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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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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21 화
작성일 : 16-07-22 14:30     조회 : 613     추천 : 0     분량 : 7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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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반하장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도둑은 네놈들이 도둑이 아니더냐? 나는 다만 배가 고파서 먹을 걸 좀 달라고 하는 거지일 뿐이야.”

 “에잇, 치워라, 이놈아!”

 곁에서 눈을 빛내고 있던 자가 봇짐을 안고 주춤거리는 자를 냅다 밀쳐 내고 벌떡 뛰어 일어섰다.

 반천수를 노려보는 놈의 기세가 제법 흉흉하게 살아 있었다.

 “좋다. 너 계집인지 사내인지 모를 애매한 놈아! 네가 이미 눈치를 챘다니 긴 말 하지 않겠다. 우리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뿐이다.”

 “그게 뭐지?”

 “네놈과 저기 저놈의 목.”

 “뭣이?”

 반천수가 발끈해서 검을 쥐고 한 걸음 나섰다.

 사내도 지지 않겠다는 듯 봇짐 속에 감추고 있던 칼을 꺼내 들었는데, 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귀두도(鬼頭刀)였다.

 그것을 본 다른 한 놈도 더 망설이지 않고 칼을 꺼내 들었다. 그때까지 뭉기적거리며 눈치를 보던 놈이 실실 웃으며 일어섰다.

 놈의 손에도 이제는 칼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이것 봐라? 이제 보니 칼을 팔러 다니는 놈들이었던 모양일세? 어디 그 안에 얼마나 더 있는지 다 꺼내 봐라. 쓸만한 게 있다면 내가 한 자루 사 주지.”

 세 명의 사내가 날이 퍼렇게 서 있는 칼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지만 반천수는 재미있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웃기만 할 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다섯 걸음 앞에까지 다가온 자가 제법 눈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무릎을 꿇어라. 순순히 포박을 받으면 목숨만은 붙여 두겠다.”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냐?”

 반천수가 눈앞의 사내는 본 척 만 척한 채 두위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칼을 든 놈을 만나면 두위, 요놈! 하고 소리치면서 제일 먼저 그놈의 멱을 따겠다고 했잖아!”

 긴장하여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두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반천수의 그 말은 두위가 강서성(江西省) 의황현(宜黃縣)에 있는 양가장(楊家莊)에 무사로 고용되어 싸우고 무사히 귀역으로 돌아왔을 때 했던 말이었다.

 반천수는 어떻게 싸웠는지 다 말하라며 졸라댔고, 마지못해 두위가 검을 든 놈을 제일 먼저 쳤다는 말을 하자 하얗게 눈을 흘기며 자신도 싸움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칼을 든 놈을 베겠다고 했던 것이다.

 두위가 대답없이 웃고만 있자 그들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여긴 자가 화가 나 버럭 소리쳤다.

 “죽일 놈들. 감히 이 대흑모(大黑貌)님 앞에서 허튼소리를 지껄이다니. 용서할 수 없다!”

 한 번 눈을 부라리더니 성큼 다가서며 태산압정(泰山押頂)의 수법으로 반천수의 머리통을 노리고 힘껏 칼을 내려쳤다.

 씨잉―!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평범한 초식이었지만 사내의 손에서 펼쳐지자 제법 위협적인 기세가 있었다.

 사내는 완력이 있고, 칼을 쓰는 솜씨도 뛰어난 자였다.

 “병신.”

 반천수가 이죽거리며 다리를 꼬고 몸을 기울였다. 무지막지한 칼이 그의 옆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뒤따른 칼바람이 뺨을 얼얼하게 때렸다. 반천수가 입 꼬리를 차갑게 일그러뜨리며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한 바퀴 맴돌아 사내 곁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핏―!

 반천수의 손목이 한차례 떨리는 듯했다. 검이 검집을 빠져나오는 작고 날카로운 소리가 귓전을 스쳤다.

 “두위, 요놈!”

 그리고 조롱을 실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언뜻 한줄기 창백한 빛이 사내의 목을 훑듯이 스쳐 가는 게 보였다.

 “끄으으―!”

 사내가 목을 움켜쥔 채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기괴한 신음이 그의 입과 목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반천수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두위, 요놈!”

 그의 조롱 섞인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

 얼떨떨해 있던 자가 비로소 위기를 느끼고 힘껏 칼을 휘둘렀지만 반천수의 검봉은 이미 처음 말대꾸를 해오던 자의 미간을 가볍게 누르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목젖에 구멍이 뚫린 자가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끅끅대며 중심을 잃고 옆으로 기울고 있었다.

