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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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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25 화
작성일 : 16-07-22 14:31     조회 : 633     추천 : 0     분량 : 7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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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역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과묵한 속에 터질 듯한 폭발력을 감추고 있는 놈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 첫인상이 아직도 선연한데 대리에서 보여준 행동은 전혀 엉뚱하고 기발하기만 한 것들이었다.

 가볍고 경박스럽게까지 여겨지는 그 행동이 거친 강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유응백을 낚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뜬금없이 점창파에 찾아와 입회인이 되어 달라는 엉뚱한 떼를 쓰고 있었다.

 대체 저놈의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 여우인지 구렁이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점창파에서는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누구든 찾아와 결투의 입회인이 되어달라고 청을 하면 대게는 뿌리치지 않는 것이 강호의 관례였다.

 그런 청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명성을 여러 사람에게 확인시켜 주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인의 이목을 끄는 큰 싸움이라면 그곳에 입회인으로 나서는 것이 영광이기도 했다.

 지금 두위는 단 며칠 사이에 대리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의 도전을 받고 있는 유응백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다.

 어찌 보면 이번 싸움에는 운남의 제일 방파로 꼽히는 점창파에서 입회인을 내보내는 게 제격이기도 했다.

 “할 수 없지요. 내가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문걸이 한숨을 쉬고 일어섰다. 장문인더러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름없는 말단 제자를 내보내기에는 사안이 너무 컸다.

 게다가 시간을 지체하면 두위, 그놈이 또 무슨 억지를 쓰고 엉뚱한 말들을 지껄여서 점창파를 곤경에 빠뜨릴지 몰랐다.

 빨리 그놈을 산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이 급하고 중요했다.

 “절대로 진사후, 그 늙은 여우가 우리 일을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되오.”

 사후명이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당부를 했다.

 점창파 내에 그가 묶고 있다는 것이 목에 칼을 대고 있는 것처럼 껄끄럽고 위험하기만 했다.

 진사후는 아직 자신들의 속셈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가 운남을 떠날 때까지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져야만 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사후의 일에 대해서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화문걸도 장문인에게 다시 한 번 당부해 두었다.

 만약 두위라는 자가 유응백을 죽여준다면 계획대로 재빨리 귀문산을 접수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다면 진사후가 눈치 채기 전에 손을 빼고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한숨을 쉬고 취선당(就善堂)을 나온 화문걸은 마음속으로 제발 두위가 유응백을 죽여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바램이 클수록 불안감은 더 깊어졌다.

 한낱 살수로 보내진 자가 낙성추혼 유응백이라는 강호의 거물을 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자신은 있는 거냐?”

 반천수가 다시 물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벌써 세 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지금이 네 번째였다.

 “두고 보면 안다니까 자꾸 그러네.”

 두위가 그를 흘겨보며 다소 짜증이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벌써 네 번이나 똑같은 대답을 한다는 것이 지겨워진 탓이다.

 “유응백은 고수라던데…….”

 그래도 못미더웠던지 반천수가 두위의 눈길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숨어 있다가 등을 찌르고 달아날까?”

 두위의 핀잔에 이번에는 반천수가 하얗게 눈을 흘겼다. 무어라고 쏘아 주려던 그는 화문걸이 다가오는 걸 보고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늦는다.”

 태연히 의자에 앉아 있던 유응백의 얼굴에 짜증기가 배어나기 시작했다.

 천화평 넓은 들 저쪽 점창산의 주봉(主峰)인 중화봉(中和峰) 너머에 해가 걸려 있었다.

 붉은 노을이 점점 그 빛을 짙게 하며 하늘을 물들여 오고 있었다. 그러나 ‘해질 무렵’이라고 했던 두위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하나둘 천화평을 향해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만 시간이 갈수록 더해갔다.

 그것이 유응백을 더욱 짜증나게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겨우 그깟 이름도 없는 놈 하나를 때려죽이기 위해 손발을 움직이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는 것이 그를 기분 나쁘게 한 것이다.

 ‘놈, 나를 광대로 만들겠단 말이지?’

