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1  2  >>
촌부
송진용
강호풍
도검
사열
피카대장
장준우
윤신현
임준후
서현
우숙
묘재
인기영
김남재
사이딘
건아성
인기영
약먹은인삼
마일드
유호
담화공
에드찬
사이딘
서경
서하
류지혁
약먹은인삼
서연
이길조
 1  2  >>
 
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풍운제일보 더보기

스낵북
https://www.snackbook.net/snac...
>
작품안내
http://storyya.com/bbs/board.p...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18 화
작성일 : 16-07-22 14:27     조회 : 643     추천 : 0     분량 : 768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몇 번 숨을 고르고 난 노인이 여느 때와는 달리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이 되어 천천히 말했다.

 “네놈이 하고자 하는 일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음…….”

 두위가 깊이 침음성을 발했다. 막상 노인의 입을 통하여 그 말을 듣자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된 것처럼 가슴이 마구 뛰었다.

 군웅성과 일백 영웅들에 대한 원한은 강호 도처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드러내지 못했다.

 지금은 그들의 세상이고 그들의 운이 극성한 때이다. 하지만 가득 찬 달도 기우는 게 천지자연의 이치였다.

 문제는 그들의 왕성한 운이 언제 기우느냐를 아는 것이었고, 또 그들에게 누가 과연 첫 칼을 들이밀 것이냐다. 풍 노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그 일을 두위를 통해 대신하고자 했다.

 그들에게 첫 칼을 들이밀 자로서 두위만한 자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아껴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지옥마도를 네 것으로 만들어라. 그런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노부의 절기 중 가장 위력이 강한 것 한 가지를 더 전해주겠다. 그 후에 일을 시작한다면 네 뜻대로 될 것이다.”

 “그렇다면 천마신공이나 지옥마도는 노야의 것이 아니었단 말씀입니까?”

 “이놈아! 소림사에 칠십이 종의 절기가 있다. 그중 한 가지를 익힌 중놈이 있어서 그것이 내 것이라고 한다면 그 말이 맞았느냐, 틀렸느냐?”

 절기는 분명 처음 창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대에 그것을 물려받은 자가 있다면 그 절기는 이제 그의 것이라고 해도 옳았다.

 두위는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노인이 그런 두위에게 흰자위가 드러나 보이도록 눈을 흘긴 다음 다시 말했다.

 “내 절기를 전해 받는다면 너는 능히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노야는 이미 군웅성에 의해 패배하지 않았습니까?”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었든지, 두위가 그만 노인의 아픈 곳을 찌르고 말았다.

 이미 패한 자의 절기를 전해 받을 뿐이라면 그것으로 어찌 다시 그들과 싸울 수 있겠느냐는 말에 노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한동안 무섭도록 침묵을 지키던 노인이 겨우 마음의 격동을 다스린 듯 휴, 하고 길게 한숨을 쉬고 나서 다시 담담해진 눈으로 두위를 바라보았다.

 “그렇겠지. 매우 옳은 말이다.”

 “죄송합니다. 노야를 괴롭히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두위가 진심으로 사죄했으나 풍 노인의 무거운 안색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알아둬라. 무공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그 궁극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새로운 세계가 보이는 법이다. 그런 세계를 세 번쯤 넘어선 자라면 그가 풀잎 하나를 들고 있고 하찮은 삼류의 초식을 구사한다고 해도 그것은 절세무적이 될 것이다. 누구의 어떤 무공을 배웠느냐는 이미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너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저 오만한 무존(武尊) 대무광(戴武光)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그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노인의 눈빛은 이제 유현(幽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현자(賢者)의 모습이었지 구지신마라는 악랄한 마두의 모습이 아니었다.

 두위는 극마지경(克魔之境)이라는 말을 알고 있었다. 마(魔)의 궁극을 초월한 자는 선인(仙人)의 경계와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지고한 이치였다. 두위는 어쩌면 풍 노인이 그런 경지를 이미 엿본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건 무서운 일이었다. 더 무서운 건 그런 노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대무광이었다.

 그 생각에 미치자 두위는 의기소침해지고 말았다. 군웅성이 더 아득하게 느껴졌고, 대무광의 존재가 거대한 산악이 되어 가슴을 내리눌렀다.

 내가 과연 그 산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마저 들어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노인의 말대로라면 그는 이미 세 번 절정의 경지를 뛰어넘은 초인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풍 노인 또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두위는 자신은 아직 절정이 어떤 건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어쩌면 대무광뿐만 아니라 영웅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백 명의 절대자들은 모두 그 절정지경을 뛰어넘는 가공할 무위의 세계를 밟은 자들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그들 또한 초인이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두위의 마음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에게 군웅성의 존재가 이처럼 거대하고 높은 철벽이 되어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

 “너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노부가 네놈에게 모든 것을 걸었을 리가 없지.”

