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일반/역사
데이지 오브 데이지
작가 : Kim Paul
작품등록일 : 2017.6.10

선천적인 다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샌디에이고에 사는 '데이지 달리아'. 그녀는 자신의 외모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괴로워 한다. 거기다, 그녀가 원래부터 사교적이지 못하다는 심리검사의 결과를 보고 좌절하는 엄마 줄리아. 두 사람의 이야기.

 
#1. 걱정하지 마세요.
작성일 : 17-06-12 11:34     조회 : 809     추천 : 0     분량 : 40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 번의 유산 끝에 성공한 임신, 그것은 줄리아와 제이슨에게 가장 기적 같은 일이었다. 같은 일이 아니라 그냥 말 자체로 기적에 해당했다. 줄리아는 세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만큼, 자신의 뱃속에서 작게 뛰고 있는 그 작은 생명을 소중히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생기면서 많은 다짐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돈을 벌어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태교에 열심히 신경 쓰며 담배를 끊고, 집에는 일찍 들어오는 제이슨의 책임.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며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줄리아의 책임. 원래 사이가 좋았지만 데이지가 생긴 후로부터 그들의 사이는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그녀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했다.

 그리고 26주가 되는 날. 그들은 다른 날처럼 산부인과로 향했다.

 

 #1. 걱정하지 마세요.

 줄리아와 제이슨은 의사와의 면담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했고, 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도 상처만 깊어질 뿐이었다. 로비에서는 줄리아의 엄마인 샬롯이 기다리고 있었고, 면담을 마치고 나온 줄리아와 제이슨은 잔뜩 기대하고 있는 그녀의 웃음이 만개한 표정을 보고 그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말을 한다면 데이지가 태어나길 잔뜩 기대하고 있는 샬롯이 분명 슬퍼할 것이 뻔했다. 왜냐하면 그 누구보다 줄리아가 임신하길 가장 학수고대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줄리아는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원래 국문학과 전공이었지만 사회복지사가 더 적성에 맞았고, 원래부터 그녀는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일로 밀고 나갔다. 그녀가 가르치고 보살피는 아이들은 일반 아이들도 있지만, 우리와 다른, 좀 더 특별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줄리아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버려진 아이들이다.

 

 그 중에서도 그녀의 임신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챘던 ‘베스’, 그녀는 정말 능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환생을 세 번이나 한 사람인지 말하는 게 꼭 어른 같았다. 그녀는 인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을 버린 사람들을 용서하고, 자신이 입양되었을 때 감금하고 폭행했던 사람을 재판에서 용서했다. 그녀의 용서는 재판 당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울렸다.

 그런 베스가, 줄리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도 알아챘다. 그녀는 줄리아가 무기력한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아이들과 놀다가 그녀가 완전히 방으로 들어간 후, 몇 분 뒤에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도 돼요?”

 “그래, 베스. 무슨 일이니?”

 “그냥요, 선생님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요.”

 “나랑?”

 “네.”

 베스는 봄바람처럼 산뜻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줄리아의 온몸을 간질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상큼한 목소리는 매번 듣는 사람의 귓가를 간질이는 특징을 가졌다. 봄바람처럼 산뜻하고 아이스민트처럼 시원한 느낌이다. 줄리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선생님하고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데?”

 “음, 예를 들어 임신 중 정서 발달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그런 주제?”

 “정말이니?”

 “그럼요. 아버지의 유전자가 반을 차지하는데 생각해보면 엄마는 집안일 하느라 바쁜데 놀아줄 사람은 집안일 하지 않는 아빠잖아요. 아빠의 목소리를 자주 들려주고 책을 자주 읽어주면 정서 발달에 좋다고 했어요.”

 줄리아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자를 꺼냈다. 베스는 자연스럽게 과자를 먹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 보이네요. 그 근심의 원인이 아저씨는 아니고.”

 베스는 오렌지 주스를 홀짝 마시며 업무를 보고 있는 줄리아에게 말했다.

 “앞날이 두려운 거죠?”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베스는 딱 그 상태로 아무런 미동도 없는 게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했다. 줄리아는 의자를 돌려 베스를 마주보며 말했다.

