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1  2  >>
촌부
송진용
강호풍
도검
사열
피카대장
장준우
윤신현
임준후
서현
우숙
묘재
인기영
김남재
사이딘
건아성
인기영
약먹은인삼
마일드
유호
담화공
에드찬
사이딘
서경
서하
류지혁
약먹은인삼
서연
이길조
 1  2  >>
 
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풍운제일보 더보기

스낵북
https://www.snackbook.net/snac...
>
작품안내
http://storyya.com/bbs/board.p...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24 화
작성일 : 16-07-22 14:31     조회 : 768     추천 : 0     분량 : 753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가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고 다시 채찍을 휘둘러 찌르고 때리며 감아왔다. 윙윙거리는 파공성이 귀곡성(鬼哭聲)처럼 스산하게 퍼졌다.

 허공 가득 묵빛의 편영이 뒤덮여 마치 먹구름이 낀 듯했다. 더욱 짙어진 살기가 수십 가닥의 쇠뇌처럼 쇄도해 들었다.

 “앗!”

 놀란 사람들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에는 두위가 왕창령이 사납게 휘두르는 채찍의 그물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곧 머리통이 바수어질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대단하다!”

 반천수가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쳤다. 그에게도 왕창령의 채찍 쓰는 솜씨는 과연 무섭게 여겨졌다.

 그가 눈을 부릅뜨고 두위를 바라보았다. 더욱 붉어진 두위의 얼굴에 시선을 맞춘 순간이었다.

 피잇―!

 두위가 움직였다. 줄에 묶여 잡아당겨진 듯 갑작스럽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채찍의 그물 속으로 무모하게 부딪쳐 들어간 그가 왼손을 불쑥 내밀었다. 그의 손 또한 불을 움켜쥔 듯 붉어져 있었다.

 그것이 겁도 없이 채찍 끝을 움켜쥐는 게 보였다.

 “어?”

 왕창령의 입에서 처음으로 당황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두위의 손에 붙잡히고 만 채찍을 타고 한 가닥 불 같은 뜨거움이 순식간에 밀려들어 와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것이다.

 그것이 천마신공(天魔神功)의 무지막지한 내력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왕창령은 자신이 잠깐 착각을 했다고 믿었다.

 그가 채찍을 흔들어 두위의 손아귀를 찢어 놓으려고 하는데 문득 팔이 허전해졌다.

 그의 눈에 단단히 채찍을 움켜쥐고 있는 자신의 팔이 보였다. 그것이 허공에 걸려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쉬익―!

 팔꿈치를 잃은 자신의 오른팔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왕창령의 귓가에 가벼운 쇳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서걱! 하고 뼈가 잘리는 소리도 들린 듯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왕창령의 머리가 팔꿈치를 쫓기라도 하듯 허공을 날았다.

 어깨 위가 텅 비어버린 그는 아직도 두 발로 굳게 땅을 디딘 채 버티고 서 있었다.

 파아―!

 반천수의 나머지 세 번째 손가락이 접혔을 때 비로소 분수처럼 피가 솟구쳐 나와 하늘을 가렸다.

 흔들거리던 왕창령의 몸이 천천히 기울더니 통나무처럼 떨어져 먼지를 피워 올렸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서였다.

 두위는 훌쩍 뛰어 물러나 있었다. 피 한 방울도 묻지 않은 채 번쩍이는 칼을 한 번 돌려 갈무리하는 그의 손길이 태연하기만 했다.

 누구도 숨조차 제대로 내쉬는 자가 없었다. 그 무겁고 단단한 정적을 뒤로하고 두위가 성큼성큼 걸어 사라져 갔다.

 

 ***

 

 무거운 침묵이 대전 안을 가득 메웠다. 음습한 어둠을 타고 향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검은 조복(弔服)을 입은 자들이 대전 가득 들어차 있었지만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세 번을 셀 동안이었단 말이지?”

 무겁게 가라앉은 음성이 웅웅거리며 울렸다.

 정면에 마련된 제단 위에 관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앞에 서 있는 대한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제단 한쪽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던 네 명의 장한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두 번 칼을 휘둘렀을 뿐이란 말이지?”

 대한이 천천히 돌아보며 다시 확인했다. 유응백이었다.

 “그렇습니다.”

 장한이 두려움이 완연한 얼굴로 말했다. 어깨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음…….”

 깊은 탄성이 적막 속을 떠돌았다.

 유응백은 다시 한 번 관 속의 주검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생사편 왕창령은 귀주에서부터 데리고 온 자신의 심복 중 한 명이자 오십 인의 천웅대를 이끄는 세 명의 두령 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귀주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고수로 기억되고 있었다.

