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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는 모기다
작가 : 측지장교
작품등록일 : 2017.6.8

이보다 더 게으를 수 없을 정도로 게으른 남자, 전신후. 그런 그가 '더 로마'에서 모기란 종족에 선택받았다.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지."
모기가 되어서도 게으른 삶을 꿈꾸고 그걸 위해 투쟁하는 전신후. 과연 그는 모든 장애물을 물리치고 게으르게 살 수 있을까?

 
답이 없다면 답을 만들면 되는 거다
작성일 : 17-06-10 15:25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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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전신후가 방해없이 침대에서 죽은 듯이 자고 강아지가 전신후를 대신해서 출석 도장을 찍고 있는 동안 서수연은 밖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30대 후반이라고 믿기지는 않는 몸매를 검정색 정장과 정장 치마, 그리고 붉은 하이힐로 뽐내며 그녀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신후는 자고 있겠지? 돌아가서 잔소리 좀 해야지.'

 이미 현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는 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밖으로 나와있는 이유는 모든 건 전신후를 위해서였다. 그의 짜증날 정도로 게으른 아들을 위해.

 한참을 걷던 그녀가 들어간 곳은 카페였다. 딸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떠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녀가 들어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집중됐다.

 '와…무슨 저런 완벽한………'

 '저게 바로 커리우먼………'

 '누,눈이 부셔!!!!'

 '저렇게 되고 싶다…………'

 '난 저런 아내를 만날 수 있을까…'

 '결혼은 했겠지?'

 카페 안에 있던 여자들과 남자들은 들어오는 서수연을 보고 가지각색의 생각을 했다. 주변의 시선들을 흘리면서 그녀는 한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창가 쪽 자리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먹는 남자를 발견했다. 서수연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걸어갔다.

 "여.보?"

 "으, 응?? 왔어?"

 여유로운 중년의 멋을 뽐내던 남자는 서수연을 돌아보면서 완벽하게 깨지고 평범한 남편으로 돌아왔다. 서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에 앉아서 다리를 꼬았다.

 "물건은요?"

 "물론 준비했지."

 그러면서 남편은 품에서 디지털 판을 꺼내 화면을 톡톡하고 두드렸다. 화면에서 위로 빛이 쏘아지며 홀로그램이 만들어졌다. 홀로그램에는 캡슐이 있었고 주변에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단 물건은 준비했는데 싱크로율이랑 정보 전달 쪽은 아직 손보고 있는 중이야. 그래도 중간에 자더라도 자동으로 로그아웃되고 여보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가도록 되는 건 끝났어."

 "그렇군요."

 서수연은 홀로그램을 톡 건드렸다. 그러자 커다란 홀로그램의 주변으로 여러가지 추가적인 정보가 떴다. 서수연은 그 중 하나를 확대했다.

 "흠…남은 시간은 얼마나 되죠?"

 "오늘 중으로 무조건 끝나지. 이래뵈도 게임개발부의 부장이라고! 여보는 나만 믿으라고!"

 "그래서 실패한 계획이 몇 개였죠?"

 "끙………"

 남편은 서수연의 한 마디에 단숨에 기세가 줄어들었다. 서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번엔 준비 잘 하네요. 오늘 밤 계획을 시작할 거에요. 사람들을 모두 모아요."

 "넵!!!"

 대답을 하고 남편은 디지털 판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서수연은 이제는 식은 커피를 마셨다.

 '실로 오랜만에 아들을 갱생시키기 위해 움직이는군요.'

 한 모금으로 식은 커피를 다 마신 그녀는 커피값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다시 거리를 걸었다.

 '아마 계획을 시작하면 당분간은 집에서 못 나올 테니깐 반찬 거리를 미리 만들어놓는 게 좋겠지?'

 한 편, 학교.

 "우쭈쭈쭈, 멍멍아~~~이리온~~~"

 학교는 체육 시간이 한창이었다. 배한성과 양아치는 "우랴아아앗!!!!!"하고 소리치며 운동장으로 뛰어간 지 오래였고 차현정, 운나연 등의 여학생들은 그늘에 앉은 채로 강아지와 놀고 있었다.

 "멍멍아, 물어와!!!"

 "월!!!"

 강아지는 원반이 날아간 쪽으로 열심히 뛰었다. 그리곤 떨어지는 원반을 점프해서 낚아채고 여학생들에게 돌아왔다.

 "아이구~~~~"

 "귀여워~~~!!!"

 "꺄아아아!!!!"

 여학생들은 다녀온 강아지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곤 자기 뺨을 부비거리거나 턱을 긁어주거나 껴안는 등 온갖 짓을 했다. 차현정도 입으론 "품위 없는 것들이란."이라고 독설을 날렸지만 손으로는 강아지의 턱을 긁어주며 볼이 살짝 붉어져있었다.

 '귀,귀여워!!!'

 "선생님은 뭐하나. 저 애들 노란 카드 안 주고."

 "뭘 바라냐. 선생님은 저기서 푹 자고 있는데. 엇차, 받아라!"

 양아치가 패스해준 공을 받은 배한성은 그래도 중거리 슛을 날려 골대에 넣었다.