 처음 목줄이 끊긴 자는 이미 엎어져 움직이지 않는 주검이 되어 있었고, 다시 목젖을 꿰뚫렸던 자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사나운 물살에 휩쓸린 그는 시체조차 온전히 보전하지 못할 것이었다.

 “어때? 이제 주먹밥을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단 두 번의 깨끗한 검격이었다. 어디로부터 어떻게 치고 베어나간 것인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똑똑히 볼 수가 없을 만큼 빠르고 신랄했다.

 비로소 미간에 와 닿은 차가운 검봉의 감촉을 느낀 자가 멍한 눈으로 반천수를 바라보다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에게는 눈앞에서 계집보다 더 매혹적으로 웃고 있는 깨끗한 반천수의 얼굴이 저승사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지독한 놈이다.”

 두위가 눈살을 찡그린 채 혀를 찼다. 저렇게 나긋나긋하고 곱상하게 생겨먹은 놈의 어느 구석에 그처럼 잔인하고 냉혹한 심성이 도사리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귀신같은 솜씨와 그보다 더 귀신같은 요사스러움. 그것이 절세의 미남자 반천수를 귀반악(鬼潘岳)으로 불리게 해주는 것이었다.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한소리 우렁찬 외침이 산을 타고 쩌르릉 울려 나왔다. 이번에는 내 차례라는 듯 두위가 천천히 돌아섰다.

 숲을 벗어나 날듯이 달려오고 있는 두 명의 사내가 보였다. 남색 경장을 입고 있었는데, 어깨가 넓고 허리가 잘록한 것이 멀리서 보기에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자들이었다.

 “좋아할 것 없어. 보나마나 두위, 저놈이 심심할까 봐 재미있게 해주려고 몸 바쳐 오는 얼간이들일 테니까 말이야.”

 달려오고 있는 자들을 본 사내의 얼굴에 한줄기 안도의 빛이 어리자 반천수가 미간을 누르고 있는 검 끝에 조금 힘을 주며 그렇게 이죽거렸다.

 한줄기 피가 흘러내려 사내의 콧등을 타고 턱으로 떨어졌다.

 “그렇지 않을걸?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고수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어서 검을 던지고 무릎을 꿇어. 그 길만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사내가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으나 두려움을 감추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천수는 눈앞의 사내가 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강단이 있는 자라고 생각했다. 물끄러미 사내를 바라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내기할까? 열을 세기 전에 저놈들이 모두 죽으면 내가 이기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네가 이기는 거다.”

 “좋아. 그런데 뭘 걸어야 하지?”

 “간단해. 내가 이기면 너는 우리 뒤를 미행한 것에 대해서 설명해 주면 돼. 내가 진다면…… 음…… 좋다. 까짓,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해주지.”

 사내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손가락으로 아직까지 자신의 미간을 누르고 있는 검을 가리켰다.

 “이젠 이것 좀 치워줘도 되지 않을까?”

 

 “죽일 놈들.”

 마지막으로 한 번 힘껏 도약하여 단숨에 삼 장여의 거리를 뛰어 넘은 자가 두위 앞에 떨어져 내리며 이를 갈았다. 바람에 날려온 낙엽이 떨어지듯 그렇게 가볍고 경쾌한 신법이었다.

 뒤질 새라 바람처럼 달려온 자도 두위의 다섯 걸음 앞에서 못이 박힌 듯 우뚝 멈추어 섰다.

 쏜살같이 달려오던 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단번에 뚝 멈추어 서는 그자의 신법 또한 앞서 떨어져 내린 자 못지않게 고명했다.

 ‘한가닥 하는 놈들이군.’

 두위는 그들의 경공신법에서 그것을 느꼈다. 찬찬히 살펴보자 광대뼈가 튀어나왔고, 각진 얼굴에 콧망울이 넓은 것이 전형적인 남방인의 얼굴을 한 중년의 사내들이었다.

 처음 보는 자들이 무엇 때문에 자신들을 미행했고, 어떻게 이곳으로 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구름처럼 일었다.

 “곱게 데려가려 했다만 네놈들이 이처럼 잔인무도하니 그대로 둘 수가 없다. 우선 두 팔을 자르고 두 다리를 분지른 다음에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앞선 자가 어금니를 악문 채 스산하게 말했다.

 “해볼 테면 해봐.”