 유응백은 왕창령이 가볍게 그 건방진 놈을 부수어 버리고 사태를 조용하게 마무리짓고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팔과 목이 잘린 주검으로 돌아와 지금 그의 철편과 함께 관 속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그것도 놈이 휘두른 단 두 번의 칼을 당하지 못해서였다.

 유응백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한다면 스스로의 초라해짐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천웅대는 감추어두고 있는 자신만의 힘이었다.

 군웅성에 들어가서도 그 힘에 의지하여 기반을 다지고 입지를 확고하게 할 속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고수로 꼽히던 왕창령의 맥없는 죽음은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고 과대 망상이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하찮은 낭객 놈이 감히…….’

 유응백의 눈에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더 이상 참는다면 자존심에 너무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청의검대를 이끌고 와 있는 호문량도 놀라고 있었다.

 왕창령이 수하 네 명과 함께 산을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곧 육오(陸五)를 내보내 뒤따르게 했는데, 그 육오가 가지고 온 소식이 그를 경악하게 했다.

 “정말 두 번의 칼질에 그쳤단 말이지?”

 “그렇소. 하지만 그자가 마음먹었다면 한 번이면 족했을 것이외다.”

 “음, 믿을 수 없군. 대체 어떤 자이기에 그 정도로 강했단 말이냐. 이건 무언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호문량이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왕창령을 단번에 베어버릴 정도로 강한 자라면 벌써 강호에 그 이름이 알려져 있어야 옳았다.

 굳이 그 이유가 그자가 사람들의 이목이 닿지 않는 음지에서 낭객으로 떠돌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역시 의문은 남았다.

 ‘그렇게 강한 자라면 어찌 하찮은 낭객의 처지에 스스로 만족하며 살았겠는가?’

 그런 의문이 호문량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

 

 “드디어 유응백이 직접 나설 모양입니다.”

 하도욱이 공손한 모습으로 말했다. 진사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놈이 정말 일을 벌이고 마는구나.”

 두위를 두고 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하도욱은 그것이 못마땅했다. 귀역에 대한 그의 감정은 좋지 못했다.

 그곳에서 반천수의 조롱을 받던 일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귀역에 몸담고 있는 두위라는 자에 대한 감정도 그래서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이 모시고 있는 하늘같은 존재 진사후는 두위에 대해서 지나칠 만큼 예민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게다가 유응백이 그자의 칼에 죽을 것처럼 말하는 데에는 그만 불끈 오기가 솟구치고 말았다.

 “속하의 생각에는 그자가 잠자고 있는 범의 꼬리를 밟았다고 여겨집니다만…….”

 진사후의 눈길을 받고서야 하도욱은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감히 진사후 앞에서 묻지도 않은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이다. 그것도 말대꾸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도욱은 자신의 뻣뻣한 성격에 대해 혀를 깨물며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감히 죄를 청합니다.”

 그가 넘어지듯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잠자코 그를 내려다보던 진사후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말에도 일리가 있지. 제발 그렇게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 말할 게 없다는 듯 뒷짐을 지고 돌아서서 창밖의 뜰을 바라보는 진사후의 등이 무거워 보였다. 하도욱은 문득 그가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

 

 “나는 늘 궁금하게 여기던 게 한 가지 있다.”

 흐린 불빛 아래에서 칼을 닦고 있는 두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반천수가 불쑥 꺼낸 말이었다.

 입에 화선지를 문 채 기름 수건으로 칼 몸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던 두위가 손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뭘?”

 “과연 네놈의 실력이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하는 거지.”

 “가짜도 있냐?”

 “의뭉스런 놈.”

 반천수가 눈을 흘겼다. 불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그 얼굴이 요염하다고 해야 할 만큼 고왔다.

 ‘사악한 놈이다.’

 두위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사내이면서 저런 얼굴과 표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랬다.

 “왕창령을 벨 때의 그 칼질은 여태까지 내가 보지 못한 거였다.”

 “소를 잡을 때와 닭의 목을 칠 때의 칼은 다른 게 당연하다. 너 같으면 시답잖은 놈을 베던 수법으로 왕창령을 상대했겠냐? 또, 왕창령을 상대하던 수법으로 시답잖은 놈을 치겠냐?”

 “그러면 유응백을 상대할 때는 또 다른 칼 솜씨를 보여주겠군?”

 “기대해도 좋아.”

 “대체 네가 감추고 있는 게 어디까지냐?”

