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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진용의 확언
작가 : 가론초
작품등록일 : 2017.6.7

사라진 용. 수많은 모험담들. 그 전설이 되고 싶은 한 소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 소원을 담은 성인식 - 1
작성일 : 17-06-12 02:53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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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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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레나벨의 수도 어머니의 계곡은 여느 요정들의 도시처럼 땅에 못 박힌 집 보다는 허공에 지어진 집이 많았다. 연잎을 본따 만든 수상건물은 보강과 연구와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육지나 산 위에서도 요정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법이었다. 커다란 나무 기둥이나 절벽에 의지해 버섯이 자리잡듯 나선으로 집을 쌓기도 하고 여러 나무 사이사이에 다리를 잇듯 지어진 집도 많았다. 대부분 물 위에, 나무 위에 사는 걸 선호하니, 땅에 못 박혀 있는 건물들은 거의 다 상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왕족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어도 냇가나 나무 위를 날아오르는 것 정도는 보통 요정들에겐 일도 아니다보니, 요정의 도시엔 정해진 길이란 게 없었다. 남의 집 지붕 위로 올라가지 말라, 울타리 위로는 지나다니지 말라, 번잡한 곳에선 빠른 속도로 날지 말라 같은 기본적인 수칙만 어기지 않는다면 호수 위를 가로지르거나 나무 사이를 질주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날개 힘이 부족한 요정들을 위해 자주 오고 다니는 수면 위에는 발판이 되어주는 징검다리나 커다란 연잎들이 심어져 있기도 했다.

 

 그렇게 길이 무한한 요정의 거리에서 케일럽은 가능한 왕성에서 가까우면서 낮게 지어진 집에서 살았다. 분명 부모님 두 분 다 요정이고 날개가 있으신데도 케일럽은 날개가 없었다. 혹자는 선대의 선대의 선대에 희미하게 왕가의 피가 섞여서 왕족처럼 신장이 큰 대신에 날개를 못 가진 게 아니냐 했고, 혹자는 돌연변이가 아니겠냐 했다. 무엇이 정답일지는 케일럽도 그 부모도 몰랐다. 그저 핏줄을 타고나 큰 신장 덕에 공주님의 시종이 될 수 있었고, 날개가 없어서 늦둥이인데다 연약한 날개를 가진 공주님의 시종이 되었다. 그건 분명 날개가 없는 덕이었지만, 날지 못하는데다 아직 날독수리도 없으니, 바쁜 날에도 두 다리로 걸어 왕성까지 가야했다.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남색 머리를 꼼꼼하게 하나로 땋아 묶으며 케일럽은 하늘에 해가 얼마나 나왔나 올려다봤다. 아직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간신히 비추는 새벽이었지만, 거리엔 아직 날지는 못해도 뛰기는 잘 하는 장난꾸러기 아이들, 새벽 산책을 나온 노인들, 그리고 짐수레를 끌고 나온 부지런한 상인들로 번잡했다.

 

 머리를 다 땋고나서 케일럽은 옷차림과 소지품을 점검하고, 공주님의 비서란 표식인 하늘색 깃털 장식을 귓가에 꽃은 후에야 집을 나섰다. 익숙하게 사다리를 타고 집 아래로 내려가 가능한 지름길을 골라 왕성으로 걸어가다 종종 하늘을 쳐다봤다. 부지런한 리샤피아 공주님이 슬슬 시종들을 깨우고 있을 터였다. 공주님이 정복을 착용하고 조찬을 드시고 방 밖을 나서기 전에 자신이 먼저 도착을 해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케일럽은 뛰었다.

 

 성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경사가 높아진다. 숨이 차도록 달리던 케일럽은 찬란한 보금자리, 왕성이 보이자 걸음을 늦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왕성 앞은 높은 계단이었다. 계곡을 감싼 산에 지어졌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역시 날독수리를 키우는 게 나을지도...”

 

 높은 계단을 볼 때마다 같은 소리를 하면서도, 그는 매 아침마다 이곳을 걸어 올랐다. 체력 없는 평범한 청년답게 죽을상을 하고 계단을 올랐다가, 마지막 한 발까지 딛고 나면 한참을 구겨진 모습으로 땅을 보며 숨을 고른다. 그러고 나면 멀쩡하게 고개를 들어 허리는 곧게 펴고 옷차림은 구겨지지 않고 발만 빠르게 움직여 묘하게 예의범절 선생이라 해도 믿을법한 경보를 구사했다. 성문을 지키던 경비대는 땀 흘리면서도 예의바른 그의 인사에 웃음 짓고는 신분패를 확인한 후 들여보냈다.

 

 출입절차도 출입절차지만 본래 왕성 앞에서는 함부로 날 수도, 뛸 수도 없다. 국왕폐하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보안을 위해서 왕명으로 규제했다. 덕분에 케일럽처럼 일찍 등성한 자들이 날개를 접어 내려오거나, 날독수리를 왕성 밖 마굿간에 맡기고 있었다.

 

 왕성 안은 밖 보다는 길이 잘 닦여 있다. 나이든 신하들을 배려해 계단도 많지 않고 완만한 경사로가 주를 이뤘고 햇빛을 가리는 가로수와 지붕도 풍경과 어우러지게 마련되어 있다. 덕분에 케일럽은 조금 숨을 돌리며 걸을 수 있었다. 본래는 날개를 위해 개방되어 있을 등에 선선한 바람이 스쳐가 땀도 식고 마음새가 단정하게 가라앉았다.

