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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고독검-필부지행
작가 : 로구탄
작품등록일 : 2017.6.11

무겁고 차분한 살인 청부 업자 이야기입니다.
별 대단한 재능은 없지만, 검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는.

 
첫 번째 장부. 유석인. 착수금 5전짜리 고기국수 한 그릇. 미행. 上
작성일 : 17-06-11 00:50     조회 : 358     추천 : 1     분량 : 5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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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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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묘한 일이다. 칼침을 여럿 맞고서 살아나는 것도 사람이고, 반면에 떡 하나 잘못 삼켜 죽는 것도 사람이다. 그렇기에 청부 살인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흔히 먹는 음식에 독을 타거나,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 그대로 가슴팍에 칼을 꽂는 등의 청부 업자들 사이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편이였다. 허나 그것도 전문 살인청부업자들의 세계였고, 이런 뒷골목에서 두어푼 주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였다. 그리고 그 두 어푼에 움직이며 청부대상을 가려 받는 일전객 북궁진의 입장에서 방법은 거의 한 두가지로 갈렸다.

 

  칼로 베어 죽이거나, 찔러 죽이거나.

 

  두 개 모두 그리 다를 것 없는 방식이지만, 그 방법에 따라 검을 다르게 쥐는 북궁진이였기에 다른 누가 뭐라고 해도 굳이 두 가지로 나누곤 했다. 알려져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고, 살수를 고용할 돈이 없는 양민들이 선택하는 흔한 살인 방법이다. 하지만 언제나 머릿 속에 있는 것이 현실에 비춰지는 순간 일그러지는 것처럼, 사람을 칼로 죽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선 칼을 숨겨야 했다. 칼을 들고 다니는 것은 스스로 나는 위험하다 라고 광고하는 꼴이였고, 당연히 확률을 뚝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무림인처럼 행색을 하는 것만이 답인데, 이것 또한 만만치 않았다. 보통 무림인들이 들고 다니는 검은 검집 속에 있었다. 그 검집 역시 짧은 것이 아니라, 초보자는 검을 빼어 드는 것도 쉽지 않았고, 소리나지 않게 검을 빼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였다. 그리고 검의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에 균형을 잡고 베는 일도 쉽지 않았고, 벤다고 해도, 치명상이 일어날 부위를 베지 않으면 바로 역습을 당할 수 도 있었다. 소리라도 쳐서 관군이라도 불러오는 날에는 말짱 도루묵에 심한 태형에서 참수까지 당할 수 있는 일이였다.

 

  그렇다면 무림인 행색을 하면서 소리나지 않게 빠르게 검을 뽑아 치명상을 입히고, 바로 도주해야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이건 칼을 만져보고 칼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루 이틀에 가능한 일이 아니였다. 홀로 이 과정을 열심히 수련한다고 해도, 실전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상황에 놓여지면 근육은 자연스레 굳어가고, 머릿 속은 하얗게 변해간다. 사람을 죽이는 경험까지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이미 여기서부터 일반 양민들의 손을 벗어나는 문제였다. 그래서 그 장길이라는 노인 역시 그 주름많은 손으로 은자 반냥을 갖고 왔을 터였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의 어려움을 알기에.

 

  누군가는 사람을 써서 죽인다는 것이 도리에 어긋나고 비열하다 할 수 있겠지만, 북궁진은 개의치 않았다. 그런 청부조차 없으면 먹고 살 수 없었기에. 그렇다고 그보다 끔찍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침상에 놓여 있는 유석인이라는 작자에 대한 정보 뭉텅이를 보면서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나이는 흐음... 서른 둘에 같이 다니는 패거리 숫자는 여덟... 흑사구견이라.."

 

  흑사구견이라면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다만 그 때는 지금처럼 북경 남부가 아니라, 북경 윗 쪽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들었었다. 청부가 들어온 적은 없었지만, 망나니들이라고 꽤나 유명했더랬다. 전원이 사파 출신에 한 곳에서 무공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은 망하고 없는 흑수장이라는 곳이였는데, 어줍잖은 비무행을 하다가 죽기 전까지는 꽤 이름 난 사파의 무림인 구중회가 이끌던 곳이였다. 사파가 그렇듯 무공에 정통성은 많이 떨어져서, 이런 저런 잡다한 검법이나 도법도 배울 수 있었는데, 유석인은 그 중에 도법을 배운듯 했다.