 "예아!!!"

 "역시!"

 그렇게 체육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종례 시간이 됐다. 종례 시간에 들어온 담임은 "할 말 없으니깐 모두 해산~~~"이라고 말하곤 자기가 제일 먼저 교실을 나갔다. 곧 학생들도 삼삼오오 작을 지어서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어디 갈까나~~"

 "피방이나 가자~~~~"

 "오늘은 뭐 먹을래?"

 "이번에 파르페 새로 나왔던데 먹으러 갈까?"

 "음……파르페보단 아이스크림 어때? 이번에 구슬 아이스크림 가게가 새로 열었던데."

 그러면서 학교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갑자기 배한성, 양아치, 차현정, 운나연, 구하이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이게 뭐지하면서 핸드폰을 연 그들은 똑같은 타이밍에 헐하고 어이없어했다.

 [지금 당장 전신후의 집으로 오도록. 지금부터 제 7차 전신후 갱생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정아, 이거?"

 "실로 오랜만에 아줌마가 움직이는데?"

 "반갑."

 "그럼 우리들도 가볼까? 이번엔 어떤 작전일지."

 5명은 바로 갈 곳을 바꿨다. 그들이 바꾼 곳은 전신후의 집이었다.

 똑똑

 [신원 확인을 시작합니다. 신원 확인 결과, 전신후님의 친구인 운나연, 구하이, 차현정, 양아치, 배한성님입니다. 문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문을 열겠습니다. 어서오십시요.]

 "아줌마~~~~~~"

 문을 열고 가장 먼저 소리치며 들어간 건 구하이였다. 신발을 휙휙 날리고는 안으로 들어가 서수연에게 달려갔다. 그런 그녀를 서수연은 꼭 안아줬다. 이어 나머지도 들어와 인사를 했고 서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줬다. 뒤이어 세후와 소희도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서수연의 남편까지 들어오며 맴버들은 모두 갖춰졌다.

 서수연은 모두가 모이고 차를 한 잔씩 내준 후 입을 열었다.

 "이번 계획은 모두가 참여해줬으면 하거든?"

 "말만 하세요!"

 "게임해야는데……"

 "미용해야는데……"

 여러 반응이 나왔지만 서수연은 아랑곳않고 말을 이었다.

 "이번엔 게임을 통해서 신후를 조교……가 아니라 갱생을 시킬 거야. 너희도 이런 거 많이 봤지?"

 서수연은 홀로그램을 띄워 몇 가지 뉴스를 보여줬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더 로마'의 새로운 쓰임이 발명되면서……]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아 사회생활에 문제있을 거라고 여겨졌던 20살 아들이 사회의 적응을 잘하는 것으로 보여져………알고 보니 방 안에서 '더 로마'를 했다고……]

 [학교에서 왕따당해서 소심하던 아들이 '더 로마'를 하고 성격을 바꿨다는………]

 "자, 이걸 보고 난 생각했지. 혹시 우리 아들도 '더 로마'를 한다면 저 귀차니즘이 사라지지 않을까하고."

 그녀의 말에 공감하듯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수연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현관문이 열리면서 헤드 기어를 가지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일단은 소개할게. 이 사람은 우리 남편의 비서인 한창현이라고 하지. 이 헤드 기어를 만드는데 지휘한 사람이지."

 그러면서 남자가 가져온 헤드 기어를 들었다.

 "이건 싱크로율 100%에 우리가 접속하면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위치 정보와 행동을 보내주는 것도 돼있지."

 "오오!!"

 "대박!!!"

 "멋있다!!!"

 좋은 반응이 나오자 서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지금부터 그를 강제로 게임에 접속시킨다. 죽는 건 상관없다. 그 쪽 싱크로율은 철저하게 줄였으니깐. 대신 그 쪽에서 움직이면 이 쪽에서 움직인 것처럼 뇌파가 느끼도록 설계해놨지."

 "즉! 그 쪽에서 격렬히 움직일수록 이 쪽에서 움직인 것처럼 느끼게 된단 거다!"

 "그거라면 확실히 저 숨쉬는 것만으로도 민폐인 녀석이 느끼는 귀차니즘을 줄일 수 있겠네요."

 "그것 뿐만이 아니라 여기서 쟤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을 하는 느낌도 줄 수 있는 거지!"

 "대박."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아이템을!!!"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박수에 취하지 않고 서수연은 굳은 의지를 보이며 말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하자!! 성공해서 고기를 먹자!!!"

 "와아아아!!!!!!"

 세후와 소희를 제외한 사람들은 서수연의 말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들은 전신후의 방을 열었다.

 "쿨쿨쿨…………"

 전신후는 침대에서 거꾸로 엎드린 채 침을 흘리며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입술을 오물거리는 걸로 보아 뭔가 먹는 꿈을 꾸는게 틀림없었다.

 "아들아……오랜만에 갱생하잤구나!!"

 그리고 헤드 기어를 자고 있는 전신후의 머리에 끼었다. 동시에 헤드 기어의 전원이 켜지면서 아무것도 없던 검은색 테두리에 초록빛이 들어왔다.

 그렇게 전신후는 게임 속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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