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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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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14 화
작성일 : 16-07-22 14:23     조회 : 605     추천 : 0     분량 : 7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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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

 “저, 저 놈이!”

 비로소 정신을 차린 놈들이 저마다 외마디 비명을 터뜨리며 자리를 박차고 뛰어 일어났다.

 그때까지도 마석산이 설마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나오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짐작했더라도 그의 행동이 워낙 거칠고 재빨라 어떻게 해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쳐 죽일 놈 같으니!”

 우두머리 사내가 검을 뽑아 들며 버럭 소리 질렀다. 그를 휙, 돌아보는 마석산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사내가 주춤거리며 두어 걸음 물러섰다. 이제는 정신을 차린 놈들도 모두 병장기를 뽑아 들고 마석산을 에워싸고 있었다.

 두위가 천천히 포대 자루를 향해 다가갔지만 눈앞에 성난 곰같이 위험한 자를 두고 있는 놈들은 아무도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소도(小刀)를 꺼내 포대 자루를 죽 찢은 두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안에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자와 눈길이 딱 마주쳤던 것이다. 번풍이었다.

 온몸이 굵은 포승줄로 꽁꽁 묶이고 입에는 재갈마저 물려 있어서 그 꼴이 끔찍해 보였다. 번풍의 번뜩이는 눈이 살기를 가득 담고 두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 누군가 했더니 바로 당신이었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지? 그러게 평소 조심하는 버릇을 들였어야지. 쯧쯧…… 하긴, 사나운 범도 사냥꾼이 파놓은 함정은 피할 수 없는 법이지.”

 두위가 번풍을 내려다보며 이죽거렸다. 곁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다른 두 개의 포대 자루 속에 들어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뒤에서 다시 악을 쓰는 듯한 처절한 단말마가 들려왔다.

 힐끔 돌아본 두위의 눈에 마석산의 무쇠 같은 주먹에 맞아 얼굴이 터져 나가고 있는 자의 처참한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야차 같은 놈이 물을 만났군.”

 두위는 마석산의 싸우는 법이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렇게 잔인하게 으깨놓는 방식은 너무 거칠고 무식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죽이는 건 역시 깨끗하고 매끄럽게 해야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의 동료를 잃은 자들이 주춤거리며 몸을 사렸다.

 마석산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이제 놀림감이 아니라 흉악한 악신(惡神)의 그것으로 보였으리라.

 다음 먹잇감을 찾는 듯 둘러보는 마석산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그 눈길에 닿은 자들이 몸을 떨며 거듭 물러섰다.

 “대체 네놈은 누구냐?”

 우두머리 사내가 검을 가슴 앞에 세워 들고 나서서 마석산을 가로막았다. 제법 당차 보이는 기세가 있었다.

 “마석산이라고 하지. 그는 돈을 내고 자신을 산 사람을 위해서만 싸움을 하는데 오늘은 별일이군.”

 두위가 대신 말해 주었다. 사내의 표독스런 눈길이 그런 두위를 훑고 지나갔다.

 “낭객이었군.”

 뱉어내는 사내의 말에 경멸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산적질이나 해먹고 있는 놈들보다야 나을걸?”

 두위의 말투에도 경멸이 은근한 분노와 함께 섞였다.

 “비켜서라!”

 다시 한 번 두위를 흘겨본 사내가 주춤거리고 있는 수하들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제대로 된 무공이 어떤 건지 내가 보여주마.”

 사내가 검을 들어 마석산의 가슴을 겨누었다. 마석산의 번쩍거리는 눈이 그런 사내의 검봉에 멎었다.

 “어쩌다 곁눈질로 배웠거나, 그도 아니면 완력만을 믿고 되는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네놈들의 솜씨라는 게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내가 똑똑히 가르쳐 주마.”

 말투로 보아 사내는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운 자인 것 같았다. 두위가 호기심이 어린 얼굴로 사내와 검을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이죽거렸다.

 “글쎄, 어떤 게 제대로 된 무공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강한 자는 싸우면 이기고, 칼을 뽑으면 반드시 죽인다는 거야. 그렇지 못하면 소림사의 무공이 백정의 칼질보다 나을 게 없지.”

 “무식한 놈. 그러기에 네놈들을 야비한 들개라고 부르는 거다.”

 두위의 말을 들은 사내가 다시 비웃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해 보인 두위가 발 아래의 번풍을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번풍이 몸을 꿈틀거렸다. 두위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풀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참았는데 조금을 더 참지 못하겠어? 기다려 봐.”

