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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론의 여인
작가 : heropapa
작품등록일 : 2017.6.9

하데스에게 잡혀 죽음의 스틱스 강에서 뱃사공 일을 하던 모태솔로 카론은 헤라클레스와의 계약으로 다른세상으로 탈출하며 콤플렉스였던 외모도 극강의 잘생긴 엘프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전생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태어난 카론은 새로운 삶에서 자신의 못다한 한을 풀려고 하지만 자신이 정말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2.떠나기 전날밤
작성일 : 17-06-10 00:18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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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론은 무럭무럭 자랐다. 엘프의 나이로는 100살은 되어야 키가 성인들만큼 자라서 성인식을 하는데 카론은 인간들의 성장과도 비슷하게 20세가 되어서는 완전한 보통의 성인 엘프만큼이나 키가 자랐다. 마을의 엘프들은 이 속도로 키가 계속 자라면 나중에 세계수에 달린 생명의 열매를 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재미없는 농담을 던지고는 하였지만 정말 그렇게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일이었다.

 

 “아버지 저도 이제 성인식을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카론의 결의에 찬 말에 아버지 로니스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여 승낙할 뻔했다. 옆에서 눈을 흘기며 헬렌이 경고를 보내는 것을 조금만 늦게 알았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카론, 물론 네가 보통의 엘프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고는 하지만 성인식을 백 살에 하는 이유는 엘프가 성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키와 같은 신체적인 것에만 두지 않기 때문이야. 너도 알다시피 성인식이라는 것이 5년간 세상을 경험하고 이윽고 성숙하여 돌아오는 것이기에 그전에 마법, 정령, 전투 등등의 실력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다면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오래된 선조들의 경험이 이토록 견고한 전통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지 않겠느냐.”

 탁월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중간에 흐름을 놓치고 되물을 판이었다.

 

 “아버지! 마법이라면 마을 최고의 마법사인 어머니와 같은 7클래스이고 정령술이라면 촌장님과 같이 4대 속성인 물,바람,불,땅의 정령들을 상급까지 모두 소환 가능하고 전투기술은 마을 최고의 검사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에게 저번 검술대련에서 이긴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수련하면 나가서 드래곤도 때려잡을 것 같아요.”

 카론은 조금은 건방지게 말을 하였지만 사실이 그랬다. 카론은 인간들의 마법보다 한차원 높은 수준이라는 엘프의 마법을 7클래스나 올린 괴물이었다. 카론을 낳은 헬렌이 마을의 가장 높은 수준의 클래스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엘프의 7클래스는 인간의 8클래스와 싸워 지지않을 어마어마한 수준인 것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의 8클래스 마스터나 9클래스 초입의 경지였다. 웬만한 엘프들이 성인식을 나갈 백 살 즈음에 평균적으로 4클래스 마스터를 하고 나가니 카론의 능력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그것은 너의 아버지께서 소중하고 어린 아들이 다칠까봐 염려가 되어 봐준 것이 아니겠니?”

 키는 컸어도 헬렌의 눈에는 아직 20살밖에 먹지 않은 어린 소년일 뿐이었다. 실제로 20세의 다른 엘프들은 사탕을 빨면서 귀엽게도 숲속의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니 그저 또래보다 키큰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엘프의 얼굴이 하얗게 빛을 발할 때에는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 날 아버지의 얼굴은 제가 본 얼굴 중 가장 밝은 빛을 내보이셨어요. 심지어 트롤종족에게 둘러쌓여 합동 공격을 받는 영상을 자랑스레 보여주실 때에도 영상속의 치열했던 아버지의 얼굴은 저와 대결하실 때보다는 덜 빛나셨지요.”

 카론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이!”

 화를 참지 못한 헬렌이 손을 들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려던 찰나 카론의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얼굴에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헬렌은 항상 의아했다. 분명 자신이 직접 낳은 아들인데 무엇인가 신성한 느낌이 있었다. 인간이 엘프들을 만날 때 느낀다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경험담처럼 그랬다. 예전에 다른 엘프 마을의 촌장이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를 불러내었을 때 느꼈던 신비로움과 같은 무엇인가 자신들과는 다른 상위의 존재 같은 존재감이었다. 헬렌은 처음에 하이엘프의 핏줄이 아덴의 축복으로 하여금 자신의 아들에게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전설 속의 엘프들의 시조 하이엘프들은 전투능력이 없는 평화를 숭상하는 종족이었다. 그들은 너무도 아름다워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였고그결과 자연속에 숨어 살았기에 정령들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남자를 사랑한 한명으로 멸망의 위기에 쳐했던 하이엘프들은 극소수만 살아남아 일부는 정령계에 숨어들어 정령이 되고 일부는 전투능력을 키워 지금의 엘프들이 되었다는 오래된 이야기였다.