 

  "아홉 명이 도나 검을 들고 다닌다.. "

 

  충분히 양민의 입장에서는 위협이 될만한 일이였다.아무 것도 들지 않은 거렁뱅이들 여럿이서 모여 다니는 것도 위협일텐데, 조금이나마 무공을 배운 사파 나부랭이 아홉 명이라면 그 지역에서는 공포로 군림할 수 있었다. 도시의 중앙부에는 거대한 무림도장이나, 정파들이 있다고 해도, 외곽까지 그들이 통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사자 없는 곳의 여우. 그 중에서도 이 아홉 명은 악질 여우인듯 보였다.

 

 " 쉽진 않아도, 할 만 하겠군. "

 

  정보를 꼼꼼히 읽어본 북궁진은 뭉텅이 중 두 세 장만 추려 품에 넣은 뒤에 침상에서 일어났다. 정보를 받았으니, 얼마나 들어맞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그 같은 낭인에게 한 번의 실수는 개죽음이였고, 죽지 않는다고 해도, 손해만 볼 공산이 컸다. 물론 전우구에게서 받은 정보는 늘 정확하고, 그것 하나 믿고 계획을 짜도 될 만큼 세세했지만, 그의 성격상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믿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전우구는 불안증에 정신병이 있다고 툴툴 거리면서 욕을 하곤 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야 마음이 편한 것을. 그는 늘 언제나 그랬듯이 하던 대로 할 뿐이였다.

 

  "주요 활동지역... 석영농장.. 그리고 이가반점... 그리고 그 동네.."

 

 방을 나서기 전, 북궁진은 다시 꼼꼼하게 몸 이곳 저곳을 살폈다. 미행을 나서거나, 계획대로 청부를 나서기 전의 일종의 의식이였는데, 손목에 발가락 하나 하나를 움직여 보고, 눈알도 굴려보는 등 유난스런 모습이 없지 않아 있었다. 건가 촌에서 칼 좀 쓴다는 건우간도 북궁진이 몸을 살필 때마다, 계집애 처럼 쪼잔스레 뭐하는 거냐고 면박을 주긴 했지만, 검을 처음 잡을 때부터 들어왔던 스승의 말을 따를 뿐이였다.

 

 " 하나 하나 정성들여 실수 없이 확실하게. "

 

 이런 말을 스승이 하루에도 너댓번 할 때 마다, 어렸던 그는 그러다가 뜬금없이 매복에 당해 죽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었고, 스승은 그의 질문에 씨익 하고 웃으며 뒤질려면 뭘 해도 뒤진다고 알밤을 먹이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 죽으려면.. 뭘 해도 죽지. "

 

 늘 품이나, 등에 매고 다니는 조금 짧은 검을 꺼내들었다. 일반적인 장검에 비해 한 뼘 정도 짧았는데, 그 한 뼘차로 사람이 죽고 살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왜 그런 칼을 쓰냐 물을 때면 사연이 있다 라고 하면서 씨익 웃고 넘기곤 했다. 늘 갖고 다니는 것 치고는 지저분한 검집 위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천천히 검집에서 뽑아냈다.

 

 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눈에 들어 온것은 검은 때가 잔뜩 묻어 있는 검신. 묻혀 왔던 핏자국을 닦아낸 적이 없는 것처럼, 잔뜩 더러워져, 날조차 서있지 않은 둔탁한 검이였다. 검객으로서는 수치에 가까운 아니, 자격미달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검의 상태를 보면서 북궁진은 흡족하게 미소지었다.

 

 " 좋군.. 딱 좋아. "

 

