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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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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19 화
작성일 : 16-07-22 14:27     조회 : 593     추천 : 0     분량 : 7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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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청에 나와 있던 십여 명의 낭객들이 일제히 손을 흔들며 저마다 소리쳤다. 그들의 얼굴에도 하나같이 부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들은 거의 반년째 구미가 당기는 일거리를 찾지 못한 채 무위도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좀 찜찜한 일 아니냐?”

 반천수가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두위를 바라보았다. 두위로부터 비로소 일을 맡게 된 사정을 전해 들은 것이다.

 “우리는 살수 행각을 하는 백정들이 아니야.”

 비록 낭객으로 타락해서 의뢰인 대신 싸워주고, 그래서 매기자(賣技者)라고 불리며 경멸당하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장사를 하는 무리와는 또 엄연히 달랐다.

 비겁하게 어둠 속에 숨어서 암습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에게 정정당당하게 나를 알리고 대리인의 자격으로 맨 앞에 나서서 싸우는 것이다.

 감당해야 할 자가 열 명이 되었든 백 명이 되었든 두려워하지 않았다. 돈을 받은 만큼 정직하게 싸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살수라고 불리는 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돈을 받고 의뢰인에게 파는 것은 지닌 바 순수한 솜씨가 아니라 오직 살인 기술이었다.

 그들은 한 사람의 목숨을 집요하게 노렸다. 대상을 죽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또한 그들만의 특징이었다.

 어둠 속에서 불쑥 검을 뻗어 등을 찌르는 일 따위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자들인 것이다.

 그래서 살수들은 낭객보다 더 천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두위의 말을 들어보니 그가 나선 것은 명백히 살수 노릇을 하기 위해서였다.

 반천수는 온통 이맛살을 찌푸린 채 못마땅한 얼굴로 두위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자존심마저 내던져 버릴 셈이냐?”

 두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천수의 부릅뜬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그의 비난이 백 번 옳았던 탓이다.

 ‘하지만…….’

 두위는 문득 흑룡보의 폐허에서 자신에게 백운장주 이릉운의 목숨을 의뢰하던 여인 냉보보의 말을 생각했다.

 

 “당신은 돈을 받고 의뢰인을 위해서 싸움을 하지요? 칼을 휘둘러 싸움터를 휘젓고 다닐 때 한 사람도 죽이지 않나요?”

 

 입술을 악문 두위가 반천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의뢰인을 위해 대신 싸워준다지만, 싸움에는 언제나 죽음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의 칼에 죽은 자만도 벌써 십여 명이 넘었다. 너도 마찬가지일걸? 그들과 나는 아무 원한도 없었다. 처음 보는 자들이었지. 그런데도 나는 돈을 받고 그들을 죽였다.”

 “그래서? 그렇게 살인을 하는 것과 살수가 살인을 하는 것과 다를 게 뭐냐고 말하고 싶은 거냐?”

 반천수가 입꼬리를 비틀며 싸늘한 웃음을 매달았다.

 두위는 처음 냉보보로부터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

 그가 무심결에 괴노인의 의뢰를 받아들인 것은 어쩌면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갈등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것은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자학이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까지 끌고 와놓고 이제 다시 돌아가라고?”

 “네 스스로 따라왔지 내가 강요한 적 없다.”

 “빌어먹을 놈.”

 두위의 발 아래 침을 내뱉은 반천수가 다시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웃었다.

 “좋아, 어차피 나선 길이니 그냥 가지. 돌아간다는 것도 체면 구기는 일이 될 테니까 말이야.”

 “네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 게 좋다.”

 두위가 진심으로 말했다. 반천수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훨씬 쉽게 일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편하자고 반천수를 이용하기는 정말 싫었다.

 “제기랄.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끝까지 해보자니까 그러네. 사실 네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아무러면 어때. 어차피 남의 돈을 받고 죽여주는 건 똑같은데 말이야. 이번 일은 좀 색다를 것 같다. 그게 궁금하거든.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빌어먹을, 요즘 같아서는 정말 따분해서 몸에 곰팡이가 필 지경이거든.”