 그런 생각이 두위에 대한 분노를 더욱 짙게 했다. 손을 뻗어 잔을 집자 곁에 시립하고 있던 자가 재빨리 뜨거운 차 한 잔을 따랐다.

 입 안이 데일 듯 뜨겁던 그것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서늘한 느낌으로 뱃속까지 얼얼하게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는데 저 멀리 억새풀 위로 세 필의 말이 모습을 드러냈다.

 “왔습니다!”

 수하가 더 흥분되었던지 떨리는 음성으로 고했다.

 ‘음’ 하고 대답해 준 유응백이 바라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가운데의 말등에 앉아 꺼덕이며 다가오는 사람을 알아본 것이다.

 “빌어먹을 점창파 같으니.”

 다시 한 잔의 차를 입 안에 머금었다가 풋, 하고 멀리 뱉어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점창파가 귀문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유응백과의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

 그건 유응백도 마찬가지여서 그는 점창파가 구대문파에 속해 있다는 것까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그가 잔뜩 못마땅한 낯으로 중얼거렸다. 화문걸이 눈알을 반짝이며 한쪽에서 이 싸움을 재미있게 구경하겠다는 뜻으로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이기면 당연한 일에 우쭐댄다고 코웃음 칠 것이고, 만에 하나 지기라도 한다면 ‘그것 봐라. 유 뭐라는 작자는 역시 형편없는 자였다.’라고 온 천하에 떠들어댈 게 뻔했다.

 “촌구석에 처박혀서 군웅성의 눈치나 보는 것들이…….”

 하필 그 점창파의 장로라는 자를 입회인으로 데려온 두위에 대한 노여움이 더욱 커졌다.

 저 어린놈이 끝까지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하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두위를 본 사람들이 와아! 하고 함성을 질렀다. 그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던 것인지, 억새밭 곳곳에서 일어선 머리들이 헤아릴 수 없었다.

 유응백의 위세에 질려서 숨을 죽이고 있던 사람들이 두위를 향해 일제히 함성을 지르는 것을 본 화문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유응백이 인심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자를 비난하고 귀문산을 장악하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두위가 이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두위를 돌아보는 화문걸의 안색은 여전히 밝지 못했다.

 “유응백은 장법이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신법 또한 뛰어난 자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지. 그가 갑자기 빠르게 움직일 때 조심해야 한다.”

 화문걸이 눈으로는 엉뚱한 곳을 보면서 수염을 쓰는 척, 소매로 입을 가리고 낮은 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두위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

 “값을 더 받아야겠소만?”

 “응?”

 화문걸이 놀란 눈으로 재빨리 두위를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의 반응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두위가 태연하게 다시 말했다.

 “저 큰 광산을 통째로 넘겨주는 대가로 묘안석 다섯 알은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일이 끝나면 그만큼을 더 주시오. 그래야 나도 싸울 맛이 나지. 아니면 뭐…… 할 수 없고.”

 ‘교활한 놈.’

 다시 재빠른 눈길로 두위를 흘겨보는 화문걸의 얼굴에 노골적으로 불쾌해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칼자루는 두위가 쥐고 있었다.

 화문걸은 이놈이 정말 싸우는 척하다가 그대로 달아나 버리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계획을 떠벌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점창파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영악한 놈이다.’

 다시 그런 생각이 화문걸의 얼굴을 어둡게 했다. 두위가 어느새 자신들의 속셈을 눈치 채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아, 지금 몸에 그런 것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건 나도 아오. 하지만 뭐, 오늘만 날이겠소? 열흘 뒤 광주부(廣州府)의 금화전장(金華錢場)에서 찾아가겠소. 시간은 충분하겠지요?”

 이쪽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렇게 결정되었다는 듯 말을 재촉해 앞으로 나가는 두위의 등을 쏘아보던 화문걸이 한숨을 쉬었다.

 

 “흥! 저승사자 앞인 줄도 모르고 즐겁게 오는구나?”

 멀리서 두위가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오는 것을 본 유응백이 어금니를 질끈 물었다.

 긴장하여 바짝 굳어 있어도 시원찮은데, 한가롭게 잡담까지 할 정도로 여유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가까스로 가라앉힌 그의 속을 다시 뒤틀리게 했다.

