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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점등인
작가 : 충만의 수
작품등록일 : 2017.6.10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것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싶다. 지구에 온 이방인이 겪는 편견은 다른게 아니라 그녀의 외모였다. 지구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녀가 되찾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는 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점등인 1
작성일 : 17-06-10 09:42     조회 : 445     추천 : 0     분량 : 1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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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저녁 9시의 밤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일찍 문을 닫은 상가들로 상권의 밤은 어느 때보다 일찍 찾아왔다. 길거리는 밤 10시만 되도 행인들이 줄어든 게 눈에 확 뛸 정도였다.

  이런 문화가 특별시와 소도시의 차이점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소연이 이곳에 왔던 1년 전보다 밤거리는 더 을씨년스러워졌다. 1년 세에 행인들의 발길이 더 일찍 끊겼다. 행인이 뜸한 밤거리엔 주인 잃은 유기견이나 뚱보 길고양이들이 자신들의 만찬을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풍경들이 자주 보였다.

  인적이 끊긴 밤거리는 그야말로 야생동물들의 차지가 된듯했다. 여기에다 저녁이 되면 더욱 스산해지는 도심의 공기를 더욱 싸늘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일 거라고 소연은 자조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자신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드는 듯했다.

  소연은 진작부터 말하던 데로 자신의 몰골이 이런 동물과 비교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루 이틀 한 게 아니었다. 자존감 떨어지는 소리라고 생각하여 듣는이가 한마디씩 하고 싶겠지만, 소연에게 있어서 이 부분은 아주 심각한 문제이기에 어떠한 권면의 말도 위로의 말도 원치 않았다.

  만약 길을 걷다가 갑작스럽게 떠돌이 유기견을 만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보자. 더러운 털과 냄새나는 동물이 혹여나 자신에게 올까 봐 급히 자리를 피할 것이다. 이처럼 처음에 소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소연에게 닥친 현실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소연이라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된다면 경외감에 사로잡히거나 아니면 신비로움에 감히 눈도 못 마주칠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또 혹여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어떻게 할까 싶어 도망가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소연이 자신의 외모만 보고 무시하거나 눈살을 찌푸림을 당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다.

  소연이 또 어디다 대고 나 잘났다고 떠벌일 정도로 뻔뻔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냥 생긴 대로 보이는 대로 이렇게 살고 있었다. 잠자코 조용히 말이다.

  "아줌마, 이게 뭐예요? 쓰레기통 비우시고 얼룩이 있으면 화장지로 좀 닦으시면 좋잖아요!"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오리처럼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소연 앞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여자 눈이 소연의 머리 하나만큼의 높이에 있기에 소연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아이코, 왜 여기를 깜빡했을까? 바로 닦아놓을게요."

  하루 이틀 당하는 푸대접이 아닌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자의 말을 받아쳤다. 하루하루가 이런 날의 연속이라 그녀에게 삶이란 죽지 못해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소연이라고 해서 왜 멋지고 근사하게 살고 싶은 맘이 없겠는가? 이렇게 살게 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지구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 팔자야.”

 

 **

  "아악! 이게 뭐야!"

  “분명히 난데…… 넌 누구냐?”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도 인정할 수 없어서 자기 몸의 구석구석을 손으로 만질 때마다 그대로 거울에 비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게 자신이라는 것을…….

  이런 일을 반복해 오다가 그나마 깜짝 놀라던 일을 멈춘 게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달 전까지 거울을 볼 때마다 기겁하곤 했지만 이젠 적응이 돼가고 있었다. 사람이 본디 이렇게 현실 적응력이 뛰어난 종족이라는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뎌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쯤에서 소연이 누구인지 무척 궁금해할 것이다.

  그녀가 누구냐고?

  이름. 장소연. 나이 27세. 나이 27세는 지구 나이로 봤을 때지만 실제 나이는 세본 지 오래돼서 계산해야 하니 생략하기로 하겠다.

