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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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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15 화
작성일 : 16-07-22 14:23     조회 : 675     추천 : 0     분량 : 7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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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돼지머리의 주인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요리를 하는 자일 것이다. 볶고 지지고 튀겨내고 삶는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그는 마치 손이 여섯 개나 달려 있는 사람인 듯했다.

 음식은 모두가 만족할 만큼 풍성했고 맛이 좋았다. 이런 후미진 곳의 낡아빠진 주루에서 썩기에는 아깝다고 할 만큼 주인은 솜씨가 좋은 자였던 것이다.

 배부르게 먹고 난 포만감이 모두의 몸과 마음을 나른하게 했다.

 “헤헤, 깨끗하게 드셨군요.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실 생각인가요? 아니면 이곳에서 며칠 묵으셔도 좋습니다. 최고로 모십죠.”

 부지런히 탁자를 치우던 주인이 눈치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호두개가 눈을 부릅떴다.

 “왜? 밤새 산적 놈들이 다시 내려와 주기를 바라는 거냐?”

 “아이고, 그럴 리가……. 소인은 다만 여러 영웅 분들을 며칠 더 모시고 싶어서…….”

 “흥, 개소리.”

 호두개의 비웃음에 머쓱해진 주인이 입을 꾹 다물고 탁자를 치우는 일에만 열중했다.

 “나는 말이다…….”

 번풍이 느긋하게 입을 열며 천천히 일어섰다. 주인이 손을 멈추고 번풍의 입을 바라보았다.

 “빚이 있으면 반드시 받고 갚을 게 있으면 또한 반드시 갚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피를 나눈 형제라고 해도 예외는 없어.”

 “그, 그러시겠죠. 영웅은 자고로 맺고 끊는 게 확실한 법이니…….”

 주인이 엉거주춤하게 서서 그렇게 맞장구를 치며 소리가 나도록 눈알을 굴려댔다. 그는 번풍이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는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배도 부르고 쉴 만큼 쉬었으니 힘도 충실해졌다. 그러니 다시 산채로 올라가야겠다. 이번에는 반드시 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고 불을 질러 그 흔적마저 없애 버리고 말 작정이다.”

 번풍의 으스스한 말에 부르르 몸을 떤 주인이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교활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옳으신 말씀. 과연 영웅은 다르군요. 그놈들을 없애주신다면 형주산 주변 네 개 현(縣)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두 좋아할 것입니다. 소인이 나리께서 누구도 하지 못한 그 일을 해냈다고 온 세상에 크게 떠들어 알립죠. 정말 영웅이 되어 천하에 이름을 드날리는 쾌거가 될 것입니다!”

 주인이 입에서 침을 퉁겨내며 외쳤다. 곧 번풍 일행의 등을 떠밀어 억지로라도 산채로 올려 보낼 듯한 기세였다.

 번풍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 한 가닥이 걸렸다.

 “엇!”

 두위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눈앞에서 번쩍이는 칼 빛을 본 것이다.

 그리고 다시 무어라 아첨의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던 주인의 머리가 허공을 날아 건너편 탁자 위에 툭 떨어져 뒹굴었다.

 아직도 입을 벌린 채였고 어리둥절한 눈빛을 하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런……!”

 마석산이 벌떡 일어섰고 두위도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일어섰다. 번풍의 그 한 칼질은 못마땅하기만 했다.

 저항할 힘도 의욕도 남아 있지 않은 자를 굳이 죽일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번풍이 그런 두위를 힐끔 바라보았다. 감정이라고는 한올도 실려 있지 않은 채 번쩍이는 눈빛이었다.

 “음, 너는 정말 지독한 놈이로군.”

 “내가 살아가는 법일 뿐이다. 다른 길은 없어.”

 

 산채를 들이칠 기회를 엿본다는 번풍 일행을 주루에 남겨두고 두위는 마석산과 함께 미련없이 떠났다.

 하지만 등 한복판에 번풍의 끈끈한 눈길이 내내 따라붙은 듯하여 한편으로는 불쾌하기도 했다.