 풍 노인이 그런 두위의 마음을 읽은 듯 따뜻하게 말했다.

 “네 한계를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그것을 극복해 낸다면 새롭게 개안(開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너의 의지를 극한까지 이끌어줄 어떤 계기가 필요하지.”

 노인이 말을 멈추고 두위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럴 날이 곧 찾아올 것이다.”

 “……?”

 어리둥절해하는 두위를 흘겨본 노인이 지나가는 말처럼 무심하게 말했다.

 “너를 찾는 자가 또 있다. 그리고 보니 네놈도 이 바닥에서 꽤나 유명해진 모양이다.”

 “또 있다고요? 이번에도 여잡니까?”

 지레 놀라 묻자 풍 노인이 히히, 웃었다.

 “안심해라, 이놈아. 이번 것은 냄새나는 사내, 그것도 늙은 놈이다.”

 두위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귀역에는 강호인들이 매기자(賣技者)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많은 낭객들이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솜씨가 뛰어나 오래전부터 이름이 알려진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다 놓아두고 굳이 자신을 찾았다는 것이 수상했다.

 “그가 누굽니까?”

 “만나보면 안다.”

 못마땅하다는 듯 두위를 아래위로 흘겨본 노인이 앞장서서 방을 나갔다. 두위는 다시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그가 본 풍 노인은 언제나 침상 위에 누워 있었고, 아무리 귀한 손님이 왔더라도 그를 맞이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 군웅성의 이인자인 검신(劍神) 진사후(陣獅侯)가 찾아왔을 때도 노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진사후가 오히려 노인을 만나기 위해 걸어 올라왔다. 그런 풍 노인이 지금은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두위는 노인을 따라 만금루 후원의 별채에 들었다. 두위를 앉혀놓고 노인은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별채는 만금루에 머물고 있는 무리들이 접근하지 않아서 언제나 조용하고 적막했다.

 일 년 전 두위는 이곳에서 천마신공(天魔神功)의 연성에 매진한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꼬박 일 년 동안 구결을 연구하고 심법(心法)에 매달렸으며 운기(運氣)를 수련했다.

 그때의 그 별원이었고 별채였는데 일 년 만에 돌아와 본 곳은 전혀 다른 곳인 듯했다.

 위치며 가구 집기들이 그대로였으나 분위기는 영 낯선 것이어서 두위는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

 별채를 둘러보고 창밖으로 별원의 낯익은 풍경을 돌아보면서 두위는 그것을 느꼈다.

 일 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음습하고 어두운 기운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은 사악하다고 느껴지는 그런 기운이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허공에 그런 기운이 남아 떠도는 것인지 궁금해하는데 사악하고 음산한 그 기운이 씻은 듯 가셔 버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두 공자, 노야께서 부르시오.”

 두위가 크게 놀라 홱 돌아섰다. 문 앞에 흑의 경장을 입은 사내가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피풍(披風)이 몸을 덮고 있어서 마치 박쥐가 날개를 접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창백한 얼굴에 박혀 있는 두 눈이 유난히 반짝였고 입술은 붉었다.

 두위는 그가 이처럼 가까이 다가오도록 아무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당신은 누구요?”

 경계의 눈빛을 실어 보냈지만 사내는 여전히 표정이 없는 얼굴로 서서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노야께서 부르시오.”

 

 “한 사람의 목숨을 의뢰하려고 한다.”

 첫마디가 대뜸 반말이었다. 두위는 아무런 동요의 빛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애쓰며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검붉은 얼굴에 눈빛이 맑은 것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탐스럽게 늘어진 수염을 쓰다듬으며 두위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았다.

 두위에게 이곳은 처음 와보는 방이었다. 별원에 이런 방이 있었다는 걸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다.

 이를테면 밀실 같은 곳이었는데, 방 한가운데에 탁자 하나와 의자 네 개가 있을 뿐 아무런 장식품도 없어서 황량해 보이기만 했다.

 심지어 창문마저 나 있지 않았다. 사방이 꽉 막힌 상자의 한쪽에 문을 달아놓은 그런 형상이었던 것이다.

 두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오고 나서 제일 먼저 방의 구조에 놀랐고, 다음으로는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낯선 노인의 기도에 놀랐다.

 탈속한 듯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은연중에 사람을 압박하는 묘한 기운을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두위의 전신을 구석구석 살펴보기만 하던 노인이 불쑥 꺼낸 그 말이 또 한 번 두위를 놀라게 했다.

