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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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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22 화
작성일 : 16-07-22 14:31     조회 : 642     추천 : 0     분량 : 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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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을 놈.”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함께 이곳까지 오는 동안 반천수는 하루 밤도 편히 자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일부터는 정말 내 돈을 내더라도 방을 두 개 얻어 따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위는 한사코 한 방을 고집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황금 열 관에 달하는 묘안석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몇 년은 흥청망청 놀고 먹어도 될 만큼 부자였다. 하지만 먹고 자는 일에 돈을 펑펑 써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대는 데에는 기가 막힐 뿐이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한 두위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찍어냈다.

 “너는 너무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쓴다. 그러다가는 제 명대로 살지 못해.”

 “흥!”

 반천수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두위가 얼마나 예민하고 꼼꼼한 자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처럼 무기력하게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자잘하고 귀찮은 것들을 다 자기에게 미루어 버렸기 때문이리라. 그러자 그처럼 마음 편하게 먹고 자는 두위가 얄미워졌다.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냐?”

 “뭘?”

 “스스로 함정인 줄 알면서 걸어 들어갈 거냔 말이다.”

 두위의 능청에 반천수가 짜증스럽게 다그쳤다.

 “어쨌든 점창산까지는 가야 하지 않겠어? 가서 살펴보고 정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면 그 늙은이를 만나 보석을 되돌려 주기라도 해야겠지.”

 “징그러운 놈.”

 “날이 밝는 대로 말을 두 필 사자. 그러면 앞으로 열흘이면 넉넉히 갈 수 있을 거다.”

 이제는 반천수가 두위의 속셈을 알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기껏 보석을 돌려주자고 그 멀고 험한 길을 애써 가자는 말은 처음부터 믿을 게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저 음흉스런 놈의 속셈은 따로 있을 것이다. 반천수는 그게 궁금했다.

 다음날. 두위는 주루의 주인에게 부탁해 마을에서 가장 좋은 말 두 필을 사들였다.

 은자 열 냥씩을 지불했으니 보통 비싸게 산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급해서 찾는 것이라면 무엇을 사든 그만한 손해는 감수해야 했다.

 “이놈아, 비싼 말이다. 좀 조심해서 다뤄.”

 반천수는 뒤꿈치로 말의 배를 찰 때마다 두위의 그런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말들은 그런대로 건장해서 말썽없이 잘 달려주었다. 다시 몇 개의 산을 넘고 강을 건널 때까지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뒤를 쫓는 자도 없었고, 앞을 가로막는 자도 없었다. 이렇게 순조롭게 나아간다면 이틀 뒤에는 곤명(昆明)에 이를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일찍 나서면 다시 이틀 뒤 해질 무렵에는 점창산이 보이는 대리(大理)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뭣이? 장적과 태보가 죽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사내의 두 볼이 분노와 놀람으로 푸들푸들 떨렸다.

 “이, 이런 죽일…….”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던 그가 힘껏 내려쳤다.

 꽝―!

 단단한 자단목(紫檀木)의 책상이 네 조각으로 부수어져 무너졌다. 그 너머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자의 어깨가 두려움으로 흔들렸다.

 “그래서, 네놈 혼자서 자랑스럽게 살아 돌아왔단 말이지?”

 “저는, 저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사내가 겨우 얼굴을 들고 바라보았다. 반천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자였다.

 사내를 노려보는 낙성추혼 유응백의 눈에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두위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두 명의 남방인은 유응백의 친위 무사들 중 제법 뛰어난 자들이었다.

 유응백은 귀문산(鬼門山)으로 부임해 온 후 귀주(貴州)에서부터 데려온 자신의 심복 무사들과 운남에서 가려 뽑은 고수들로 사병 조직을 만들어 운용했다.

 귀문산 옥 광산을 지키는 수비대와는 별도로 그들은 유응백의 각별한 아낌을 받는 고수들이었다.