 그런 번풍의 눈길을 외면한 두위가 다시 사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석산이 그 큰 몸집을 구부정하게 굽힌 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사내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의 검이 눈앞에서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얍!”

 사내의 입에서 날카로운 기합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검이 허공을 격하고 힘차게 뻗어 나왔다.

 갑자기 검봉이 한 자는 더 되게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검기였다.

 “엇!”

 그 의외의 일에 두위가 저도 모르게 경악성을 터뜨렸다. 하찮은 산적이라고 여긴 자에게서 검기를 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억!”

 마석산도 크게 놀란 듯 껑충 뛰어 물러섰다. 그런 그의 가슴 앞을 푸른 검기 한 가닥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 여력 탓인 듯, 마석산의 옷자락이 깨끗하게 베어져 너풀거렸다. 털이 숭숭한 맨가슴에 한줄기 혈흔이 남겨졌다.

 “차합!”

 사내가 다시 한 번 날카로운 기합성을 터뜨리며 재빠르게 보법을 밟아 쫓아 들어갔다.

 가볍고 깨끗한 운신이 두위의 마음까지 상쾌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사내의 검 앞에 노출된 마석산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연신 괴성을 지르며 이리저리 어지럽게 몸을 움직여 사내의 검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 커다란 몸이 쿵쿵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믿을 수 없이 빨랐다. 사내의 검격이 매번 아슬아슬하게 마석산의 그림자를 끊고 지나갔다.

 서너 번을 그렇게 몰리고 나자 더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마석산이 입술을 깨물었다.

 시커먼 얼굴 가득 분노와 수치의 기색이 어렸다. 사내의 검을 쫓는 그의 눈이 숯덩이를 담은 듯 이글거렸다.

 “어헝!”

 한마디 포효를 터뜨린 마석산이 눈앞을 어지럽히는 사내의 검을 향해 맹렬하게 일권을 때려냈다.

 주먹에 앞서 뻗어 나오는 한줄기 위맹한 권력이 사내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다. 그 기세에 깜짝 놀란 사내가 급히 몸을 기울였다.

 퍽―!

 빗나간 주먹이 나무 둥치를 치자 그것이 움푹 파이더니 기어코 우지직거리며 중동이 꺾여 넘어졌다.

 사내가 머리 위로 쓰러져 내리는 나무를 피해 훌쩍 뛰어 물러섰다.

 “그만 해!”

 그런 사내를 향해 쫓아 들어가려는 마석산을 향해 두위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어서 나를 풀어줘!”

 번풍이 발 아래에서 이를 갈며 소리쳤다. 맨 땅에 마구 얼굴을 비벼대더니 기어코 입에 물려 있던 재갈을 벗겨낸 것이다.

 “이건 내 일이다.”

 그가 두위를 올려다보고 으르렁거렸다.

 “기다려 봐. 여기 너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꺾여진 나뭇등걸이 마석산과 사내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두위가 저쪽에서 다시 검을 세워 들고 있는 사내를 향해 그렇게 소리치고 소도를 휘둘러 번풍의 온몸을 묶고 있는 포승줄을 끊었다.

 비로소 자유롭게 된 번풍이 포대 자루 안에 함께 들어 있던 자신의 쌍수도(雙手刀)를 집어 들고 벌떡 일어섰다.

 밤새 그렇게 묶여 있느라고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을 움직이자 우두둑거리며 뼈마디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몇 번 팔과 다리를 비틀고 털어서 뭉쳐 있던 뼈와 근육을 풀어준 번풍이 허연 이를 드러내고 소리없이 웃었다.

 그의 뺨을 타고 이마 위까지 뻗어 있는 상처 자국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아직 아물지 않아 피딱지가 붙어 있는 그것이 찌르는 듯한 고통을 가져다 준 모양이었다.

 얼굴을 찡그렸던 번풍이 음, 하는 신음 소리를 내고는 성큼성큼 걸어 사내에게 다가갔다.

 “개자식아, 제대로 된 무공이 고작 그거였냐?”

 마석산을 스쳐 성큼 나뭇등걸 위로 올라선 번풍이 쌍수도를 뽑아 들어 두 손으로 굳게 움켜쥐고 사내를 노려보았다.

 “내 칼은 되는대로 휘두르며 익힌 백정의 칼이다. 어디 한번 받아보아라.”