 바스러진 피먼지까지 후두둑 떨어지는 망가진 검을 보면서 미소를 지어보인 북궁진은 검을 도로 칼집에 넣은 뒤, 엉덩이를 두어번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 정보 뭉치에 쓰여 있던 석영 농장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공교롭게도, 석영 농장은 건가촌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도 아직 흑사구견이라는 패거리를 보지 못한 것은 건가촌의 악명 때문일 터였다. 본래 석영 농장은 석영 따위를 캐는 그런 농장이 아니라, 그저 이름이 그렇게 붙은 목장에 가까웠다. 지금은 망해서 흑사구견 같은 악질 양아치나, 범죄자들이 몸을 숨기곤 하는 곳으로 변해버렸는데, 처음 부터 그런 곳은 아니였다. 규모도 컸고, 다양한 가축을 길러 팔던 정육 겸 목장이였다. 건가촌에서도 일손을 돕는다고 몇 번 찾아가 보수를 받곤 했던 대형 농장이였지만, 문제는 관아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몰락한 문관 출신이 자금성에서 나와, 친인척과 같이 목장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렇게 규모가 큰 장사를 하려 하면서 관아에 뒷돈 한 푼 건네지 않았고, 몰락 했던 이유가 청렴한 문관이여서 그랬는지, 불의와 타협하지 않다가 망했다고들 했다. 성 외곽지역 같은 곳은 치안이 좋지 않아 돈을 몇 푼 쥐어주면 그제서야 관군이나 관아의 병사들이 설렁 설렁 움직이면서 양아치들을 정리하곤 했다. 사실 말이 정리지 눈가리고 아웅이나 다름없었는데, 뒷 돈을 주지 않으면 누가 뭐라고 날뛰던지 상관치 않겠다는 으름장이 깔려 있었다. 고매하신 문관 나으리는 절대 그런 의롭지 않은 것과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하셨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뒷골목 사내들이 약속한 것처럼 날뛰면서 행패를 부렸고, 규모가 컸던 만큼, 망하는 것도 한 순간이였다. 빚을 내서 장사를 했는지, 말도 없이 야반도주를 해버렸고, 그래서 지금의 텅 빈 석영농장이 남아 있었다. 아직 사유지는 사유지 였고, 빚쟁이들조차 이런 험악한 곳은 오고싶지 않았는지 텅 비어버린 채로 시간이 흘러 지금의 석영농장이 있었다.

 

 " 아예 실력은 없는 것은 아닌가보네.."

 

  그런 석영농장에 터를 잡고서 행패를 부린다는 것부터 맹탕은 아니란 소리였다. 꼴에 합격을 한다거나, 개개인의 실력이 생각보다 출중하다는 이야기 였는데, 그들이 무공을 배웠다는 흑수장의 구중회를 생각해보면 전자일 확률이 컸다.

 

  짧은 거리 탓에 석영농장에는 금방 도착했다. 그렇다고 정문으로 이리 오너라 하며 발로 뻥 차고 들어간 것은 아니였고,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서 허름해진 울타리들 사이로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다.

 

 " 있네.. 있어.. "

 

  농장의 구역별로 나눠진 울타리 몇 개 중에 조그맣게 불을 피우고 있는 무리가 눈에 띄었다. 무언가를 먹고 있는지 모닥불 위에 고기 덩어리 하나를 돌려가며 굽고 있었고, 숫자는 아홉. 과연 정보 대로였다. 죽여 달라는 것은 유석인 하나 였으니, 원래는 그 하나만 처리할 생각이였지만, 저렇게 계속해서 몰려 다닌다면 일이 배로 복잡해졌다. 아무리 청부업자인 그라도 아홉씩이나 사람을 베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였다. 수를 확인했으니, 유석인이라는 자 부터 확인을 해야했다. 품 속에 넣어 놓았던 두 세 장의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 어디보자.. 초상화가.... "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종이 한 장을 꺼내들은 북궁진은 다시 눈을 돌려 흑사구견 무리를 쳐다봤지만, 생각보다 멀리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다시 초상화를 품 속에 구겨놓고, 대충 윤곽이나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무리를 지그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같은 사부 밑에서 수학했다는 것을 표시라도 내는 것인지 덩치도 고만고만해서 멀리서 보는 윤곽만으로는 쉽게 구별하긴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옷 색깔이 제각각이였는데, 그것만으로는 우두머리라는 유석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모닥불에 피워낸 고기가 다 익은 것 같았다. 사내들의 왁자지껄한 환호소리가 들려왔고, 허겁지겁 일어난 것이 꽤나 굶주린 듯 했다. 하지만 누가 먼저 고기를 먹는지, 북궁진은 그것 하나만 확인하면 됐다. 저런 소수의 무리일 수록, 그리고 행패를 부리는 패거리 일 수록 그 무리를 틀어잡고 있는 우두머리의 존재감은 강한 편이였다.

 

  이리저리 고기를 뜯었고, 쟁반인지 희끄무레한 접시 하나 하나에 덜기 시작했다. 빈 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바람을 타고 오는 구수한 구워진 고기 냄새가 속을 짜르르 하게 울려왔다.

 

 ' 속도 없는 새끼..'

 

 혼자 마음 속으로 위장을 탓해가며 아무 말도 없이 흑사구견을 계속 주시했고, 마침내 맨 먼저 고기 접시를 잡은 것은 파랑 무복을 입은 사내였다. 그것도 다른 사내가 먼저 고기 접시를 내민 것으로 봐서는 확실한 듯 싶었다.

 고작 사파 양아치들 주제에 저렇게 색이 들어간 옷을 입는 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일단은 확인을 마쳤으니 이곳에 오래 있을 이유는 없었다. 다음 장소인 이가반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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