  소연은 지구에서 약 15억 킬로미터나 떨어진 토성의 신비한 위성 타이탄에서 왔다.

  왜 왔냐고?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면 소연은 범죄자다. 타이탄에서의 범죄자는 그 죄질에 따라서 은하계의 행성에 유배를 보내는 형벌이 있다. 지금 소연이 머무는 지구로 보내지는 형벌은 그나마 죄질이 무겁지 않음을 나타냈다. 지구에서도 나라마다 법률적 기준이 각각 다른 것처럼 소연의 고향 타이탄에서의 형법도 이곳 지구처럼 지역적으로 다르다. 그래도 지금 소연이 유배지로 보내진 이곳 지구좌표 K6는 다른 행성에 비해 좀 나은 듯했다.

 

  지구에서의 3년의 유배 생활은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에서야 과거형으로 괜찮았다고 말하지만, 처음 3년 동안은 죽지 못해 산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중력. 지구의 중력을 그대로 체감해야만 했고, 또 지구인의 몸으로 지내려면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누가 거저 이런 것들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소연은 살기 위해서라도 크든 작든 일을 해야만 했다. 이런 건 상식적인 일이기에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경제활동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소연에게는 이런 일들조차도 버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처한 현실적 상황이 심히 만만치 않았기에 곤란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난감한 것 중 첫째가 바로 그녀의 외모였다. 받아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해두자. 문화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지만 그래도 너무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연의 표현대로 하면 몰골이라는 말이 적절한 듯했다.

  처음에 소연은 대부분 지구인이 자신과 같이 생긴 줄 알았지만, 막상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 순간 이런 불공평한 현실 앞에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소연은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지구 정보 수집 과정 중 얻은 바에 의하면 영장류에서 약간의 진화를 거친 인류의 얼굴에 가까울꺼라고 생각했다.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외모에 대해 느끼는 것도 다르겠지만 여기 K6 지구인들은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몹쓸 인종들이 섞여 살기에 그 불편함이 종종 발생했다.

  이왕이면 아름답고 수려한 외모가 좋겠지만, 외모로 인해 불편하거나 억울한 일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어쨌든 상관없다고 소연은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인종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진 않더라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왜 이럴까? 왜?"

 

  유배지에서의 형벌의 기간을 채우는 자들에겐 죽음도 비껴갔다. 자기의 본명 대신 장소연이라는 이름과 몸으로 살게 됐을 때 해봤다. 죽음이라는 것을 시도해봤다. 안 먹으면 바이털사인이 끝날 줄 알았다. 괴로움의 단계를 넘어서서 이젠 됐다 싶을 때 타이타니언의 DNA에 흐르는 호르몬의 자동 분비로 죽음의 순간을 넘겨 버림을 체험한 후론 이런 선택은 옳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유배지에서의 범죄자는 자살도 안 된다는 조항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항임을 소연은 체득했다. 타이탄엔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없으니까. 타이타니언은 영생불사의 몸이니 죽음도 피해갔다. 신은 왜 이런 몸으로 창조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소연이라는 여자에 대해 궁금한 것투성일 거라는 생각을 왜 못하겠는가? 그래도 벌써 3년간 지구인으로 섞여서 살았기에 지구인의 끝없는 호기심에 대해 소연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차차 풀어놓을 것이니 시간을 주면 좋겠다. 그리고 왜 지구로 보내지는 것이 형벌인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인은 지구 밖을 벗어난 적이 없기에 타 행성들의 문화와 생활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타이탄에서 하루만 살아봐도 타이탄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형벌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좀 더 이야기를 해야겠다.

  난 그곳에서 수호자였다.

  이크로샤 하리시 헤네 3세. 그곳에서 불리던 나의 이름.

