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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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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20 화
작성일 : 16-07-22 14:28     조회 : 606     추천 : 0     분량 : 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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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지난밤에도 열병에 걸린 듯 뜨겁게 달구어진 몸으로 온몸을 문지르고 조이며 감아왔었다.

 가슴을 후끈 달구던 그녀의 뜨거운 숨결과 교성이 다시 느껴져 아랫배가 근질거렸다.

 “그런 년이 어떻게 머리를 깎고 비구니 노릇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매영영은 아미파의 여제자였다. 예정(譽淨) 노사태(老師太)의 제자인 그녀가 각 문파의 이대제자들 중 뛰어난 자 열 명씩을 군웅성에 보내는 관례에 따라 영취봉(靈鷲峯)으로 찾아왔다.

 반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회합에 참석하기 위해 군웅성에 들른 장조상은 단번에 그녀가 만나기 힘든 우물(尤物)임을 알아보았다.

 비록 박박 깎은 머리를 수건으로 동이고 관(冠)을 쓰고 있었지만 타고난 미태와 염기(艶氣)를 감출 수는 없었던 것이다.

 구대문파에서 보내온 청년 고수들 구십 명은 지난 삼 년간 각처에서 봉사한 자파의 사형제들과 교대하여 다시 삼 년을 군웅성에서 기거했다.

 마침 새로 온 신입들에 대한 부서 배정이 거론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장조상은 오직 매영영을 지목했다.

 그리고 그의 뜻대로 그가 남경부(南京府)로 돌아올 때는 그녀를 대동할 수 있었다.

 그날부터 그는 남경부에 있는 자신의 비문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매영영은 비구니가 아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기른 머리카락이 제법 자랐고, 더 이상 칙칙한 승복을 입지도 않았다.

 꼬장꼬장하기로 이름난 아미파의 예정 사태가 그런 사실을 안다면 길길이 날뛸 일이었다. 그러나 매영영이 그 꼴을 하고 비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천하에 그런 사실을 알 사람은 없었다.

 어쨌든 그날 이후 장조상은 밤마다 극락의 환희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매영영의 몸을 탐하는 일에 거리낌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경부를 떠나온 지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 매영영의 몸이 그리워졌다.

 장조상은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이번 회합에서 자신이 보고할 일만 마치면 곧장 군웅성을 떠나 비문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서둘러라!”

 그의 낮은 외침에 마차가 조금 더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네 필의 준마(駿馬)가 일제히 발굽을 놓아 달리자 마차는 대낮을 두려워하지 않고 날듯이 달려나갔다.

 앞뒤로 호위하고 있는 열 명의 무사들도 쉬지 않고 채찍으로 말 엉덩이를 두드려 댔다.

 

 “조금 전 비문의 문주인 철혈패도 장조상이 지나갔습니다.”

 노인은 다른 때와 달리 손수 소를 몰아 수레를 끌고 있었다. 볏단이 산같이 싸여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소를 멈추고 새끼줄을 둘러 다시 한 번 볏단을 단단히 묶고 있던 노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년에는 수확이 많다. 이만하면 만금루의 아귀(餓鬼)들이 일 년 동안 배불리 먹고도 남겠어.”

 “노야.”

 노인의 엉뚱한 말에 곁에서 부지런히 떨어진 볏짚을 주워 나르던 장한이 손을 놓고 조금 언성을 높였다. 허름한 농군의 모습 그대로인 장한이었다.

 “이놈아, 보채지 마라. 귀가 있으니 네놈 말을 듣지 못했을 리가 있겠느냐?”

 얼굴을 붉혔던 장한이 재빨리 주위를 훑어보았다. 들에는 여기저기 농군들이 흩어져 수확에 여념이 없었는데, 누구도 자신들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다.

 장한이 한아름 주워 온 볏짚을 수레에 던져 올리며 다시 은밀하게 말했다.

 “그를 마지막으로 외부에 나가 있던 아흔여섯 명의 영주들이 모두 돌아왔습니다.”

