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30
오전 2시 반, 조영관이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계시오?”
어둠 속에 제 목소리가 울렸으므로 조영관이 숨을 들이켰다. 그때 곧 문 앞에서 사내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여?”
“누구긴 누구여? 놀라고 왔지.”
집안의 불은 켜져 있었고 활기가 느껴지고 있다. 곧 문이 열리더니 나이 든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조영관을 보았다.
“어, 그때 그 나이 든 군인이구만.”
사내가 곧 조영관을 알아보았다. 집안으로 들어선 조영관이 서둘렀다.
“나, 빨리 뛰고 가야혀.”
“빨리 뛰면 우리도 좋지.”
어둠 속에서 사내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마침 우리 애들 둘이 놀아, 손님이 한 방뿐이여.”
사내의 시선이 조영관이 등에 멘 배낭으로 옮겨졌다.
“뭐 갖고 온 거여? 그때 지고 있던 레이션인가?”
주위를 둘러본 조영관이 토방에다 배낭을 내려놓았다.
“레이션은 못 갖고 나왔고 된장을 퍼왔어, 한 10킬로 될 거여.”
“된장?”
되물었지만 사내는 싫은 얼굴이 아니다. 배낭을 열자 비닐에 쌓인 된장이 드러났다. 사내가 된장을 들어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10킬로는 조금 못 되겠구만.”
“무슨 소리여? 그놈으로 두 탕은 뛰겠지? 두 시간 말여.”
“에이, 밤늦게 된장 가져오느라 애썼으니까 인심 썼다. 두 시간 줄게.”
“소주도 한 병만 줘.”
“허, 이 사람 좀 봐.”
그러더니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조영관을 보았다.
“근데 나이가 몇이여?”
“마흔이여.”
“마흔?”
사내가 숨을 들이켰다.
“마흔인디 졸병이여? 그때 상병이라고 허는 것 같더니.”
“내가 남한산성 갔다 왔거든, 연대장을 패서 중상을 입혔어.”
그러자 사내가 입을 딱 벌리더니 허리를 폈다. 그것을 본 조영관이 빙그레 웃었다.
“소주 한 병 방으로 가져와, 아저씨.”
“알았어.”
“둘 남았다면서? 가들 둘 다 내방으로 보내봐, 내가 한 명씩 한탕 뛰어도 되지?”
“알았어, 저기 끝방으로 가.”
조영관이 사내가 가리킨 끝방으로 발을 떼면서 숨을 들이켰다. 입안에 저절로 침이 고여졌고 삼켰더니 커다랗게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조영관이 방안을 둘러보고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어서 방 윗목에 초를 켜 놓았는데 아랫목에 요가 깔려져 있다. 둥근 베게는 분홍색 꽃무늬가 찍혀져 있다. 윗목에다 신발을 벗어놓은 조영관이 요 위에 앉았을 때 방문이 열리더니 여자 둘이 들어섰다. 그중 하나가 조영관을 보더니 키득 웃었다.
“그때 그 영감 군인 아저씨네.”
“이런 젠장.”
눈을 치켜뜬 조영관이 입을 벌렸다. 따라 웃으려다가 입가의 침이 주르르 흘러 떨어졌다. 조영관이 재채기를 하고 나서 손을 내밀었다.
“나, 두 탕, 둘이 한 탕씩…….”
급해서 말이 더듬어졌다.
“우선 너부터.”
조영관이 안면이 있는 여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때 다른 여자가 조영관 옆에 앉으면서 사타구니를 쥐었다.
“아저씨 둘이 같이하면 안 돼?”
“응?”
크게 재채기를 한 조영관이 입을 벌리다가 다시 침이 흘러내렸다. 그때 둘이서 조영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 시발, 하자.”
흥분한 조영관이 여자의 치마를 들치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밖에서 소음이 들렸지만 눈이 뒤집힌 조영관은 한 여자의 팬티를 끌어내리는 중이다.
“이것 놔!”
여자가 소리쳤을 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철모를 쓴 군인들 모습이 드러났다.
“동작 그만!”
벽력같은 소리에 조영관이 눈을 치켜떴다. 말대로 몸이 굳어져 있다. 그때 철모 하나가 소리쳤다.
“연대 헌병대에서 왔다. 너, 군인이지?”
조영관은 아랫도리가 알몸인 채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