 

  소연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둘째 문제였다. 1년 전만해도 타이탄으로 되돌아가는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연은 차라리 자신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이 정보 또한 뒤 늦게 얻은 것이었다. 지구에 있는 동안에도 가능하단 것을 알았을 때를 회상하니 광명이 비취는듯 했다. 그 회복의 과정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어디인가? 희망없이 지내던 자신의 삶에 목표 하나가 생겼으니 그래도 견뎌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구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어쩌랴! 자신이 아쉬우니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소연은 생각했다. 이런 일로 소연이 세상속에 섞여 살기로 한 것이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실망스러운 맘으로 하루를 시작할지라고 매일 열심히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기보다는 지금 인간의 모습보다 좀 더 보기 좋은 모습을 선택할 기회를 얻기 위함이라는 위로하자.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과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에 차라리 이렇게라도 생각해보련다. 왜냐하면 K6 지구인들에게 좋은 외모는 바로 경쟁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간단히 말하고 싶다.

 

  소연은 자신의 담당 지도관리자로부터 3년간 성실한 복역 생활을 하게 되면 4년 차엔 새로운 모습을 얻는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면 왜 이렇게 소연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집착할까 하고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미모지상주의자라는 오해를 얻을 만도 하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소연의 맘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그것도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외모로 구박을 받아본다면 그 심중은 어떠할 지 이해해줘야 할 것이다.

 

  소연도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지구라는 곳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님을 지난 3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게 있었다. 외모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해야 할까? 외롭고 쓸쓸한 동질감이라고 해야 할까? 똑같은 지구인인데 외모로 먼저 평가받는 그들의 맘이 너무 안쓰럽기도 해서 반드시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사명감도 있다고 치자.

  그리고 소연이 생긴 게 어지간해야지…….

 

  지구에서는 성인 미혼 여성을 구분하는 말 중에 아가씨나 처녀라는 단어가 있지만 분명히 소연은 아가씨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아줌마!"

  그것도 사람들이 아줌마라고 불러 놓고 소연이 뒤돌아서면 괜히 불렀다며 눈 버렸다는 표정으로 안면을 싹 돌리고 구시렁거리며 갈 때의 서러움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외모에 대해 신경 쓰게 만드는 K6 지구인들에게 언젠가는 한 방 먹일 날을 꿈꾼다면 외계인으로서 너무 유치할 수도 있겠다.

 

 **

  "십오야 둥근 달이…… 꺼억"

  술에 떡이 된 중년 사내가 갈지자를 그으며 소연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사내는 앞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소연은 생각했다.

  '어! 어! 왜 자꾸 이쪽으로 오는 건데!'

  갈지자로 걷고 있는 사내의 걸음을 예측하여 피할라치면 어김없이 걸음을 옮겨 소연 쪽으로 걸어오는 신비한 능력을 갖춘 사내였다. 그 남자와의 거리 1M! .

  "엉! 물컹한 게 이게 뭐지?…… 꺼억"

  사내가 자신의 길을 막은 게 뭔지 확인하기 위해 약간 구부러진 허리를 힘겹게 펴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소연을 바라본 순간…….

  "헉! 귀신이다!"

  하면서 뒤로 벌렁 넘어져 버렸다.

  "헉! 아저씨! 저 귀신 아니거든요. 그리고 어서 일어나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입 돌아가요. 그리고 웬 술을 이렇게 많이 드시고, 멀쩡한 사람을 귀신 취급을 하고……아이고 내 팔자야!"

  사내는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려는 내민 소연의 손을 잡으면 뭐 더러운 거라도 묻을까 봐 벌벌 떨듯 그렇게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내는 술이 조금 깬 듯 귀신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중얼거리며 엉덩이를 털더니 일어나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기에 무시해 버릴 수도 있는 때도 된 듯하지만, 막상 겪을 때마다 소연은 속이 아렸다. 보통의 사람들은 중얼거리고 가는 아주 작은 소리는 못 듣지만, 그들이 보이는 행동으로도 좋은 소리는 아닐 거라고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소연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라다. 속삭일지라도 소연의 귀에 직접 대고 하는 말처럼 생생하게 잘 들렸다.

