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1  2  >>
촌부
송진용
강호풍
도검
사열
피카대장
장준우
윤신현
임준후
서현
우숙
묘재
인기영
김남재
사이딘
건아성
인기영
약먹은인삼
마일드
유호
담화공
에드찬
사이딘
서경
서하
류지혁
약먹은인삼
서연
이길조
 1  2  >>
 
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풍운제일보 더보기

스낵북
https://www.snackbook.net/snac...
>
작품안내
http://storyya.com/bbs/board.p...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23 화
작성일 : 16-07-22 14:31     조회 : 638     추천 : 0     분량 : 774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로운 깃발 하나가 더 생겼다는 것에 사람들은 더욱 좋아했다. 무언가 통쾌한 활극이 금방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기대감으로 그들은 잠시도 두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다음날 두위는 다시 한 개의 깃발을 더 만들었다. 거기에는 <유응백은 바지 입은 아녀자인가?> 라는 어처구니없는 글귀가 적혀 펄럭이고 있었다.

 넷째 날,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그들에게 유응백은 더 이상 무서운 고수도 아니었고, 감히 넘볼 수 없는 운남의 절대자도 아니었다.

 나흘에 걸쳐 계속된 두위의 시위로 인해 그는 어느새 일개 평범한 무부(武夫)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넷째 날도 아무런 변화 없이 지나갔다.

 오히려 곁에서 지켜보는 반천수가 초조해할 뿐, 두위는 태연하기만 했다. 변화는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

 

 “두위라고?”

 검신(劍神) 진사후(陣獅侯)가 눈살을 찌푸린 채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자의 깃발에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다고 합니다.”

 백의검대(白衣劍隊)를 이끌고 진사후를 호위해 온 하도욱(河道昱)이 공손히 두 손을 모은 채 대답했다.

 “허, 그놈이 드디어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진사후의 눈살이 더욱 찌푸려졌다. 그는 어쩌면 이 엉뚱한 일이 귀역에 숨어 있는 풍해산(馮海山)의 수작일지도 모른다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곧 자신의 그런 생각을 스스로 부정했다.

 ‘풍가가 그렇게 어리석을 리가 없지.’

 제 스스로 만천하에 존재를 드러낼 만큼 어리석은 풍해산이 아니었고, 그런 일을 벌이기에는 그는 너무 늙고 무기력해져 있었다.

 진사후는 이처럼 엉뚱한 일을 벌이고 있는 두위의 속셈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귀역에서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주의해야 할 자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가 이 먼 곳까지 와서 굳이 유응백에게 도전을 하고 있다는 데에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유응백은 어찌 하고 있다더냐?”

 진사후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말했다. 골치가 다 아픈 모양이었다.

 “호문량의 보고에 의하면 길길이 날뛰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체면 때문에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고하고 있는 하도욱의 표정 한 구석에 은근히 궁금해하는 기색이 있었다. 그 또한 두위의 행위와 유응백의 대응에 자못 호기심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진사후가 넌지시 물어보자 하도욱의 표정이 한결 생생해졌다. 그가 눈빛을 번쩍이며 호기롭게 말했다.

 “도전을 피한다는 것은 삼 척 장검 한 자루에 의지하여 강호에 몸담고 있는 자로서 취할 바가 못 됩니다. 사람들로부터 겁쟁이라는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큼 나서서 단번에 꺾어놓겠습니다.”

 “만일 진다면?”

 “…….”

 그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던 하도욱이 한참 만에야 억지로 말하듯 입을 열었다.

 “속하가 아무리 무능하기로서니 설마 근본도 없는 낭객 하나를…… 하오나 이기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죽더라도 할 말이 없겠지요.”

 “유응백은 네가 아니다.”

 진사후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걸렸다. 유응백이 운남 지방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고수라지만 하도욱은 그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두워져 있던 하도욱의 얼굴이 비로소 밝아졌다.

 강호에서는 비무(比武)가 자유롭게 이루어졌고, 무명의 검객이 이름 있는 자에게 도전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했다.

 서로 합의하고 입회인의 참관 아래 정당하게 겨룬다면 죽거나 심하게 다쳐도 그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하수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상수에게 도전했고, 상수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상대해 주었다.

 그런 대결에서 더러는 하수가 뜻밖에도 상수를 꺾고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게는 상수의 손에 의해 죽거나 심하게 다치기 마련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도전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명예 얻기를 목숨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강호인의 생리 탓이었다.