 

 모두가 하이엘프의 전설은 오래된 신화처럼 근거없는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카론이 태어난 이후로는 그 이야기가 진짜라고 믿는 엘프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카론의 외모는 성인엘프와 같은 신체로 성장하고 나서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엘프의 기준에서 그 정도였으니 세상 사람들이 보면 전쟁이 일어나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아름다움에는 치명적인 지배욕과 탐욕이 따라다닌다는 것은 엘프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성인식의 기준이 낮았던 예전에는 경험이 부족한 엘프들이 세상에서 탐욕적인 인간들에게 잡혀 성노예가 되기도 하였던 역사가 있었다. 그 탐욕적인 인간들은 선대 엘프들이 잡아 잔인하게 죽였다고 했다. 그때 엘프의 최고 용사였던 다이아가 아덴의 신전에 올라 20세에 성장을 마치는 신체를 100세에 성장이 마치도록 수정해달라는 기도를 드리다 죽음으로서 아덴이 불쌍히 여겨 그 기도를 들어주었고 지금의 성인식 기준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카론은 유일신 아덴이 한낱 평범한 엘프인 헬렌의 꿈에 나타나 직접 이름을 지어줬으며 신체성장도 지금의 엘프들과는 다르게 고대의 엘프처럼 빨랐기에 더욱 하이엘프의 핏줄이 부활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너무도 눈부신 외모였다.

 

 그냥 고귀해 보였다. 아름다움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꼭 이렇게 생겼을 만큼.

 

 “그래. 알았다.”

 “네. 네? 뭐라고요?”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수긍에 카론은 당황했다.

 

 “너의 탄생에 아덴님께서 관여하시고 있으며 너의 성장속도며 전투기술의 숙련도도 이 어미가 보기에 완숙한 엘프들의 경지를 이미 넘어섰다. 오직 너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넓은 세상이겠지.”

 “어머니...”

 

 축 처진 힘없는 어머니의 어깨를 보니 가슴이 아팠지만 수 없는 시간동안 하데스에게 묶여 뱃사공 노릇을 했던 경험은 기회가 오면 잡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 촌장님께 인사드리고 떠나겠습니다.”

 “그래. 그러도록 해라. 어머니는 이 멋진 아버지에게 맡기고 재미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려무나.”

 

 항상 카론이 엘프의 영웅이 될 거라 의심치 않던 로니스는 자신의 아들이 드디어 세상에 나갈 때가 되자 괜스레 자신의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예전의 큰 포부를 가지고 성인식을 나섰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래. 떠나기 전 마지막 밤인데 아이게나와 인사나 하고 오거라.”

 “설마, 저기 저 밖에 꼬맹이요?”

 “그래도 너랑 같이 태어나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던 친구야. 이제는 너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고. 너무 무시하듯 대하지 말거라.”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카론은 창 밖에서 사탕에 흙이 묻었다고 울고 있는 어린 엘프를 처다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운디네 소환!”

 <부르셨어요?>

 “미안한데 저기 내 친구 아이게나가 사탕을 또 떨어뜨렸네. 좀 깨끗이 씻어줘.”

 <미안하긴요. 아름다운 우정인걸요.>

 

 카론의 운디네는 질질짜고 있는 귀여운 꼬마아가씨의 막대사탕을 깨끗이 씻어 소녀의 입에 물려주었다.

 “웅? 카론! 언제왔어?”

 눈 감고 우느라 카론이 온지도 모르는 아이게나는 자신의 사탕을 씻어준 카론을 발견하고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너 사탕 떨어뜨려서 울고 있을 때 왔지. 그러니까 사탕 물고 놀지 말라니까. 왜 친구 말을 안 듣니? 이 귀여운 꼬마친구야. 이그이그.”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귀여운 동갑내기 친구는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적인 차이로 동생처럼 느껴졌다. 사실 신체차이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을 노인으로 살았던 과거의 기억으로 보자면 이 마을의 모든 엘프들이 귀엽게 느껴지기는 했다. 그래도 이 세계에서 아기로 새롭게 태어나 성장하다보니 자신보다 작고 어린 엘프가 그렇게 귀엽게 보일 수가 없었다. 아이게나는 미래 최고의 미스엘프가 되는 것이 꿈인 더욱더 귀여운 친구였다. 카론과 같이 자란 다른 친구들도 많았지만 또래의 다른 엘프들은 모두 카론을 기피했다. 실은 질투하고 어려워하고 뭔가 어색해했다. 자신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그런데 유일하게 아이게나는 달랐다.

 

 “내가 볼 잡아당기지 말랬지? 어린아이 대하듯 하지말라고!”

 한 껏 볼을 부풀려 화를 내는 아이게나를 보며 더욱 볼을 잡아당기는 카론이었다.

