게 글자를 가르친 것은 혹시나 나중에 쓸일이 있을까 싶어서 가르친 거였고 그 책들은 읽기는 했지만 실전을 겪고나면 그 책이 하찮은 종이쪼가리라는 것을 금방 깨닫지. 그래서 쓸모없다고 한거다."

 

  브루스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몇개 있었다.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저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자신도 곧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루스의 발걸음 속도가 느려졌다. 브루스는 직감적으로 사냥감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와라."

 

  보루스는 빠르게 근처에 있는 큰 돌 뒤로 숨었다. 브루스는 보지 못한 그들의 사냥감을 본 것이었다. 사냥감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일반 멧돼지의 거의 2배는 되어보이는 덩치의 녀석이었는데 보루스도 저런 녀석을 본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활시위에 화살을 메기는 보루스의 손이 떨렸다. 난생 처음보는 커다란 사냥감에 대한 흥분이었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녀석은 눈밭 위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을 쏘아주기를 바란다는 듯이.

 

  녀석은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생명력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브루스도 사냥감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 아버지가 말한 실전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생명체가 가진 생명의 위대함과 그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나약한 존재에 대해서. 브루스는 녀석을 사냥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다른 녀석을 잡는게."

 

  보루스의 귀에는 이미 브루스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활시위를 당기고 녀석을 겨냥했다. 숨을 단번에 끊어놓을 수 있는 완벽한 한발을 쏘아야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내쉬는 숨과 함께 활시위를 놓았다.

 

  멧돼지가 고개를 들어 브루스를 보았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멧돼지는 분명 말하고 있었다. '잘 봐'

 

  "아버지!"

 

  브루스는 목청껏 아버지를 외쳤다. 하지만 이 역시도 보루스에게는 들리지 않았고 화살은 기세 좋게 날아가 멧돼지의 이미 한가운데에 박혔다. 멧돼지는 쓰러지지 않았다. 화살의 파괴력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멧돼지는 곧장 부자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망쳐라!"

 

  보루스는 일이 잘못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은 녀석을 상대할 수 없었다. 수 많은 위기에서 보루스를 구출해낸 직감이 그렇게 말했다. 보루스는 브루스를 거칠게 밀었고 브루스는 어쩔 줄 모르고 도망가기 바빴다.

 

  보루스는 뒤돌아 보았다. 보루스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고 있었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녀석의 생명 그 자체인 녀석의 터전에서 인간이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인 것이다.

 

  보루스는 다시 한 번 화살을 메겼다. 그리고는 달려오는 녀석의 눈을 겨냥했다. 방금 전에 화살이 녀석의 살가죽을 뚫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고 보루스는 해내야만 했다.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 그리고 브루스를 위해서.

 

  "아버지!"

 

  저 멀리에서 도망치던 브루스가 뒤를 돌아보고 외쳤다.

 

  보루스는 숨을 가다듬었다. 녀석과의 거리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크게 한번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쉼과 동시에 활 시위에서 손을 놓고 화살을 쏜다. 오랫동안 해왔던 것을 이전과 같이 반복할 뿐인 단순한 일이다.

 

  그런 단순할 일임에 분명한 것이. 이번에는 되지 않았다. 화살은 날아가지도 않았다. 보루스는 팔에 힘을 빼고 활을 아래로 내렸다. 남은 결과는 단 하나 뿐이었다.

 

  "아버지!"

 

  브루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멧돼지는 보루스를 쓰러트렸고 발을 돌려 브루스를 보았다. 얼굴 한가득 묻어있는 붉은 피와 내쉬는 입김과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브루스는 땅에 발이 박힌듯 움직이지 못했다.

 

  둘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브루스는 너무 무서웠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단순히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바지도 축축히 젖어간다.

 

  "뀌이익!"

 

  멧돼지는 그렇게 한번 울더니 고개를 돌렸다. 브루스는 자신이 멧돼지에게 동정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의 어마어마한 생명력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흐...흐으...흐..."

 

  브루스는 흐느꼈다. 여전히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브루스는 기어서 아버지에게로 갔다. 냉기가 온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하지만 지금 브루스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기고 또 기었다. 브루스는 자신이 너무 멀리 도망쳐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돌아가는 길이 힘든 것이다.

 

  "끄...으...아..."

 

  아직 조금 온기가 남은 아버지의 손을 잡았을 때 브루스는 몸 안의 모든 내장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욱!"