 “나는 청부업자가 아니오.”

 “상관없다. 노부는 네가 그 일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된 거다.”

 더 말할 것 없다는 듯 노인이 품에서 금낭(錦囊) 하나를 꺼내 두위 앞에 밀어놓았다.

 “선금이다.”

 천천히 매듭을 풀고 그것을 열어본 두위는 깜짝 놀랐다. 중원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묘안석(猫眼石)이었다.

 엄지손톱만한 그것이 무려 다섯 개나 들어 있었다. 그 하나가 금 두 관에 버금가는 값어치가 있으니 황금 열 관짜리 청부인 셈이었다.

 두위는 여태까지 이처럼 큰 의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대체 누구의 목이기에 황금 열 관을 아깝지 않게 던질 수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누구를 원하는 거요?”

 “낙성추혼(落星追魂) 유응백(柳鷹伯).”

 “유응백?”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의아해하는데 노인이 품에서 봉서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자에 관한 것이다.”

 두위가 무심코 그것을 받아 들자 이제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노인이 앉아 있던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석 달 안에 끝내주기를 바란다.”

 미처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노인은 성큼성큼 걸어 박쥐 같은 사내가 열어주는 문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두위는 얼떨떨하기만 했다.

 그때 풍 노인이 슬그머니 들어와 노인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두위를 바라보았다.

 “흐흐, 드디어 놈들이 똥줄이 타기 시작했나 보다.”

 두위 앞에 놓여 있는 금낭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던 노인이 흘흘, 하고 괴상한 소리로 웃었다.

 “제법 큰돈이다. 이렇게 몇 건만 처리하면 너는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되어 귀역을 떠날 수 있겠다.”

 “나는 아직 한다 안 한다 말한 적도 없습니다.”

 “이놈아, 돈을 받았고 정보를 받았으면 다된 거지 꼭 문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어야만 되는 거냐?”

 풍 노인이 금낭을 흔들어 보이며 이죽거렸다. 두위는 자신이 너무 경솔했다고 뉘우쳤다.

 확실히 금낭과 봉서를 받기 전에 뜻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의 기세에 눌려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일에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다.

 “어디 보자.”

 풍 노인이 냉큼 두위의 손에서 봉서를 빼앗아 개봉했다. 불빛에 비추어가며 꼼꼼히 읽어가던 노인이 껄껄 웃었다.

 “됐다. 이제 시작된 거다!”

 그렇게 소리친 노인이 유응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문서를 봉서와 함께 태우기 시작했다.

 놀란 두위가 손을 뻗었지만 그것은 이미 불길에 휩싸인 뒤였다.

 “뭐 하는 겁니까?”

 그가 소리치자 풍 노인이 손을 털며 다시 흘흘, 하고 괴상하게 웃었다.

 “이까짓 종이쪽에 적혀 있는 것보다 내게서 듣는 게 훨씬 자세하고 정확할 거다.”

 “이제 보니 노야께서 저를 소개한 것이로군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풍 노인은 의뢰인의 신분에 대해서도, 그가 왜 이 일을 가지고 귀역에 찾아왔는지는 물론, 의뢰 대상인 유응백이라는 자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두위를 빤히 바라보던 노인이 대답 대신 다시 흘흘, 하고 그 괴상한 웃음을 낮게 터뜨렸다.

 

 운남(雲南)은 무려 육천 리나 떨어진 먼 곳이다. 쉬지 않고 말을 달린다고 해도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의뢰인이 못 박은 시간이 석 달이었으니 서두르지 않으면 약속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몰랐다.

 급히 행장을 꾸려 나서려는데 마석산과 반천수, 그리고 새로 만금루에 묵게 된 양사명이 일제히 뛰어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같이 가자!”

 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소리쳤으므로 두위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곰 같은 놈아, 이번에는 내 차례다.”

 반천수가 마석산의 옆구리를 찌르며 을러댔다.

 “나도 가고 싶다.”

 뺨을 달리고 있는 한 가닥 검상(劍傷) 자국을 빼면 아직 동안(童顔)을 간직하고 있는 양사명도 지지 않겠다는 듯 가슴을 펴고 나섰다. 두위는 난감하기만 했다.

 “한 명만 데려가라.”

 걷기조차 힘든 듯 항아리 같은 배를 두 손으로 받치고 느릿느릿 다가온 동건유가 가늘게 찢어진 눈을 몇 번 감았다 뜨고 말했다.

 “여기도 사람이 필요하거든.”