 그와 맺은 인연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가 살아가는 법…….’

 번풍의 말을 벌써 수십 번도 더 곱씹어 보았다. 그의 처지를 생각해 보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뛰어남이 지나쳐 무서운 칼 솜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주류(主流)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언제나 강호의 이방인으로 떠돌 수밖에 없는 자였다.

 군웅성의 일백 영웅들이 이끄는 강호의 규칙에 따르지 않고 명문대파(名門大派)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군웅성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무림에서 영원히 변방을 떠도는 한 마리 들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번풍에게는 그것이 불만이고 자신의 생존에 대한 불안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두위는 문득 그런 생각 때문에 우울해지고 말았다. 번풍이나 자신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한번 사마외도(邪魔外道)로 낙인찍힌 자는 다시는 밝은 세계로 나갈 수가 없었다. 무엇이 사마이고 무엇이 외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군웅성의 일백 영웅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 따지지 않았고 의혹을 품지도 않았다.

 양지에 사는 식물이 있으면 음지에 사는 식물도 있는 것이고, 낮에 활동하는 짐승이 있으면 밤에 활동하는 짐승도 있는 법이다.

 그것들은 서로의 경계를 결코 침범하지 않았다. 음지에 사는 것이 양지에 사는 것을 부러워하지도 않았고, 양지에 사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을 경멸하지도 않았다.

 각자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었다.

 그러나 강호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백도(白道)의 세상이었고 양지의 세상이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흑도(黑道)를 외면하고 경멸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늘 속에는 번풍이나 자신과 같이 음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자들도 있었다.

 백도의 무리들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살기 위해 싸우고, 우정과 원한을 나누며 살아가는 삶들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번풍은 그 속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건지도 몰랐다.

 떳떳하게 양지로 나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당한 대접과 존경을 받으며 사는 삶을 동경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의 잔혹함이 결국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학의 한 방편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 자루 칼에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비참한 운명에 반항하는 것이며, 음지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배반을 꿈꾸는 것이다.

 두위는 그와 같은 자들을 더 알고 있었다. 지금 곁에서 묵묵히 따라 걷고 있는 마석산이 그랬고 귀반악(鬼潘岳) 반천수(潘泉壽)가 그랬다.

 귀역에 머물고 있는 무리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잔인했고, 싸움에 임해서 제 목숨을 아까워할 줄 몰랐다.

 ‘하지만 지나치게 잔혹할 것도, 비정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

 두위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머리를 끄덕였다. 어떤 것이 더 보람되고 나은 삶인지는 단정해 말할 수가 없었다.

 흑도면 어떻고 백도면 어떻단 말인가. 내가 처한 삶 속에서 최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꿈은 그런 것이 아니다.’

 두위는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다짐해 주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명예와 부가 아니었다.

 그는 오직 강한 자, 더 강한 자가 되기를 원할 뿐이었다. 흑도니 백도니 하는 구분 따위가 그에게는 우스운 일에 지나지 않았다.

 두위는 그런 고정관념의 벽마저 뛰어넘을 수 있고, 태산보다 더 높은 곳에 홀로 우뚝 서서 결국은 일백 영웅들마저 비웃어줄 수 있는 그런 절대의 강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또 원했다.

 밥은 똑같은 쌀로 만들어진다. 그것을 정승이 먹으면 반(飯)이 되고 거지가 먹으면 동냥이 된다. 무공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소림의 무공도 악한 자가 쓴다면 마공(魔功)이라 해야 할 것이고, 포악하기로 악명 높은 마공일지라도 고승(高僧)이 자비심으로 쓴다면 신공(神功)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정도(正道)와 마도(魔道)로 나눈다는 것이 억지스럽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군웅성은, 그것을 이끌고 있는 일백 영웅들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면 지독한 오만과 독선에 빠져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 것이리라.

 두위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이 끝내 자신의 아집을 버리지 않고 흑백을 나누고 편애한다면 그런 집단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더 유익하다.