 

 “거기, 케일럽 아닌가?”

 

 점점 더 단정한 모습을 갖추며 왕궁 경비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을 속도로 복도를 가로지르던 케일럽은 자길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멈춰 섰다.

 

 “오, 그러게. 덩치 덕에 일을 얻은 케일럽 아냐?”

 “이번 신체검사에서 몇이 나왔다더라? 백 십? 백 십오?”

 “백 이십 아니고? 키만 크면 뭘 하겠어. 왕가의 분들처럼 높게 날 수 있다면 모를까, 날개도 없잖아.”

 “날개가 있어도 몸이 무거우니 못 날았을걸.”

 

 아는 자와 모르는 자가 적당히 섞여 있어 가볍게 고개만 숙이고 지나갈까 했는데,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어보였다. 어떻게 케일럽에게 시비를 걸어볼까 낄낄거리는 자들을 앞에 두고도 케일럽은 무표정했다. 적당히 그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이 자들이 누구더라 머리를 굴린다. 대놓고 놀리려 든 자들은 어릴 적에 몇 번 마주쳤던 기억만 있는 걸 보니 중요한 인물은 아니지 싶었다.

 

 “그런걸 돌연변이- 라던가.”

 “아니지, 저런 건-”

 “그만하게. 다들 저속한 말은 그만둘 나이가 되지 않았나.”

 

 와중에 그들을 말리는 자는 교육원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수재였다. 귀족들 중에도 원로 가문의 자제이기도 했다. 그에게만 케일럽이 가볍게 목례했다.

 

 “간만입니다, 아르딘.”

 

 “교육원 종강 후 처음이지. 케일럽. 내 동지들의 무례는 사과하지.”

 

 “딱히 신경 쓰지 않으니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남의 신체정보나 캐묻고 다니는 자들을 대신해 계속 사죄하고 다니다보면, 아르딘의 고개가 낮아질까 걱정되긴 합니다.”

 

 바보들이라도 알아들을 법한 핀잔이었다. 머리는 덜 여물어도 몸은 꾸준히 수련했는지, 사납게 날개들을 퍼덕인다. 귀족의 자제라고 함부로 왕성에 들어올 수는 없으니, 어쩌면 무관이거나, 후보생일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럽은 근처에 경비병이 없나 훑어보면서 무시했다. 그 사이에서 으르렁거리는 동지들을 말리며 아르딘은 얼굴만은 사람 좋게 웃었다.

 

 “미안하네, 케일럽. 하지만 나 또한 너와 공주님을 걱정해야겠네. 아무리 능력이 좋다지만, 날개도 없는 요정이 공주님의 비서로 일하고 있으니 다들 수군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잠시 케일럽은 하늘을 쳐다봤다. 아직 시간이 있나 싶지만 좀 아슬아슬했다.

 

 “글쎄요. 아르딘, 리샤피아 공주님의 비서가 되고 싶은 겁니까?”

 

 “응?”

 

 “아니면 저 대신 공주님의 비서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럼 진작 말하지 그랬습니까. 공주님이 태어나신 50년 전쯤? 아니, 그 때엔 당신도 저와 같은 꼬마였겠군요. 그럼 머리가 좀 여물고 나서 아버님께 공주님의 시동을 바꿔 달라 하셨어야 합니다. 공주님에게 자기 의사가 없던 시절이라면 충분히 제 대신 다른 자가 비서가 되는 게 가능했을 테니 말이죠. 안타깝게도 지금의 리샤피아 공주님은 한번 쓰던 인재는 능력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쓰겠다는 분이시라, 제가 무능력하다는 걸 증명하지 않는 한 공주님께서 절 자르시는 일은 없겠습니다. 저는 굳이 잘 굴러가는 머리를 돌덩이로 만들고 싶지 않으니 말이지요.”

 

 목소리는 친절을 가미했지만 눈매는 시큰둥했다. 남들보다 큰 키로 놀림 받는다 한들 허리를 굽혀 머리를 낮추지도 않았다.

 

 “그러니 수군거린다 한들 상관없습니다. 아니, 저는 상관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 가치는 리샤피아 공주님께서 인정하고 계시는데, 당신들의 의견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오류가 많은 말이네, 케일럽.”

 

 “저런, 이곳은 토론의 장이 아닙니다, 아르딘. 제 직장이지요.”

 

 슬슬 자리를 뜨겠다는 의사를 표하자, 아르딘은 아직 할 말이 남은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물러섰다. 새벽 해는 아침 해로 높게 뜨고 있었고, 성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이 늘었다. 이곳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지체 높은 자들이니,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청년들이 떠들썩하게 말을 나누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그러지. 자네와 이야길 나눌 기회는 또 있겠지. 교육원이라던지 말일세. 여기보다는 더 조용할 테고.”

 

 하지만 아르딘 일동과 케일럽은 바로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엉뚱한 곳에 붙들린 사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저 멀리서 케일럽의 직장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내 시큰둥하던 케일럽이 순간 표정을 와장창 구겼다가, 남들이 보기 전에 빠르게 수습했다. 그새 그걸 본 리샤피아가 짓궂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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