 “네 몫의 삼 분의 일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지. 심심하지 않았다면 그런 조건으로는 절대 따라나서지 않아. 너는 운이 좋은 거다.”

 반천수가 이미 결정되었다는 듯 낡은 검집을 두드리며 턱을 내밀었다. 두위는 마석산을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 반천수에게 양보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반천수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슬그머니 물러섰는데, 두위를 바라보는 두 눈 가득 서운함이 실려 있었다.

 “쳇, 나는 아직 신참이라서 믿지 못하겠다 이건가?”

 양사명이 잔뜩 불만을 담은 눈길로 반천수를 노려보았다. 그도 분위기가 이미 반천수에게 돌아갔음을 느낀 것이다.

 “흐흐, 귀여운 아이야, 너는 아직 이곳에서 할 일이 많아. 주방 청소는 다 끝냈니?”

 동건유의 말에 양사명이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양사명은 스물이 넘은 혈기 왕성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찾아온 이래 모두로부터 아이 취급을 당했다. 가장 늦게 들어온 신입인 탓도 있지만 그의 동안(童顔) 때문이었다.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양사명은 만금루에서의 생활에 제법 잘 적응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자들도 점차 그와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거칠고 삭막하게 굴기만 하던 양사명도 이제는 만금루의 낭객들 모두를 자신의 동지로 여기게 되어서 제법 농담도 하며 어울리기 시작했다.

 “제기랄, 빨리 돈을 벌어서 이놈의 빌어먹을 주루를 몽땅 사버리든지 해야지…… 나원, 더럽고 아니꼽고 치사해서…….”

 동건유가 투덜대는 양사명의 볼을 쓰다듬었다.

 “제발 그래라. 덕분에 나도 좀 놀고 먹어보자.”

 “흥! 그럴 새가 어디 있어? 루주는 그때 나 대신 주방을 열심히 쓸고 닦아야 할걸? 날마다 살이 좍좍 빠져서 곧 몰라보게 날씬해질 거요.”

 “괘씸한 놈.”

 새우눈을 치뜨고 매섭게 노려본 동건유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다시 두위에게 돌아섰다.

 “받아라. 노야께서 전해주라고 하셨다. 목숨이 위급한 때가 아니면 열어보지 말라는 말도 하셨어.”

 그가 건넨 것은 봉서 한 장이었다. 그것을 받아 품에 넣은 두위가 머리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하고 마석산과 양사명을 한 번 바라보아 주고는 곧 걸음을 옮겼다.

 “다녀오마. 말썽 부리지 말고 얌전히들 있어!”

 반천수가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치며 한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지랄. 너나 잘해, 이쁜아!”

 “한눈팔지 말고 꽁무니에 꼭 붙어 다녀!”

 “괜히 계집들이나 후리고 다녀서 두위를 골치 아프게 하면 내가 가만 안 두겠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22 634 0 7648   
24 제 24 화 2016 / 7 / 22 768 0 7538   
23 제 23 화 2016 / 7 / 22 639 0 7748   
22 제 22 화 2016 / 7 / 22 642 0 7719   
21 제 21 화 2016 / 7 / 22 613 0 7614   
20 제 20 화 2016 / 7 / 22 606 0 7454   
19 제 19 화 2016 / 7 / 22 593 0 7858   
18 제 18 화 2016 / 7 / 22 644 0 7683   
17 제 17 화 2016 / 7 / 22 594 0 6588   
16 제 16 화 2016 / 7 / 22 592 0 8149   
15 제 15 화 2016 / 7 / 22 676 0 7772   
14 제 14 화 2016 / 7 / 22 605 0 7814   
13 제 13 화 2016 / 7 / 22 669 0 7359   
12 제 12 화 2016 / 7 / 22 742 0 8463   
11 제 11 화 2016 / 7 / 22 619 0 7264   
10 제 10 화 2016 / 7 / 21 617 0 7506   
9 제 9 화 2016 / 7 / 21 609 0 8097   
8 제 8 화 2016 / 7 / 21 630 0 7808   
7 제 7 화 2016 / 7 / 21 628 0 7761   
6 제 6 화 2016 / 7 / 21 615 0 7378   
5 제 5 화 2016 / 7 / 21 683 0 8027   
4 제 4 화 2016 / 7 / 21 644 0 7593   
3 제 3 화 2016 / 7 / 21 677 0 8223   
2 제 2 화 2016 / 7 / 21 673 0 7749   
1 제 1 화 (1) 2016 / 7 / 21 1074 1 713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무명계
송진용
몽유강호기
송진용
몽검마도
송진용
풍운검협전
송진용
화산검가
송진용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