 “그래, 맞아. 앞날이 걱정 돼.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줄리아의 얼굴은 어둠으로 가득해져 두려움이 그녀의 눈동자와 모든 신경을 지배했다. 사실 세 번이나 유산을 겪었고 또 지금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만약 정말로 과거와 같은 악몽이 되풀이 된다면 아마 줄리아는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제 26주인 마당에 조산을 하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서 위태로운 과정을 지내야 한다. 베스는 그녀에게 말했다.

 “가끔은 앞날이 두려울 때도 있어요. 저도 사실 그 사람을 재판에서 다시 보기 전엔 엄청 두려웠는걸요. 하지만 막상 만나고 나면 그것에 대한 통쾌함을 얻을 수 있어요. 그것을 밝히고 실체와 마주함으로써 그동안 그것을 향해 가져왔던 두려움과 걱정을 해소하는 거죠.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가질 수도 있고요.”

 베스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그녀에게 조곤조곤 설명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줄곧 입양 인생을 살아왔다. 입양 이유는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 때문인데,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는 100번의 입양인생을 거쳤다. 따돌림을 당하고, 차별을 받았다. 하지만 베스는 전혀 그런 것이 개의치 않게 여겨졌다. 내가 가진 얼굴과 그들이 가진 얼굴이 다르기 전에, 자신도 그들과 똑같은 팔다리 달리고 먹고 자고 싸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 똑같은 조건에서 단지 생김새만 다를 뿐이다. 그녀는 늘 말했다. “이 세상에 이상한 사람은 없다, 단지 우리가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이미지가 이상한 사람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그와 함께 “악마는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인간이 악한 짓을 함으로써 스스로 악마에게 대시를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것에 대한 그녀의 재판 연설도 주목을 받았다.

 

 “피해자가 직접 피고에게 한 마디를 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판사가 마이크를 켜고 말했다. 베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들을 저주했고, 다른 위탁 부모들도 그들을 저주했다. 하지만 베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쥐어 잡고 제일 좋아하는 빨간색 치마의 끝자락을 잡아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음…….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를 저주 하셨네요. 저를 잠깐이라도 길러주셨던 우리 모든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도 당신을 저주하셨는데, 사실 저는 별로 저주할 생각이 없어요. 물론 아저씨가 저에게 여러 가지 나쁜 짓을 저지르긴 하셨지만 그것도 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서로 생김새가 다르고 같은 가치관을 공유한 시간이 적었잖아요. 신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고 미움 같은 시기 질투를 버리고 사랑으로 덮으라고 하셨어요. 난 아저씨가 좋아요, 그래서 용서 할 거예요. 비록 가치관은 달랐지만 사실 지금 입고 있는 치마도 아저씨가 선물로 준 옷이에요. 이럴 때 안 입으면 평생 묵혀둘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때의 상황은 잊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를 위해서요. 아저씨를 용서할 게요. 나중엔 꼭 좋은 사람이 되길 기도할 게요.”

 그녀의 용서에 증오로 가득하던 재판장은 눈물로 가득 차올랐다. 그를 조롱하고 저주했던 사람들은 나중에 그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면서 사과를 했다. 어린 애보다 못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 베스는 당연히 그녀가 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제 26주인데 양수에 문제가 생겨서 장애아가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하니, 당연히 줄리아에겐 신을 원망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렇게 세 번이나 아기를 거둬 놓고는 또 거두시려고 작정을 하셨냐고, 울부짖고도 남을 일이었다. 줄리아는 그녀에게 말했다.

 “정말 그럴까?”

 “당연하죠. 신은 선생님의 곁을 떠난 적이 없어요. 그저 조금 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을 계획하셨을 뿐이에요. 애초에 우리가 앞날을 알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점집을 찾아가고 타로를 보는 게 다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어쩔 수 없는 인간이 가진 호기심이죠. 그런데 그렇게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들은 왜 평소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 까요?”

 줄리아의 눈가는 빨갛게 연분홍빛으로 붉어졌다. 그리고 베스의 금발을 조용히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1. 걱정하지 마세요. 2017 / 6 / 12 810 0 402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테라노바
Kim Paul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