  "돼지여, 사람이여. 아이고. 재수 없어…… 꺼억""

  사내와 멀어지면서 오히려 맘이 편해짐을 느낄 정도니 집으로 가는 동안 사람이라곤 아무도 만나지 않기를 소연은 바랐다.

 

 

  "고모?"

  "응. 문 열어."

  고모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녀의 하루가 어떠했음을 조카는 알 수 있었다. 사실 조카 입장에서는 이런 고모라도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기에 자기에게 짜증을 내는 고모라 할지라도 오히려 고맙고 예쁘면 예뻤지 밉지가 않았다.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한 참 지난 시간이지만 소연은 의례적으로 물어봤다.

  "저녁은?"

  "먹었지. 고모가 아침에 국 끓여 놓은 거랑 먹었어. 그리고 내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그런 거 물어봐?"

  "그래. 그래. 우리 현식이 나이가 16개지?"

  "그래. 맞아. 고모는 가끔 내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그래그래. 미안. 그래도 내가 네 고모니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현식은 고모의 정체에 대해 유일하게 아는 인간이었다. 그렇다고 고모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조목조목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확실히 아는 것은 고모가 진짜 고모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전의 고모는 죽고 없지만 몸은 예전의 고모의 몸이라는 것, 죽었다가 살아온 그런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하나님이 자기가 불쌍해서 보내줬다든지, 또 외계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식의 상상 속에 외계인은 비행접시도 있고,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일 거라는 선입견이 강력했기에 외계인일꺼라는 건 제외했다. 아무튼 현식은 고모가 자기와는 다른 어떤 존재라는 것임은 확신했다. 귀신일 수도 있고, 도깨비 아니면 멀쩡하게 생긴 좀비 정도…….

  끔찍한 사고 후에 고모는 예전에 현식이 알던 그 고모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증거를 현식은 갖고 있었다. 그 확신이 든 건 불과 얼마 되진 않았다.

 

  지금 사는 이층집으로 이사 오기 전 현식은 시골에서 고모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시골이라 해봤자 시내권과 30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생활환경과 문화적 혜택으로 봐선 시골이라고 해야 맞았다. 현식의 아버지는 외항 어선 선원이고, 어머니는 현식이 1살 때 돌아가셔서 유일한 피붙이인 고모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현식을 돌보고 있었다.

  말은 바로 하라고 두문불출하고 집안에서만 지내는 고모가 현식을 돌본다기보다는 현식이 고모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도록 감시한다는 말이 적절할듯했다.

  3년 전이었다, 현식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땐 시골집은 불에 소실되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 여기저기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동네 주민들과 또 119구급차의 소리로 현식의 집 마당은 북새통을 이뤘다. 환자이송 침대에 실려 나가는 고모 위로 하얀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리고 고모를 따라 함께 119차에 오르려는 현식을 동네 주민이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통에 발작적으로 바둥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모습이 생생했다. 화마에 삼켜 심하게 손상된 고모의 마지막 모습을 조카가 본들 상처만 될 거라고 동네 어른들이 생각하고 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고모도 가고 현식은 이제 혼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모가 흰 천으로 덮여 실려 간 다음 날 병원에서 이상한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다. 전화는 현식이 다니는 학교로 병원 관계자가 직접 걸어왔다.

  “현식 군인가요? 장소연 씨가 고모 맞죠? 보호자는 없고, 가족 중에 장현식 군만 있길래. 그래도 가족이니 연락은 해야 해서 이렇게 전화하는 겁니다.”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동네 이장님과 함께 달려간 현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고모와 눈이 마주친 순간 뭔가 일이 잘못됐다고 직감했다. 고모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여 고모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지만, 그 순간 고모가 아님을 알아봤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따질 것 없이 혼자인 자신에게 허울뿐인 고모라도 좋으니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고모의 태도는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온 후유증일 거라고 되려 동네 어른들께 말라며 안심시켰다. 이런 고모가 죽지 않고 자기에게 다시 되돌아와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화재현장에서 119구급차에 실려 그대로 안치실로 옮겨진 지 12시간 만에 안치실 냉장고에서 울리는 사람 목소리에 그날 안치실 관리 담당자는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은 고모와 현식은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살고 있던 곳에서 시내라고 불리는 지금 사는 집 이 층으로 이사 왔다.