 천웅대(天雄隊)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은 모두 오십 명에 달했는데, 하나같이 고수 아닌 자들이 없었다.

 유응백은 내심 그들을 내세워 군웅성에 자신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속셈을 품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이 군웅성에서부터 직접 파견되어 와 있는 열 명의 청의검대(靑衣劍隊)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유응백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었다.

 청의검대 한 명 한 명은 대무광에 의해 직접 키워진 청년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유응백은 충분한 실전의 경험과 십인십색(十人十色)의 독특한 무공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천웅대 또한 그들에게 결코 못하지 않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군웅성에 들어간다면 그들 천웅대 오십 인은 군웅성 내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게 해줄 중요한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제법 솜씨가 돋보이던 장적(張籍)과 태보(太菩)가 변변히 싸워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데에는 기가 막히다 못해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떠나라.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그때는 너를 죽일지도 모른다.”

 유응백이 스산하게 말했다. 그를 바라보는 사내, 진가문(秦伽文)의 눈빛이 무심해졌다.

 그는 약속대로 반천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전후 사정을 고했다. 그리고 어디 멀리 떠나 숨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귀문산으로 돌아왔다.

 죽음을 각오하고 돌아온 것은 귀주에 있던 시절부터 지난 십 년간 따르던 주인을 아무 말 없이 배신하는 것은 의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죽음 대신 축출이라는 치욕이었다. 진가문은 그것이 죽음을 당하는 것보다 더 부끄럽다고 여겼다.

 “부디 보중하시어 대업을 이루시기 바라겠습니다.”

 엎드려 마지막 절을 올린 진가문은 유응백의 외면 속에 어깨를 떨구고 귀문산을 등져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는 스스로 목을 매단 초라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갱구(坑口)는 산 중턱부터 산정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가 뚫려 있었다. 그 갱구들이 시작되는 곳부터는 귀문산의 금지였다.

 산을 빙 둘러서 높은 목책이 세워져 있고, 곳곳에 망루가 섰다. 점창파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부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세워진 것들이었다.

 광산을 지키는 무사들과 광부들의 숙소가 목책 안에 있었고, 목책 밖 귀문산 어귀에는 유응백과 그의 사병 집단인 천웅대가 머무는 백림(柏林)이 있었다.

 그리고 백림에서 반 마장쯤 떨어진 동쪽 언덕 아래에는 군웅성에서 나와 있는 청의검대 소속 청년 고수들의 숙사(宿舍)가 있었는데, 숙사 뒤의 언덕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구름에 덮여 있는 점창산의 웅자(雄姿)가 멀리 보였고, 발 아래로는 귀문산 자락을 깔고 있는 천화평(千華平) 넓은 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곳에 와 있는 청의검대 십인(十人)이 주로 하는 일이라고는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사냥을 나가거나, 때로 저자거리에 나가 활달하고 개방적인 남방 처녀들과 어울려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였다.

 그들은 휴가라고 할 만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군웅성이 그들을 귀문산에 보냈다는 자체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을 뿐, 달리 할 일을 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청의검대 열 명의 청년들이 오늘은 아침부터 숙사 중앙의 취화각(取華閣)에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정기로 가득 차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들을 이끌고 있는 자는 청의검대의 부대주(副隊主)인 유성검(流星劍) 호문량(湖文梁)이었다.

 그는 원래 청성파의 속가 제자였는데 그의 자질이 뛰어나 단번에 대무광의 눈에 띄었다.

 청성파는 파문의 형식으로 그를 문파에서 내보냈고, 그는 즉시 군웅성에 입성하여 대무광의 친위대인 오검대에 들었다.

 그것은 파격이라고 할 만큼 커다란 혜택이었으므로 강호인들의 이목은 일시에 호문량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호문량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군웅성에 의해 주도되는 지금의 무림에서는 그가 활약할 만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분쟁없이 평온한 날들로 채워졌던 것이다.

