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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장왕곤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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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곤(鯤), 가출(家出)하다(2).
작성일 : 16-04-10 11:22     조회 : 544     추천 : 0     분량 : 7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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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곤(鯤), 가출(家出)하다(2).

 

 

 집으로 돌아온 북리곤은 공방에 틀어박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름 뒤에 혼인하게 될 남자라는 걸 알고 나서는 오히려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이 되었어."

 소진령의 동생, 소철진에게 얻어맞은 일도 분했지만 북리곤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소진령의 그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마누라 될 여자의 남동생도 무섭지만 그 여자의 눈빛은 더 싫어."

 이미 혼인식 날짜까지 확정된 상태였다. 때문에 벌써부터 이화단철장 전체가 들뜬 분위기였다.

 "이제 와서 혼인을 못하겠다고 해보았자 어림도 없을 테고. 어이구, 골치야!"

 북리곤은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턴 후 지저분한 공방 바닥에 벌렁 누웠다.

 또다시 소진령의 눈빛이 떠올랐다. 단지 경멸하는 눈빛이었다면 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돈 때문에 혼인해야 하는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분노와 모멸감으로 바뀌지 않았던가.

 북리곤이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눈빛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이런 식의 혼인은 그녀에게도 못할 짓이야."

 북리곤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문제는 나야. 그러니까 나만 없어지면 그 여자도 하기 싫은 혼인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겠지?"

 북리곤이 도망가면 보름 뒤에 있을 혼인식은 치를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소진령에게 준 돈이 문제가 되지만 북리곤 쪽에서 사고가 생긴 것이니 돌려받을 자격이 없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부친 북리대정은 그 돈을 돌려받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 생각 저 생각 머리를 굴리던 북리곤은 결국 결심을 굳히고 벌떡 일어섰다.

 일단 마음먹은 이상 망설이지 않는 게 또한 북리곤의 성격이었다.

 북리곤은 연검록의 구결이 적혀 있는 양피지와 쇠를 다루는 겸자와 망치 등, 자신의 연장을 챙겼다.

 잠시 후, 북리곤은 내원으로 가서 부친의 거처를 향해 절을 한 뒤 곧바로 이화단철장을 빠져나갔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화단철장을 빠져나온 북리곤은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반나절가량을 남하했다가 다시 빙 돌아 북상하기 시작했다.

 삼 일 뒤, 북리곤이 도착한 곳은 이화단철장이 있는 무창(武昌)에서 북쪽으로 이백 리가량 떨어진 신주(新州)라는 곳이었다.

 원래 무창에서 신주까지는 말을 타고 달리면 반나절 거리이고, 걸어도 하루면 족한 거리였다. 하지만 북리곤은 부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빙 돌아서 오는 바람에 삼 일이나 걸린 것이다.

 북리곤의 목적지는 신주의 저잣거리 끝에 위치해 있는 예랑(藝廊)이라는 화방(畵房)이었다.

 예랑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원제일의 화방으로서 그 역사가 송대(宋代)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구한 전통을 지닌 곳이었다.

 꾀죄죄한 몰골에 온갖 연장들을 등에 짊어지고 나타난 북리곤의 모습을 대한 예랑의 주인 묵 선생(墨先生)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만 터뜨렸다.

 대략 오십대 중반가량 되었을까?

 대나무처럼 깡마른 체구여서 언뜻 보기에는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평생을 서화(書畵)에만 매달려 온 사람다운 예인으로서의 기풍이 느껴진다.

 그는 북리곤의 부친 북리대정과 같은 장인으로서 서로 존중하다가 결국 결의형제를 맺은 인물이었다.

 묵 선생은 해괴한 모습으로 찾아온 북리곤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북리곤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태도였다.

 "숙부님, 나 몇 달만 숨겨주세요."

 북리곤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후 숨겨줄 것을 요구했다.