  처음 며칠간 어리벙벙해 있는 고모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현식은 이런 고모라도 있는 것이 좋다고 위로했다. 어린 현식은 자신이 소년 가장이 되어 고모를 돌보는 모습도 상상해봤다. 이 주일 정도 두문불출하고 산 송장처럼 지내던 고모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호기심이 발동한 어린아이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니는 모습을 볼 때 현식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더니 어느 날 취직도 하고 밥벌이라는 것을 하는 고모가 딴사람이 되었음을 현식은 알았다. 외항 어선 선원인 아버지가 보내주신 돈으로도 두 사람이 생활하기엔 크게 어려움은 없을 텐데 뭔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책임이라는 것을 운운하며 인간의 길을 간다고 하는 고모가 너무 우스웠다. 이렇게 현식에게 있어 고모는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존재가 되었다. 현식은 이런 고모와 3년째 알딸딸한 기분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혹여나 평소 궁금해하던 것들을 물어보면 그 옛날 모 드라마에서처럼 비밀을 말하는 순간 사라졌던 어떤 여자의 이야기가 자꾸 연관되어 궁금해도 속으로 삭이기로 했다.

  “숙제는?”

  “오늘은 숙제 없어. 그리고 나 수요일에 소풍 가는데 그날 도시락 갖고 가야 하는데……. 내가 학교 가다가 김밥 사 갈게.”

  “무슨 김밥을 사가? 고모가 도시락 싸줄게.”

  “고모 피곤하니까 그냥 사가도 괜찮아.”

  “뭐가 피곤해! 잘하진 못해도 내가 그래도 네 고모다. 조카 소풍 가는데 용돈은 못 줘도 도시락 정도는 고모가 챙겨줘야지.”

  “그럼…… 정 고모가 그렇게 원한다면 고모 맘대로 해.”

  현식은 고모가 표현은 투박하고 냉랭한 듯하지만 자신을 많이 생각하고 챙기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이런 고모가 현식은 좋았다. 그래서 고모에 대해서 궁금한 게 엄청 많지만 코치코치 캐묻지 않았다. 만약 자기가 고모에 대해 많이 알아버려서 고모가 자신을 떠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차라리 궁금한 채로 사는 게 낫지 이런 고모를 멀리 보낼 수 없기에 현식은 지금 옆에 있는 고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만 갖고 살지 그것을 파헤쳐볼 생각을 손톱만큼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고모에 대해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될지라도 그건 고모의 말 못할 사정쯤으로 생각하고 넘길 생각이다. 그래서 고모가 자신의 비밀을 먼저 털어놓을 때까지 현식은 그냥 이대로 고모와 살아갈 앞날만 생각하기로했다.

 

  소연의 저녁은 가히 가볍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도 여지없이 발이 퉁퉁 부었다. 부은 발이 들어가지 않아 운동화를 또 구부려 신고 츄리닝인지 몸뺀지 국적과 생산처를 가히 짐작조차 할없는 옷가지를 입고 그렇게 K 빌딩 뒷문을 통해 출근을 했다. 소연이 들어가는 문 앞엔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써있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자연스럽게 열쇠를 꺼내 굳게 잠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연이 들어가고 난 뒤 잠시뒤 철문이 쿵 소리를 내며 적막을 깼다.

  소연의 직업은 빌딩 청소부이다. 그러나 소연에게 있어서 이 직업군은 지구 K6에서 지내 온 시간 중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군에 속했다.