 몇 마디 말을 하자 볼의 상처가 벌어지며 다시 피가 스며 나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끔찍해 보였던지 사내가 검을 든 채 주춤거리고 한 걸음 물러섰다.

 “지난밤에는 나를 잘도 놀렸겠다?”

 지그시 사내를 노려보며 낮게 웅얼거린 번풍이 발을 굴렀다.

 쓰러져 있던 나뭇등걸이 그의 체중을 싣고 출렁거린 순간 탄력을 빈 번풍의 신형이 비조처럼 허공을 날았다.

 씨이잉―!

 매서운 휘파람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번풍의 그림자가 두 날개를 활짝 편 커다란 박쥐처럼 보였다.

 번쩍이는 칼 빛이 뇌전처럼 꽂히고 있었다. 엇! 하고 놀란 사내가 급히 몸을 틀며 검을 들어 올려 그것을 갈라갔다.

 경황 중에도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은 침착한 자세였고 검로(劍路)였다.

 쨍!

 날카로운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내가 창백해진 얼굴로 부러진 검을 쥔 채 정신없이 물러서고 있었다.

 한 번 칼을 휘둘러 단번에 사내의 기세를 꺾어놓은 번풍이 다시 몸을 던졌다.

 두려움없이 뛰어드는 그의 사나움에 이제는 사내의 얼굴 가득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피이잉―

 다시 한 번의 휘파람 소리가 허공을 찢었고 기울이는 사내의 몸을 따라 쳐내리는 은빛 섬광이 있었다.

 사내의 어깨가 길게 찢어지더니 쩍 벌어졌다. 빠져나온 번풍의 칼이 다시 아래에서 위로 쳐올라 갔다.

 “음, 역시 지독한 도법이군.”

 사타구니에서 아랫배에 이르기까지 길게 그어버리는 그 빠른 칼질을 본 두위가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다.

 두 조각으로 나뉜 사내의 몸이 각기 다른 방향을 보며 천천히 벌어져 눕고 있었다. 비명 소리도 없었고 피도 흐르지 않았다.

 “이야압!”

 번풍의 고함 소리가 넋을 잃고 있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멍하니 서 있을 뿐인 자들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비로소 사내의 몸에서 뜨거운 선혈이 왈칵 뿜어져 허공을 붉게 적셨다.

 한 번에 한 놈씩이었다. 번풍의 칼에는 지독한 살기만 있을 뿐 터럭만큼의 연민이나 인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다섯 놈의 목을 쳐버리는 데 숨을 두 번 바꾸어 쉴 만큼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좌우로 번쩍이는 그의 칼 빛을 따라 다섯 개의 목이 허공을 날았고, 그것들이 차례로 떨어져 구를 때 번풍은 이미 칼을 거두고 훌쩍 뛰어 물러나 있었다.

 허수아비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자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핏줄기가 다시 허공 가득 자욱한 안개로 퍼져 나갔다.

 두위를 돌아보는 그의 두 눈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가 칼을 털어 피를 뿌리고 나서 포대 자루를 찢어 호두개와 막고성을 꺼냈다.

 “신세를 졌다.”

 번풍이 아직 가시지 않은 살기와 적의를 담은 눈길로 건조하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우선 산을 내려가야지.”

 두위의 물음에 대답은 번풍 대신 막고성이 이를 갈며 했다.

 죽은 자들에게 더는 미련이 없다는 듯 앞서서 겅중겅중 걷는 번풍을 호두개와 막고성이 잰걸음으로 뒤따랐다.

 ‘뭐야? 시작은 내가 했는데 재미는 저놈이 혼자서 다 봤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마석산이 죽은 놈들을 가리키고 제 가슴을 두드리더니 번풍의 등을 손가락질했다. 두위가 그런 마석산의 등을 쳤다.

 “따라가 보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

 마석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놈은 너의 적이 아니냐?’

 그가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두위가 다시 그의 등을 두드리며 웃었다.

 “하하, 목숨을 구해줬는데 설마 옛 일을 가지고 화를 내겠냐? 그렇다면 속 좁은 놈이니 더 상대할 것도 없지. 또 달아나면 그뿐이다.”

 

 “따라오는데?”

 힐끔 뒤를 돌아본 호두개가 번풍의 옆구리를 찔렀다. 번풍도 두위와 마석산이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뒤따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버려 둬.”

 “그럼 이제 친구의 복수는 잊은 거냐?”