 사내의 험악한 말에 불끈 오기가 솟구친 두위가 가슴을 쑥 내밀고 한 걸음 나섰다. 그가 부릅뜬 눈으로 두 사내를 한꺼번에 쓸어보았다.

 앞서 있는 사내의 얼굴에 차가운 조소가 스쳐 지나갔다. 두위쯤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는 오직 반천수를 뚫어지게 노려볼 뿐이었다.

 멀리서도 반천수의 지독한 검법을 똑똑히 본 그자는 눈앞의 두위보다 반천수를 더 경계하는 게 분명했다.

 두위의 입 꼬리가 차갑게 말려 올라갔다. 무시당하고 있다는 노여움이 그의 마음에 독한 살기를 채워 넣은 것이다.

 “네가 두위겠지? 그럼 저 계집 같은 놈이 귀반악이라는 반천수겠군?”

 “허?”

 두위가 탄성을 발했다. 이자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똑똑히 알고 있다는 것이 의외이기만 했다.

 일을 벌이기도 전에 이처럼 모든 것이 다 들통나서는 더 해볼 수가 없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설 늘어놓을 필요 없어. 후딱 끝내 버리고 빨리 가자구.”

 반천수가 이제는 사내와 나란히 서서 느긋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 두 놈은 두위 네 몫이니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했다.

 “내가 한 말 다 들었겠지? 열이다. 그 안에 끝내 버리지 않으면 안 돼.”

 두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가 아주 느린 움직임으로 칼자루를 잡아갔다.

 ‘영악한 놈이다.’

 비로소 반천수의 의도가 이해되었다. 처음부터 뒤를 미행해 오던 놈을 붙잡았으니 그놈에게 캐물으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반천수가 엉뚱한 내기를 제안한 것은 이미 그놈이 이 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라는 것을 눈치 챈 때문이다.

 두위는 눈앞의 놈들을 단번에 해치워서 사내에게 잔뜩 두려움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천수가 망설임없이 살검을 뻗쳐 두 놈을 단번에 해치운 것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 정리하자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열은 너무 길어. 다섯 까지만 세라.”

 두위의 태연한 음성에 진득한 살기가 실려 있었다. 그의 손이 드디어 칼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껏 땅을 밀며 상체를 기울였다.

 “조심해!”

 뒤에 있던 사내가 다급하게 외치며 몸을 던지듯 와락 덮쳐 왔다. 하지만 두위의 움직임이 반 호흡 빨랐다.

 “하나!”

 반천수의 외침이 들려왔을 때, 허공에 찬란한 은빛 무지개가 걸렸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자의 얼굴에 언뜻 의아해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이 죽일 놈!”

 분노의 외침이 두위의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귀청을 찢는 듯한 파공성이 쏘아져 왔다.

 “둘!”

 두위의 칼이 느린 듯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허공에서 꺾였다.

 그것을 뒤쫓기라도 하듯 선연한 피보라가 퍼져 무지개처럼 긴 꼬리를 끌고 머리 위에 걸렸다.

 사내의 목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떨어져 갈 때, 이미 그것을 떠난 두위의 칼이 세 번 가볍게 흔들렸다.

 쨍, 쨍, 쨍―!

 날카로운 쇳소리가 터져 나오고, 비늘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어지럽게 퉁겨져 날았다. 십자표(十字鏢)였다.

 “셋!”

 무심한 반천수의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그것에 이끌리듯 두위가 땅을 박차고 가볍게 몸을 띄워 올리고 있었다.

 파라라락―!

 사내의 몸에서 마치 유성우(流星雨)가 흐르듯 반짝이는 빛들이 무리지어 쏟아져 나갔다.

 수십 개의 십자표를 한꺼번에 쏘아내는 솜씨가 놀라운데, 그것을 뒤쫓기라도 하듯 눈에 보이지도 않게 재빨리 움직여 오히려 두위를 덮쳐 가는 신법 또한 경쾌하기 짝이 없었다.

 “흡!”

 허공에서 두위가 급히 숨을 빨아들이는 거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너풀거리던 그의 옷자락이 우산처럼 펼쳐지며 허공을 덮었다.

 은어(銀魚) 떼를 노리고 활짝 펼친 그물을 던진 듯했다.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쏟아져 나갔던 십자표들이 흔적없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헛!”

 사내의 입에서 비로소 다급한 경호성(驚號聲)이 터져 나왔다. 떨어져 내리는 두위를 향해 마주쳐 나간 것을 뉘우치며 급히 신형을 세우는 그의 이마 앞에 두위의 부릅뜬 눈이 가득 다가왔다.

