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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2
작성일 : 17-06-13 13:26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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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령이 깃든 산은 기이하며 맑은 기운으로 땅을 다스린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령이 깃든 땅은 많은 생산을 하기에 마련이며 그 산의 신령을 모시는 것은 예로부터 그 마을의 일년을 책임지는 행위였다. 그러나 현세의 이 땅엔 신령은 거의 필요하지가 않아서, 더 이상 비옥한 것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사라져 버린 것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살아왔던 신령 하나가 승천하게 되자 그들의 수장이던 나는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있어도 더 이상 축복받을 대상이 사라져 버렸다.

 

  왠지 가슴이 텅 비어있는 기분이었다. 허탈했다.

 나름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인간들에게 정을 떼려니 왠지 힘들어졌다.

 

  천계에서 복귀해도 좋다는 전언을 들었지만 왠지 하계를 떠나고 싶지는 않아서, 아직까진 가야산 속 그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는 나를 호랑이신이라고 했고 누구는 나를 산군이라 했으며 아이들은 산할아버지라 나를 일컫기도 했다. 뭐, 그거야 옛날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이제 이 긴 파견생활을 접고 휴가를 떠나도 된다, 라는 거였지.

 

 *

 

 두번째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

 말하자면, 잃어버린 행복의 이야기

 

 *

 

 “ 용건은 간단하게 해줄래. 례야 ”

 “ 별건 아니고, 너한테 인간들을 맞겨놓고 가도 괜찮은 지 확인해보려고 온거야. ”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그이의 얼굴을 봐도 좋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일라는 기분이 나쁜 표정을 지었다.

 

 “ 음? 네가? 나를? ”

 

  승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 세계에 있어서 인간을 향한 일라의 행동 하나하나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실없이 웃으며 남의 속을 파대는 그이 또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말이다.

  뭐, 이 자리에서 사람이 아닌 것을 맞이하는 것은 상당히 익숙한 일이었지만, 자신과 같은 동족이라면 말이 달라지는 거다. 이미 하나로도 족하는 상관을 한 명 더 모셔서 좋을 그런 성격좋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는것이 당연했다. 그러므로, 그가 빠르게 용건을 끝내고 돌아가기를, 승희는 내심 기대했다.

 

 “ 그러니 당분간 신세 좀 부탁할게. ”

 “ 뭐? ”

 “ 뭐 길지는 않을꺼야. 음, 강제로 소환 당할 수 있을만한 때까지만? ”

 

  이 때 승희는, 진심을 담야 육성으로 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나로도 피곤한 마당에 둘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라는 심정이 그대로 담긴 욕이 말이다. 그 욕에 잠시 정적을 이루었지만, 이윽고 두 상관은 서로에게 ‘너의 탓’이라며 소란스럽게 굴며 시끄럽게 싸워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진심을 담아 둘을 향해 ‘조용히하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내 그 모든 짜증을 내려보낼 정도의 일이 일어났을까. 살며시 웃음까지 걸어가며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승희였다.

 

 “ 인터넷에, 선희씨의 사진이 나왔네요. ”

 “ 그게 누구더라. ”

 

  심드렁하니 말하는 일라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던 승희는, 이내 목소리와는 다르게 화색을 띈 일라를 본다. 일라는, 승희의 뒤로 쪼르르 따라와 붙더니 그 너머 웃는 얼굴로 찍힌 사진을 흐뭇하게도 쳐다봤다.

 

 “ 결국 찾았나 보구나. 자신의 판타지를. ”

 “ .... 알고 계실 거면서 꼭 그렇게. ”

 

  그 표정은 과연 싱겁다. 그럴 줄 알았던 것인지, 그렇게 될 것으로 여겼던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만들어지도록 한 것인지, 직접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인지.

  그러면서도 기쁜 얼굴은 감출 길이 없었기에 승희는 어쩔수 없단 얼굴로 숨을 내뱉었다.