 두위가 칼을 내려놓고 조용한 얼굴로 반천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진지해져 있었다.

 “그러는 너는? 나도 아직 너의 진정한 솜씨를 구경해 보지 못했다.”

 “그만두자, 그만둬.”

 할 말이 없어지고 만 반천수가 홰홰 손사래를 치고 침상 위에 벌렁 누워버렸다.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다.’

 두위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가 알고 있는 반천수의 솜씨는 만금루에 모여 있는 낭객의 무리들 중 단연 최고라고 할만했다.

 하지만 두위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모두 내보였다고는 믿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반천수에게는 있었다.

 문득문득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운이 그걸 짐작하게 해주었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렇게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 반천수는 자신의 동지이자 동행자였다.

 그가 평생을 그렇게 함께 하며 의지하고 도와줄 것인지, 아니면 등을 돌리고 돌아서서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그때의 일이다.

 지금 미리 짐작하고 고민한다는 게 어리석은 짓인 것이다.

 

 두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은 이제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호기심과 장난기로 가득했던 것이 지금은 두려움과 동경의 그것으로 바뀌어졌다.

 “부디 보중하십시오, 대협.”

 주루의 주인이 공손하게 절하며 말했다. 두위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길에 흠모의 빛이 가득했다.

 주루 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사람들의 눈빛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두위는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가 반천수를 돌아보고 웃어 보였다.

 “과연 유응백, 그놈이 이곳에서 온갖 포악을 다 떨었나 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하나같이 통쾌해 하는 거지.”

 “우쭐대지 마라. 그러다가 유응백의 손에 머리통이 깨지면 더 큰 망신이다.”

 “썩을 놈, 아예 고사를 지내라.”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지만 두위의 마음도 실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그것을 잊기 위해 애써 가볍게 말하고 웃으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유응백은 광산의 감독관으로 와 있는 동안 광부들의 절대자로 군림하면서 노예처럼 그들을 부렸다.

 대리에 살고 있는 남자들은 누구나 한번쯤 귀문산의 옥광산에서 일을 해보았거나, 아니면 그곳에서 일하고 온 사람들과 친분을 맺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광산 안에서 유응백이 얼마나 지독하고 모질게 굴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쥐꼬리만한 급료를 미끼로 온갖 위세와 포악을 다 떨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운남 제일의 고수로 확고히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그 위에 군웅성이라는 어마어마한 집단의 후광을 입고 있는 데에는 더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유응백이었으니, 그가 어쩌다 한 번씩 산을 내려와 대리의 저자거리에 나섰을 때 보였을 오만과 위세는 짐작이 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고 있다는 것이 증거였다. 그런 유응백에게 과감하게 도전을 하고 있는 두위는 이제 그들에게 더 이상 외지에서 온 낯선 청년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원망을 대신해서 풀어줄 대협이었던 것이다.

 문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명의 순검(巡檢)이 따라붙었다. 두위를 감시하기 위해 아문(衙門)에서 나온 자들이었다.

 왕창령을 죽인 뒤 두위는 바로 관에 자수했다. 형률(刑律)을 담당하는 판관(判官) 양정립(楊井立)은 골치가 아팠다.

 증인으로 따라온 자가 무려 삼십여 명에 달했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정당한 결투였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두위는 명백히 살인죄를 지은 자였으나 강호의 관행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양정립은 결국 두위에게 사흘 안으로 대리를 떠날 것을 명하고, 그때까지 두 사람의 관원(官員)을 감시자로 붙이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두위가 꼬리를 달 듯 그들 두 명의 관원을 뒤에 붙이고 어슬렁거리며 숭성사 앞에 이르자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어제의 소문을 듣고 앞다투어 모여들었으므로 마치 대리의 사람이란 사람은 다 모인 듯 굉장한 인파가 숭성사 앞 넓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맞잡은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고 연신 흔들며 자신의 자리로 온 두위가 어제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주저앉았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열기가 주변의 공기마저 후끈하게 달구었다.

 반천수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 속에 섞여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무림인으로 여겨지는 자들이 더러 보였다.

 하나같이 무거운 안색을 하고 두위를 뚫어질 듯 바라보는 것이어서 반천수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해야 했다.

 그러나 두위의 얼굴은 여전히 태평스럽기만 했다.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관원을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후견인으로 여기는 듯했다.

 드디어 한 사람이 무리들을 헤치고 두위에게 다가왔다.

 “유 대협께서 너의 도전을 받아들이시겠단다. 그러니 이제 저 깃발들을 치우고 나와 함께 가자.”

