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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비린토스 - 계약의 여기사
작가 : 라마레뜨
작품등록일 : 2017.6.7

평생 충성을 바쳤던 황제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아리안.
다시 살게 된 인생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녀 앞에 서열 5위의 마왕이 나타난다.

“나와 계약해서 네 인생을 되돌려준 남자를 찾지 않을래?”

[회귀물 / 여기사물 / 먼치킨 여주 / 은퇴희망물 / 해피엔딩]

※ 초반에 조금 어두워 보이지만 그다지 어두운 글은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이메일. ramaletteu@gmail.com

 
귀환 (4)
작성일 : 17-06-10 10:47     조회 : 297     추천 : 3     분량 : 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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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하르트는 레그네트의 요구조건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말이 좋아 결혼이지 볼모요청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에르하르트는 불같이 화를 냈었다. 지금 당장 그 망할 공작 놈의 목을 처 버리겠다고 이를 갈 정도였다.

 

 하지만 아리안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처음 기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아리안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는 가늘고 하늘하늘한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여자였다.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소드마스터에게 보호본능을 느낄 남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아리안은 엄청난 박색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미인도 아니었다. 그녀의 밀빛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결이 좋은 편이었지만 너무나도 흔해빠진 색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카스티야 제국 사람들 중 열의 일곱은 이런 머리색일 터였다.

 

 실제로 레그네트가 데려온 후계자 역시 아리안과 매우 흡사한 머리색이었다.

 

 그나마 옅은 핑크빛이 도는 홍차색 눈동자는 조금 특이한 편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흔한 갈색 눈동자와 크게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몸매라도 풍만한 스타일이었다면 주변에 널리고 깔린 기사들에게 여성적인 매력을 뽐낼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풍만한 스타일이었던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계속된 검술 훈련 때문에 아리안은 항상 군살 없이 날렵한 몸매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에게 청혼할 남자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아리안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아리안은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리안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에르하르트가 황위에 오르는 것, 그리하여 그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뿐이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정략결혼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결국 어렵사리 에르하르트를 설득한 아리안은 레그네트 폰 에스테 공작과 결혼했다.

 

 그러나 그 후로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애정 어린 말 한 마디 건넨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그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료일 뿐이었다.

 그것은 에르하르트가 황위에 오른 후, 지금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리안은 레그네트가 밖에서 아이를 만들어왔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레그네트는 결혼 전에도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바람둥이로 명성이 높았다. 그런 그가 결혼을 했다고 해서 여자들과의 만남을 줄였을 리는 결코 없었다.

 아리안이 화가 난 것은 그가 자신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후계자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애정 없는 부부 사이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리안은 어엿한 에스테 공작가의 안주인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자기 후계자를 데리고 오다니, 이것은 어느 모로 보나 명백히 아리안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르하르트가 황위에 오른 후에도 에스테 공작가와의 연합은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었다. 그런 에스테 공작가의 후계자를 뽑는 일을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결정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리안이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 편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아리안은 들고 있던 홍차잔을 내려놓으며 싸늘한 눈으로 레그네트를 쏘아보았다.

 

 

 “전하와 제가 정략결혼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정략결혼도 결혼은 결혼입니다. 누가 뭐래도 에스테 공작가의 안주인은 저, 아리안느 폰 에스테입니다. 그런 제게 상의 한 마디 없이 후계자를 데려오시다니, 이건 명백히 저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닙니까?”

 

 

 그러자 레그네트가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늘 아리안 그대는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만 하는군. 그래, 그대의 말대로 정략결혼도 결혼은 결혼이지. 그러니 나야말로 그대에게 물어보도록 하지. 아리안느 폰 에스테, 그대는 진심으로 자신이 에스테 공작가의 안주인이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제가 에스테 공작가의 안주인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누가 에스테 공작가의 안주인이었다는 겁니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말에 아리안이 눈살을 찌푸리자 레그네트가 조소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런 아리안을 쳐다보았다.

 

 

 “전장에서 그렇게 지략이 높기로 유명한 그대가 이런 간단한 말도 이해하지 못하다니 정말 놀랍군 그래. 어렵게 생각할 거 전혀 없어, 말 뜻 그대로니까 말이야. 나와 결혼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리안 그대는 단 한 번도 에스테 공작가의 안주인이었던 적이 없었어. 그저 언제나 에르하르트의 충실한 개였을 뿐이지. 내 말이 틀린가, 아리안느 폰 에스테 경?”