 

 “ 피어난거야. 고통스러웠던 노력이 말야. ”

 “ 그렇습니까. ”

 “ 그저 한숨 불어 넣어 준 바람을 거름이라 착각한 탓도 있겠지만. ”

 

  희미하게 웃는 일라는 열리지 않는 문을 볼 뿐이었다.

 

 *

 

  날이 밝아온다. 아침을 알리는 빛의 은총은 온 세상을 온기로 감싸안고 그 온기를 받은 생명들은 분주하게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저 작고 가냘프며 하찮기 그지없는 개미나 벌레들 마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모든 생명이 낮을 생명의 근원으로 삼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일단은 낮이란 시간이 갖는 의미는 따스하고 온화하며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이 아닐까.

 

  아, 그렇기에, 인류에게 있어서 빛은말이다. 그래서 희망, 소망을 말하는 대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 무슨 사람이 저렇게 음침할까. ”

 “ 다 들리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 ”

 “ 뭐 어때? 어쩔 도리가 있겠어? ”

 

  빛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그렇게도 노력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노력을 해왔었다. 나는 성실하니까. 성실하게 살아왔고, 성실하게 살 것이었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 희원씨. 일하기 싫어요? ”

 “ 네? ”

 “ 왜 항상 그런 태도로 있는건데? ”

 

  그렇지만, 어째서일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어두워져버린다. 어둡고 음침하며 음슴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 자리에서 그렇게도 필사적으로 나는 빛이라고 이야기하는데도, 다들 나를 음침한 어둠이라고 여긴다. 내 탓이 아니었다. 그건 분명하게 말하지만 내 탓이 아니었다.

 

 “ 희원씨! ”

 

  도태, 배제, 그리고 -

 

 “ 희원씨!! ”

 “ 아! 죄송합니다. 슬기씨. ”

 

  무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학엔 가지 않은 채로 일을 시작했다. 운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취업엔 비교적 쉽게 성공했다. 부모님에겐 나름대로 자랑스러웠던 나는, 성실했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살아가면 어떻게든 되리라고 여겼다.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고, 오 년이 지나갔다.

 

  이상하리만큼 회사는 나를 내보내지 않는다. 나 또한 이상할 정도로 이 곳에 목메여있다. 왜일까. 어째서, 나는 이 곳에서 나서지 않는 것일까.

  이런 취급과, 이런 시선과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서 꺼려지는 존재가 되어버린 나에게 그 어떤 빛과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도 나는 이 곳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걸까.

 

 “ 저기요, 희원씨? ”

 “ ... ”

 “ 밥 안먹어요? ”

 “ 아. 먹고.. 있어요. ”

 “ 팍팍 먹어요, 저처럼! 남자든 여자든 몸도 힘도 빽도 없으면 그저 깡 하나가 재산이라고 그랬어요. 먹고 또 버티고 누가 뭐래도 희원씨는 우리 회사 자랑이잖아요. ”

 “ 과찬이에요.. 후우.. ”

 “ 정말이라구요. 우리 프로젝트들, 희원씨가 기초작업을 그렇게 탄탄하게 해주니까 가능한 것들인걸요. ”

 “ ...그치만 다들 날 싫어하잖아요. ”

 

  나는 모두가 꺼려하는 사람이니까. 모두가 싫어하는, 그런 -

 

 “ 그렇지 않아요. ”

 “ ... ”

 “ 저 좋아해요, 희원씨. ”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 좋아한다니까요? 희원씨는 저 싫어요? ”

 

  그럴리가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같은 사람에게 그런 건 -

 

 “ 그런..건 거짓말이에요. ”

 “ 네? ”

 “ 거짓말이죠, 슬기씨. ”

 “ ... ”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대답하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가 그럼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

 

  사람이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거기에 감정이 섞인다면, 정말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노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어떤 사람에겐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런 정도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섞여들어가지 못하고 겉돌며 이탈해버리고 만다. 애석하게도, 그이의 잘못이 아니건만 세상은 그이에게 친절하지 않다.