 악을 부정한다면 정의는 존재할 수 없다. 절대적이라는 건 없었다.

 언제나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악을 물리침으로써 정의는 더욱 빛나고 사랑을 받게 된다.

 악을 경계하고 몰아내지만, 정의는 역설적으로 그런 악이 있기에 정의로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두위가 보는 군웅성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악의 제거에만 최상의 가치를 두었다. 그것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뜻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들은 악을 부정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꼴이 되었다.

 오직 자기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인정하고 주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악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 쓸데없는 짓이다! 나누고 구분하며 그래서 증오하고 편애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갑작스러운 두위의 외침에 마석산이 깜짝 놀라 우뚝 멈추어 섰다. 두위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 누가 번풍의 칼을 욕할 수 있겠어? 누가 군웅성의 깃발을 존경할 수 있겠어? 내가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데, 그들이 나를 무시한다고 원망할 수 있나? 그들이 나를 죽이는 건 정당하고, 내가 그들을 죽이는 건 틀렸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냐! 다 개똥 같은 짓이다! 그걸 알아야 해!”

 마석산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는 두위가 이처럼 흥분하여 소리 지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무엇이 그의 마음 가득 분하고 억울한 기운을 가져다 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번쩍―

 눈앞에서 한줄기 강렬한 빛이 터져 나갔다. 마석산이 지나친 놀람으로 입을 딱 벌린 채 눈을 부릅떴다.

 어, 어! 하는 괴성이 그의 입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는 자신이 헛것을 보았다고 여겼다. 두위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는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곁에 있던 그가 언제 사라졌는지 마석산은 똑똑히 보지 못했다.

 눈을 깜박인 그 순간에 두위의 모습은 이미 허공 중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허리춤에서 시린 빛줄기가 뻗어 나갔다.

 그것이 지니고 있는 엄청난 힘이 눈에 보였다. 두위를 떠받치고 있는 주변의 공기들이 소용돌이치며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의 칼과 온몸에서 해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기파(氣波)들.

 짜자자작―

 그 무시무시하게 소용돌이치는 기류 속에서 뇌전이 작렬하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두위의 칼이 낙뢰처럼 내리꽂혔다.

 콰콰쾅―!

 굉장한 폭발음과 함께 아름드리 거송의 둥치가 천 조각 만 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마치 그 안에 화약을 가득 채워 넣었다가 일시에 터뜨려 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불붙은 나무 조각들이 허공을 가득 뒤덮었다. 마석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두려움으로 떨며 마구 물러서고 있었다.

 

 이윽고 소용돌이치던 기류도 가라앉았고 두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파의 해일도 씻은 듯 사라졌다.

 허공 가득 나무 타는 매캐한 냄새와 연기가 떠도는데, 아직도 조각난 파편들이 재가 되어 눈처럼 흩날렸다.

 “그, 그게 뭐지?”

 마석산이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두위를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어느덧 무심해진 두위의 눈이 이제는 아득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삼초 혈풍뇌정(血風雷精).”

 지금은 혈마삼도(血魔三刀)로 불리는 선풍삼도(旋風三刀)의 마지막 초식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전해준 흑룡보주 채군걸이 다시 살아났다고 해도 지금 두위가 보여준 도법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었다.

 두위는 이미 채 보주로부터 물려받은 도법에 자신만의 심득을 더하여 더욱 발전시켰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제 두위의 도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위가 도법을 펼칠 때 운용한 신공은 귀역의 풍 노인으로부터 일 년 전에 전해 받은 천마신공(天魔神功)이었다.

 그것은 다른 심법이나 신공들과는 달리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한번 운용하면 기름을 부은 불길처럼 격하고 갑작스럽게 타오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천마신공만의 묘용이다. 서서히 신공의 단계를 높여가는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최고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곳에 집중해서 쏟아내는 그 힘은 가히 천마(天魔)의 진노라고 할 만큼 무시무시했다.

