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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1
작성일 : 17-06-13 13:25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4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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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큰 키, 하나로 묶여있는 단정한 머리. 그리고 좋지 않은 시력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굵은 뿔태 안경을 쓰고 있는 여자는 다죽어가는 얼굴로 가게문을 열고 들어왔다. 터벅이는 발걸음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것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자리를 찾아 주저앉아버리는 그 앞으로 다가가는 여주인인 것이다.

  길게 빼 물고있는 장죽을 그렇게도 한모금 마시는 입술이 매력적이게도 오무려 그것들을 다시 내뱉어낸다. 그리고 제 장죽을 가져가도록 손짓하고는 이렇게 묻는다.

 

 “ 주문은 어떤 걸로 하시겠나요? ”

 “ 아... 그럼.. 죄송하지만 뭔가 가벼운건 없나요...? ”

 

  고민을 하듯이 갸웃거리는 그 앞자리에 앉는 여주인은 입에 물고있던 장죽을 다가온 종업원에게 건냈다. 장죽을 받아든 종업원은 익숙하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들고 가게의 뒤켠으로 가지고갔다.

 

 “ 지쳐보이는군요. ”

 “ 네? ”

 “ 이 곳에 왔다는건 무언가 비워낼 것이 있다는 소리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벼워지기 위한 것을 원한다, 이렇게 받아들여도 될까요? ”

 “ 아. 뭐, 대충 그런 느낌이긴 해요. 뭐랄까. ”

 “ 글을 쓰시는 분인가 보네요.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번뜩이는 눈동자는 어떻게 알았냐고 말하는 듯 했다.

 

 “ 등이 굽어있어요. 책상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손목의 보호대. 보호대를 사용해야 할 만큼 손목을 사용한다는 소리겠네요. 그렇다면 손목을 사용하는 직종이 뭐가 있을까. 쉽게 떠올리는건 아마 주부일텐데, 주부 같아 보이지는 않으니까, 컴퓨터앞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이에요. ”

 “ 아아. 네, 뭐. 비슷해요. ”

 

  물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상대의 행동은 전혀 없었지만. 그런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만한 상태의 정신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도 지친 얼굴로 겨우 쉴 곳을 찾은 기분이 주변에까지 퍼져오는 것만 같았으니까 말이다. 장죽을 가져다놓은 종업원이 돌아왔고 무엇을 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손님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말했다.

 

 “ 레몬그라스, 그리고 페퍼민트. 적당히 담아서 우려오도록. ”

 “ 알겠습니다. ”

 

  손님은 그 두 조합에 대해서 의아해 했지만 곧 웃으며 주인은 이렇게도 말했다.

 

 “ 레몬그라스도 페퍼민트도 정신적인 작용을 돕는 풀이지요. 차로도 잘 어울려요. 아마, 지금의 당신에겐 최고의 약이 되어줄 지도 모르지요. ”

 “ 아아.. 그렇구나. ”

 

  그리고 그렇게 쉽게도 납득해 버리는 것이다.

 

 *

 

 첫번째

 고통을 화하는 이야기

 

 *

 

  레몬그라스의 달고 쌉싸름한 향기가 페퍼민트의 싸늘한 향과 어울려 피어 올라왔다. 받아든 찻잔과 그것을 넘기는 목젖은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어딘가 치료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풋 웃어보였다.

 

 “ 일루망. 참 예쁜 소리가 나는 이름이네요. ”

 “ 그런가요. ”

 “ 네. 몇 번 밖에서만 봤었는데. 참 예쁜 소리에요. 들어와보고 싶었었는데, 이상하게 생각이 잘 안나요. 이상하죠? 정말로.. 그런데 진짜 이런 상황에 이곳을 찾게 될 줄이야. ”

 “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

 

  한모금 넘긴 그 뒤엔 푸념이 섞여 나온다.

 

 “ 처음 본 분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웃기지만, 정말 저는 재능이 없는 걸까요. ”

 “ 재능은 공평하지 않지만, 노력은 공평할지도요. ”

 “ 그러게요. 재능이 있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나올수 있는게 나에겐 노력을 해야만 나오는 것이라면. 이런건 왜 있는 걸까요. ”

 

 *

 

  천재라는 단어를 싫어합니다. 내가 아니니까요.

  노력이라는 단어도 싫어합니다. 내가 해야만 하니까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요.

 

 “ 작가님. 듣고 계신거에요? ”

 “ 네? 아아. 네. ”

 “ 이제 이런 정통 판타지는 한물 갔다구요. 아시겠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달달하고 심쿵! 그래, 심쿵 좋다. 심쿵할 수 있을만한 걸 원하는 거라구요. ”

 “ 네. ”

 “ 아이, 참. 대답만 하시지 말구요. ”

 

  오늘도 이렇게 돌려보내졌습니다. 정말 애써서 적어내린 내 자식을 부정당하는 것은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 아아. 로맨스. 로맨스.. ”

 

 

  글을 쓴지는 십 년정도 된 것 같아요. 처음엔 마법소녀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좋았어요. 그림은 잘 못그리니까, 그런 그림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그리고 정말 운이 좋은 일이 일어났어요.