 군웅성으로서도 그런 대결마저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만일 유응백이 패한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진사후가 우려 섞인 음성으로 한탄하듯 말했다. 하도욱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설마 유응백이 그깟 귀역의 낭객 하나를 감당치 못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물끄러미 하도욱을 바라보던 진사후가 손을 내저었다.

 “너는 모른다. 그만 물러가라. 유응백의 동정에 더 세심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소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곧 나에게 알려라.”

 “존명!”

 하도욱의 깊이 허리를 꺾어 예를 취하고 조심스럽게 나가자, 탁자를 짚고 일어선 진사후가 뒷짐을 진 채 초조한 얼굴로 방 안을 맴돌기 시작했다.

 점창파에서 귀빈을 위해 마련한 숙소인 청운각(靑雲閣) 안이었다.

 

 ***

 

 “이건 의외의 일이잖소?”

 점창파의 장문인인 비천검객(飛天劍客) 사후명(史厚明)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자는 다섯 장로 중 수좌인 목염자(木炎子) 화문걸(華文傑)이었다. 칠십 줄에 든 노인이었지만 안색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고 동안(童顔)이었다. 그가 탐스럽게 늘어져 있는 수염을 쓸고 나서 역시 속삭이듯 대답했다.

 “둘째가 추진한 일이외다. 평소에도 실수라고는 없는 사람이니 이번 일 또한 빈틈이 없을 것이오. 맡겨두고 돌아가는 양을 지켜보기나 합시다.”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는 점창파 내에서도 장문인과 제일, 제이장로 세 사람뿐이었다.

 귀역으로 유응백의 목을 의뢰하러 떠났던 제이장로 유운검객(流雲劍客) 설송중(薛松仲)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두위라는 자가 먼저 도착해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살수면 살수답게 은밀하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지 저처럼 요란을 떤다는 것이 불안하기만 했다.

 “저러다가 이 일의 내막이 혹시라도 외부에 알려진다면…….”

 사후명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진사후가 눈치를 채는 일이었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점창파로서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꼴이 되고 만다.

 지금 두위라는 자가 요란 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 그래서 더욱 불안했다.

 “살수의 본분 중 하나가 죽더라도 의뢰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외다. 그자가 기왕에 살수로 나섰다면 믿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지 않겠소?”

 “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에 와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그저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문인 사후명이 깊은 한숨을 불어내고 식어버린 찻잔을 들었다.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기도 했다.

 검신 진사후가 백의검대를 이끌고 달려와 좀체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일이 성사되면 혼란이 올 테니 그때 재빨리 귀문산을 장악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외다. 진사후가 와 있다고는 하나 그는 소수이니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오. 그가 나서기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지어 버린다면 그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외다.”

 지금으로서는 화문걸의 말에 모든 걸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사후명이 다시 한숨을 내쉬고 시선을 돌렸다.

 

 닷샛째 되는 날에는 조그만 변화가 생겼다. 수많은 구경꾼들의 무리 속에 무림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더러 눈에 띄었던 것이다.

 반천수는 더욱 긴장했다. 군중들 속에 몸을 숨긴 채 두위를 노려보는 그들의 눈길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은 엿새가 되는 날 터졌다.

 “치워라.”

 무리들을 헤치고 성큼성큼 다가온 자가 매섭게 눈을 치뜨고 두위를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

 그러나 두위는 겨우 눈을 뜨더니 두어 번 끔벅이며 그자를 한 번 올려다보고는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

 어느 집 개가 짖느냐는 듯 태연하기만 했다.

 “못 들었느냐? 치워라.”

 사내가 다시 한 걸음 나서며 이제는 조금 높아진 음성으로 말했다. 말속에 짜증과 함께 은은한 노여움까지 담겨 있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반천수가 슬그머니 앞으로 나섰다. 사내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려고 하였으나 그럴 수 없었다.

 사내의 주위에 네 명의 장정들이 둘러서 있었기 때문이다. 반천수는 그들 또한 무림인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응백인가?”

 마지못한 듯 눈을 뜬 두위가 멀뚱하게 올려다보며 물었다. 사내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네놈 따위가 함부로 입에 올릴 이름이 아니다.”

 “아닌 모양이군.”

 심드렁하게 말한 두위가 그렇다면 관심이 없다는 듯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아버렸다.

 사내의 얼굴에 이제는 숨길 수 없는 노여움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좋다. 누구든 도전을 하고 비무를 청할 수 있는 게 강호의 관행이니 이해해 주지. 하지만 이런 처사는 지나치다. 네가 정말 원한다면 나와 함께 귀문산으로 가자. 그곳에서 유 대협에게 정식으로 도전해라.”