 두위의 입가에 비로소 한 가닥 웃음이 걸렸다. 그가 반천수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닐 거다.”

 “그 자식이 세면 얼마나 세겠어? 서로 붙으면 죽기 살기로 싸우는 데에 뭔 차이가 있냐? 고수? 흥! 군웅성에서 믿고 보냈다는 놈은 과연 얼마나 센지 어디 한번 보자.”

 

 두위는 만금루를 떠나 함께 길을 걸으며 반천수에게 의뢰받은 자에 대한 정보를 다 말해 주었다. 물론 풍 노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것들이었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낙성추혼 유응백은 남령산맥(南嶺山脈) 서쪽 지방에서 대단한 명성을 누리는 고수였다.

 추혼팔수(追魂八手)로 불리는 그의 장법(掌法)은 독하고 사납기로 이름이 높았다.

 한 번 격중당한 자는 여덟 걸음을 채 떼어놓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된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 그의 장법은 음유함을 주로 하는 지독한 면장(綿掌)이었다.

 그가 자신의 세력권을 떠나 멀리 운남에까지 나가 있는 것은 그곳에 있는 옥(玉) 광산(鑛山)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점창산(點蒼山) 남쪽 끝자락에 솟아 있는 귀문산(鬼門山)에서 생산되는 옥은 중원에서는 보기 힘든 한옥(寒玉)이었다.

 워낙 질이 좋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생산된 옥은 내놓기 무섭게 중원은 물론 서역에서 찾아와 기다리고 있던 상인들이 낚아채듯이 사 갔고, 그래서 생긴 수익금은 대부분 군웅성으로 흘러 들어갔다.

 말하자면 귀문산의 옥 광산은 군웅성의 중요한 자금원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그 옥 광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가 생겼다.

 운남 제일의 방파인 점창파(點蒼派)가 그들이었다. 원래 점창파는 오래전부터 귀문산에서 조금씩 옥을 캐내오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일백 영웅들이 강호를 정벌했을 때 군웅성에 의해 점유당했던 것이다.

 점창파에서는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들 또한 공개적으로 무존(武尊) 대무광(戴武光)의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운남을 평정하고 옥 광산을 요구했을 때 점창파는 속이 쓰렸지만 그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한다는 것은 대무광에게 불복하는 일이었고, 그렇게 한 자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군웅성에서는 대대적으로 옥 광산을 개발했다. 그곳에 청의검대(靑衣劍隊) 서른 명 중 열 명을 보내 상주하게 한 것만 보아도 그들이 귀문산의 옥 광산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잘 알 수 있었다.

 청의검대는 무존 대무광의 친위 무사 집단인 오검대(五劍隊) 중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세력이었던 것이다.

 군웅성에서는 별도로 강호의 이름 높은 고수들 중 한 명을 택하여 그에게 광산 감독과 광물 매매의 권한을 위임했다.

 삼 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 그 자리에 임명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나면 그는 공을 인정받아 당당히 군웅성의 일원으로 입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감독관의 직위에 있는 유응백은 네 번째로 선택된 인물이었다.

 그렇게 옥 광산이 커지고, 그곳에서 나오는 소득이 한 성(城)을 유지할 만하자 원소유주였던 점창파는 심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십 년이 지난 요즘 들어 쉬지 않고 군웅성에 대해 옥 광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번번이 묵살당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그들은 드디어 행동으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그 기미가 군웅성의 촉각에 잡히고 만 것이다.

 

 “노야의 말에 의하면 유응백은 그렇게 만만히 여길 자가 아니다.”

 두위가 반천수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반천수는 여전히 무엇인가 불만스러운 기색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흥! 길목을 지키고 숨어 있다가 불시에 등을 찌르는데 제놈이 아무리 고수라고 하더라도 별수있겠어? 더구나 너 정도의 솜씨를 지닌 자가 한다면 아마 대무광이라고 할지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거다.”