  현식과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했다. 시내로 이사 온 후 사람들은 직장이라는 곳을 다녀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이라는 것을 한다는 지구 경제 논리를 깨달은 뒤 그 직장이라는 것을 다니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생긴 게 워낙 호감을 사기엔 글러 먹다 보니 변변한 일자리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이 하기 꺼리는 일들이 소연의 몫이었다. 또 그것도 사람들이 소연의 생긴 것을 밝은 대낮에 보는 게 싫다 하여 사람들의 북적대는 시간대를 피해 일 할 만한 것을 찾아봐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 다니는 직장은 사람들이 퇴근 후 사무실 청소와 화장실 등 후미진 곳들을 청소하는 일이라 사람들과 부딪힐 일에 대해선 걱정을 덜 해도 됐다. 또한, 몇몇 야근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쳐도 마스크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소연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또 아직은 소연의 얼굴이 궁금해서 일부러 다가와 뚫어지라 쳐다보는 그런 예의 없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했으며, 소연은 자신을 먼지처럼 가벼운 존재로 사람들이 생각해서 관심 끊어주기를 바랬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코스대로 소연은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지만 자기 스스로 존재감 제로로 만들고 싶기에 혹여나 다른 이의 시선을 붙들어 맬 그런 일을 손톱만큼도 만들 맘이 없기에 묵묵히 청소만 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관리자들에겐 성실하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말이다.

  갈증이 난 소연은 준비해온 물을 먹기 위해 쓰고 있던 마스크를 잠깐 벗었다. 3년간 먹은 지구 물은 타이탄 물보다 맛있었다. 물을 마실때마다 생각하고 있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물의 감촉은 부드럽고 깔끔했다. 솜으로 만든 융단 위를 걷는 기분이랄까 몽환적으로 만드는 지구 물이었다. 이 느낌은 인간의 몸을 가진 타이타니언 소연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황홀한 느낌에 심취해 있을 그때···.

  “안녕하세요.”

  케켁·····.

  목을 타고 내려가던 물이 왈칵 솟구쳐 올랐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짜릿함에 빠져 감각을 놓아버리다니!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정신줄을 놓았다는 표현에 딱 맞는 상황이었다.

  소연은 반사적으로 자신이 벗어 놓은 마스크를 집어 들고 무작정 가까이에 있는 여자 화장실 쪽으로 뛰어갔다. 맘만 앞섰지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바람에 그만 신발 한 짝이 벗겨져 버렸는데 그것도 주워 신을 겨를이 없었다.

  ‘빨리 가라. 그냥 가라고!’

  여자가 이렇게 대 놓고 도망갔다면 사람을 피해서 갔다고 생각해줘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 소연의 생각이었다.

  ‘어어. 그런데 왜 이쪽으로 오지? 그냥 가라고·····.’

  안녕하세요 남자가 벗겨진 자신의 신발을 집어 드는 것을 소연이 화장실에 숨어서 훔쳐보았다. 벗겨진 신발 한 짝을 손에 든 채로 남자는 소연이 숨어 들어간 여자 화장실 문 앞에서 소리치듯 말했다. 조용한 로비가 남자의 소리로 꽉 차는 듯 울렸다.

  “여기요. 신발! 저 때문에 놀라서 거기로 숨어 들어간 듯한데, 그러면 제가 몹시 미안하잖아요. 여기 앞에다 신발 둘께요. 갖고 가세요. 그리고····· 저는 이만 갑니다!”

  ‘미안하면 그냥 갈 것이지 왜 그런다니!’

  그 남자는 여자 화장실 앞에 신발을 놓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인근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소연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항공모함만큼이나 큰 운동화에 자기 발을 끼워 넣었다. 소연은 그 남자가 사라진 출입문을 향해 시선을 뒀다.

  “오늘도 야근했나 보네. 요사이 들어 퇴근이 늦어지는 걸 보니 일이 많나 보네. 그래도 얼굴은 들키지 않았겠지?”

  과연 그랬을까? 아마 그 남자가 오늘은 일부러 소연에게 장난칠 심상으로 몰래 왔다는 것을 소연이 알았다면 과연 소연이 지금처럼 다행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렇게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1년째 하고 있지만 이나마 다행이라고 소연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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