 사내가 애써 감정을 다스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두위는 이제 눈을 떠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입술만 달싹여 대꾸했다.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나는 이곳이 더 좋아.”

 사내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었다. 이제는 누구든 그의 살기를 느낄 정도가 되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챈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자연스럽게 두위 앞에는 사내와 그를 따라온 네 명의 장정들만 남겨지게 되었다.

 한 번 주위를 둘러본 사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입가에 얇은 웃음을 매달았다.

 “네가 정 고집을 부리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나를 꺾어라. 그러면 네가 과연 유 대협에게 도전할 만한 자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거다.”

 두위가 비로소 눈을 뜨고 사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이름도 없는 자와는 상대하지 않아.”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가 경멸의 시선으로 두위를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말했다.

 “잘 들어둬라. 나는 귀주의 생사편(生死鞭) 왕창령(王彰嶺)이라고 한다. 유 대협을 보필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

 사내는 자신의 이름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사실 귀주에서는 그의 이름 석 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대단한 자였다. 한 자루 철편(鐵鞭)으로 귀주의 십대고수에 올랐고, 강남 무림에서도 쟁쟁한 명성을 자랑하는 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두위는 그런 것을 알지 못했다. 강호의 정세에 대해서는 그동안 신경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하에 흩어져 있는 그 많은 고수들을 일일이 기억한다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

 두위의 관심은 오직 사내의 마지막 말에 있었다. 그가 스스로 유응백의 수하라고 했으니 자신의 이 엉뚱한 계획이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여겼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두위가 그런 속마음을 감춘 채 애써 심드렁한 표정을 더 짙게 하며 빈정거리듯 물었다.

 “정말 내가 너를 이기면 유응백이 싸우러 오는 거냐?”

 “미친놈이 분명하군.”

 어이없다는 듯 실소한 사내가 턱을 치켜들었다. 그는 눈앞의 두위가 가소롭게만 보일 뿐이었다.

 아직 강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하찮은 낭객 따위와 이렇게 맞대면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치욕스럽게 여기는 그였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천지가 개벽해서 네놈이 정말 나의 철편을 이긴다면 내가 가서 직접 유 대협을 모셔 오기라도 하겠다.”

 “그래? 믿을 수 있을까?”

 두위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아직도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무리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싸워라, 싸워. 화끈하게 해버려!”

 “깃발만 내걸고 사기친 게 아니라는 걸 보여봐!”

 “벌써 엿새를 기다렸다. 뭔가 통쾌한 걸 보여 줘야지!”

 둘러선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재촉했다. 왕창령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를 한 번 바라본 두위가 사람들의 성화에 떠밀려 마지못해 일어선다는 듯 칼을 쥐고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그가 맞잡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절레절레 흔들어서 고마움을 표시하자 사람들이 다시 와! 하고 함성을 질러댔다.

 “한꺼번에 덤빌 건가?”

 손을 흔들어 사람들의 함성을 가라앉힌 두위가 한차례 네 명의 장한들을 둘러보고 나서 왕창령을 마주 보며 의젓하게 말했다. 왕창령은 이제 미칠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의 코에서 더운 숨이 씩씩 뿜어져 나왔다.

 “걱정할 필요 없어. 내 한 팔로도 충분하니까.”

 그가 어금니를 악물고 스산하게 말했다. 두위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래? 뭐 상관없지만 혼자서 해보겠다면 그것도 좋아. 그런데 뒤탈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정당한 대결임을 입증해 줄 입회인이 있어야 할 텐데…….”

 말꼬리를 흐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들이 너도 나도 손을 들며 외쳐댔다.

 “내가 한다!”

 “좋아. 내가 증인이 되어주겠다!”

 두위가 다시 사람들을 향해 두 손을 맞잡고 흔들어댔다.

 “감사하오, 감사해. 부디 이 싸움의 증인이 되어서 훗날 유응백이 트집을 잡으면 오늘 일을 말해 주시오!”

 끝까지 유응백을 걸고 넘어지는 두위의 말에 왕창령의 분노는 이제 터질 지경이 되었다.

 “죽일 놈.”

 이를 간 그가 손을 내밀자 뒤에 서 있던 자가 재빨리 등에 지고 있던 함에서 묵빛이 번들거리는 철편을 꺼내 공손하게 건넸다.