 “음, 고약한 친구로군. 내가 조력자를 데려가는 건지 훼방꾼을 데려가는 건지 모르겠다.”

 “걱정 붙들어매. 여차하면 나 먼저 달아나겠지만 일을 하는 동안 훼방을 놓지는 않을 테니까.”

 두위의 핀잔에 반천수가 입술을 내밀며 이죽거렸다. 두위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점창파 놈들도 그래. 제놈들 일이면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지 거금을 들여서까지 남의 손을 빌리는 걸 보면 영 배짱이 없는 놈들이야. 흥! 그런 것들이 구대문파입네 어쩌구 하면서 으스대는 꼴을 보면 정말 등을 확 찔러주고 싶다니까.”

 반천수는 말끝마다 등을 찌른다는 걸 강조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좀 할 수 없나?”

 “왜? 등이 간지러워져서?”

 “썩을 놈.”

 풍 노인은 의뢰를 하기 위해 온 그 사람이 점창파의 장로인 유운검객(流雲劍客) 설송중(薛松仲)이라고 했다.

 두위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들은 반천수는 그 뒤로도 한동안 내내 그들을 욕했다.

 이십여 일 전 군웅성의 검신(劍神) 진사후(陣獅侯)가 백의검대를 이끌고 급히 남쪽으로 달려간 것은 바로 점창파를 위협하고 달래서 이 일을 원만하게 마무리짓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점창파에서는 은밀하게 장로 한 명을 보내와 살인을 청부했다.

 ‘그렇다면 장차 화근이 귀역에까지 미칠 것이다.’

 전후 사정을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그런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될 줄을 모르고 일을 추진한 것이라면 풍 노인은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모든 정보에 밝은 노인이 앞뒤의 일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대체 노인은 하루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그 많은 일들을 어찌 그렇게 소상히 알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나와 반천수가 희생양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감도 들었다. 노야가 암중에서 무엇인가 일을 꾸미고 있으며, 이제 자신이 그 일의 선봉에 나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노야는 점창파의 분노를 이용하여 자신의 계획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문득 만금루를 떠나기 전 노야가 이제 머지않아 그 뜻을 펼 때가 올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난 십여 년 동안 노야는 만금루의 다락방에 몸을 숨긴 채 은밀하게 무엇인가를 계획해 왔었다는 결론이 되었다.

 ‘무서운 사람이다.’

 두위는 비로소 그것을 느꼈다. 등줄기로 서늘한 바람이 지나갔다.

 앵속에 찌들어 망가진 폐인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동정했는데, 실은 그것이 모두의 눈을 속이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귀역으로 낭객들을 끌어 모은 것과 굳이 군웅성의 턱 밑에 자리 잡고 주저앉은 것도 모두 숨겨진 속셈이 있어서일 것이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이르자 이제 두위는 노야는 물론 동건유와 규화까지도 믿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내 집처럼 여기고 있던 만금루 자체가 거대한 음모의 발원지라면 그건 무서운 일이었다.

 문득 후원의 별채에서 자신을 안내했던 박쥐 같은 사내가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자였다.

 ‘대체 그런 자들이 얼마나 더 숨어 있는 것일까?’

 그 생각이 다시 두위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자신이 만금루에 머문 지 벌써 오 년이 지나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 박쥐 같은 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자는 철저하게 숨어서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후원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세계를 암중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바로 풍 노인일 것이다.

 두위는 이제 자신의 추측에 대해 확신했다.

 어쩌면 만금루에 머물고 있는 자들 모두가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규화는?

 ‘무서운 사람들이다.’

 부르르 몸서리가 쳐졌다. 갑자기 눈앞에 다가온 일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되도록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주재하는 자는 바로 귀역의 풍 노인이었다.

 그동안 두위에게 있어서 풍 노인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 몇 가지 절기를 전해준 고마운 존재였을 뿐이다.

