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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비린토스 - 계약의 여기사
작가 : 라마레뜨
작품등록일 : 2017.6.7

평생 충성을 바쳤던 황제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아리안.
다시 살게 된 인생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녀 앞에 서열 5위의 마왕이 나타난다.

“나와 계약해서 네 인생을 되돌려준 남자를 찾지 않을래?”

[회귀물 / 여기사물 / 먼치킨 여주 / 은퇴희망물 / 해피엔딩]

※ 초반에 조금 어두워 보이지만 그다지 어두운 글은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이메일. ramaletteu@gmail.com

 
귀환 (1)
작성일 : 17-06-08 13:58     조회 : 318     추천 : 3     분량 : 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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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안느 아가씨..."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리안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 목소리는 아리안이 매우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리안은 아주 오랫동안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었다. 듣기만 해도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고 뭉클해지는 그 목소리를 아리안은 몇 해 동안 줄곧 그리워했었다.

 

 

 "...아리안느 아가씨..."

 

 

 조금 전 들었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아리안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아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 목소리를 들을 때면 아리안은 항상 막 구운 빵 냄새가 떠오르곤 했다. 따뜻하고, 포근해서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스르르 잠이 들것만 같은 그 목소리는 바로 아리안의 유모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아리안은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유모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이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리안의 유모는 이미 5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장례까지 치룬 유모의 목소리가 들린다니, 이건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눈을 뜬 아리안의 시선에 연한 아이보리색 캐노피가 보였다.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 캐노피를 바라보며 아리안은 조용히 눈을 깜박였다. 눈을 감기 전, 자신은 분명히 쇠사슬에 묶인 채 차디찬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 황제의 호위기사가 복부에 찔러 넣은 검의 고통이 아직도 선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아리안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 바람에 흩날리는 캐노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아리안은 침대에 누워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아리안은 온몸의 근육과 인대가 파괴되어 제대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리안은 아무런 문제없이 침대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 손에 힘을 주어보자 무리없이 주먹을 쥘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문 도중 뽑혔던 손발톱도 멀쩡히 돌아와 있었고, 눈동자도 양쪽 모두 온전한 상태였다. 마치 단 한 번도 고문을 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 아리안의 온몸은 흠 없이 깨끗했다.

 

 ...그럼 혹시...!

 

 설마 하는 마음에 아리안은 자신의 가슴에 위치한 마나핵을 확인해보았다. 마나핵은 오러를 사용하게 되면 생겨나는 것으로 심장의 반대편, 즉 오른쪽 가슴 속에 생겨난다. 마치 보석처럼 보이는 마나핵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사용할 수 있는 오러의 양이 많을수록 그 크기 또한 커지게 된다. 대륙의 유일한 소드마스터였던 아리안의 마나핵은 진짜 심장만큼 무겁고 단단했었다.

 

 아리안이 지하 감옥으로 끌려간 첫날, 간수장들은 제일 먼저 아리안의 마나핵을 파괴했다. 그들이 가슴을 헤집고 마나핵을 억지로 잡아 뽑는 순간, 아리안은 실제 심장이 꺼내지는 것같이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쳐야만 했다. 마나핵이 없다는 것은 오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아리안은 언제나 자신의 몸을 감싸주던 오러를 다시는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수십 년간 끊임없이 검을 갈고 닦았던 그녀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졌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러를 발동시키자 오른쪽 가슴 속에서 마나핵이 반갑다는 듯이 진동했다. 그와 함께 하얗게 빛나는 오러의 회오리가 아리안의 오른손을 휘감아 돌았다.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 날카롭게 휘몰아치는 그 오러를 보며 아리안은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올것만 같았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했다.

 

 그녀의 마나핵은 무사했다.

 그녀는 아직도 소드마스터였다.

 

 바로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지르며 외쳤다.

 

 

 "아리안느 아가씨!"

 

 

 깜짝 놀란 아리안은 곧바로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아리안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는 이미 5년 전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유모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 유모?!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무나도 놀라운 상황에 아리안이 멍하니 유모를 쳐다보며 묻자 유모가 그런 아리안에게로 쿵쾅거리며 다가왔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네요, 아리안느 아가씨! 제가 누누이 말했었죠! 집안에서는 절대로 오러인지 뭐시긴지 하는 걸 만들지 말라고요!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거죠?!"

 

 

 유모의 그 말에 아리안은 다급히 오러를 공기 중으로 흩어버렸다.

 

 

 "이, 이건 그냥 뭘 좀 확인해보려고...아, 아니, 그보다 유모. 저, 정말 매리앤 유모가 맞아...?"

 "왜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나 보죠?"