 물론 소철진에게 얻어맞은 일과 부인 될 소진령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감춘 채 부친이 강제로 혼인을 시키며 가업을 떠맡기려고 한 것에 대해서만 과장을 섞어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렇게 되었단 말이지?"

 씩씩대며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투로 횡설수설하는 북리곤을 가만히 지켜보던 묵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투정 부리는 개구쟁이를 지켜보는 듯한 인자한 미소가 떠오른 것은 그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네 고집을 누가 꺾겠느냐. 네 마음대로 해라."

 "고마워요. 한데 내 공방은 아직 그대로이겠지요?"

 "그럼. 누가 감히 우리 곤이의 공방에 손을 대겠느냐."

 뭐라고 해도 무조건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태도. 북리곤은 묵 선생의 그런 태도에 익숙해진 듯 거리낌이 없었다.

 "그럼 저는 제 공방으로 갈게요. 식사 때가 되면 잊지 말고 꼭 불러주세요."

 "허허헛! 그놈!"

 

 예랑의 후원 구석에는 창고 형태의 작은 목조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바로 묵 선생이 북리곤을 위해 만들어준 작은 대장간이었다. 북리곤은 어렸을 때부터 일 년에 한두 차례씩 예랑에 놀러 와 한두 달씩 머물렀는데, 그때에도 쇠를 손에서 놓지 않아 아예 공방을 만들어준 것이다.

 땅땅땅!

 북리곤의 공방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쇠를 두드리는 망치질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산사(山寺)처럼 고요해야 할 화방에서 울려 퍼지는 망치질 소리는 생뚱맞기 이를 데 없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탓하는 이는 없었다. 일 년이면 한두 달씩 늘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다음날부터 북리곤의 예랑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화단철장에서 생활하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식사 때와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공방에서 나오는 일이 드물었다.

 북리곤은 작업에 진척이 없을 때에만 가끔 화방을 들러 묵 선생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곤 했다.

 원래 북리곤은 어렸을 때부터 묵 선생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에 빠져 삼매경에 접어든 묵 선생의 모습은 엄숙하고 장엄했다. 북리곤에게는 그 모습이 무엇보다도 멋있게 보였다.

 예랑에 온 지 보름째 되었을 때, 북리곤은 또 한 자루의 검을 망쳐 버린 후 화방을 찾았다가 문득 화방 구석에 걸려 있는 한 폭의 산수화를 발견했다. 굵은 붓으로 그냥 아무렇게나 쭉쭉 그어놓은 듯이 거대한 산을 그려놓은 묵화(墨畵)였다.

 단번에 그림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

 사실 북리곤은 어릴 때부터 예랑을 자주 드나들어 자연스럽게 고서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안목을 지니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가 보기에 예의 묵화는 결코 평범한 그림이 아니었다.

 북리곤은 묵 선생이 이미 그림 그리기를 마치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오랫동안 묵화에 빠져 있었다.

 "그래, 느낌이 어떻더냐?"

 북리곤이 묵화에서 눈을 떼는 순간 묵 선생이 입을 열었다.

 북리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대한 산 앞에 서 있는 듯한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에요. 심지어 산이 겪어온 장구한 세월조차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한데, 이상하게 단순히 풍경을 담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네가 과연 그것을 느꼈단 말이냐?"

 묵 선생이 흐뭇해하는 미소를 머금었다.

 북리곤에게 고서화에 대한 안목을 키워준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하지만 북리곤의 안목이 이미 대가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은 그로서도 감탄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이 정도의 솜씨면 대화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느 화가의 그림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과연 어느 화가의 그림인가요?"

 "나도 모른다. 단지 그려진 지 이백 년 정도 되었다는 것밖에는."

 "아!"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제고 밖으로 튀어나오기 마련이 아니겠는가. 이 정도의 그림 솜씨를 지닌 사람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실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묵 선생의 말이 이어졌다.