 

 “싫어. 너도 내 말 안 듣자나. 내가 사탕 떨어뜨리고 울지 말랬지. 울 시간에 물의 정령과 친해지라고. 운디네도 소환 못하는 엘프는 우리 마을에 이제 너만 남았을 걸.”

 “...오잖아.”

 “뭐?”

 “내가 사탕 떨어뜨리고 울면 너가 오잖아! 그러니까 너무 보고 싶으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거라구! 으앙!!”

 

 카론은 대략난감했다. 아이게나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보고 싶어서 그렇게 우는 줄은 몰랐다. 망자들이 하도 울어재끼며 하소연을 하느라 우는소리에 진절머리가 나서 울 때 마다 달래주러 나타났던 것이 일의 발단이었다.

 

 그래도 귀여운 것은 귀여운 것이다. 내일이면 오랫동안 못 보게 되겠지만 보고 싶으면 자신이 마을로 찾아오면 될 일이라 생각한 카론은 이윽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아이게나. 너는 내가 왜 좋아?”

 

 카론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아이게나는 울음을 뚝 멈추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쳐다보았다.

 

 “너랑 소꿉놀이도 못하게 커버린 내가 뭐가 좋냐고.”

 “그야... 좋으니까!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는 거야.”

 “정말 이유가 없어?”

 

 조금전에 사탕 떨어뜨리고 울던 꼬마치고는 꽤나 어른스러운 대답이었지만 카론은 좀 더 궁금했다.

 

 “이유라니?”

 “아니, 뭐 나의 어떤 점이 좋아서 그럴까하고 말이야.”

 “몰라서 묻니? 잘 생겼잖아. 예전엔 우리 엄마보다 예쁜 것 같아서 싫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야. 너는 예쁜게 아니고 잘생긴거야.”

 “으하하하!”

 “바보. 그 말이 그렇게도 듣고 싶었니?”

 

 카론은 기어코 잘생겼다는 말을 듣고 기뻐했다. 항상 다크서클이 입꼬리까지 내려와 못생긴 추남소리만 듣다보니 외모에 콤플렉스가 생겨버렸다. 다시 태어난 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외모 칭찬이지만 아직도 여전히 듣기좋은 말이었다.

 

 그렇다.

 

 카론은 아직도 과거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에로스 그녀석보다 이제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에로스? 걔가 누군데? 걔도 너만큼 잘생겼니?”

 

 카론이 심중에 있던 말이 밖으로 우연치 않게 나오자 아이게나는 첫사랑을 눈앞에 두고 정신적 바람을 피우려는 듯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려 했다.

 

 “아니. 오우거처럼 생긴 못난 녀석이 하나 있어. 성격도 고약하고. 마마보이에 아무튼 정신 좀 차려야 될 놈이야.”

 “음.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내일이면 좀 오랫동안 못 보게 될 것 같은데...”

 “왜?”

 

 바로 울음이 터져버릴 줄 알았던 카론은 담담하게 묻는 아이게나가 지금껏 우는 연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 성인식 떠나기로 했어. 방금 부모님께 허락받았고 내일 아침이면 떠날거야.”

 “그렇구나.”

 “응... 어?”

 “아니. 부모님이 언젠가 곧 너가 성인식을 하러 가게될 거라고 하셨거든. 너는 우리와 다른 하이엘프니까 성인식도 빨리 할 거라고 하셨어. 그래도 당장 내일 간다고 하니 조금 섭섭하네.”

 

 너무도 차분해진 아이게나의 분위기에 역시나 여태껏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에 침통함을 느끼는 카론이었다.

 

 “나 사실 운디네 부를 줄 알어.”

 

 아이게나의 손짓에 운디네가 춤을 추며 나타났다.

 

 “그런데 정말 보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갑자기 목이 메이는 듯 음성이 떨리는 아이게나가 안쓰러웠지만 카론은 좀 더 차분히 그녀의 말을 기다려 주었다.

 

 “나중에 너한테 시집갈거야!”

 “뭐?”

 

 카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당돌하다지만 자신에게 시집오겠다고 선전포고하는 여인은 아직 한명도 없었다. 자신과 같이 성인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어른들은 본능적으로 끌리면서도 아직 어린나이를 핑계삼아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있었고 자신의 또래는 모두 신체적으로 어려서 자신을 어른처럼 대했다. 카론은 이상하게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빠르게 뛴다고 생각했다.

 

 ‘무슨 이런 꼬맹이의 고백에... 참 나도 주책이다.’

 

 “나 말고 딴 여자한테 장가가면 죽는다!”

 앙증맞은 조그마한 주먹을 흔들며 한껏 무서운 표정을 짓는 아이게나를 보는 카론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래. 다 크고 나면 다시 말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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