  내가 쓴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거든요.

 

  처음엔 그저 신기했고, 즐겁고, 좋았어요. 내가 써내린 이 글이, 내가 낳은 이 자식이 이쁨을 받는거잖아요? 그래서 너무너무 좋았는데. 이야기를 모두 끝내고 차기작을 준비할 쯤이었죠.

 

  편집장이란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조금 방향을 틀어서 다른 장르에도 한번 도전해보자. 그래서 이것 저것, 정말 여러가지를 썼습니다. 요즘은 종이책이 안팔리니까 웹으로 소설을 많이 내거든요. 그러다보니 하나씩, 하나씩. 제 작품이란게 꽤 생기더라구요.

 

 “ 윤선희 작가? 글쎄. 잘 쓰기는 하는데 요즘 스타일은 아니지. ”

 

  그리고 이런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아, 요즘 스타일이란게 뭐지.

 

 “ 로맨스도 그렇게 쓸 수 있으면 정말 대박날텐데 말야. ”

 

  로맨스가 뭘까요. 사랑이야기? 아니요. 이것도 다른 의미로는 그냥 판타지에 불과해요. 그런 소설 속에 있을만한 이야기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은게 맞는거잖아요? 뭐. 그러니까 소설을 읽는 거겠지만은..

  그래도 어쨌거나 로맨스라니. 써보려고 해본적도 없었지만 쓸수도 없어요. 경험이 있어야 뭘 쓰던지 말던지 할텐데, 아. 일단 읽어는 봤지만. 단지 읽는 것만이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좋은 희망의 판타지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그걸 제가?

  무리에요. 무리일 수밖에 없어요. 연애나 짝사랑이나. 해본적이 없으니까..

 

 *

 

 “ 하아.. ”

 

  한숨 내뱉는 여인의 눈을 쳐다보는 일라는 손을 내밀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여인은, 얼떨결에 그 손을 잡았다. 서리장같이 차가운 손끝이 손바닥에 감싸지자 미묘한 전류가 흐르는 듯이 찌릿거렸다.

 

 “ 걱정마세요. 선희씨의 손은 예쁜 이야기를 지어내도록 만들어졌답니다. ”

 “ 네? 아. 그런데 제 이름은 - ”

 “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말아요. 후후.. ”

 “ 네.. ”

 “ 결국 같은 판타지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 네? ”

 “ 선희씨가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 바람을 적어보도록 해요. ”

 “ 아니. 그렇게 말을 하셔됴 - ”

 “ 걱정말아요. 당신의 손을 믿어요. ”

 

  따스하기만한 목소리가 그렇게 그녀를 떠밀었다.

  떠밀려가는 따스함을 가장한 손길은, 잔혹하게도 그녀를 매료시켜버렸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엔 온기가 머문다. 그 따스함이 모두 사라지기까지 시간은 빠른 듯 느린 듯이 흘러지나간다. 그 시간의 흐름이 온 몸으로 느껴지지 않는 여인에게 시간이란 결국 의미가 없는 것일 수밖에.

 

 “ 따분해. ”

 “ 그러시겠죠. ”

 

  여인의 표정에 역시나 감흥이 없는 이 아이. 날씨는 흐렸고 곧 비라도 내릴 것만 같았다. 이내 가게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 오묘한 기분이 드는 자의 방문에, 공기는 순식간에 흐릿하다 차갑게 식어버렸다. 앞서간 사람의 온기같은 것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 오랜만에 왔지만 여긴 여전하구나. ”

 “ 허. 따분하려고 했는데 아니게 됬네. ”

 “ 오, 나 타이밍 굿? ”

 

  훤칠하다는 말이 어울릴만한 큰 키와 다부진 체격, 단정한 숏컷트의 머리카락은 은은히 빛나는 백금의 빛을 가지고 있었다. 분위기는 분명 냉랭한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따스하고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이는 오묘했다.

 

 “ 뭐. 완전 굿까진 아니지만. 왠일이래? ”

 “ 음.... ”

 “ 도망나왔구나? ”

 “ 도망 아니고. 도피. ”

 “ 그거나, 그거나. ”

 “ 에이, 달라. ”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여인과 방문객. 그 사이에서 고개를 기울이곤 분위기를 살피는 승희를 슬쩍 쳐다보더니 말을 걸어주는 그이는 귀여운 아이를 보는 아버지의 표정을 지었다.

 

 “ 넌 여전히 아둔하고 귀엽구나, 승희야. ”

 “ 절 두고 아둔하다고 하실 분이라면 가야산의 산신님이시군요. ”

 “ 오, 기억은 하는구나? 제법 쓸만 해졌는걸? ”

 “ 산신님이야 말로 절 기억해주시다니 너~무나 감계가 무량하여 감회가 새롭네요. ”

 

  승희의 심드렁한 표정과, 그 얼굴을 보며 웃던 여인은, 자신을 살짝 노려보는 승희의 눈빛을 피해야만 했다. 아무리 여인에게 묶인 시종이지만 근 천년을 지낸 ‘호랑이 처녀’는 천호(千狐)와 비교하더라도 모자람이 없었다.

 

 “ 그래서, 오늘 무슨 일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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