 두위가 노인에 대하여 갖게 된 호감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런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까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같기 때문이다.”

 

 두위는 다시 풍 노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같은 일…….’

 그렇게 중얼거려 보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자와 같은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어리석었다.

 ‘이게 마지막이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두위는 이번 일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귀역에서 떠나리라고 결심했다.

 

 ***

 

 “그들이 끼어들고 있습니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건조한 음성이 허공에 웅웅 울렸다.

 창가에 뒷짐을 지고 서서 황혼에 물들어가는 정원을 바라보고 있던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각진 얼굴에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어느 정도인가?”

 그의 인상과 걸맞게 굵고 위압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서재의 구석진 곳, 짙은 그늘이 웅크리고 있는 그곳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었다. 어둠 속에서 두 눈만 반짝여 보일 뿐,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두 사람을 내보냈습니다.”

 “음…….”

 사내가 수염이 거칠게 자라 있는 턱을 쓰다듬으며 침음했다. 한동안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

 “위험한 자들인가?”

 어둠 속에서 번쩍이고 있던 두 개의 눈빛이 신중해졌다. 자신의 한마디가 이 일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저하며 망설이던 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럴 것입니다.”

 “호오?”

 사내가 의외라는 듯 탄성을 발했다. 그의 부리부리한 눈에 호기심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위험한 자들이라…… 과연 그들 중에 낙성추혼 유응백을 위협할 만한 자가 있을까?”

 “그들이 암습을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암습이라…….”

 다시 턱을 쓰다듬는 그의 얼굴에 이제는 조소(嘲笑)가 떠올랐다.

 “그들이 드디어 살수 노릇까지 하기 시작했단 말이지? 그건 풍해산(馮海山)답지 않은 일인걸? 하긴, 늙고 병들었으니 마음이 급하기도 하겠지. 게다가 동건유의 전력(前歷)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테고.”

 사내의 얼굴에는 이제 경멸의 기색이 가득했다. 묵묵히 침묵하고 있던 자가 어둠 속에서 다시 눈을 빛냈다.

 “하명(下命)을…….”

 “좋아, 유응백에게 귀띔을 해줘라. 이번 일을 그자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하오면 정의전주(正義殿主)님께는 어찌하오리까?”

 “음, 진사후(陣獅侯) 그 늙은 여우는…….”

 말을 멈춘 사내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동안 방 안을 서성거렸다.

 “됐다. 시시콜콜하게 이런 일까지 미주알고주알 고해 바칠 필요는 없겠지. 자신의 일은 스스로가 잘 알아서 할 거다.”

 짜증기가 섞인 말투로 빠르게 내뱉은 사내가 손을 저었다. 바닥에 한 번 이마를 찧은 자가 뒤로 물러섰다.

 “대체 누구지?”

 사내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막 방을 나가려던 자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다시 건조하고 감정없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두위와 반천수라고 합니다.”

 “됐다.”

 사내가 다시 창가로 돌아섰고, 이제 어둠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새 더욱 짙어진 땅거미가 밀려와 방 안을 무겁게 가라앉혔지만 사내는 불을 켤 생각도 잊은 듯 그렇게 서서 어둠에 잠겨가는 정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군웅성의 제일비(第一秘)로 알려져 있으면서 대내외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비문(秘門)의 총수(總帥)이자 영웅비에 열 번째로 이름을 새겨 넣은 철혈패도(鐵血覇刀) 장조상(張操象)이었다.

 

 장조상의 검은 얼굴에 불쾌하다는 빛이 드러나 있었다.

 매번 이렇게 군웅성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귀찮기만 한 요즈음이었던 것이다.

 검은 휘장이 드리워져 햇빛 하나 새어들지 않는 어둠 속에 앉아서 그는 두고 온 매영영(梅榮影)을 생각했다.

 매끄럽고 향기로운 그 몸은 아무리 탐해도 물리지가 않았다.

 “요녀의 기질을 타고난 계집이다.”

 그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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