 “그래? 그들 중 성미가 가장 급한 장조상이 금년에는 제일 늦었으니 별일이로군. 그 대신 그는 제일 먼저 군웅성을 떠날 거다.”

 “예?”

 “이놈아, 그렇다는 말이다.”

 눈을 흘긴 노인이 볏단을 묶은 새끼줄에 매듭을 치고 나서 손을 털었다.

 “이랴, 쩌쩌! 이 미련한 대무광 같은 놈아, 어서 가자!”

 노인이 한가롭게 되새김질하고 있는 소의 고삐를 채며 다그쳤다. 그 순간 장한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았다.

 그의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은 것과는 상관없이 더운 숨을 불어낸 소가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위, 그놈은 어떻게 하고 있다더냐?”

 소 고삐를 쥔 채 한가롭게 걷던 노인이 문득 혼잣말인 것처럼 물었다. 낫과 삼태기를 들고 뒤따르던 장한이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배를 탔답니다. 지금쯤은 불산(佛山)에 가 있을 겁니다.”

 “흐흐, 대무광 못지않게 미련한 놈인 줄 알았더니 제법이다. 배를 탈 생각을 다 해내다니.”

 “하오나 거기까지는 세작(細作:첩자, 정탐꾼)이 닿지 못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따로 수하를 풀어 그의 뒤를 따르게 할까요?”

 “그대로 둬. 그놈이 무슨 짓을 하든 그놈 마음대로다. 마음껏 활개 치게 놔두고 장조상의 숨통을 조이는 일에나 더 신경을 써라.”

 “존명.”

 장한이 슬그머니 뒤처지더니 재빠른 걸음으로 논둑길을 거슬러 멀어져 갔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걷는 노인의 곁에서 소가 한가롭게 방울을 쩔렁거렸다.

 “좋군. 오래간만에 쐬는 바깥바람이 이렇게 상쾌할 줄 몰랐다. 앞으로는 종종 산책이라도 해야겠어.”

 노인이 저물어가는 하늘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른 때 같으면 열흘이 걸릴 길을 나흘 만에 접었다. 영취봉 아래에 이르렀지만 마차는 조금도 속력을 늦추지 않았다.

 각처에 흩어져 있던 일백 영주들이 모여 회합을 갖는 날은 내일이었다. 영취봉 주위에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는 군웅성의 무사들로 뒤덮이다시피 하고 있었다.

 “비문의 문주이시다!”

 앞서 길을 열던 호위 무사가 소리쳤다. 황급히 장조상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자들이 크게 놀라 물러섰다. 마차가 부딪칠 듯 달려왔던 것이다.

 그들이 영접의 예를 갖추기도 전에 장소상을 태운 마차는 쏜살처럼 지나가 버렸다.

 군웅성의 무사들이 어안이 벙벙하여 그런 마차를 바라보았다.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열어라!”

 말의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선두의 호위 무사가 버럭 외쳤다. 군웅성의 거대한 문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마차는 서슴없이 그것을 통과하여 성안 깊숙이 들어갔다. 수문을 맡고 있던 무사들이 저마다 혀를 차며 머리를 내둘렀다.

 그들 또한 장조상이 원래 급한 성격이라는 것은 잘 알았지만 이처럼 서두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마차는 곧장 내성 깊숙한 곳까지 뚫고 들어가 집무전(執武殿)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비로소 멎었다.

 검은 휘장이 펄럭이더니 장조상이 훌쩍 뛰어내렸다. 멀리서 그를 알아보고 달려나온 집사와 호전(護殿) 무사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문주를 뵈오!”

 그들의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졌으나 장조상의 눈은 오만하게 허공을 바라볼 뿐 마치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한 듯했다.

 그가 급한 걸음으로 무사들을 스쳐 집무전으로 나 있는 청석 길을 걸었다.

 대전 안에는 아흔여덟 명의 영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지막으로 들어서는 장조상에게 향했다.

 “성주를 뵈오!”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장조상이 정면의 태사의에 앉아 있는 대무광을 향해 가볍게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어서 오시오. 다들 기다리고 있었소.”