 "정대한 화풍은 둘째 치고 그림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인데 네 말대로 이 그림은 단지 그림으로 끝나지 않고 무언가를 담고 있다."

 "예,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네게 줄 테니 지니고 있으면서 과연 뭘 남긴 것인지 한 번 풀어보지 않겠느냐?"

 "정말이에요? 제가 가져도 돼요?"

 북리곤은 어린아이답게 기뻐하며 족자 형태의 묵화를 둘둘 말아 품속에 집어넣었다. 도전해서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된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나저나 네가 온 것을 알면 무척 반가워할 텐데 왜 아직 백약선축(百藥禪築)에 들르지 않느냐?"

 "아차, 깜빡 잊었어요! 큰일 났네. 내가 온 지 보름이 넘은 걸 알면 누나가 서운해 할 텐데···."

 "지금 당장이라도 가면 되지 않느냐. 이미 네놈의 망치질 소리를 들었을 테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이쿠! 정말 그렇네요. 저, 가볼게요."

 북리곤이 다급해하는 표정을 떠올렸다. 동시에 그의 몸은 이미 화방을 나서고 있었다.

 

 예랑의 뒤쪽은 숲과 연결되어 있었다. 전체가 아름드리 은행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는 은행나무 숲이었다. 그 숲 속으로 이백 장 정도 들어가게 되면 하나의 장원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바로 백약선축이었다.

 장원의 규모는 크지 않아 본채와 단 하나의 별채뿐이었다.

 백약선축에 도착한 북리곤은 곧바로 본채의 빈청으로 갔다. 이미 하인의 통보를 받은 듯 북리곤이 도착하자마자 나이가 일백도 넘은 듯한 황의노인이 빈청으로 들어섰다.

 "우리 곤아가 왔구나."

 "예, 백부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오냐, 오냐. 내가 바로 의원이니 몸이 아프면 스스로 고치면 될 것이고, 또한 몸에 좋은 온갖 약재들이 산처럼 쌓여 있으니 늙을 일도 없다."

 황의노인의 기태는 범상치 않았다.

 그는 북리곤을 보자 입을 벌리고 웃음을 그치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나이에 비해 이가 어린 소년의 그것처럼 깨끗했다. 게다가 피부 또한 매끄럽고 맑은 데다 은은히 붉은빛을 머금고 있었다.

 나이를 짐작케 하는 것은 단지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뿐이었다.

 약왕(藥王) 도능곽(度能廓).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무인이라 하더라도 특이한 증상을 지닌 환자가 아니면 절대로 치료해 주지 않는 괴팍한 성품을 지닌 의원. 때문에 약왕이라는 별호를 지니고 있되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약왕 도능곽은 북리곤이 변명하듯 집을 뛰쳐나온 이유에 대해 들려주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만들든 농기구를 만들든 한 가지 일에 뜻을 두고 정진해서 궁극에 오르면 이는 곧 도에 이르는 것···."

 약왕 도능곽 역시 북리곤의 부친 북리대정과 의형제를 맺은 사람이었다. 쇠를 다루는 한낱 대장장이라고 무시하지 않은 채 그 기예에 감탄해 의기투합한 것이다.

 약왕 도능곽이 하얗게 센 백미를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의술의 도(道)나 장인의 도, 모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네 부친을 좋아했다. 하지만 한 가지, 네 부친이 돈을 밝혀 장사꾼이 된 건 지금도 마음에 안 들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예요. 난 내 손으로 최고의 명검을 만드는 게 목표인데 아버님은 자꾸 내게 가업을 맡기려고 해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데 장사에 신경 쓰다 보면 언제 검을 만들겠습니까?"

 "흐흠!"

 약왕 도능곽이 장단을 맞춰주자 북리곤은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날 장가보내려는 것도 가업을 맡기려는 아버님의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게 분명하다고요."

 "흠, 역시 내가 네놈을 잘 보았어. 넌 검을 만들면서 도에 이를 수 있는 놈이야."