 

 

 매리앤이 퉁명스럽게 말한 순간, 아리안은 그대로 매리앤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확실했다. 그녀는 아리안의 유모인 매리앤이 틀림없었다. 자신이 키운 아이에게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할 수 있는 유모가 그녀 외에 달리 또 어디 있겠는가!

 

 

 "유모, 정말, 정말 보고 싶었어."

 

 

 아리안이 살집이 풍만한 매리앤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그렇게 말하자 매리앤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그런 매리앤을 쳐다보았다.

 

 

 "아니, 이 아가씨가 갑자기 왜 이런담? 누가 보면 내가 언제 죽기라도 한줄 알겠네요."

 

 

 ...응, 사실 죽었어.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아리안은 그저 매리앤을 더 강하게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 오늘 정말 이상하네요. 하지만 암만 이래도 안 봐줄 거예요. 자, 이제 아리안느 아가씨답지 않은 짓은 그만두고 나랑 약속해요. 다시는 집안에서 오러인지 뭐시깽이인지 하는 거 만들지 않겠다고."

 "알겠어, 약속할게."

 

 

 억지로 자신을 떼어내는 매리앤에게 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하자 매리앤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약속해봐야 또 얼마 못 지킬 거 다 알고 있지만 아무튼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봐드리도록 할게요."

 "시간이 없다고?"

 

 

 어차피 다 같이 죽은 마당에 왜 시간이 없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아리안이 그렇게 되묻자 매리앤이 잽싸게 침대를 정리하며 대꾸했다.

 

 

 "그럼요. 벌써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아침 식사도 안하셨잖아요. 아무리 기사단에서 잘리고 백수 생활 중이라고 하더라도 아침을 12시 이후에 먹을 순 없잖아요."

 "잠깐, 내가 기사단에서 잘렸다고?"

 

 

 어쩐지 이상한 기분에 아리안이 살짝 미간을 좁히며 묻자 매리앤이 이불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거 때문에 한 달 내내 우울해하셨잖아요. 당장 수도로 올라가서 기사단장 목을 따버린다는 걸 말리느라고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벌써 잊으셨어요?"

 

 

 그 순간 아리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매리앤이 방금 한 말은 아리안 역시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검을 처음 잡았던 그때부터 아리안은 항상 검술의 천재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리안을 처음 가르쳤던 검술 스승은 그녀가 천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한 천재라고 항상 침을 튀기며 주장했었다. 처음엔 여자란 이유로 그녀를 무시하던 사내놈들도 그녀의 검에 한번 개 맞듯 맞고 나면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었다. 심지어 그녀가 20살의 나이에 소드마스터가 된 후로는 그런 시비를 거는 놈조차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런 아리안이 평생 딱 한번 기사단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신이 도대체 왜 기사단을 나가야 하는 거냐고 항의하는 아리안에게 기사단장은 이렇게 말했었다. 제국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황실 기사단에 여자를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리안이 이 거지같은 해고통보를 들은 것은 그녀의 21번째 생일날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그녀의 나이는 34살이었다. 13년 전의 일이 지금 다시 그녀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니,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아리안의 눈에 자신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손톱이 모두 뽑힌 채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뭉그러졌던 그 손은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그녀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매리앤, 지금 내가 몇 살이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렇게 묻자 매리앤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어버렸다.

 

 

 "이제는 나이도 잊어버리셨어요? 그야 당연히 21살이시죠. 뭐 생일이 딱 한 달 지나긴 했지만 말이에요."

 

 

 매리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리안은 방의 왼쪽을 향해 달려갔다. 어린 시절 매리앤이 살던 방에는 그곳에 거울이 하나 걸려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걸려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순간, 아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 거울 속에는 하얀 피부에 밀빛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서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트린 밀빛 머리카락은 그녀의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를 감싸주고 있었다.

 

 짙은 홍차색 눈동자로 아리안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바로 21살의 아리안느 폰 에스테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할 말을 잃은 아리안은 의자에 앉은 채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빗겨주는 매리앤이 계속해서 뭐라고 재잘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리안의 귀에는 단 한마디도 들어오지 않았다. 거울 속에는 여전히 21살의 아리안느 폰 에스테, 아니 결혼 전 이름으로 아리안느 리베이드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결론은 확실했다. 자신은 13년 전의 과거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21살,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황자도 만나지 않은 바로 그때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리안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은 분명히 검에 찔려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때 자신의 배를 가르던 검의 감촉이 지금도 생생히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13년 전의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당연히 말도 안 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지금 아리안이 서 있는 이곳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살아왔던 이 집도, 머리를 빗겨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고 있는 매리앤도, 거울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는 아리안 자신도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꿈을 꾼 걸까. 에르하르트를 만나 그를 황위에 올리고, 결혼해서 공작부인이 되고, 황실 기사단장에 임명되고, 결국 마지막에 감옥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꿈을 꾼건 아닐까.