 두위는 그자의 태도에서 왕창령이 유응백의 수하들 중에서도 제법 거들먹거리는 자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렇다면 일은 더욱 잘 된 것이다.

 철편을 건네 받은 왕창령이 그것을 풀었다. 길이가 무려 일장 여에 달하는 것이 흉맹스럽기 짝이 없어 보였다.

 저렇게 긴 철편을 자유자재로 휘두른다면 과연 그것을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왕창령이 시위하듯 그것을 허공에 한 번 휘두르자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날카롭게 일었다.

 짝―!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위의 발 아래 마른 땅바닥이 깊게 패이며 쩍 갈라졌다. 흙먼지가 풀썩 피어올라 자욱히 퍼졌다.

 한 대만 제대로 맞으면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고 말 것이다.

 이만하면 충분히 겁을 먹었으리라고 여기던 왕창령이 음, 하고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두위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빙글빙글 웃고 있었던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네놈이 바로 그 짝이구나. 좋다. 내가 오늘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통쾌하게 피 맛을 보고 말 테다.”

 “이봐, 이번에는 얼마까지 셀 거지?”

 왕창령이 이를 갈며 말했지만 두위는 다른 곳에 눈길을 준 채 엉뚱한 말을 했다.

 사람들 속에 섞여 있던 반천수가 아무 말 없이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였다.

 “다섯? 너무 지루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야 뭐 상관없긴 해. 그러지 말고 셋으로 해라. 후딱 끝내고 오늘은 그만 자리를 걷자.”

 두위의 속셈을 모르는 왕창령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그가 ‘죽일 놈!’ 하고 외치며 힘껏 채찍을 휘둘러 두위의 목을 후려쳐 왔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허공에 가득했고, 살기로 충만한 편영(鞭影)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 속에서 부서질듯 이를 가는 소리와 낮은 기합성이 우레 소리처럼 은은히 섞여 들려왔다.

 두위의 눈빛이 처음으로 신중해졌다. 그는 온 힘을 기울여 단번에 끝장을 보리라고 작정하고 있었다. 얼굴이 붉은 기운을 띠고 무거워졌다. 순간적인 일이었다.

 “합!”

 두위의 입에서 우렁찬 기합 소리가 터져 나왔다.

 쨍―!

 날카로운 쇳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찔렀다. 누구도 언제 두위가 칼을 뽑아 후려쳤는지 제대로 본 사람이 없었다.

 채찍이 목에 감겼다고 여긴 순간 흰 빛이 번쩍 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높이 치켜든 반천수의 손가락 세 개 중 한 개가 접히고 있었다.

 “흥!”

 자신의 공격을 받아냈다는 것이 의외였을 뿐, 분노로 이성을 잃은 왕창령은 그 한 번의 칼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22 634 0 7648   
24 제 24 화 2016 / 7 / 22 768 0 7538   
23 제 23 화 2016 / 7 / 22 639 0 7748   
22 제 22 화 2016 / 7 / 22 642 0 7719   
21 제 21 화 2016 / 7 / 22 613 0 7614   
20 제 20 화 2016 / 7 / 22 606 0 7454   
19 제 19 화 2016 / 7 / 22 593 0 7858   
18 제 18 화 2016 / 7 / 22 643 0 7683   
17 제 17 화 2016 / 7 / 22 594 0 6588   
16 제 16 화 2016 / 7 / 22 592 0 8149   
15 제 15 화 2016 / 7 / 22 676 0 7772   
14 제 14 화 2016 / 7 / 22 605 0 7814   
13 제 13 화 2016 / 7 / 22 669 0 7359   
12 제 12 화 2016 / 7 / 22 742 0 8463   
11 제 11 화 2016 / 7 / 22 619 0 7264   
10 제 10 화 2016 / 7 / 21 617 0 7506   
9 제 9 화 2016 / 7 / 21 609 0 8097   
8 제 8 화 2016 / 7 / 21 630 0 7808   
7 제 7 화 2016 / 7 / 21 627 0 7761   
6 제 6 화 2016 / 7 / 21 615 0 7378   
5 제 5 화 2016 / 7 / 21 682 0 8027   
4 제 4 화 2016 / 7 / 21 644 0 7593   
3 제 3 화 2016 / 7 / 21 677 0 8223   
2 제 2 화 2016 / 7 / 21 673 0 7749   
1 제 1 화 (1) 2016 / 7 / 21 1074 1 713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무명계
송진용
몽유강호기
송진용
몽검마도
송진용
풍운검협전
송진용
화산검가
송진용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