 나이는 많아도 어린 북리곤과 죽이 척척 맞는다고 할까?

 약왕 도능곽은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싱글벙글하며 대꾸했다.

 문득 약왕 도능곽이 눈을 반짝거리며 북리곤을 직시했다.

 "그나저나, 네놈은 아직도 이 늙은이의 의술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냐?"

 북리곤이 한숨을 내쉬었다.

 "관심이 있기는 있어요. 친한 사람이 아프거나 다치면 치료해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의술을 배워라."

 약왕 도능곽의 눈이 기대의 빛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그 눈빛은 북리곤이 고개를 젓는 모습에 이내 실망의 빛으로 바뀌었다.

 "최고의 장인이 되는 것 한 가지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수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에 몰두해도 그 분야에서 최고 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어요."

 "끄응! 결국 끝내 의술을 배우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냐?"

 "그러시지 말고 다른 제자를 구하세요. 싫다는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허어! 뭐, 제자야 이미 여군(汝裙)이 있으니 필요 없다만, 이 늙은이가 널 욕심내는 것은 네 재질 때문이란다."

 "재질이요? 나야 뭐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는데 무슨 재질을 말하는 건가요?"

 "넌 모르고 있지만 원래 넌 선천적으로 무공을 익히기에 적합한 천품(天品)을 타고났단다."

 "무공? 난 그런 거 관심 없어요."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이 늙은이와 여군이 네 몸을 관리해 주어 한 마디로 백 년 만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한 무골이 되었지. 하지만 이 늙은이가 탐내는 재질은 그게 아니라 네놈의 그 고집이란다."

 "고집? 원래 제가 고집이 좀 세긴 하지만 그것도 재질인가요?"

 "아암! 고집과 오기. 한 번 맘먹으면 승부를 볼 때까지 죽어라 매달리는 그런 고집이 있어야만 무슨 일을 해도 남들보다 앞서 갈 수 있음이다."

 "지금까지 고집이 세다고 욕을 먹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고집이 세다고 칭찬 들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네요."

 북리곤이 머리를 긁적였다.

 "여군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만 가 보거라."

 약왕 도능곽은 북리곤이 끝내 의술을 배울 생각이 없다는 것에 심통이 난 듯 쌀쌀맞게 손을 내저었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빈청에서 나와 후원을 가로질러 별채로 가자 과연 한 여인이 북리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십대 중반의 백의여인.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첫 번째 느낌은 차분함이었다. 대하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안온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기질이었다.

 두 번째 느낌은 속되지 않은 고고함이었다. 마치 깊은 산속에 홀로 피어 있는 야생화 같은 고고함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분명히 북리곤이 다가오는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지만 그 시선이 북리곤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채 어딘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듯했다.

 "여군 누나!"

 북리곤이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백의여인, 도여군(度汝찴)이 두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한데 그 시선이 여전히 북리곤의 머리 위쪽 허공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 분명했다.

 "곤 동생이 왔네."

 마치 갓난아이의 몸을 어루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손길.

 북리곤은 도여군의 손에 얼굴을 맡긴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누가 널 때렸지? 지금은 다 나았지만 꽤 아팠겠는 걸?"

 문득 도여군이 얼굴이 굳어졌다.

 북리곤이 감탄성을 터뜨렸다.

 "이젠 상처도 없는데 여군 누나는 단지 만져 본 것만으로 알아내니 역시 누나의 의술은 도의 경지예요!"

 "훗! 이건 의술이 아니라 단지 앞을 보지 못해 손의 감각이 남들보다 예민해진 것뿐이야."

 북리곤의 칭찬에 도여군이 부드럽게 실소를 터뜨렸다.

 도여군은 말과 함께 북리곤의 손을 잡고 내실로 걸음을 옮겨갔다. 익숙한 길이어서 그런지 발걸음이 자연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맹인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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