 

 하지만 아리안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결코 꿈이 아니었다. 만약 그 모든 것이 꿈이었다면 이다지도 생생히 기억날 리가 없었다. 지금 아리안이 서 있는 이곳이 현실이듯 그때의 아리안이 살았던 그 시간 역시 모두 현실임에 틀림없었다.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릴 수 없었던 아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매리앤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리안느 아가씨!"

 "왜, 무슨 일이야?"

 

 

 그제야 퍼뜩 정신이 돌아온 아리안이 매리앤을 쳐다보며 묻자 매리앤이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런 아리안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도대체 오늘 왜 이러세요? 제가 지금 몇 번째 아가씨를 부른 건줄 아세요?"

 "아아, 미안. 좀 생각할게 있어서."

 "두 번 생각할 게 있다가는 아주 도둑이 집을 떠메고 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대충 머리 빗기도 끝났으니 어서 내려가서 아침부터 드세요."

 

 

 매리앤의 그 말에 아리안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매리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고기 스튜와 갓 구운 따뜻한 빵 한 덩이를 가져다주었다. 아침부터 이것저것 골똘히 생각하느라 허기가 졌던 아리안은 곧바로 스푼 가득 닭고기 스튜를 떠먹었다.

 그와 동시에 저 기억너머 완전히 잊혔던 사실 하나가 아리안의 머리에 떠올랐다.

 

 매리앤의 요리는 맛이 없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맛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아리안은 매리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은 아리안에게 매리앤은 항상 자신을 보살펴주는 엄마이자, 언제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18살에 아버지를 잃고 상심에 빠진 아리안을 위로해준 것도 매리앤이었으며, 기사단에서 쫓겨나 방황하던 그녀를 다잡아준 것도 바로 매리앤이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항상 아리안을 걱정해준 그녀를 아리안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존경했다.

 

 하지만 그래도 맛이 없는 건 맛이 없는 거였다.

 특히 이 닭고기 스튜는 아리안이 먹어본 음식 중 단연코 최악이었다.

 

 사실 어릴 때는 매리앤이 만들어준 음식만 먹어봤기에 그녀의 음식이 맛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세상 모든 음식이 맛이 없는 줄 알았을 뿐이었다.

 성년이 되어 매리앤의 요리에서 벗어나게 된 이후에도 내내 전쟁터를 떠도느라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없었기에 아리안에게 있어 음식이란 그저 허기를 달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아리안이 좋게 말하면 날씬한, 나쁘게 말하면 볼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몸매를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아리안이 세상에 정말로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녀가 에스테 공작부인이 된 이후였다.

 

 ...뭐, 그래도 전쟁터에서 먹는 음식보다는 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안은 입 안 가득 들어있던 닭고기 스튜를 억지로 꿀꺽 삼켰다.

 그렇게 아리안이 곤혹스러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아리안이 겨우 다 비운 스튜 그릇을 치우던 매리앤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참, 그러고 보니 아가씨. 오늘 손님이 몇 시에 온다고 하셨죠?”

 “...손님이 온다고?”

 

 

 아리안이 알기에 이 시기에 자신을 찾아올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아리안의 아버지 리베이드 남작은 상냥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재산을 쌓거나 높은 자리에 오르는 데에는 아무런 소질이 없었다. 게다가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이미 1년이 넘은 상태였다. 그러니 아버지를 찾는 손님이 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아리안 본인 역시 어릴 때부터 검술 수업에 매진하느라 변변한 친구 하나 없었고, 지금은 황실 기사단에서조차 축출당한 상태였기에 지금 그녀를 찾아올 사람은 정말로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손님이 찾아오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아리안은 의아한 눈으로 매리앤을 쳐다보았다.

 

 

 "아니, 정말 오늘따라 왜이러실까. 지난 한달 내내 그 손님 이야기만 했으면서 자꾸 모르는 척 하실 거예요? 오늘이 바로 아가씨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손님이 오시기로 한날이잖아요."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손님?"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아리안이 살며시 미간을 좁히며 되묻자 매리앤이 아리안의 컵에 물을 따라주며 대꾸했다.

 

 

 “그래요, 이름이 뭐라더라. 엄청 긴 이름이었는데.”

 “...이름이 길다고?”

 

 

 어쩐지 불안한 예감에 아리안이 고기를 집으려던 포크를 멈추고 매리앤을 쳐다보자 매리앤이 이제 생각났다는 듯 짝, 하고 박수를 쳤다.

 

 

 “아, 생각났다! 에르하르트! 에르하르트 황자님 말이에요! 그분이 바로 오늘 오시기로 하셨잖아요!”

 

 

 그 순간 아리안의 포크가 챙그랑, 소리를 내며 접시에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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