 강호는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은 평화 그 자체였으면서 또한 숨 막히게 하는 정적이기도 했다.

 “진가문의 자살에 대해서 아는 사람 있나?”

 호문량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수하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의 물음에 대답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호문량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음, 역시 아는 사람이 없었군.”

 “그가 어디론가 떠났다가 돌아오더니 돌연 산 아래에서 목을 매달았고, 그의 죽음을 두고도 산 위에서는 아무런 동정이 없소. 이건 이상한 일이오.”

 무리 중에서 육오(陸五)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호문량의 눈살이 더욱 찌푸려졌다.

 “유 대협이 우리에게 무언가 감추는 게 있다.”

 “소생도 그런 느낌이 드오. 근래에 들어 그는 왠지 초조해하는 것 같소. 우리와 어울리는 것도 꺼려하는 것 같고.”

 장규(張奎)의 말에 모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은 오늘 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진가문이 유응백의 심복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진가문의 죽음을 대하는 유응백의 태도는 모두에게 의문을 갖게 했다.

 오래전부터 거느리고 있던 심복이 죽었는데도 유응백은 그를 거적에 싸서 양지바른 곳에 묻게 했을 뿐, 장례식은커녕 그에 대한 애도의 뜻도 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좋다. 이 일에 대해서 즉시 성(城)에 연락하도록.”

 “복명.”

 군웅성과의 연락을 책임지고 있는 이정량(李亭樑)이 씩씩하게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전서구를 날리고 돌아올 때까지 호문량은 찌푸린 낯을 펴지 않은 채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이봐, 지금 뭘 하려는 거지?”

 반천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두위를 바라보았다. 길게 찢은 무명천 위에 일필휘지(一筆揮之)하고 난 두위가 붓을 던지고 하하, 웃었다.

 “보면 모르겠냐? 깃발을 하나 만들려는 거다.”

 “너, 지금 설마 그걸…….”

 반천수가 입을 딱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네 생각대로다. 이걸 들고 기다리려는 거야. 이렇게 하면 네놈이 그렇게 못마땅해하는 짓을 하지 않아도 될 것 아니겠냐?”

 “하긴 그렇다. 네 생각대로만 된다면 굳이 숨어 있다가 등을 찌르는 따위의 치사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말이다…….”

 “됐다. 더 말할 거 없어. 너는 그저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된다. 정 심심하면 바람잡이 노릇을 조금 해도 나쁠 건 없겠지.”

 두위가 무명천을 미리 준비한 대나무에 단단히 묶으며 건성으로 대꾸했다. 어설프지만 깃발 하나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가 세워 든 깃대에는 <매기자(賣技者) 두위(杜偉)가 낙성추혼(落星追魂) 유응백(柳鷹伯)에게 한 수 가르침을 청한다>는 글귀가 먹빛도 생생하게 적혀 있었다.

 명백한 도전이었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글귀였다.

 무림인이 본다면 누구나 어이없어할 문구이기도 했다. 그것은 지금 반천수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한심하다는 듯 두위를 흘겨보며 혀를 찼다.

 “나는 도대체 네가 바보인지 천재인지 알 수가 없다. 네 생각은 때로 너무 심오해서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 그럼 네가 멍청이인 게지.”

 더 말할 것 없다는 듯 두위가 깃발을 들고 방을 나갔다.

 그들은 지난밤에 비로소 대리에 도착했다.

 여관에 찾아 들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졌던 두위가 새벽부터 설쳐대더니 겨우 이 어처구니없는 깃발 한 개를 만들어서는 의기양양하게 거리로 향한 것이다.

 반천수는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어슬렁거리며 멀찍이 떨어져서 뒤를 따랐다.

 어쩌면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다.

 삼탑사(三塔寺)로 불리는 숭성사(嵩聖寺) 경내를 들락거리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두위가 세워놓은 깃발을 보았다.