 선풍삼도에 그 천마신공을 접목하자 위력이 배는 더 커졌다. 그것은 두위 자신도 두려워할 만큼 무서운 것이어서 그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것을 시전해 본 적이 없었다.

 채 보주로부터 전해 받은 선풍삼도를 얌전하게 펼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이제 두위가 지닌 그 도법은 혈마삼도라고 불리는 것이 마땅했다.

 천마신공을 도법과 일치시키자 처음의 선풍삼도와는 그 위력이나 흉맹함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났던 것이다.

 두위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선풍삼도를 왜곡해서 혈마삼도라고 부르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초식의 이름까지도 선풍뇌정(旋風雷精)이던 것을 혈풍뇌정(血風雷精)이라고 고쳐 불렀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마석산의 눈에는 두위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두위의 솜씨가 놀랄 만큼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이와 같은 도법의 위력을 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마석산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혀를 내둘렀다.

 “처, 처, 천하제…… 일……!”

 두위가 손사래를 치며 쓰게 웃었다.

 “그만둬. 아직도 멀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단지 위력이 극강한 도법이 아니야.”

 “그, 그럼?”

 “저 하늘과 같아지는 거지.”

 마석산이 입을 딱 벌린 채 두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은 청명하게 맑고 끝없이 높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4장 매기자(賣技者)의 길

 

 

 

 “어때요?”

 맑고 시원한 음성이었다.

 “노신의 생각으로는…….”

 비단 휘장을 두른 가마 곁에 공손히 서 있던 두 명의 노인들 중 왼쪽에 서 있던 노파가 짚고 있던 용두괴장(龍頭怪杖)으로 땅을 한 번 찍고 입을 열었다.

 노파의 옷자락을 잡고 멍하니 서 있던 매괴(魅怪)가 깜짝 놀라 움찔 떨었다.

 “선풍도법이 분명하지만 패도적인 위력과 살기에 있어서는 그것을 크게 앞지르는 바가 있습니다. 아마도 저 아이는 그 이후 또 다른 기연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기연이라…….”

 가마 안에서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또 하나의 청아하고 상쾌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가마 안에는 두 명의 여인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의 도법이 나의 빙옥지(氷玉指)와 비교해서 어떻겠어요?”

 이번에는 우측에 서 있던 깡마른 노인이 험, 하고 헛기침을 하고 나서 세 가닥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떤 무공이든 그것이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서로 상통하는 바가 있으면서 때로는 상극의 이치를 포함하는 법이니…….”

 “흥! 그래서 교 노인은 나의 빙옥지가 부족하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가요?”

 교(嶠) 노인이라고 불린 그가 변명할 말이 궁한지 끙끙대기만 할 뿐 무어라고 대꾸하지 못했다.

 “좋아요. 나머지 말을 마저 들어보고 나서 다시 따지기로 하지요.”

 여인의 차가운 말에 가만히 한숨을 쉰 노인이 풀이 죽은 얼굴로 떠듬떠듬 말을 이어갔다.

 “그의 도법이 극양(極陽)한 것이라면 냉 소저의 빙옥지는 극음(極陰)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서로 어울리면 완벽한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낼 것이지만…….”

 “흥! 그 말은 지금 나더러 그에게 추파를 던지고 꼬리를 치라고 부추기는 건가요? 그 말은 또 여기 채 언니를 속상하게 하려는 뜻이기도 하지요?”

 여인의 말투가 더욱 앙칼져졌다. 냉 소저라고 불린 그녀는 아무래도 노인에게 못마땅한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노인을 괴롭히려는 듯했다. 교 노인이 한숨을 쉬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의 얼굴 가득 낭패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냉 소저가 무어라고 말해도 노신은 대꾸할 말이 없소. 그러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소.”

 “괜찮으니 계속 말해 보세요. 저는 교 노인의 말을 마저 듣고 싶답니다.”

 가마 안에서 처음의 그윽한 음성이 들려왔다. 교 노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쓴 입맛을 다시고 나서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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