 유응백은 의자의 팔걸이를 움켜쥔 채 애써 시선을 틀어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턱을 치켜들고 입을 꾹 문 채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오만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두위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는 두위가 앞에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고 정중하게 도전의 말을 해올 때까지 그렇게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셈이었다.

 그런 다음 한 번 무섭게 노려보고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는 번개처럼 움직여 단번에 놈의 머리통을 바수어놓는다면 얼마나 멋지고 통쾌할 것인가. 사람들은 자신을 새롭게 볼 것이 분명했다.

 내심 그렇게 순서를 정하고 여전히 하늘로 향한 눈길을 움직이지 않는데 곁에 있던 수하가 놀란 외침을 터뜨렸다.

 “엇? 저놈이!”

 동시에 두 개의 북채를 휘둘러 격렬하게 북을 두드려 대는 듯한 소리가 갑자기 커다랗게 들려왔다.

 두두두두―

 “응?”

 바라본 유응백도 깜짝 놀라 외치며 벌떡 일어섰다. 두위가 말등에 착 달라붙은 채 맹렬하게 말을 몰아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에 보았을 때는 점창파의 장로와 무어라고 잡담을 나누며 태평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잠시 시선을 거둔 사이에 말배를 박차고 바로 코앞까지 쇄도해 들었다.

 두위의 그 갑작스러운 행동이 유응백을 당황하게 했다. 금방이라도 부딪칠 듯 코앞에 밀려와 있는 말의 떡 벌어진 가슴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죽일 놈!”

 아차 하는 사이에 기선을 빼앗겼다는 당혹감으로 이를 갈며 몸을 비끼는 순간 머리 위에서 흰 빛이 번쩍였다.

 씨이잉―!

 두위의 칼이었다. 말배를 두 발로 꽉 감싸 조인 채 미끄러져 떨어질 듯 몸을 옆으로 내려뜨리며 쳐낸 일격이 곧장 목덜미로 떨어졌다.

 순간 유응백의 가슴속을 서늘한 기운이 달려갔다. 이런 공격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앗!”

 그것을 본 사람들이 모두 놀람의 탄성을 내질렀다. 가까스로 두위의 칼을 피해낸 유응백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도격(刀擊)이 숨 돌릴 새도 없이 떨어졌다.

 달리는 말의 고삐를 채 재빨리 방향을 트는 기마술도 놀라웠지만, 마치 말과 한 몸이 된 듯 착 달라붙어서 자유롭게 칼을 휘두르고 내려치는 두위의 능숙한 마상술(馬上術)이 유응백을 더 놀라게 했다.

 말까지도 신이 나서 거칠게 울부짖으며 두 발을 번쩍 들고 유응백의 머리를 밟아 버릴 듯 위협적으로 부딪쳐 왔다.

 이처럼 상대를 방심하게 하고 의표를 찔러 오는 것은 상승의 수단이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유응백은 자신의 절기를 펼쳐 보일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유응백은 경황 중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입회인의 참관 아래 정식으로 겨루는 대결에서는 서로 자신을 소개하고 몇 마디 사기를 북돋우는 말싸움을 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가진 바 재간을 다 펼쳐서 치고 받았다.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그것도 말을 몰아서 짓밟아오는 방법은 누구라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외의 사태에 반천수는 물론, 입회인으로 따라온 화문걸 장로도 놀라 입을 딱 벌린 채 굳은 듯 멈추어 서 버리고 말았다.

 대체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아볼 정신도 없었다.

 “차핫―!”

 두위의 입에서 한소리 격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그의 칼이 좌우를 번갈아 가며 무섭게 떨어져 내리고 휩쓸어갔다.

 한 자루 청강보도(靑鋼寶刀)를 낭창거리는 채찍 휘두르듯 해대는 두위의 도법(刀法)이 눈부셨다.

 뒤의 초식이 앞의 초식을 밀어내듯 끊임없이 뒤따라 이어졌다. 마치 연환도세(連環刀勢)를 보는 것 같았다.