 글자를 모르는 자들은 깃발 하나를 꽂아두고 태연하게 앉아 있는 두위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고,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자들은 깃발에 적혀 있는 글귀를 보고 다들 혀를 차며 머리를 내둘렀다.

 “미친놈.”

 그들이 한결같이 내뱉는 말이었다. 적어도 대리 인근, 아니, 운남성에서 낙성추혼 유응백과 맞설 만한 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후광이 군웅성이라는 데에는 더욱 그랬다.

 운남을 대표하는 거대 방파인 점창파의 고수들도 그에게만은 두어 걸음 양보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런 유응백에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더구나 강호의 무뢰한으로 치부될 뿐인 하찮은 낭객 따위가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미친 짓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당나라 시대에 세워진 고찰(古刹)인 숭성사는 새벽부터 찾아드는 참배객들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루었다.

 당연히 사찰 주변에는 참배객들을 상대로 한 좌매(坐賣:행상)며 복술사(卜術士), 약장사, 걸인 등이 들어차 마치 시장을 옮겨놓은 듯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다른 때 같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갖은 재주를 다 부려 보이던 그들이 오늘은 조용하기만 했다. 자신들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요란을 떨어 보아도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두위 앞이었다.

 “미친놈이 아닌 다음에야 이곳에서 유 대협에게 내놓고 도전을 할 리가 있어? 그러니 저놈은 당연히 미친놈이라구.”

 “그 참,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젊은 놈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을까?”

 “네놈도 겉보기에는 멀쩡해.”

 “뭐라구? 이 썩을 놈이!”

 그런 놀림은 하루 종일 되풀이되었다. 하지만 두위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깃발 곁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마치 입정에 든 고승 같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앉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반천수가 한가롭게 숭성사 구경을 하고 어슬렁거리며 나왔지만 두위는 여전히 그렇게 앉아 있었다.

 혀를 찬 반천수가 죽립을 더욱 눌러쓰고 다시 어슬렁거리며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한참 뒤 그가 저녁을 먹고 돌아왔을 때도 두위는 여전히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마시지도 않고 버티는 게 용했다.

 사흘이 지났다. 변함이 없는 날들이었다.

 여전히 두위는 아침이 밝기 무섭게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반천수는 멀찍이 떨어져 어슬렁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이젠 그만 좀 해라. 벌써 운남성 구석구석에 소문이 나서 지나다니는 개들도 다 안다.”

 반천수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했다. 두위는 새로운 깃발 한 개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곳에 쓰인 글귀는 반천수를 질리게 했다.

 <두렵다면 와서 무릎을 꿇어라.>

 다시 한 번 깃발을 바라본 두위가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때? 이만하면 꽤 자극적이지?”

 “미친놈. 너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게 확실해.”

 “두고 보면 알겠지.”

 말없이 방을 나가는 두위를 보던 반천수가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헤헤, 원하신다면 언제까지라도 공짜로 모시겠습니다.”

 하루치의 여관비를 지불하려 하자 주인이 두 손을 홰홰 내저으며 사양했다.

 주루를 겸하고 있는 여각(旅閣)이었는데, 아래층의 주청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덕분에 이렇게 손님들이 많이 찾아들었으니 오히려 소인이 대협께 사례를 해야 마땅합죠.”

 은자를 내미는 두위의 손을 한사코 밀어내는 주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물끄러미 그런 주인을 바라보던 두위도 씩, 웃어 주었다.

 그가 두 개의 깃발을 들고 여각을 나서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꼬마들이 와, 소리를 지르며 뒤를 따랐다.

 반천수는 창피해서 견딜 수 없었던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다시 숭성사 앞으로 왔다. 지난 이틀 동안 두위가 앉아 있던 자리 앞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서 웅성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온다!”

 누군가의 그 한마디에 군중들이 두 쪽으로 좍 갈라졌다.

 떠나갈 듯한 야유와 박수를 받으며 두위는 의기양양하게 군중들 사이를 걸어 자신의 자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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