 “너도 유응백은 아닌 게로군. 그러면 쓸데없으니 꺼져 버려.”

 두위의 심드렁한 대꾸에 씩씩거리며 한동안 노려보던 자가 품속에서 서찰 한 장을 꺼내 건넸다.

 받아서 읽어본 두위가 말없이 그것을 찢어버렸다. 장한의 얼굴이 분노로 새파랗게 질려갔다.

 “좋아. 해질 무렵이면 분위기도 딱 좋지. 하지만 장소는 내가 정하겠어. 천화평(千華平)에서 하겠다고 전해. 그리고 입회인은 내가 데려간다.”

 천화평은 귀문산 아래에 펼쳐진 넓은 벌판이었다.

 억새가 우거진 황량한 벌판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갈 때, 칼을 들고 마주 서서 한판 생사를 결하는 싸움을 하는 것은 꽤 운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속에 섞여서 두위를 노려보던 자들이 썰물이 빠지듯 사라졌다. 반천수가 두위의 손을 이끌고 황급히 사람들 속을 빠져나갔다.

 “미쳤냐? 정말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왜?”

 “하필이면 천화평이냐? 아예 귀문산 목책 안으로 찾아간다고 하지 그랬어?”

 유응백의 근거지에서 싸움을 하겠다고 한 것을 탓하는 말이었다. 적은 많고 이쪽은 혼자인데 당연히 이쪽에 유리한 곳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올바른 수단이었다.

 그런데 두위는 그것을 버리고 스스로 호랑이 굴속에 기어 들어가겠다고 했던 것이다.

 두위가 걱정하는 반천수의 어깨를 투덕거렸다.

 “걱정도 타고난 팔자인 모양이다. 가서 말이나 끌고 와. 갈 데가 있다.”

 “달아나려고?”

 “미친놈.”

 

 ***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점창파의 장문인인 사후명의 얼굴에 잔뜩 그늘이 졌다.

 그를 마주 대하고 있는 수석 장로 화문걸(華文傑)의 얼굴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놈이 설마 이곳에까지 찾아와 그처럼 엉뚱한 요구를 해올 줄이야…….”

 지금 수은당(水銀堂) 앞뜰에는 두위와 반천수가 말고삐를 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입회인이 되어주기를 원하오.”

 무석문(武晳門)을 들어서자마자 장문인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대뜸 외친 말이었다.

 두위의 그 일갈(一喝)에 점창파가 발칵 뒤집혔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문도들이 모여들어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위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허! 참으로 알 수 없는 놈이로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진사후도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처럼 엉뚱하고 막무가내인 자가 다루기 가장 까다로운 법이다. 대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탓이다.

 “묘한 놈이다.”

 진사후가 다시 중얼거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22 634 0 7648   
24 제 24 화 2016 / 7 / 22 769 0 7538   
23 제 23 화 2016 / 7 / 22 639 0 7748   
22 제 22 화 2016 / 7 / 22 643 0 7719   
21 제 21 화 2016 / 7 / 22 614 0 7614   
20 제 20 화 2016 / 7 / 22 607 0 7454   
19 제 19 화 2016 / 7 / 22 594 0 7858   
18 제 18 화 2016 / 7 / 22 644 0 7683   
17 제 17 화 2016 / 7 / 22 595 0 6588   
16 제 16 화 2016 / 7 / 22 594 0 8149   
15 제 15 화 2016 / 7 / 22 676 0 7772   
14 제 14 화 2016 / 7 / 22 605 0 7814   
13 제 13 화 2016 / 7 / 22 670 0 7359   
12 제 12 화 2016 / 7 / 22 743 0 8463   
11 제 11 화 2016 / 7 / 22 620 0 7264   
10 제 10 화 2016 / 7 / 21 618 0 7506   
9 제 9 화 2016 / 7 / 21 609 0 8097   
8 제 8 화 2016 / 7 / 21 630 0 7808   
7 제 7 화 2016 / 7 / 21 628 0 7761   
6 제 6 화 2016 / 7 / 21 616 0 7378   
5 제 5 화 2016 / 7 / 21 683 0 8027   
4 제 4 화 2016 / 7 / 21 644 0 7593   
3 제 3 화 2016 / 7 / 21 678 0 8223   
2 제 2 화 2016 / 7 / 21 673 0 7749   
1 제 1 화 (1) 2016 / 7 / 21 1075 1 713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무명계
송진용
몽유강호기
송진용
몽검마도
송진용
풍운검협전
송진용
화산검가
송진용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