 대무광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황금빛 장삼을 걸치고 역시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관을 쓴 그의 풍채는 언제 보아도 위풍당당했다.

 칠십에 가까운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온화한 중에 사람을 억누르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그가 정기가 번쩍이는 눈으로 잠시 장조상을 내려다보았다. 장조상은 감히 멋대로 얼굴을 들지 못했다.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했소. 회합을 마친 다음 며칠 푹 쉬었다 가시구려.”

 대무광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그런 장조상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비로소 장조상이 얼굴을 들었다.

 대무광의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점창산으로 떠난 진사후의 자리였다. 장조상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회합은 언제나 잡담으로 시작해서 잡담으로 끝났다.

 중요한 일들은 그때그때 사람을 보내 보고했고, 급한 일은 전서구(傳書鳩)를 이용했으므로 석 달에 한 번 모이는 자리에서 특별히 보고할 만한 사항이 없었던 것이다.

 군웅성에서 명령이 하달될 때도 그랬다. 그럼에도 모두가 이렇게 모이는 건 자신들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친목을 다지는 성격이 더 짙었던 것이다.

 지난 일들, 함께 힘을 모아 강호를 종횡하던 무용담들이 끝없이 오갔다. 매번 되풀이되는 그 말들이 장조상을 지겹게 했다.

 회합을 마치고 늦은 만찬이 벌어졌다. 장조상은 다들 술에 취하여 큰 소리로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자리를 슬그머니 빠져나왔다.제5장 이름을 얻다

 

 

 

 광동(廣東)까지 배를 타고 올 생각을 해낸 건 반천수였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운남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했다.

 한 달을 꼬박 계획했던 것이, 영파(寧波)에서 배를 타자 사흘 만에 광주(廣州) 앞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곳에서 하루를 쉬고 다시 불산(佛山) 아래의 나루에서 서강(西江)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얻어 탔다.

 장족(壯族)들이 모여 사는 남령(南寧)까지는 다시 이틀 길이면 충분했다. 거기까지는 강폭이 제법 넓고 물살도 완만해서 물자와 사람을 실은 배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그러나 남령에서부터는 배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가 불가능했다. 강폭이 좁아지는데다가 급하게 여울지며 흐르는 물살 때문이다.

 이제는 강을 옆에 끼고 터덜터덜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고작 엿새 남짓이 걸린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만큼 여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륙의 남쪽이지만 계절은 어쩔 수 없어서 시월에 접어든 날은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남령에서 대리(大理)에 이르는 길은 높고 험한 산들로 묻혀 있었다. 이제는 오직 두 발로 걷는 수밖에 없었다.

 가파른 벼랑 위에 겨우 나 있는 길을 따라 걷는 걸음이 위태롭기만 했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딛으면 천길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급류에 휩쓸리고 마는 것이다.

 두위는 이 험지만 벗어나 마을에 이르면 말을 사서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열흘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다.

 처음 한 달을 계획했던 데에서 열사나흘 남짓을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반천수가 두위의 옷자락을 잡고 멈추어 섰다.

 천길 벼랑 아래에서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물소리가 들려왔을 뿐, 인적 하나 없는 깊은 산중이었다.

 “이젠 정말 뭘 좀 먹고 가자.”

 반천수는 웬일인지 아까부터 계속 먹는 타령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도 마을이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제미랄, 길은 제대로 잡은 거냐?”

 그가 있는 대로 인상을 썼다. 두위는 난감해졌다. 투정을 부리는 꼬마처럼, 반천수는 심사가 틀어져서 한 번 보채기 시작하면 달리 대책이 없는 자였다.

 이른 아침을 먹고 내처 나선 길이었으니 배가 고플 때도 되긴 했다. 벌써 해가 머리 위에서 한 뼘이나 기울어 있었던 것이다.

 “저쪽 산모퉁이만 돌자. 그러면 마을이 있을 거다.”

 “염병, 나는 이제 한 걸음도 가기 싫다.”