 유응백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경황 중에도 그는 우선 저놈의 말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상에서 칼을 휘두르는 자와 두 발로 이리저리 뛰며 싸우는 자와는 기세와 형세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다.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얍―!”

 유응백의 입에서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의 수염이 뻣뻣이 일어선 채 부르르 떨렸다.

 두 손을 내민 그가 두 발을 번쩍 들고 다시 머리통을 밟아오는 말의 발목을 힘껏 붙잡아 버린 것이다.

 내리 누르는 말의 무게를 팔 힘만으로 버티는 그의 용력(勇力)이 놀라웠다.

 “합!”

 다시 그의 입에서 짧고 격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이마에 힘줄이 툭툭 솟구쳐 오른 것이 온 힘을 다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두 손을 타고 뜨거운 내력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갔다. 말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구슬프게 울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유응백의 손에 붙잡힌 두 발은 요지부동이었다.

 몸부림치는 말의 진동마저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며 버티던 유응백이 다시 한 번 짧게 기합을 터뜨렸다.

 남은 힘마저 일시에 쏟아 넣은 것이다.

 쩌저적―!

 말의 넓은 가슴에서 뼈가 갈라지고 근육과 힘줄이 터지는 기이한 소리가 났다. 그리곤 이내 가죽이 터지며 더운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파아악―!

 비릿한 냄새가 허공에 가득 퍼졌다.

 뜨거운 피를 온통 뒤집어쓴 유응백이 뛰어 물러서는 것과 쓰러지는 말등을 박차고 뛰어오른 두위가 잿빛 하늘을 등 뒤에 두고 맹렬하게 칼을 쳐 내리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짜자자작―!

 머리 위에서 번개가 작렬하는 듯한 뇌전음(雷電音)이 튀었다. 칼보다 먼저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오는 경력(勁力)이 유응백을 꼼짝하지 못하도록 가두었다.

 주변의 공기들이 소용돌이치며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의 칼과 온몸에서 뇌전처럼 떨어져 내리는 기파(氣波)들이 유응백의 눈을 가렸다.

 ‘이게 뭔가!’

 그런 외침이 머리 속에 터질 듯 가득 차올랐다. 그리고 그는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아!”

 반천수가 경악의 외침을 터뜨렸다.

 “으음―!”

 화문걸도 이마를 찌푸린 채 외면하며 신음성을 흘렸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저처럼 끔찍한 광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두위의 칼은 유응백의 정수리를 단번에 쪼개 버리고도 그 힘이 남아 사타구니까지 대나무를 가르듯 곧장 갈라놓아 버렸던 것이다.

 두 쪽이 난 유응백의 몸이 쩍 벌어져 좌우로 넘어갔다.

 깨끗하게 잘려진 몸 안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워낙 갑작스럽고 빠른 칼질이었기에 피도 흐르지 않았다.

 단번에 온 힘을 쏟아내 버린 두위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입술을 악문 채 훌쩍 뛰어 물러섰다.

 그리고 비로소 유응백의 몸에서 뜨거운 선혈이 뿜어져 나와 허공을 붉게 물들였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미처 알아보기도 전에 끝나버린 눈앞의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싸움을 보던 자들 모두는 그 자리에 굳어 버린 듯 서서 입만을 딱 벌릴 뿐이었다.

 천하의 유응백이 자신의 절기를 채 펼쳐 보지도 못하고 두 쪽이 나버렸다는 것을 보고서도 믿을 수 없었다.

 “개자식, 내 말을 죽이다니.”

 발 아래 침을 내뱉은 두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한테 힘을 써야지 고작 애꿎은 말한테 힘을 써서야……. 원래 멍청한 놈이었잖아?”

 중얼거린 그가 다시 한 번 침을 내뱉고 재빨리 뛰어서 화문걸의 말안장에 훌쩍 올라앉았다.

 반천수는 아직도 얼떨떨한 얼굴로 멍하니 유응백의 주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넋이 나가 있는 그의 귓속에 두위의 외침이 쏟아져 들어왔다.

 “뭐 하고 있어? 도망가야지!”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 반천수의 눈에 이미 말을 몰아 억새풀 벌판 저만큼 달려가고 있는 두위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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