 

 

 레그네트의 그 말에 아리안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탁자를 잡은 손까지 부들부들 떨려왔다.

 

 사실 아리안이 이 기도 안차는 표현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에르하르트의 충실한 개, 황제의 꼭두각시, 심지어 황제를 치마폭에 넣고 휘두르는 저속한 창녀라는 이야기까지...에르하르트의 기사가 되고 그와 함께 전쟁을 치르면서 아리안은 항상 이런 말도 안 되는 비난들을 듣곤 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십년 가까이 자신과 연합을 맺었던, 자신의 남편에게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금방이라도 자신의 검으로 레그네트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눌러 참으며 아리안이 그렇게 내뱉자 레그네트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왜,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말끝마다 에르하르트, 에르하르트 노래를 부르는 주제에 왜 그리 화를 내는지 모르겠군 그래. 막말로 아리안 그대가 지금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결국은 내가 그대 몰래 후계자를 만들었다는 것보다 동맹 상대인 에르하르트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고 후계자를 정했다는 것 때문이잖아. 안 그런가?”

 

 

 레그네트의 그 말에 아리안은 말 그대로 뒤통수를 후려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리안이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설마하니 레그네트가 그런 아리안의 생각을 모조리 읽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리안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레그네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걱정 말라고. 에스테 공작가의 후계자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대와의 연합을 깰 마음은 전혀 없으니까. 그러니 그대는 내 후계자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어차피 그대가 내 후계자를 낳아줄 것도 아니라면 말이지.”

 

 

 그리고는 아리안이 뭐라고 대꾸를 하기도 전에 그대로 소년과 함께 장미 정원을 빠져나갔다. 흐드러지게 핀 장미 사이를 걸어가는 레그네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리안은 그렇게 계속해서 자리에 일어서 있었다.

 

 잠시 후, 의자에 앉은 아리안은 내버려두었던 홍차잔을 들고 천천히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캬라멜 향이 연하게 풍겨오는 핑크빛 홍차는 방금 전 아리안을 바라보던 레그네트의 보라색 눈동자만큼이나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그 홍차를 마시며 아리안은 어쩐지 자신의 심장도 이 홍차만큼 차갑게 식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아리안은 그저 홀로 조용히 홍차를 마시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 뒤로 아리안은 단 한 번도 그 소년을 본적이 없었다.

 

 한동안 공작가의 고용인들이 그녀의 눈치를 흘끔흘끔 살피고, 사교계 전체가 에스테 공작의 후계자 이야기로 시끄럽게 들끓었지만 그런 소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완전히 사그라졌다. 아리안은 여전히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그렇게 황제군이 쳐들어올 때까지 아리안은 그 소년을 전혀 보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 그 소년은 아리안의 눈앞에 서 있었다. 레그네트와 함께 자신을 찾아왔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이 상황에 아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리안이 레그네트의 후계자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황실 기사단에서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황제군이 에스테 공작 가에 쳐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3년 뒤의 일이었다.

 

 아리안은 한 번도 아이를 낳아 본 적이 없었고,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본 적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굉장히 빨리 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아리안의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은 처음 봤던 그때와 달라진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아리안은 13년 전으로 회귀한 상태였다. 13년 전이라면 이 소년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때였다. 하지만 소년은 여전히 아리안과 만났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미소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넌 누구지...?”

 

 

 도저히 소년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아리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그 소년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너무하네요, 어머니. 벌써 절 잊으신 건가요?”

 “내가 왜 네 어머니지? 난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

 

 

 푸른 오러가 일렁이는 검날을 더욱 목덜미에 가까이 들이대며 위협하자 소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촌스럽게 왜 그러실까. 귀족 가문에 사생아 한둘쯤은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요. 제가 에스테 공작가의 후계자이고, 당신은 에스테 공작부인이니 아무리 당신이 싫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제 어머니가 될 수밖에 없단 말이지요. 안 그런가요?”

 “네놈이 정말로 에스테 공작가의 후계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놈은 절대로 에스테 공작가의 후계자가 아니야. 3년 동안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는 어린 아이라는 건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와 함께 소년의 목덜미를 위협하던 푸른 오러가 더욱 사납게 으르렁 거렸다.

 

 

 “네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똑똑히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그 목줄기를 꿰뚫어 버릴 테니까.”

 

 

 그러자 소년의 연한 갈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러니까 나는 진짜 에스테 공작가의 후계자라니까요, 어머니. 다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제가 인간이 아닌 마족이라는 거겠지만요.”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아리안의 푸른 오러가 소년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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