 사내는 두위가 자신의 십자표를 피하거나 쳐내느라고 주춤거릴 것을 예상했던 것이다. 그 찰라의 틈을 노리고 덮쳐 갔으나 그것이 오히려 절체절명의 위기가 되어 돌아왔다.

 씨잉―!

 귓가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 그것이 사내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넷!”

 갑자기 찾아든 정적 속으로 반천수의 음성이 무심하게 울려 퍼졌다.

 “음―!”

 반천수 곁에서 그것을 지켜본 자가 부르르 어깨를 떨고 나서 깊은 탄식을 뱉어냈다.

 정수리에서 턱 아래까지 두 쪽이 나 쓰러진 자의 옷깃에 칼을 문질러 피를 닦아내던 두위가 돌아보고 씩 웃었던 것이다.

 “자, 이제 약속을 지켜야겠지?”

 반천수가 사내의 어깨를 툭툭 쳤다. 가볍고, 정겨움이 묻어 있는 손길이었다.

 사내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떨어졌다. 이를 악문 그가 두위와 반천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멀뚱히 마주 바라보는 두위와는 달리 반천수의 얼굴에 순간 긴장이 스쳐갔다.

 “고약한 친구로군!”

 그가 버럭 외치며 갑자기 손을 뻗어 사내의 목줄을 꽉 움켜쥐었다. 숨을 쉴 수 없게 된 사내가 끅끅거렸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마저 죽일 셈이냐?”

 두위가 놀라 소리쳤다. 그러나 반천수는 여전히 사내의 목줄을 움켜쥔 채 다른 손을 등 뒤로 돌려 명문을 세차게 때렸다.

 “컥!”

 사내가 한 모금의 선혈을 뱉어냈다. 비로소 그를 놓아준 반천수가 차가운 얼굴로 노려보았다.

 “한 번만 더 잔꾀를 부리면 그때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놓겠다.”

 사내의 얼굴에 짙은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두위는 비로소 반천수가 왜 그랬는지 알았다. 사내가 발치에 뱉어낸 선혈 속에 검은 환약 한 알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자, 다 말해 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곱게 살려 보내겠다. 어디 멀리 가서 숨어 버리면 그뿐이야. 뒷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그는 당신들이 이처럼 지독하다는 걸 모르고 있을 거요.”

 사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왜 우리 뒤를 미행하고 있었던 거지?”

 “명령을 받았으니까.”

 “그게 누구지?”

 “낙성추혼 유응백.”

 “허?”

 두위와 반천수의 입에서 동시에 놀람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사내의 얼굴에는 이제 체념의 빛이 가득했다.

 

 “대체 그놈이 어떻게 이 일을 눈치 챘을까?”

 반천수가 탕면(湯麵)을 뒤적이다 말고 문득 말했다. 우물거리던 면을 꿀꺽 삼키고 난 두위가 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모르는데 나라고 알겠냐?”

 “아무래도 이번 일은 틀린 것 같다. 그냥 돌아가자.”

 입맛이 돌지 않는지 반천수가 탕면 그릇을 밀어냈다. 한 젓가락도 입에 대지 않은 채였다.

 자신의 그릇을 들어 후루룩 마셔 버린 두위가 냉큼 반천수의 그릇을 당겨갔다.

 “배가 고프다고 졸라댈 때는 언제고 이제는 먹을 걸 앞에 두고도 염불이나 하고 있으니 대체 네놈의 속을 알지 못하겠다.”

 “돼지 같은 놈.”

 자신의 탕면마저 아귀처럼 먹어대는 두위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반천수가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다.

 주루 안은 한가하기만 했다. 손님이라고는 두위와 반천수, 그리고 건너편 탁자에 있는 두 사람의 여객(旅客)이 전부였던 것이다.

 주인은 회계대에 앉아 열심히 주판알을 퉁기고 있었는데, 눈살이 잔뜩 찌푸려져 있는 걸로 보아 아마도 수지가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자.”

 어느새 두 그릇의 탕면을 깨끗하게 해치운 두위가 트림을 하고 나서 불쑥 말했다. 반천수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다시 두위를 바라보았다.

 

 “이놈아,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다!”

 기어이 침상에서 내려오고 만 반천수가 냅다 옆구리를 걷어찼다.

  지붕이 들썩일 정도로 코를 골아대던 두위가 음, 하고 한 번 몸을 뒤척이더니 겨우 눈을 떴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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