 

  브루스는 몸 안에 담고 있던 모든 것들을 토해냈다. 토하는 와중에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식어가는 아버지의 생명 앞에서 브루스는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브루스가 다시 일어서는 데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고 다시 일어섰을 때에도 눈보라가 불어와 아버지를 데려가지 못했다.

 

  나중에 날이 개고 다시 그 자리에 갔을 때 이미 아버지의 시신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 * *

 

  "아버지...아버지..."

 

  "저 사람 괜찮은 거야?"

 

  침대에 누운 브루스가 앓는 소리를 내가 여자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악몽을 꾸는 모양이야. 내버려 둬, 종종 있는 일이니까."

 

  스노우는 한껏 긴장해 있었다.

 

  브루스의 마을 스노에는 가끔 오는 병사 몇명을 빼면 사람이 오지 않는다. 그 덕에 스노우는 5년간 여자를 보지 못했다. 산 속의 수 많은 암컷 동물들은 봐왔지만. 인간 여성은 5년만이었던 것이다.

 

  스노우는 여자를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 보다도 더 어릴 적에 여자에게는 잘 대해주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것도 같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고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이 여자는 동부인도 아니었다. 대륙은 크게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지는데 동부인과 서부인에는 크고 작은 차이들이 많고 서로를 증오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스노우의 머리 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형을 발견했을 때에 이 여자가 형을 끌어안고 벌벌 떨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둘 사이에 모종의 사건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여자가 반말로 말을 걸어서 얼떨결에 반말로 답했지만 그 이후에도 반말을 써도 될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여자는 방 가운데에 피워진 화롯불에 몸을 녹이고 있었다.

 

  "이름이 뭐야?"

 

  "나린."

 

  "동부말은 어디서 배웠어?"

 

  "국경 근처에 살다보니 많이 주워듣게 되서 어쩌다가 배웠어."

 

  "대단하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용기내서 몇마디 붙여보았지만 더 이상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면 좋을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스노우는 천천히 나린을 훑어보았다. 나린은 굉장히 수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렸하해서 상당한 미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된거야? 여기로 오는게 쉽지도 않았을텐데."

 

  "원래는 동료들과 함께 왔었는데 어쩌다보니 동료들과 해어지게 되서. 원래 가려던 방향이 이쪽이었던 것 같아서 되는데로 걸어왔더니 이쪽으로 와버렸지 뭐야?"

 

  "그렇구나."

 

  다시 한 번 정적. 도저히 말을 더 붙일 수가 없었다. 스노우의 머리의 한계였다. 빨리 브루스가 일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몇 살이야?"

 

  나린 쪽에서 먼저 질문해왔다.

 

  "열일곱."

 

  "내가 누나네?"

 

  나린은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쁜 미소인 것이 분명하건만 스노우는 왠지 모를 불안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것보다 남자 둘이서 이런 곳에서 사는거야?"

 

  스노우는 나린이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이들이 많으니까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저렇게 두 눈 가득 질문에 의도를 담아서 물어보다니 상당히 직설적인 여성이다.

 

  "뭘 생각하시던지 그건 아닌 것 같네. 우연히 만나서 같이 살게 된 거거든."

 

  "그렇구나, 다행이네. 이 근처에 마을은 없어?"

 

  "산을 몇개 넘으면 가마르(Gamar)의 가문의 병사들이 있어. 거기가 제일 가까운데 화창할 때 가면 하루를 꼬박 걸으면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것 말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은?"

 

  "나는 잘 모르겠는 걸. 브루스 형한테 서쪽으로 꼬박 사흘을 걷는 길이 하나 있다고 들은 것도 같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 브루스 형 아니면 갈 수도 없는 험한 길인게 분명할 테니까."

 

  "그런가."

 

  나린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원래 어디로 가고자 했던 것일까.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스노우는 물어보지 않았다.

 

  계속해서 말을 섞는 것이 스스로에게 상당히 많은 부담감을 가지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스노우는 약해진 불에 장작을 더 집어넣었다. 불이 다시 세게 타올랐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happydream 16-08-02 19:19
 
재미있네요. @@
근데 눈의 마을 스노, 사람 이름 스노우.
아버지 이름 보루스, 아들 이름 브루스.
단어들이 조금 헷갈려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happydream 16-08-02 19:24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happydream 16-08-02 19:25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청운 16-08-04 02:39
 
잘 읽고 갑니다. ^^ 담 편으로 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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