 “은혜와 원수도 구분할 줄 모를 만큼 어리석지 않다.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는 용서없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번풍의 머리 속도 혼란스러워져 있었다.

 친구의 복수를 해주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저버리는 일은 더 더욱 할 수 없었다.

 ‘좋아, 언제든 그놈의 목숨을 한 번 구해주는 거다. 그런 다음에 복수를 하면 되겠지.’

 번풍은 그렇게 작정했다. 강호는 넓었으나 그들 낭객들의 세계는 좁았다. 돈을 주고 사주는 자가 있으면 어디든지 간다.

 오늘은 동료가 되어 함께 싸웠던 자가 내일은 적이 되어 맞서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느 곳에서 분쟁이 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실려오면 자신을 팔기 위한 자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그러다 보면 멀리 떨어져 있던 자도 다시 만나는 일이 잦았다. 번풍은 언젠가 두위의 목숨을 한 번쯤 구해줄 기회가 오리라고 믿었다.

 까짓 평생이 걸린들 어떨까. 죽지 않는 한 은혜는 갚을 것이고 원수 또한 그럴 것이다.

 

 “아이고, 멀쩡하게 살아 돌아오셨구려. 이래서 하늘은 복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가 보오. 장사들을 떠나보내고 나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오. 사실 그 산적 놈들의 협박에 못 이겨 가끔 그런 짓을 하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 내 본심이겠소? 한 번씩 그런 일을 할 때마다 속으로는 그놈들의 십팔대 조상까지 욕을 하고, 애꿎게 죽어간 사람을 위해서는 지성을 다해 제를 드려준다오. 지금도 오늘 밤에 쓸 제물을 준비하려던 생각에 빠져 있던 참이라오. 그런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돌아오셨으니 마치 죽었던 내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참으로 기쁘구려. 아, 이런 내 정신 좀 봐. 자, 자, 우선 그리들 앉으시오. 내 곧 요깃거리를 만들어 내오리다.”

 번풍 일행이 주루의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낡은 탁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주인이 깜짝 놀라 일어섰다.

 얼굴이 샛노랗게 질렸던 그자는 곧 안색을 바꾸어 온갖 수다를 늘어놓으며 번풍의 두 손을 덥석 잡고 눈물마저 찔끔거렸다.

 그 넉살과 수다에 모두는 멍하니 어깨 위에 돼지머리를 올려놓은 듯한 주인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눈물 콧물을 찍어내며 정신없이 수다를 늘어놓던 주인이 그들을 끌다시피 하여 자리에 앉히고는 재빨리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미처 두 걸음을 떼어놓지 못했다.

 “거기 서!”

 번풍의 그 한마디에 주인이 들어 올렸던 한쪽 발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얼어붙은 듯 멈추어 섰다.

 “달아날 생각이면 그만두는 게 좋을걸? 우리는 네놈이 어디로 가 숨든 이틀 안에 찾아낼 수 있다.”

 “흥, 달아났다가 붙잡힌 놈을 죽일 때는 아주 재미있게 죽이지. 우선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낸 다음에 소금을 뿌려서 잘 절인다. 알맞게 절여졌으면 한 점씩 살을 저며내지. 아주 기술적으로 하기 때문에 별로 아프지는 않아. 뼈와 힘줄은 건드리지 않거든. 그러면 그놈은 제 눈으로 제 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똑똑히 보게 되지. 아주 기막힌 경험을 하게 되는 거야. 그런 다음에…….”

 “그만, 그만!”

 막고성의 위협에 이어서 호두개가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자 주인이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졌다. 사색이 된 얼굴로 털썩 무릎을 꿇은 그가 바닥에 이마를 찧어대며 소리쳤다.

 “잘못했소! 잘못했소! 그러니 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주시오. 그게 좋겠소!”

 조금 전까지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 보이더니 이제 그는 진심으로 죽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배가 고프다. 우선 술과 먹을 걸 내와. 또다시 수작을 부렸다가는…….”

 번풍은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주인이 번쩍 머리를 들고는 우렁차게 외쳤던 것이다.

 “천만에! 천만에! 다시 그런 멍청한 짓을 한다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 저 뒷간에 우글거리는 구더기 새끼요!”

 한마디를 할 때마다 한 번씩 머리를 찧어댄 주인이 미처 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재빠르게 주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봐, 내 말이 맞았지?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될 거라고 그랬잖아.”

 한쪽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두위가 마석산을 돌아보고 그렇게 말하고는 탁자를 두드리며 통쾌하게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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