 

 “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 거죠. 그 남자는. ”

 “ ... ”

 “ 하아.. ”

 “ 때론 사람은 자기가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곤 해요. ”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도 나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정말로 너무 당연한 듯이 생각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무서운 착각이다. 그 착각이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오해’와 ‘미움’, ‘증오’.

 감정이면서 생각이며 행동인 이 세 가지가 만들어내는 최악의 것이 바로 ‘인간상실’ 이기 때문이다.

  인간상실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이 겪는 그 일의 실체는 전혀 알 수 없거든요. ”

 “ 그렇지만, 그렇겠지만 - 아아. 전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

 

  인간이라는 것의 최소한의 경계선마저 넘어버린 그 무엇이라고 해도 좋다.

 

 “ 희원씨는 그걸 믿어주지 않아요. ”

 “ 한 잔 더 하시겠나요? ”

 “ 네.... 이렇게 마시는 거, 대학 이후로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

 “ 그렇다면 이 한잔으로 끝맺음을 하셔보는건 어떤가요. ”

 “ 네? ”

 

  승희의 손이 현란히도 움직인다. 텀블러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바라보던 손님은 이윽고 유리잔에 담겨지는 따스한 노을빛의 그것은, 금빛으로 빛이 나는 것 같다가도 타들어간 양피지의 가장자리처럼 바랜 색을 가지고 있었다. 은근하게 올라오는 향기가 향기롭지만 위험할 정도로 짙었다. 승희가 내민 것을, 역시나 넋을 놓고 쳐다보다 그 향기에 이끌리듯이 입으로 가져다 놓는다.

 

 “ 뭔가, 달콤하고 새콤하고. 그런데도 깊고 풍부한 맛이네요. ”

 “ 인간관계란 딱 그런 맛이 아닐까 해요. ”

 “ 아. 어울려요.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아요. ”

 

  술잔을 받아든 손님이 활짝 웃었다. 그 미소가 예쁘다 여기면서도 어쩐지 슬픈 것은 어째서인지 승희는 알 길이 없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은 할 수 없는 자신은 그저 들어주고 기원하는 것이 다였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염(念)을 기원하는 것 정도라도 이 손님에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승희였다. 뿌듯함을 넘어서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였기 때문에 승희는 오늘도 이 자리에 머물러있을 한가지를 얻었다.

 

 “ 이야, 우리 승희 다 컸구나. 그저 어린 도호인줄만 알았더니 제법이야~ ”

 “ 례야님, 설거지 하실겁니까? ”

 “ 뭐? ”

 “ 방해됩니다만, 혹여 도와주실 생각이라면 - ”

 

  손님이 돌아간 자리에 남겨진 잔과 그릇을 거두어 닦는 승희의 손이 례야를 향했다. 례야는 엉겹결에 받아들고는 어찌 할 바를 모르는 표정으로 서있더니 결국에야 떨어트리고 만다.

  쨍그랑, 하고 공간을 찌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승희의 얼굴은 급격하게 굳어갔다.

 

 “ 하하, 그러게 좀 조심하지 그랬어. 승희야. 빨리 가져갔어야지. ”

 “ .... 례야님은 죽지 않으시는거죠? ”

 “ 그럼! 나는 신이니 - ”

 “ 그럼 제가 진심전력으로 쫒아내도 상관이 없으시겠군요. ”

 

  정정하자. 승희의 얼굴엔 분노가 어려있었다. 그 기세가 상당한 살기를 가지고있었기 때문에, 그 아무리 신이라한들 죽이려 달려드는 이를 쉽게 감당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 미안! ”

 

  그저 이 한마디만을 남겨두고 자리를 피하기에 급급한 례야를 뒤로한 채로, 삭혀드는 화와 떨어져 깨져버린 것들을 한숨으로 모아내기 시작한 승희는, 문득 어떤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우습게도, 어쩌면 지금의 그녀가 있기까지의 전조와도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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