 반천수가 산비탈의 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아서 검마저 풀어 내려놓았다. 두위도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럼 어쩌겠다는 거냐? 보다시피 이곳은 인가는커녕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네놈을 믿고 있다가는 길에서 굶어죽겠다. 먹을 건 내가 해결할 테니 이제부터는 잠자코 나 하는 대로 맡겨 두고 구경이나 해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반천수는 이제 개구쟁이 소년처럼 장난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 투정을 부리고 심통을 냈는지 까맣게 잊었다는 듯했다. 두위가 그런 반천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곰처럼 묵묵히 따르기만 할 뿐, 말이 없었던 마석산이 더욱 그리워졌다. 아무래도 먼 여행의 동행으로 반천수 같이 변덕이 심한 놈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이 외진 산길에서 네가 무슨 재주로 먹을 걸 마련하는지 어디 구경 좀 해보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두위는 반천수와 떨어진 풀밭에 아예 벌렁 누워버렸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가는 날이 저물도록 인가를 찾지 못하고 차가운 밤이슬을 맞으며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때 가서 저놈이 또 투정을 부린다면 따끔하게 혼을 내 주고 말리라고 내심 작정했다.

 그런 두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천수는 다리를 흔들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속셈이 있어서 갑자기 저러는 건지 궁금해진 두위가 슬그머니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온다. 온다. 저기 주먹밥이 제 발로 찾아오는구나. 참기름을 발라서 꽁꽁 뭉친 위에 볶은 깨를 살살 뿌리고 소금간을 한 것이면 좋을 텐데. 밥을 주는 놈은 착한 놈이니 살려주고, 눈을 흘기는 놈은 나쁜 놈이니 멱을 따 버려야지.”

 반천수가 가락을 붙여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두위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가 슬그머니 풀어 놓았던 칼을 잡아갔다. 그걸 본 반천수가 씩 웃었다. 이제야 눈치를 챘느냐고 조롱하는 눈빛이었다.

 산이 꺾어지는 곳의 송림 속에서 이쪽을 엿보는 시선이 있었다.

 매우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것이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있던 두위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시선은 자신들이 지나온 길에도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세 명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위와 반천수가 쉬고 있는 것을 본 자들이 의외라는 듯 주춤거리더니 힐끔힐끔 눈치를 보면서 다가왔다.

 먼 길을 옮겨 다니며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꾼들로 보였다. 저마다 등에 커다란 봇짐을 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두위와 반천수로부터 이십여 보 떨어진 곳에 봇짐을 내려놓고 주저앉았다.

 두위가 눈여겨 그들을 살펴보았다. 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들 중 한 명은 불산에서 함께 배를 탄 자가 분명했다. 남령에서 배를 내렸을 때는 다른 길로 가버렸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낯선 두 놈과 일행이 되어 다시 이곳에 나타났다.

 두위가 이번에는 반천수를 바라보았다. 이놈은 신경도 계집애처럼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길을 가면서 두위는 오직 앞만을 바라보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리저리 생각하느라고 한눈을 팔 정신이 없었는데, 반천수는 꼼꼼하게 주변을 살피고 낯선 기척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봐, 설마 그 안에 주먹밥이 없는 건 아니겠지?”

 반천수가 검을 끌고 일어서며 턱으로 상인들의 봇짐을 가리켰다. 낯익은 놈이 일행의 눈치를 보고 우물쭈물거리다가 대답했다.

 “있소만…… 팔거나 나누어 줄 건 아니오.”

 “그래? 그렇다면 빼앗아 먹으면 되겠군.”

 반천수가 히죽거리며 다가가자 그놈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완연했다. 두위도 이제는 일어서 있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반천수가 하는 양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의 눈은 앞에 있는 놈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신경은 산모퉁이의 숲 속에 숨어서 엿보고 있는 자들에게 온통 향하고 있었다.

 “나, 나는 당신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나그네인 줄 알았는데, 도, 도적이란 말이오?”

 반천수의 눈길을 받은 자가 보퉁이를 끌어안고 엉덩이를 뭉기적거리며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반천수의 입가에 사악해 보이는 웃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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